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볼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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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냐
작품등록일 :
2024.07.3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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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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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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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개화

DUMMY

유니폼을 개조하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되는 줄 꿈에도 모르는 부자.


그들과 마찬가지로 꿀 떨어지는 일탈이 전국에 생중계된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젊은 남녀, 민재와 수현은 자동차 뒷좌석에서 서로에게 기대어 잠이 들었다.


“서럽다 진짜.”


피곤한지 휴게소로 들어간 대한이 핸드폰으로 야구를 틀었다.


엔젤스 팬들은 화가 많이 났다.


“야이!”


비밀 엔젤스 팬인 최대한은 욕을 최대한 참았다.


현장에 있는 관중들도 예외는 아니다.


홈런볼을 잡은 여자 팬이 홈런볼을 냅다 집어던져 그라운드로 돌려보냈다.


"빙신들아! 임규찬을 7회에 왜 올려서! 야 이 계란빵 무지 달다아아아!!!!"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옆에 있던 친구가 진정시키느라 입을 막았다. 팔을 아등바등 거리는 친구를 자리에 앉히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 장면이 넘어가고 투수가 바뀌었다.


"경기, 6:5~ 워리어스가 한 점 차, 턱 밑까지 추격합니다! 이제 양 팀은 불펜 싸움으로 넘어가는군요~"


"팬들의 성토가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어요. 엔젤스는 불펜이 좋거든요? 불펜이 조금 더 일찍 가동됐다면 이렇게 타이트하게 가지 않았을 수도 있죠."


좌완 투수 봉근중이 마운드에 올랐다.


"제가 살던 집 근처에 봉군중학교라고 있었거든요?"


아직 개그 욕심을 버리지 못한 나해설이 시동을 걸자,


"봉근중 선수, 전성기를 내려온 시점이지만 결국 거의 사이드암으로 팔 각도를 낮춰서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캐스터가 얼른 주제를 틀어버렸다.


"씁.. 맞습니다. 팔 각도가 내려왔지만 디셉션은 여전히 좋군요. 생소한 각도이기 때문에 타자들이 맞추기 쉽지 않겠습니다. 특히 커브 그립을 변형시켜 관절을 접어서 던지는 너클커브가 위력적이죠?"


"2번타자 김민수, 4구 타격, 유격수 앞으로 대시, 아웃!

3번 그린, 밀어냅니다. 우측 담장~ 비로 앞에서 잡힙니다.

4번타자 장민호, 3구째, 퍼올립니다, 내야 높게 뜬 공, 포수가 사인을 보냅니다.

깔끔하게 쓰리아웃! 이닝을 삭제합니다. 7회 말로 갑니다!"


중견수로 드넓은 잠실 외야 한가운데에 선 윤희동은 심장이 쿵쿵 뛰었다.


'오늘 홈런 두 개. 민재 형은 보고 있을까?'


민재한테 칭찬받을 생각에 싱글벙글한 희동이 내야를 바라봤다.


투수가 몸을 푸는 동안 공을 돌리던 내야가 서로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프로 데뷔하고 지금까지는 없었던 일.


타 팀이 소통하는 것을 볼 때마다 '우리는 왜 이런 걸 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구나.'


고참이라는 이름으로 감투를 쓰고 다른 선수들의 소통과 발전을 가로막는 암적 존재들. 그들이 사라지자 꽉 막힌 혈관에 다시 피가 도는 것처럼 역동적인 박동이 생겼다.


'나는 절대 꼰대는 안 돼야지. 난 민재형처럼 동생들한테 잘해줄 거야.'


자신보다 데뷔 후배이지만 많은 것을 도와준 민재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은 희동이었다.


'설마 나도 주전자리 차지하고 고참 된다고 청태오처럼 되진 않겠지?'


자신의 미래까지 상상해 보던 윤희동에게 콜 플레이 소리가 들렸다.


"야! 뭐 해!"


부지런히 달려온 2루수의 키를 넘기는 애매한 타구. 희동이 보자마자 달렸다면 승부가 될 뻔했다.


"죄송합니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누구나 열심히는 한다. A급 선수와 평범한 주전의 차이는 집중력과 디테일의 차이. 준비한 것을 다 보여주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집중하자, 집중!"


실수 한 번에 은퇴가 결정되는 불안한 입지에 놓인 선수들이다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절박했다.


누구나 가진 가능성이라는 꽃몽우리. 그것을 터뜨리고 개화하는 것은 소수에 불과하다.


"희동아, 괜찮아! 집중하자 집중!"


이전이라면 듣지 못했을 격려. 이제 공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 다짐했다.


포수의 사인이 나오고, 유격수가 자리를 살짝 옮긴다. 우타자의 몸 쪽으로 승부가 들어갈 모양. 당겨 칠 확률이 올라가기에 따라서 자리를 살짝 옮겼다.


딱!


맑은 소리와 함께 안타 코스로 타구가 짧게 떨어졌다.


'3루 승부!'


앞으로 빠르게 달려 나간 희동은 왼손의 글러브로 공을 낚아채 빠르게 송구 자세로 전환했다.


발 빠르게 달려 나와 원바운드로 잡은 공을 경쾌한 풋워크와 함께 힘을 실어 3루로 달리는 주자를 향해 쐈다.


쏴아아!


시원하게 날아간 공은 3루수의 글러브에 정확하게 빨려 들어갔다.


'됐다!'


"우와아아아아!!!"


관중의 환호성 소리에 귀가 살짝 빨개진 민재. 처음으로 기록한 보살이었다. 5개의 꽃몽우리 중 하나가 서서히 개화하고 있다.



"경기~ 어느덧 9회 말! 엔젤스의 마지막 공격으로 들어갑니다!"


워리어스의 새로운 타선은 강한 엔젤스의 불펜을 잘 공략해 냈다.


몸을 사리지 않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과 피하지 않고 묵묵히 맞아나간 사구가 엔젤스 불펜들을 위축되게 만들었고, 결국 7:6 역전을 만들어냈다.


"뉴워리어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인가요? 저!력!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력!이 낮아져도 말이죠?"


캐스터의 호응을 기대한 나해설과 나 몰라라 하는 캐스터의 웃음 참기 챌린지의 승자는 나해설이었다.


"푸핫. 오늘 나해설 위원의 말솜씨도 저!력! 있습니다."


9회까지 쉬지 않고 개그를 시도한 나해설이 승자의 미소를 피웠다.


"경기는 이제 엔젤스의 중심타선으로 이어집니다."


2번타자, 박택용. 오늘 진루타를 하나 치긴 했지만 팀의 득점에 기여하지 못한 그가 굳은 표정으로 몸을 풀었다.


"워리어스 마무리, 김작가 선수! 김근성 감독의 선택을 받아 이번 시즌 풀타임 마루리로 활약하고 있는데요, 블론세이브 개수가 조금 많습니다. 오늘은 어떤 시나리오를 써 내려갈까요!"


"이왕이면 워리어스의 4연승을 깔끔하게 막는다는 시나리오가 좋겠죠. 원정팬들은 지금 모두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클났다.'


감독 대행 체제가 되고 구단이 본격적으로 조사를 하면 자신은 이대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을 추천하던 투수코치도 더는 없다. 이제 순수 실력으로 포지션 경쟁을 해서 자리를 지켜야 할 상황.


남들과 같은 치명적인 무기가 없는 김작가는 자신감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 이닝이 시작하기 전. 내야수들이 마운드 위로 모였다.


"오늘 대행님 첫 승 만들어드리자."


"아자!"


"작가는 인플레이 타구를 잘 만드니까 우리만 집중하면 경기 쉽게 잡는다! 볼끝이 좋아서 땅볼도 바운드가 살아서 오니까 끝까지 집중하자! 다 손 모으고!"


"하나, 둘, 셋!"


"어이!"


유격수 유준형의 주도로 내야수들이 모여 파이팅을 외쳤다.


'내가 뽈끝이 좋다꼬?'


항상 느린 구속 때문에 맞춰 잡고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만난 코치들도 마찬가지.


'니는 구속이 느리네? 코너로 던져봐라.'


'변화구 추가해라.'


같은 요구를 받아왔다.


"저 뽈끝이 좋아요?"


파이팅을 외치고 돌아가는 유격수 유준형에게 묻자, 이상한 사람 보는 표정.


"육성군에서 붙어봤잖아. 너 볼끝 더러워, 진짜. 커터 좋더라."


'커터라꼬?'


몇 번 던지다가 투수코치에게 욕먹고 봉인해 둔 구종 아니던가.


"민호행님!"


포구가 불안한 장민호가 변화구를 잡기는 부담스러워했다. 포수가 불안하면 투수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지사.


"저 컷이랑 직구만 던질게요."


"아, 그래? 괜찮겠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느낌.


'내 배나구도 잡기 힘들 정도로 괜찮단 말이제?'


"네. 함 해보입시다."


워리어스 레전드 최원동의 대사를 슬쩍 따라 해본 김작가가 마운드 위에 우뚝 섰다.


쫓겨 다니는 초식동물이 아니라 포식자로. 끌려다니는 패잔병이 아니라 진짜 전사로.


"오~ 1구 몸 쪽 과감하게 붙입니다, 스트라이크~~ 137km인데 자신감은 173km 같습니다!"


"173까지는 모르겠지만 체감 상으로는 147km는 될 것 같네요. 오늘 구위가 좋아 보입니다."



박택용은 의외로 저돌적으로 나오는 김작가를 보고 고개를 살짝 돌렸다.


'초구 몸 쪽 패스트볼. 그다음 주 레퍼토리는 몸 쪽 들어오는 슬라이더, 바깥쪽 도망가는 체인지업.'


김작가의 패턴을 분석해 놓은 박택용도 물러날 수 없다.


'커브가 오면 승부하자.'


좌우 코너 변화구는 모두 버리고 복판에서 떨어지는 커브를 노리기로 한 박택용이다.



'아마 떨구는 배나구를 노리겠지.'


주 된 레퍼토리를 더 잘 아는 것은 투수 자신. 그동안 어떻게 하면 깔끔하게 안타를 맞을까를 연구한 김작가에게 아웃을 잡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여태 한 거 까꾸로만 하면 되는 거 아이가.'


"2구도 패스트볼이네요~ 이전에는 여기서 유인구를 하나 빼는데 포수가 바뀐 영향도 있는 것 같군요~"


"네, 아마 정민호 포수가 포구 불안을 노출한 이상, 변화구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있을 수 있겠죠. 포수가 참 어려운 자리입니다."



'괜찮아. 통계적으로는 낮은 공을 강하게 때리면 센터 방면 안타가 많았어.'


2스트라이크에 몰렸지만 아직 기가 죽지 않은 박택용. 베테랑 타자답게 수싸움에 지지 않았다.



'그걸로 갑시다.'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돌린 김작가. 한 번 더 돌리자 포수가 의도를 알아챘다.


끄덕. 김작가의 눈은 이제 더 이상 도망치던 눈이 아니다.


"3구 몸 쪽, 아! 방망이 부러집니다. 2루수 잡아서, 1루~ 아웃!"


"지금은 컷 패스트볼인 것 같네요. 좌타자 몸 쪽으로 파고들어 오면서 방망이 손잡이에 맞았어요. 보시죠?"



'뭐야. 이건 보여준 적 없었는데?'


본 적 없는 레퍼토리에 완벽하게 당하고 만 박택용이었다.


"어우~ 심지어 전광판 구속은 속구보다 더 높게 나왔습니다. 141km가 찍히는군요~"


"그동안 감춰온 신무기인가요. 기회가 된다면 인터뷰 때 한 번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3번타자 이규병. 신기에 가까운 타격폼으로 사방으로 날아가는 공을 때려내는 선수.


오늘 윤희동에게 큰 영감을 준 타자.


외야에서 주의 깊게 바라보던 윤희동은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박택용의 타석에 뒤에서 연습타격을 하며 앞발을 동동 구르고 타이밍을 맞추고 있는 이규병.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에 본인도 모르게 조금씩 수비 위치가 앞으로 가는 윤희동이다.


"과연 이규병 선수 상대로는 어떤 공으로 승부를 할지 기대가 됩니다~ 방금 컷 패스트볼은 좌타자 상대로도 상당히 위협적이어 보였어요!"


"네. 각이 큰 슬라이더랑 같이 조합이 되면 우타자에게도 유용해 보이고요. 좋은 공을 감추고 있었네요."


끄덕. 같은 사인을 주고받은 김작가가 이번에도 몸 쪽 커터를 승부구로 꺼내 들었다.


'짜피 보여준 거, 후딱 끝내고 갈란다.'


밤공기를 가르고 시원하게 비행하는 공이 천재 타자의 몸 쪽을 파고들었다.



"아, 이렇게 생겼구나?"


타석에서의 0.4초. 이것이 타자의 예술.


붓으로 유려한 선을 그려내는 서예가처럼 유려한 스윙이 말려들어오는 커터의 궤적을 완벽하게 포착했다.


"아, 배트 중심에 맞췄어요. 중견수 방면으로 갑니다,

중견수~~ 달려내려 오면서 몸을 던집니다!

슬라이딩, 건져 올립니다!! 파인 플레이~~

윤희동 선수가 이전 실수를 완벽하게 만회합니다!"


"좋네요. 첫 발 스타트도 빨랐지만 수비 위치가 아주 좋았어요.

보통 중견수보다 앞으로 세네 발 나와있던 것이 좋게 작용했습니다.

보통 3번 타자에게 이렇게 앞으로 나와있진 않거든요.

루키가 수비 위치 선정까지 이렇게 하면 갈 수 있는 곳은 메이저리그 밖에 없습니다."


얼떨떨하게 공을 잡아낸 윤동희와 완전히 흐름을 탄 김작가.


김작가가 외야를 향해 따봉을 치켜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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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화 기적 24.08.20 15 0 11쪽
28 27화 지배 24.08.19 17 0 12쪽
27 26화 돈 24.08.18 19 0 13쪽
26 25화 아버지 24.08.17 21 0 12쪽
25 24화 관조 24.08.16 19 0 12쪽
24 23화 생소함 24.08.15 21 0 13쪽
23 22화 김나박이, 최 24.08.14 19 0 12쪽
» 21화 개화 24.08.13 23 0 12쪽
21 20화 변신 24.08.12 23 0 12쪽
20 19화 야구 VS 축구 24.08.10 33 0 13쪽
19 18화 야성 24.08.09 28 0 13쪽
18 17화 균형 24.08.08 32 0 13쪽
17 16화 마무리 24.08.07 41 0 12쪽
16 15화 김나박이 24.08.07 42 0 12쪽
15 14화 리더 24.08.06 37 0 13쪽
14 13화 물밑 작업 24.08.06 43 0 12쪽
13 12화 카르텔 24.08.05 50 0 12쪽
12 11화 진실 24.08.05 53 0 12쪽
11 10화 승부조작(2) 24.08.04 59 0 12쪽
10 9화 승부조작(1) 24.08.04 58 0 12쪽
9 8화 구원투수, 배팅볼러 24.08.03 64 0 13쪽
8 7화 100마일짜리 배팅볼 24.08.03 68 0 12쪽
7 6화 이글아이 24.08.02 70 0 13쪽
6 5화 목격자 24.08.02 71 0 11쪽
5 4화 배팅볼 24.08.01 9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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