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볼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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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냐
작품등록일 :
2024.07.3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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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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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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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변신

DUMMY

"아아, 난 또 둘이 한 게임 더 보고 온 줄 알았네. 뭐, 다들 가고 없어서."


자리가 없어 주변만 뱅글뱅글 돌던 최대한. 차가 하나 둘 빠져 신나게 가까운 자리에 주차를 쏙 했더니.


이 넓은 주차장이 텅 비고 흰색 승용차 한 대만 남았다.


"진짜 내가 목이 이렇게 빠지는 줄 알았다니까?"


거북이처럼 머리를 쭉 내밀고 투덜투덜하면서 고속도로로 올라탄 최대한이다.


"갈."


"옙."


비 오는 날 황금마티즈로 민재를 태우고 온 공로로 누나가 새로 뽑아준 자가용이다.


툴툴거리면서도 군말 않고 운전기사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비서 누나도 있고 기사 아저씨도 있는데 왜 나만..."


룸미러로 보이는 누나와 형의 모습은 잘 어울리는 한쌍이었다.


'치. 둘이만 잘 지내고. 참내. 흥. 나도 조만간 다시 여자친구 만든다.'


또 이별한 최대한은 더 멋진 남자로 변신하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다.




스티브의 실험은 아쉽게 실패에 가까워지고 있다. 포수의 불안한 포구에 흔들린 박희동은 짭희동이 되고 말았다.


"4와 1/3이닝 6실점.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마운드에서 물러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주자는 1,3루. 양코너에 위치한 주자들은 언제든 다양한 액션으로 돌아갈 집을 향해 달릴 준비를 마쳤다.


타자는 1번 홍기창, 2번 박택용, 3번 이규병으로 이어지는 상위타선. 엔젤스가 자랑하는 리그 최고의 좌타 라인이다.


출루 머신 홍기창, 스프레이히터 박택용, 배드볼 히터 이규병. 저마다의 색깔을 갖춘 다채로운 좌타선이다.


"투수가~ 바뀝니다. 진수소 선수네요. 리그 최고의 좌타 라인을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힐끔. 1루 주자가 앞발을 까딱까딱한다. 맨탈이 흔들릴 대로 흔들린 포수를 자극하기 위함일까.


씨익, 한 번 웃어주고 깔짝깔짝 리드를 늘려나간다.


"투수, 견제. 아, 1루 주자가 걸렸습니다. 1루수가 곧장 홈으로! 홈에서 아웃! 홈에서 아웃! 포수는 2루로, 2루! 2루에서도 아웃! 이게 무슨 일입니까!"


단 한 개의 투구도 없이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수확한 진수소가 별 일 아니라는 듯 무표정하게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다.




한편, 발표시기를 두고 조율하던 대전 레이븐스는 경기가 우천취소되자 기자회견을 열었다.


"레이븐스 팬 여러분과 한국 야구팬 여러분, 여러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자진 신고한 선수는 곧바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자체 징계를 내리고 클린베이스볼 센터의 지시를 우선하여 조치할 예정입니다."


구단주와 감독, 주장이 직접 나와서 사과를 한 레이븐스는 이제 리그 세 번째로 승부조작 사실을 인정한 구단이 되었다.


이제 방송사에서 특집 방송으로 편성할 만큼 사건의 판이 점점 더 확대되기 시작했다.


"사건 순서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크로커다일즈 투수 이 모 씨 자수]

[대기자 기자회견 및 고소장 접수]

[김근성 감독 자진사퇴-레이븐스 투수 자수]

순으로 진행되고 있군요."


뉴스 앵커들이 자료화면을 보며 부연설명했다.


"일본 언론들이 적극적으로 이번 사건을 다루면서 국제적인 이슈로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일본 최대 언론사, '열도의 시간' 사장, 카이바. 그의 열정은 강성 팬덤 그 이상이었다.


[전설적 명장이 떠나야만 했던 이유]라는 특집 기사를 통해 지금 한국 내에서 음모론 취급받고 있던 내용들을 대서특필해 버렸다.


미국 언론도 '열도의 시간'의 공신력을 믿고 인용 기사를 내자, 후속기사를 원하는 세계 전역에 있는 야구팬들의 메시지가 태산을 이루었다.


빨리빨리의 민속, 한국인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방송사 시청자 게시판마다 팬들이 장악하고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소식을 왜 일본 언론한테 들어야 함?

-또 높으신 분들이랑 샤바샤바해서 덮을라고 했쥬? 실패했쥬? 다 들켰쥬?

-국민 청원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님?

-개비오는 뭐 하냐. 쯧쯧.

-경찰은 뭐 하냐?

-특검하라.

-청태오 잡으러 갈 파티원 구함 1/9,999,999

-국가의 망신입니다. 진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기를 바랍니다. 청원 동참했읍니다.^^*

-역시 외쳐 갓본!

-친일파는 꺼지시고.

-나 청태오인데 치킨 값 벌려고 했다. 용서해줘라.

-청태오는 그런 말투 안 써요.

-나 김근성인데 얘 청태오 맞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서슬 퍼런 눈을 한 사람들이 너도나도 달려들기 시작했다.


"약물 의혹은 또 뭡니까?"


앵커의 반응에 전문가가 발언했다.


"정확한 시점을 알 수는 없지만 경찰도 해당 사건을 접수하고 핵심 가담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모 선수의 자택을 급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3명의 주동자 중 한 명은 찾을 수 없었고,

나머지 2명은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작용을 하는 약물을 투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경찰 관계자가 나서서 언론에 발표를 하기 전 까지는 온갖 추측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승부조작에 이은 약물 이슈까지. 모든 과는 일부 선수 개개인의 일탈로 맞춰지는 분위기다.


"선수들의 일탈에 구단과 한국 야구 협회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과연 선수들의 일탈은 어디까지인지. 한국 야구의 현실은 어떠한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고액 FA선수들의 '먹튀'에 초점을 맞춰 선수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예 구단주님, 고생하셨습니다."


크로커다일즈 최회장도 마음이 무거웠다. 사실 아무도 이 선수의 승부조작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기대를 받고 입단했지만 데뷔초부터 제구가 워낙 형편없었기 때문에.


아마 스스로 함구했다면 아무도 몰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양심의 가책이 선수를 자백하게 했다.


"구단에서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게 부끄럽습니다."


레이븐스 운영팀장이 크로커다일즈 사무실에 합류한 이유. 승부조작을 덮으려는 협회와의 정면대결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승부조작에 연계된 뒷조직이 있다면 뒷세계에 가장 가까운 레이븐스의 반응이 가장 두려웠다. 최고로 경계하던 대상이 최고의 아군으로 변신했다.


"지옥에서도 데리고 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인데 어느 팀이 아깝지 않겠습니까. 죄목이 승부조작만 아니었다면 분명 사법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영입하려는 팀이 있었을 겁니다."


선수를 아까워하는 것은 소속팀뿐이 아니다.


"협회는 승부조작 사건을 이대로 마무리하고 싶겠지요. 결코 그럴 수는 없습니다. 진실은 언젠가 드러납니다. 저는 제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거든요."


운영팀장은 결의에 찬 비장한 표정으로 안경을 위로 올렸다.


이제 네 살과 세 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들 앞에 당당한 아빠가 되고 싶었다.


'얘들아, 아빠를 봐라. 이 아빠는 야구 역사에 남을 순간을 함께하고 있단다.'


감격의 눈물을 닦으려고 손을 들어 올리자, 아차. 안경에 지문이 묻었다.


"혹시 안경닦이 있습니까?"


남의 사무실에서 안경닦이를 찾는 운영팀장은 안경을 벗은 시력이 워낙 나빠 엄한 곳을 더듬고 다녔다.


앗.


리모컨을 잘못 눌러 TV가 켜졌다. TV에는 울산과 제주의 축구 경기가 한창이다.


중계 카메라가 선남선녀를 비춰줬다. 여자가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남자가 조용히 왼손을 여자의 등 뒤로 가져가 왼쪽 어깨에 붙은 벌레를 잡았다.


그 광경을 본 최회장이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미국 간다며!!! 딸!!! 미국이 울산에 있냐!!!"


달려가서 TV를 붙잡고 흔들던 최회장은 전화를 찾았다.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알콩달콩한 남녀는 서로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남자가 갑자기 테이블 아래로 몸을 숙이면서 화면이 경기장으로 돌아갔다.


"야!! 내 딸 원피스 입었다고! 너 씨, 나쁜 생각 하기만 해봐! 야! 왜 전화 안 받아!"


늘 지적이고 계산적이어 보이던 최회장의 팔불출끼를 처음 본 운영팀장은 안경을 끼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맨손 타격에 눈을 뜬 윤희동은 그야말로 짐승이 되었다.


"꿈에 나올까 무서운 스윙입니다~ 살~발하네요~~"


민재와 함께 재미 삼아 연습했던 풀스윙.


짧게 잡고 정확하게 치는 것을 선호하던 김근성 감독 탓에 실전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야성’이 깨어났다.


6:4로 따라가는 워리어스의 7회 초 공격.


"임규찬 선수가 신인 답지 않게 여러 변화구를 보여주며 리드를 지키고 있어요. 6이닝 4실점이면 아쉬울 수 있지만 내용을 보면 좋은 투구를 많이 보여줬습니다. 윤희동 선수에게 맞은 선두타자 홈런 이후 안정된 피칭을 보여주다가, 5회에 흔들려 추가 3실점한 것이 조금 아쉬웠죠."


"네~~ 참 인상적인 것은 칠 테면 쳐봐라 하는 배짱이었습니다~ 나해설 위원은 이런 유형과 상대할 때 어떠셨나요?"


"임규찬 선수는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고 패스트볼에도 힘이 있죠. 하지만 정교함은 아직 떨어집니다. 변화구는 커브 외에는 존 안에 넣느냐, 빼느냐 정도인 것 같고요. 커브는 존의 상단, 하단을 모두 노릴 수 있습니다. 회전력이 좋아서 커브를 가장 경계할 것 같아요."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임규찬이 1회의 설욕을 위해 이를 갈았다.


이후 타석에서도 펜스 앞에서 잡히는 큼지막한 타구를 맞아 자존심이 상한 상태.


"커브를 노리고 치는 것도 확률이 있겠고요, 아니면 변화구는 다 버리고 패스트볼만 노리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제가 윤희동 선수라면 패스트볼을 노릴 것 같네요."


임규찬의 손에서 공이 빠진다.


‘보인다.‘


방망이를 멈춘 윤희동. 길고 복잡한 수싸움이 아니라 오직 눈으로 직접 보고 판단하는 동체시력과 양손의 협응능력, 젊은 육신의 순발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큰 키와 긴 리치는 존 밖의 공에도 얼마든지 힘을 전달할 수 있다.


더욱이 오늘 경기를 통해 큰 영감을 받았다.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상대팀 3번타자, 이규병.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배드볼 히터. 타이밍만 맞다면 땅바닥에 꽂히는 공도, 머리 높이로 오는 공도 때려서 정타를 만드는 능력의 소유자.


놔두면 볼넷인데 굳이 때려서 안타를 만드는 남자다.


"윤희동 선수는 전반기에는 게스 히터에 가까웠거든요? 방망이를 조금 짧게 잡고, 자신만의 존을 형성해서 그 존에 들어오는 공을 공략하는 유형이죠. 6월 성적이 아주 좋아진 것도 상대 선발에 분석을 잘해서 한 가지를 정하고 승부를 거는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배짱 두둑한 임규찬 답지 않게 공이 빠진다.


"네~ 2볼입니다. 이제 진짜 배짱을 볼 수 있겠죠?"


"네. 임규찬 선수라면 여기서 복판에 속구가 올 확률이 높습니다. 1회에도 타자가 유리한 타이밍에 변화구가 홈런이 됐죠."


1회 홈런이 나왔던 장면이 리플레이되었다.


"떨어지는 공을 공략해서 커다란 홈런을 만들어냈어요.”


리플레이가 끝나기 무섭게 같은 코스, 같은 공이 떨어졌다.


"헛스윙~ 크게 헛칩니다."


‘아이씨. 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분석이 들어가는 거죠. 오늘 윤희동 선수는 이규병 선수로 변신한 것 같습니다. 스윙률이 80%를 넘거든요. 어떤 공이든 무조건 나온다면 투수 입장에서 좋은 공을 줄 필요가 없습니다."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으로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패스트볼.’


팔 각도를 본 윤희동이 시동을 걸었다. 엉덩이부터 상체, 하체 모두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딱!


"아! 거의 눈높이까지 오는 높은 공을 그대로 통타 합니다. 좌측담장, 좌측담장! 넘어갔습니다. 홈~런! 1점 차로 추격하는 솔로홈런! 워리어스의 1번타자는 출루가 아니라 홈런으로 득점을 합니다!”


팬들의 환호와 함께 중계카메라에는 박희동의 ‘박’ 자리에 ‘윤’이 적힌 스케치북 종이를 뜯어 테이프로 붙이는 아빠와 아들이 생중계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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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개화 24.08.13 23 0 12쪽
» 20화 변신 24.08.12 24 0 12쪽
20 19화 야구 VS 축구 24.08.10 3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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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 균형 24.08.08 3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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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3화 물밑 작업 24.08.06 4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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