패스트볼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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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냐
작품등록일 :
2024.07.3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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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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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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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구원투수, 배팅볼러

DUMMY

"리그는 벌써 후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잘 쉬고 오셨습니까?"


"어휴. 우리 야구인에게 쉬는 게 어디 있습니까~ 우리 시청자들께 하나라도 더 들려드리고자 열심히 공부하고 왔습니다."


"네, 말씀만 들어도 참 좋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도쿄돔 참사를 당한 이후로 절치부심해서 이번 시즌 준비를 참 잘한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특히 타자들이 많이 노력을 한 모습이 보이죠."


리그는 참사 이후 모든 트렌드를 뒤집었다. 그동안의 스몰볼을 버리고 빅볼로 전환해 메달을 차지한 일본을 보며 타자들은 멀리 치는 연습을 시작했고, 투수들은 장타를 억제하기 위해 떨어지는 변화구를 연마했다.


리그는 장타자를 장려하는 분위기로 바꾸기 위해 공인구의 반발력을 건드렸고, 결과는 한 시즌만에 완전한 타고투저 리그로 바뀌었다.


"타선의 힘으로 2등을 차지한 고척 스파이더스가 가장 눈에 띄는군요."


"맞습니다. 팀 평균자책점은 중위권이지만 팀타율 2등, 도루 8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지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죠."


"정말 핵타선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정도면 그냥 거미가 아니라 독거미죠, 독거미."


해설과 캐스터가 만담을 주고받는 사이, 양 팀 선수들이 입장했다.


"그럼, 후반기 첫 시리즈. 부산 워리어스와 고척 스파이더스의 1차전 경기를 여러분께 보내드리겠습니다."



경기는 팽팽하게 흘러갔다.


"잘 쉬고 나온 워리어스의 1선발, 커리의 상태가 오늘 굉장히 좋아 보입니다."


"네. 벌써 8회인데도 여전히 마운드를 지키고 있어요."


평균 97마일, 최대 99마일.


159km에 달하는 강속구와 떨어지는 커브. 두 구종 만으로도 리그 최강 타선인 스파이더스를 꽁꽁 묶었다.


"그럼에도 두 팀의 점수 차는 단 한 점입니다. 양 팀 모두 후반기 첫 승을 눈앞에서 놓칠 수는 없겠죠. 뒷문이 불안한 워리어스는 추가점이 시급합니다."


8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마치고 커리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씨익 웃어 보이는 커리의 미소에 팬들이 환호하는 사이, 방망이를 마구 휘두르며 다음 타석을 준비하는 그린이 욕을 한 바가지 쏟았다.


"코리안 빅보이. 제대로 해라, 제대로."


"점마, 머라카노."


영어를 할 수 있지만 애써 모른 척 방망이를 들고 타석으로 나간 청태오.


1:0. 한 점 차 앞서 나가는 상황은 좋지 않았다.


'원래라면 5회 언더, 9회 오버로 마쳐야 했지만.'


생각보다 맞지 않는 스파이더스의 방망이에 작전을 바꿀 수밖에 없다.


"김작가, 준비해라."


흘리듯 던지는 한 마디에 팀의 마무리 김작가가 어깨를 잘게 떨었다.


"크게 헛칩니다. 청태오 선수, 컨디션이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예전 같지 않겠죠. 나이가 벌써 36살이 된 청태오 선수입니다. 전성기 같은 활약을 기대하기는 조금 무리가 있지만 중요할 때 한 방 해주는 것이 4번 타자 아니겠습니까?"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유격수 강습 타구가 나왔다.


"유격수, 여유 있게 스텝을 밟고 1루로, 아웃입니다."


"걸음이 느리다 보니까 수비 입장에서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리그에 강견으로 소문난 강호정을 비롯해 스파이더스의 내야는 통째 뽑아다가 메이저리그에 가져다 놓아도 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창건과 김성하의 테이블세터, 강호정과 박호병의 클린업은 리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상위타선이라고 볼 수 있었다.


"두 타자 연속 범타로 물러나고 맙니다."


"이제 하나 남은 아웃카운트, 오늘 워리어스에서 유일하게 홈을 밟은 타자, 그린이 타석으로 향합니다."


방망이를 붕붕 휘두르며 등장하는 그린을 보며 고척까지 원정을 온 팬들이 소리를 질렀다.


"마, 초록아! 함 더 넘기라!"


전 타석에서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오늘 경기 첫 득점을 홈런으로 장식한 그린이었다.


"초롱아~ 한 방 넘겨라~"


더그아웃에서 비웃는 청태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그린이 방망이를 관중석으로 치켜들며 홈런 예고를 했다.


"이야, 인마 팬서비스 지대로네!"


"어휴, 좀 교양 있게 보면 안 돼요? 졸라 씨끄러워."


스파이더스의 여성팬이 미간을 찡그리자, 배 나온 아저씨 팬이 사과했다.


"미안합니다."


공손히 인사하는 원정팬에게 미안해진 여성팬이 팝콘을 나눠줬다. 갓 나온 바삭바삭한 팝콘. 작은 손으로 퍼준 팝콘을 한 입 가득 입에 넣고 입을 왕, 다물자, 바사삭. 옥수수의 고소함과 소금의 짭짤함이 만나 왈츠를 춘다. 그리고,


"어?"


초록이의 타구가 여성팬의 팝콘 통에 빨려 들어갔다.


"우아아아아아!!!"


"그린의 경기 두 번째 솔로포가 터졌습니다! 이렇게 되면 오늘 경기, 이대로 마무리된다면 두 명의 외인이 접수한 경기라고 봐도 되겠군요."


"맞습니다. 리그 최강 타선을 상대로 8이닝 10K 무실점의 커리와 4타수 2홈런의 그린. 두 외인의 합작이라고 볼 수 있겠어요."


9회. 워리어스의 마무리, 김작가가 마운드 위로 향했다. 그의 표정은 어둡다 못해 시커맸다. 경기 후에 인터넷을 뒤덮을 악플을 예견한 탓일까.


"점마, 또 똥 씹은 표정이고! 아, 내 진짜 돌겠네. 점마 저 표정 하면 꼭 털리더라."


워리어스의 골수팬들은 싸한 분위기를 직감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이번 시즌 벌써 12개의 블론세이브.


아무리 던질 투수가 없다지만 전반기만에 올린 12개의 블론세이브는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오늘도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면 역대 최다 타이기록이다.


"니 진짜 정신 단디 챙기라!"


푸훕. 아까 역정을 냈던 여성 팬도 이번에는 공감이 되는지 웃어넘겼다.



'내도 이기고 싶다꼬.'


김작가의 마음은 이미 싹 다 불타고 잿더미만 남았다.


'감독님은 분명 내로 믿고 보는 긴데.'


"알지? 깔끔하게."


청태오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자신을 믿고 내보낸 감독과 끝까지 남아서 응원하는 팬들 앞에서 너무 이기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구속도, 커맨드도 평범한 그가 마무리라는 중요 보직을 차고 있을 수 있는 이유. 바로 청태오의 입김 때문이다.


투수코치와 형, 동생 하는 청태오의 사주로 투수코치가 새로 부임한 김근성 감독에게 김작가를 마무리로 추천했다. 물론 감독이 납득할 수 있도록 괜찮은 모습을 보인 것도 있지만, 팀의 마무리를 맡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초구, 살짝 빠지는 볼입니다."


스파이더스는 1번부터 시작하는 상위 타선.


"김작가 선수, 중압감이 있나요?"


"아직 어린 선수죠, 지금 마무리를 맡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겁니다."


2구는 스트라이크. 상대는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원하는 구종 하나만을 노리는 듯하다.


'배나구?'


약속은 간단하다. 변화구 사인이 나면 가운데로. 원래도 변화구 제구가 좋지 못한 김작가이기에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립니다. 중견수 앞 깔끔한 안타!"


"아, 사실 서창건 선수라 다행이에요. 이 정도 변화구가 몰리면 뒷 타자들은 장타가 나올 거거든요? 집중해야 합니다."


커리의 속구를 보다가 김작가의 속구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라운드 위 모든 선수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수비하는 선수들까지.


"작가 또 소설 쓰겠는데요?"


"이제 볼넷 주겠네."


초구, 2구도 모두 볼. 포수는 불안한 변화구 대신 패스트볼 카드를 선택했고, 작가는 존 안에 넣을 수 없었다.


'재수 없게 건드려가 병살 나오모 내는 디진다...'


그의 역할은 감독의 바람대로 경기를 끝내는 것이 아니었다. 청태오와 어둠 속에 숨은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경기를 끝내야만 하는 숙명. 그것이 김작가가 스스로 빠진 덫이었다.


"스트레이트 볼넷입니다."


김성하에겐 볼넷. 이제 3번 타자는 유격수 40홈런 타자, 강호정이다.


"어렵게 가는군요. 리그 최고의 타자들 앞에 동점 주자가 놓였습니다."


이때 워리어스의 밴치가 움직였다.



"감독님. 그냥 한 번 더 믿어보시죠. 그래도 한다면 하는 녀석 아닙니까, 하하..."


투수코치가 청태오의 눈치를 보며 벌벌거렸다. 지금 이 경기의 결과를 미리 알고 돈을 건 수많은 사람들. 그들이 움직이는 돈은 십 억 단위를 넘어섰다.


선수들의 연봉보다 큰돈을 굴리는 자들에게 한 경기는 걸린 돈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였다.


"바꿔."


"안됩니다!"


투수코치가 세게 나갔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오늘 첫 등록 한 녀석입니다. 어제까지 베팅볼 던지던 놈이라고요! 감독님도 보셨잖아요. 변화구 하나 못 던지는 놈입니다. 차라리 작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시면..."


"뭐 해? 바꿔."


감독의 한 마디에 더그아웃이 바빠졌다.


"야, 오늘 1군 등록한 놈 누구더라?"


"아, 너는 투수 파트라 잘 모르지? 있어. 이민재라고. 타자 레귤러들은 다 알걸?"


"누군데?"


"배팅볼투수."


"어?"



"투수 교체입니다."


"네, 음... 생소한 선수가 올라왔군요?"


"올스타 휴식기에 공부 열심히 하신 것 맞습니까?"


"하하. 제 공부가 부족했나 봅니다. 이 선수 기록이 하나도 없네요?"


"사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아는 정보는 오늘 처음 1군 등록한 선수라는 정보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말 아무것도요."


"워리어스에서 비밀병기를 준비해 온 것일까요?"


"아무래도 김근성 감독이 이런 쪽으로는 또 탁월하지 않습니까? 워리어스 팬들은 기대를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불펜 피칭조차 하지 않고 더그아웃에서 마운드로 곧장 뛰어올라온 선수. 왼손에 글러브를 끼고 마운드에 올랐다.


더그아웃에서 웃고 있는 것은 외인 트리오, 커리와 탐슨, 그린 뿐이었다.


"퍼킹 코리안 빅보이. 네 마음대로 되나 보자."


펑!


우와 아아아아악!!!


경기장이 경악으로 가득 찼다.


가장 놀란 것은 당연히 타석의 강호정이었다.


'뭐가 지나간 거지?'


[157km]


전광판에 157km가 찍혔다. 그것도 강호정이 가장 까다로워하던 임용찬의 투구폼으로.


"볼입니다."


"무시무시하군요. 저런 공이 몸 쪽으로 붙으면 타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슴 쪽으로 쭉 뻗는 패스트볼에 상체를 뒤로 넘긴 강호정이 다시 타석으로 들어섰다.


'후, 마인드 컨트롤. 마인드 컨트롤.'


천적의 투구폼이 겹쳐 보이는 상대가 구속은 10km나 더 빠르다.


'이거, 쉽지 않겠는데?'


누군가 말했다. 생소함은 투수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이야! 이거 굉장합니다. 어디서 이런 선수를 구해왔죠?"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선수가 초 중 고 선수 생활 이력이 없다는 겁니다. 저희 스탭이 방금 가져온 소식에 의하면 나이는 24살, 올해 1월에 군에서 재대하고 6월에 워리어스와 육성 계약을 한 것으로 조사됩니다."


방송국 직원들은 난리가 났다. 구단 관계자들과 지인들에게 정보를 얻어내느라 숨 돌릴 틈이 사라졌다. 직원이 중계석으로 쪽지를 하나 전달했다.


"이게 말이 돼?"


"네?"


해설이 방송사고를 자연스럽게 내는 사이, 가운데로 들어온 세 개의 공을 모두 바라만 본 강호정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박호병 선수 타석에 섰습니다."


사실인지 진위여부가 파악되지 않아 쪽지의 내용을 읽지 못하고 있는 해설을 대신해서 캐스터가 숨가프게 말을 이어갔다.


"속구에 누구보다 강점을 보여주던 강호정 선수가 반응 한 번 하지 못하고 서서 삼진. 이제 타석에는 홈런왕 박호병 선수입니다.

사이드암으로 150 후반대를 보여주는 투수는 리그를 넘어 세계에서도 귀한 인재거든요. 이런 인재를 아무도 모르게 감춰온 워리어스 구단의 스타우트 능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배팅볼..."


'예?'


"소스에 의하면 이 선수는 워리어스의 배팅볼 투수였다고 합니다."


눈을 떠보니 2 스트라이크를 먹은 박호병. 벌써 3구가 날아온다.


"스트라이크! 아웃!"


방망이 한 번 내지 못하고 물러났다. 하지만 이제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박호병도, 강호정도 아닌 청태오였다.


'뭐야. 저 놈이 이 정도였어?'


맨날 연습실에 박혀서 피칭머신 앞에서 재롱이나 부리는 놈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빠른 공을 던질 줄이야.


"잠깐만..."


청태오의 머릿속에 끔찍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동안 상대했던 선발들의 폼을 기가 막히게 구현해 내던 장면. 그 선수들의 폼으로 나오는 패스트볼이 160km다?


'에헤이, 조졌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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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개화 24.08.13 23 0 12쪽
21 20화 변신 24.08.12 24 0 12쪽
20 19화 야구 VS 축구 24.08.10 34 0 13쪽
19 18화 야성 24.08.09 29 0 13쪽
18 17화 균형 24.08.08 3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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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김나박이 24.08.07 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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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물밑 작업 24.08.06 43 0 12쪽
13 12화 카르텔 24.08.05 51 0 12쪽
12 11화 진실 24.08.05 53 0 12쪽
11 10화 승부조작(2) 24.08.04 59 0 12쪽
10 9화 승부조작(1) 24.08.04 58 0 12쪽
» 8화 구원투수, 배팅볼러 24.08.03 65 0 13쪽
8 7화 100마일짜리 배팅볼 24.08.03 68 0 12쪽
7 6화 이글아이 24.08.02 70 0 13쪽
6 5화 목격자 24.08.02 71 0 11쪽
5 4화 배팅볼 24.08.01 9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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