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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냐
작품등록일 :
2024.07.3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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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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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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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물밑 작업

DUMMY


스파이더스와 워리어스의 2차전이 끝난 밤.


첫 경기, 세이브.


두 번째 경기, 홀드.


세 번째 경기는 당연히 기대가 될 수밖에 없다.


고척에서 세 번째 경기를 맞이하는 감독, 김근성은 화가 많이 났다.


"구단주 불러."


"감독님, 프런트와의 마찰은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제 겨우 후반기 두 게임 했습니다. 여기서 또 마찰 일어나면 진짜 불명옙니다."


지금까지 구단에 대한 김근성의 요구는 하나였다.


'전권.'


선수단 구성부터 1군 2군 운영, 선수 기용과 육성까지 모두 자신의 손 안에서 놀아야만 했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기 위해서.


"이건 약속하고 다르다고."


이제 고령이 된 김근성 감독이지만 그의 근성은 10대의 자신 못지않았다. 아니, 그 어느 때보다 더 충만했다.


"투수코치!"


감독에게 감언이설로 알랑방구를 뀌던 코치가 얼어붙었다. 오랫동안 감독님을 모셔왔지만 저 반응은 언제나 거대한 방향 전환을 일으켰다.


"알고 있는 것 다 말해."


"제가, 뭘 안다고 그러십니까.. 하하..."


뒷머리를 긁으며 퇴로를 물색하던 투수코치. 그의 두뇌가 돌아가는 소리를 전부 듣고 있던 노장이 용단을 내렸다.


"그럼 그 아이 불러."


"누구..."


"이민재. 이민재 불러와."




스파이더스와 워리어스의 2차전이 끝난 밤.


다윗과 골리앗의 2차전은 이제 막 플레이볼을 외쳤다.


"오늘, 아니 12시 지났으니까 어제죠? 하루 동안 넥시엔슨 본사 주식이 17.2% 빠졌고요."


비상대책 TF팀 팀장으로 선출된 김부장이 자료를 넘겼다.


"우리 회사랑 광고 계약했던 업체 2곳에서 위약금을 물더라도 취소하겠다고 통보해 왔습니다."


"신문은 내일 나와봐야 알 것 같지만 방송 3사 메인 뉴스 시간대를 분석한 결과 전부 회사와 회장님 관련 네거티브가 세게 들어갔습니다. 신문도 일면을 장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협회나 구단들은 소식 없었나?"


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던 최회장이 안경을 벗었다.


"예. 한 곳도 회신조차 없습니다."


언론 지형과 업계마저 불리하게 돌아간다면...


"후..."


깊은숨을 내쉰 최회장에게 많은 생각이 스쳤다.


'갑자기 졸부가 됐다고 욕도 많이 먹었지. 내 게임이 초등학생 아이들 망친다고 고소도 받아봤고. 정작 고소한 사람들은 자식이 없었지만.'


구단을 설립할 때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반대하던 워리어스 영감이 먼저 사과할 줄은 몰랐네.'


발표회 때 받았던 사과를 곱씹으며 고민에 빠졌다.


'협회를 움직일 만한 카드는 이것뿐이겠지. 하지만 이 카드를 던지면 수현이가 한 고생은 물거품이다.'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한국에만 배포하기로 한 '플레이볼'의 소프트웨어. 그걸 인질로 삼는다면 판을 흔들 수 있을까.


회의를 하다 말고 통화를 하러 나간 수현이 한참만에 돌아왔다.


"아빠, 전화."


[민재]


다행히 하트 표시나 '내꺼' 같은 이름이 아니라 안도하며 전화를 받았다.


"어, 그래 민재야."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최회장은 몹시 당황했다.


"최사장. 아니, 최회장님. 잘 지냈는가?"


워리어스 감독 김근성. 그의 목소리다.


"아, 감독님이십니까?"


최회장이 기억하는 김근성 감독은 우연한 인연으로 알게 된 사이지만 지방으로 원정을 오면 일부러 들러 만두를 포장해 갈 만큼 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깨끗한 신권으로 팁을 쥐어주고 어깨를 두드려줬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이민재랑 무슨 사이인가?"


민재가 워리어스에 입단한 것은 알고 있다. 수현과 협력 관계인 스티브 권의 눈에 띄어 배팅볼 투수로 한 달, 후반기에 정식 선수로 입단, 이틀 동안 150 후반의 패스트볼을 앞세워 세이브와 홀드를 차례로 올리고 주가를 올리는 기대주.


워리어스 구단 내부에서도 핵심 관계자만이 알 수 있는 내용도 당연히 알고 있다.


평소에는 무뚝뚝한 딸이 민재 이야기만 하면 주절주절 많이 많아지는 것을 간파하고 낚시를 던지면 그 바쁜 녀석이 하루에도 몇 시간을 민재 이야기만 해대니까.


"제 사위입니다."


눈이 동그래지는 수현을 보고 웃으며 통화를 이어갔다.


"뭐?"


잠깐 뜸을 들이고,


"그래. 최회장 다운 대답이야."


허허, 웃은 김근성 감독이 옛날이야기를 꺼냈다.


"자네가 해준 만두 참 맛있었는데."


"그 만두, 드시겠습니까?"


"언제?"


"야식도 괜찮으십니까?"


"가끔은."


갑작스러운 만남이 성사되었다.



새벽 2시.


회장이 되고 처음 만두소를 만든 최회장이 능숙하게 만두피를 어루만졌다.


가끔은 아직도 장사하는 꿈을 꾼다. 아니, 회장이 된 꿈에서 깨어나는 것 같다.


회장이 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양복보다 앞치마가 편하다.


"나랑 수현이랑 기자님만 같이 가시죠."


직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김근성 감독이 머무는 호텔로 향했다.


"올라와."


방으로 부른 김감독이 문을 열자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공손하게 앉아있는 민재가 보였다.


"민재?"


눈치와 상황판단이 좋은 수현이지만 이번만큼은 참지 못했다. 불쑥 뛰어들어간 수현. 책상 아래로 손을 흔든 민재를 보고서야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아, 죄송합니다."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수현에게 빙긋 웃은 김감독이 자리를 가리켰다.


"남자친구 만나면 반가울 수 있지. 괜찮아. 자네는 사위를 잘못 골랐어. 야구 관련된 사람들은 다 꽝이야. 알아? 주말부부 하면 손주 볼 생각 접어."


고도의 자학개그에 웃음을 참느라 고역을 치른 최회장.


이 그림이 너무 신기해 카메라가 없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한 대기자.


"이쪽도 아는 얼굴이구만."


90도로 깍듯하게 인사한 대기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김감독이 인사를 건넸다.


"옛날에 써준 칼럼 잘 읽었는데 인사를 미처 못했네."


자리에 앉아 상자를 열자 찜기가 드러났다. 찜기를 열자 물에 부드럽게 퍼지는 에스프레소처럼 새하얀 증기가 방에 퍼졌다.


"최사장 솜씨는 여전하구먼. 어떻게 이 시간에 이런 걸 다 해왔어."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지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더니 뒤늦게 손을 내밀었다.


"다들 따뜻할 때 하나씩 들어."


새벽 3시.


만두를 먹으며 가볍게 담소를 나누고 나니 밤이 깊었다.


"그럼 이제 늙은이가 먹은 값을 해야겠지."


김감독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자네들 옆구리 피처. 그 아이 문제 있지?"


이양태 말인가.


"예 감독님."


눈을 감고 답을 기다린 김감독이 자문자답했다.


"내가 맞혀볼까? '야오쵸.' 맞지?"


김감독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자네가 곤란해하는 이유도 맞춰볼까?"


노인의 눈이 번뜩였다.


"우리 팀 버러지들이 주모자이기 때문이겠지."




막 해가 뜬 이른 시간, 우리나라보다 해가 30분 일찍 뜨는 나라, 일본을 향해 전파가 바다를 건넜다.


"아~ 세이코 상! 어쩐 일이십니까!"


일본 최대 신문사, '열도의 시간'. 이곳의 영향력은 일본 내수용이 아니다.


해외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는 아시아 언론 중 하나. 그곳의 사장인 카이바가 두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아아, 걱정 마십시오. 한국 언론과 관계가 좋은 곳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안되면 뭐, 저희한테 자료만 넘겨주시면 특집으로 일면에 실어드리겠습니다. 하잇!"


김근성 감독의 호텔 방에서 밤을 꼬박 새운 일행이 쓴웃음을 지었다.


전화를 마치고 경기를 위해 잠깐 눈을 붙이러 들어간 김근성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는 초조함에 발을 동동 굴렀다.


'이게 맞는 선택인가.'


지금은 야구계의 문제다. 국내의 문제다. 이 사건이 일본 언론을 타는 순간 국제전으로 번진다.


하지만 적들의 대응 전략은 야구판을 넘어섰다. 기업의 주가를 폭락시키고 광고를 해지하고 모든 언론을 함구하게 만들 수 있는 영향력이 있는 존재는 누구일까.


판을 키울수록 받는 타격 역시 커진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최회장은 머리를 싸맸다.


"회장님."


대기자의 음성에 정신을 차린 최회장이 대기자를 바라봤다.


"이 장면 나중에 기사로 써도 됩니까?"


대기자의 말을 듣고 거실의 통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소파에 앉아서 같이 졸고 있는 민재와 수현이 보였다.


"어릴 때 사진도 보여 드릴까요?"


최회장의 눈에는 부모님을 한 날에 잃어버리고 찾아와 펑펑 울다 같이 잠들었던 두 아이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잠잠하던 언론은 일제히 특종 딱지를 붙이고 떠들기 시작했다.


-속보입니다. 프로야구 창원 크로커다일즈 투수 한 명이 조직적인 승부조작을 자수하고 공범과 증거물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모자로 지목된 선수는 지방 구단의 MVP 출신 타자로, 팀 내 고액 FA 계약자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형성해 여러 구단에 가담자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기는 지금 프로야구 선수 청모씨의 자택 앞입니다. 청씨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성명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대로 속보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야, 태오야, 인나 봐라. 우리 다 조졌다. 우야노."


늦게까지 마시고 잠든 청태오는 아침잠이 많은 유형.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고 할 정도로 잠이 많다. 물론 130kg 넘게 나가는 거구를 업어가는게 보통 일은 아니겠지만.


"야! 디비 잘 때가 아이다. 박실장님 전화 오셨다! 태오야!"


박실장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청태오가 전화를 찾았다.


"진짜 안 되겠네? 부산 표 좀 끌어오려고 했더니."




최회장에게 전화가 들어왔다.


[아버지]


"예, 총재님."


"너 미쳤어?"


총재의 고함소리가 휴대폰을 뚫고 나왔다.


"네 짓이지. 무슨 짓을 한 거야, 이게 어디까지 뿌리내렸는지 알기나 해?"


"제가 한 거라곤 저희 팀 선수가 승부조작한 걸 감지하고 자수를 받은 것뿐입니다. 매뉴얼대로 협회에 보고했고요."


총재의 목소리는 잘게 떨렸다.


"이건 징계 같은 걸로 끝날 사한이 아냐. 한국 야구가 없어질 수도 있어! 넌 지금 벌집을 건드린 거야. 이래선 안 됐어. 나도 다 주시하고 있다. 불법 도박 업체랑 폭력 조직까지 연결된 사한이야. 당장 손 떼. 나는 한국 야구를 지켜야겠으니."




'열도의 시간'이 흘린 떡밥을 문 것은 중급 언론들. 메이저 언론사 중에서도 최상위 언론들은 감감무소식이다.


"아직까지 메이저 언론사는 컨트롤 하에 있습니다. 어떤 놈이 소스를 흘렸길래 겁대가리 없이 떠드는지는 몰라도 제가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여의도의 아침을 맞이한 남자가 뒷짐을 지고 하늘을 바라봤다.


검은 양복을 입은 직원이 90도로 고개를 숙이고 방을 빠져나왔다.




"안녕하십니까 JMSBC 아침 뉴스입니다. 오늘 새벽 다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음모론에 대해 팩트체크 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전문가 세 분을 모시고 사실인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한쪽으로 편향된 인사. 팩트체크를 하는 것인지 변호사를 선임한 것인지 모를 정도다.


"이건 과학 시대에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저도 위원님의 말씀이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 순위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인데 사익을 위해 경기를 고의로 망친다? 이것은 팬들에 대한 기만이자 모욕이죠."


"만약 이게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면 소문의 근원을 찾아 아주 강력하게 대응을 해야 합니다. 지금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선수들을 대표해서 명예훼손 소송을 해야 한다면 제가 대표 발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잔뜩 흥분해서 독을 토해내는 살모사들을 보며 노인의 눈에 슬픔이 서렸다.


'내 조국이 어쩌다 이 모양이 되었나.'


"김매니저, 오늘 경기 전에 구단주 불러서 일정 잡아. 기자회견도 잡고."


김근성의 눈에 전에 없던 거대한 근성이 넘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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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개화 24.08.13 2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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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화 야성 24.08.09 28 0 13쪽
18 17화 균형 24.08.08 32 0 13쪽
17 16화 마무리 24.08.07 41 0 12쪽
16 15화 김나박이 24.08.07 41 0 12쪽
15 14화 리더 24.08.06 37 0 13쪽
» 13화 물밑 작업 24.08.06 43 0 12쪽
13 12화 카르텔 24.08.05 50 0 12쪽
12 11화 진실 24.08.05 5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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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승부조작(1) 24.08.04 5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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