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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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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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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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DUMMY

로건의 치료가 아니었다면 베스는 용병을 포기했을 것이다.

회복제와 스태프에 달린 힐링 마법이 아니었다면 겨울을 넘기지 못했을 정도.

상처가 회복되고 악화하기를 반복했는데, 알고 보니 속으로 골병이 들어 있었다.

군터, 베스, 핸서는 본래 한 마을 사람.

용병 생활까지 함께해서 서로 가족이나 다름없다.

로건은 빙긋 웃었다.

“보너스? 팍팍 줘야지. 싸울 일도 없을 거 아냐.”

처음 계약할 때는 비싼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백 배를 주어도 아깝지 않다.

베스는 매일 맛있는 요리를 해주고.

핸서는 세상의 지식을 알려주고.

이 두 사람이 마을에서 벌어지는 온갖 귀찮은 일을 막아주지 않았더라면 엄청난 시간을 낭비했을 것이다.

그리고 군터는······ 무슨 말이 필요한가.

평생에 보탬이 되는 가르침을 내려주었는데.

“당연히 받은 만큼 보상해야지. 시원하게 해주고······.”

그는 수련 과정을 적은 종이 뭉치를 빼고.

이번에는 패시브를 연구한 내용을 살펴보았다.


하이 엘프 드레인의 무병장수.


“글자 그대로라면 병에 안 걸리고 오래 산다는 뜻인데? 이건 넘어가자. 적용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다음이 중요하다.


하이 엘프 에반드리의 배리어


배리어.

게임에서는 외부의 공격을 막는 일종의 실드 마법.

배리어는 패시브라서 자동으로 생성되고.

받은 충격만큼의 마나를 소모한다.

로건은 군터와 대련할 때 배리어가 몇 번 발동하는 걸 느꼈다.

스스로 배리어 발동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단 만들어지면 그때부터는 어느 정도 조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대마법사 레굴의 무스펠과 삼중 영창······. 이건 패스.”

언젠가는 한 번에 마법 3개를 쓸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정신 방벽은 뭐 뻔하고······. 패시브는 그냥 잊고 사는 게 좋겠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똑똑.

“누구세요?”

로건은 탁자 위에 늘어놓은 종이 뭉치를 아공간에 다시 넣었다.

“저 핸서요.”

“들어와. 어? 그건 뭐야?”

핸서는 종이봉투 1개와 주머니 1개를 들고 있었다.

그는 종이봉투를 먼저 들었다.

“이 봉투, 뱅가드 상단에서 주고 가던데요. 로건님께 드리라고요.”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회복제를 판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역시 뱅가드야.’

회복제의 소문을 듣고 찾아왔겠지.

물고기가 낚시를 물었다.

“이리 줘.”

“그리고 이 주머니는······.”

“잠시만. 봉투부터 확인하고.”

로건은 재빨리 봉투 속을 뒤져서 편지를 꺼내어 읽었다.

‘역시!’

뱅가드 상단의 정중한 초대장.

상인 루크가 직접 썼다.

회복제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고.

최고의 대우를 약속하겠다고.

로건은 편지를 다 읽고 봉투 속의 내용물을 꺼내었다.

‘5천 골드짜리 마법 수표? 이 동네는 접대비를 이런 식으로 주는구나?’

그것만인가?

상단 이름으로 고급 여관도 잡아 놓았다.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쉬고 싶은 만큼 쉬라고 한다.

‘이 집 장사 잘하네.’

로건은 편지와 수표를 챙기고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 주머니는 뭐야? 혹시 다른 상단에서 보낸 거야?”

핸서는 고개를 저었다.

“빵이 든 주머니에요. 제이시가 드리래요.”

로건은 콧등을 찡그렸다.

“너 먹어라.”

핸서는 어색하게 웃었다.

“지금 집 목책 바깥에서 감시하고 있어요. 이 빵, 로건님 방에 꼭 두고 나오라고요.”

‘하······. 환장하겠네.’

귀찮아 죽겠다.

제이시만이 아니다.

몇 집 걸러 한 명씩은 이 모양.

처음에는 마법사라고 두려워하더니 이제는 무슨 부탁이 그렇게 많은지.

“뭔데? 또 무슨 부탁인데?”

“어머니가 아이를 낳는데 안 아프게 해달라고요. 그리고 잘 낳게 해달라고요.”

로건의 얼굴이 붉어졌다.

혈압이 쭉쭉 오른다.

“내가 신이야?”

“마법사시죠.”

핸서가 봐도 무리한 부탁이었다.

“빵 돌려주고 쫓아버려. 집이 불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가라고 해.”

“정말 그렇게 전해요?”

로건은 정색했다.

“진심이다.”

오냐오냐하니까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았다.

어디서 문제가 생겼을까?

딱히 봐준 것도 없는데 슬슬 기어오른다.

그들이 선물한 맥주 몇 잔, 빵 하나, 육포 쪼가리, 촛불이나 등잔 기름 등등.

뭐 이런 것들이 뻔뻔함을 낳았나 보다.

베스를 시켜 그 비슷한 것으로 보상했는데도.

로건은 그동안 일절 마법을 써주지 않았다.

그들의 이상한 부탁은 마법으로 해결할 수 없을뿐더러, 한번 들어주면 와르르 몰려들게 분명하니까.

“핸서.”

핸서는 빵 주머니를 들고 나가다가 뒤를 돌았다.

“예.”

“너희 파티에서 필요한 게 뭐지? 의논해서 내일까지 얘기해줘. 어지간하면 해줄게.”

핸서의 표정이 환해졌다.

“로건님!”

드디어.

드디어 로건이 추가 보상을 주려는 모양이다.

베스의 목숨을 구해 주었기에 더 바라면 욕심이다.

군터와 베스도 기대하지 말라고 했고.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 어디 그런가. 자꾸만 마음 한편에서 기대감이 생겼다.

‘봐! 내 말이 맞지! 로건님이라면 주실 줄 알았다니까!’

로건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그리고 제이시는······”

“아! 엄청나게 불안해해요.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뭐? 당장?”

“네.”

로건은 서둘러 커피 원액이 든 커다란 유리병을 꺼내고.

그릇에 150㎖ 정도를 따른 뒤 물을 섞어서 한 대접을 만들었다.

로건은 탁자 위에 놓인 그릇을 앞으로 밀었다.

“이거 제이시에게 줘라.”

커피는 임산부에게 해로울까?

카페인이 들었으니까 좋기야 하겠나.

그러나 회복제의 주재료는 커피이니까 어쩔 수 없다.

죽을지도 모른다니, 죽는 것보다야 낫겠지.

“어머니에게 1시간에 한 번씩 3번에 걸쳐서 나누어 마시라고 해. 도움이 될 거야.”

“그렇게 전할게요.”

“빵은 놓고 나가. 그리고.”

로건은 눈을 치켜떴다.

“한 번만 더 부탁하면 개구리로 만들어 준다고 해.”

“예.”

핸서는 그릇을 들고 재빨리 나갔다.


로건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쳤다.

“후, 마법사 약발도 다 됐어. 마을을 떠야 해. 아니, 곧 봄이잖아. 그냥 갈라실을 떠야지.”

겨우내 이 근처에만 있었으니 답답할 만했다.

갇혀 있는 기분도 들었고.

그의 1차 목적지는 왕국 최북부에 있는 ‘오린 영지’.

에반 레스터의 은신처다.

안전할 때마다 슬금슬금 북부로 이동하면 거리도 줄고 답답함도 덜할 것이다.

“어차피 옮길 거, 마을은 바로 뜨자구. 상단에서 여관도 잡아줬으니까.”

로건이 방 바깥으로 나오자 군터, 베스, 핸서는 한창 의논하고 있었다.

파티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로건은 식탁이 있는 작은 방으로 가서 헛기침을 했다.

“험험.”

군터가 일어나서 그를 맞이했다.

“아, 로건님. 무슨 볼일이 계세요? 외출하시려고요?”

“음. 전 이제 마을에 안 살 거예요. 지금 바로 영주 성으로 떠나려고요.”

“그 말씀은······.”

베스와 핸서도 일어났다.

로건은 빙긋 웃었다.

“어차피 며칠 안 남았으니까 경호는 여기까지만 하기로 해요. 다들 수고 많았어요.”

“아······.”

“······.”

알게 모르게 정이 많이 들었는데.

세 사람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전 당분간 여관에서 지내려고요. 핸서, 달빛이란 고급 여관 알아?”

“네.”

“그래. 난 달빛에 있을 거야. 군터씨, 필요한 거 의논한 후 내일 오전 중으로 오시면 돼요. 여기 집기들은 알아서 정리해주시고요. 그리고 핸서?”

“예.”

“촌장에게 가서 나 이제 안 온다고 해. 돈은 미리 줬으니까 볼일도 없어.”

“알겠습니다.”

“그럼 모두 내일 봐요.”

로건은 여러 아이템 중 실버 뱅글은 항상 차고 다닌다.

그는 염력으로 집의 지붕에 올라선 후, 시야를 멀리하면서 뱅글의 마법을 시전했다.

그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핸서는 깜짝 놀랐다.

“와! 로건님 마법 처음 봐요. 베스형, 굉장하죠?”

“······.”

베스는 말도 못 하고 여전히 지붕을 쳐다보고 있었다.

용병 일을 하면서 몇몇 마법사들이 펼치는 파이어 볼이나 마법 화살을 보긴 했다.

그것만 해도 몬스터를 쓸어버릴 정도인데, 로건의 마법은 그와는 또 다르게 신비로웠다.

그때 문 앞에 나타난 남자가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기, 계십니까?”

세 사람은 일제히 그를 쳐다보았다.

마법 상점 주인은 서둘러 들어와 말했다.

“로건님을 뵈러 찾아왔습니다. 혹시 안에 계십니까?”

핸서가 말했다.

“방금 영지 성으로 떠나셨어요.”

“예? 오는 길에 못 보았는데요?”

“마법사시잖아요.”

“아.”

상인은 울상이 되었다.

락 마법과 언락 마법.

로건에게 구해 주겠다고 했는데 아직 손에 못 넣었다.

‘내가 가장 먼저 예약을 걸었는데 왜 마법서가 안 오는 거야.’

이렇게 시간만 끌다가는 불문율을 어긴 것을 들키고 만다.

상인은 로건의 동정을 살피러 온 것이었다.

군터가 말했다.

“무슨 일입니까? 제가 대신 말씀 전해드리죠.”

“아니요, 제가 직접 말씀드릴게요. 로건님이 어디로 가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군터는 정색했다.

“그렇게 말하면 절대 말 못 하오. 용건이 뭐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돌아가겠습니다.”

상인의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불길해. 그냥 갈라실을 뜨자.’


* * *


영주 성으로 온 로건.

그는 고급 여관 ‘달빛’에 들러 자신의 방을 잡았다.

그리고 바로 뱅가드 상단에 들렀다.


상단 2층의 조용한 방.

로건과 상인 루크는 마주 앉아서 대화를 시작했다.

“초대장 고마워요. 잘 받았어요.”

“불쾌하지 않으셨다니 오히려 저희가 감사하지요.”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회복제가 시중에 나온 지 얼마 만에 알았어요?”

루크는 정중한 어조로 말했다.

“하루 만에 알았습니다.”

“그렇군요.”

실은 3시간도 안 걸렸다.

뱅가드 상단은 성의 상점들이 어떤 물건을 파는지 환하게 알고 있다.

새로운 상품.

그것도 마법 물품이 나왔으니, 뱅가드로서는 3시간도 빠른 건 아니었다.

그렇게 회복제를 발견한 순간.

상단은 그 즉시 정보를 차단했다.

그 후 회복제를 은밀히 입수하여 가치를 확인하고.

판매자를 찾은 뒤 로건을 초대한 것이다.

로건은 마법사라서 건드리지 못하지만, 마법 상점 주인의 일거수일투족은 이미 뱅가드의 손아귀에 있었다.

루크는 가볍게 헛기침을 한 뒤 말했다.

“로건님께서 마법사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얘기를 안 했는데 어떻게 알겠어요. 영주 성에서 표시를 내고 다닌 것도 아니고요.”

루크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무튼 실례가 많았습니다. 예전에 금화를 샀을 때 저지른 실수도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됐어요. 회복제 얘기나 하죠.”

“알겠습니다.”

로건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가 의아함을 느꼈다.

루크가 ‘마법사와의 불문율에 의해서’란 말을 해서다.

그리고 판매액 8할은 보장된 액수이지만, 독점으로 계약하면 그 이상 주겠다고도 한다.

‘마법사와의 불문율? 고정은 8할?’

로건은 곧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불문율이란 무조건이란 뜻이다. 판매대금의 8할은 무조건 내 거란 말이지. ······흐음, 그랬군. 마법사는 원래 상인하고 흥정을 안 해도 되는 거였어. 이거 멋지네!’

로건은 부드럽게 말했다.

“뱅가드 상단은 회복제의 판매가를 얼마로 보세요?”

“1천 골드지요.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1천 골드 밑으로는 안 떨어질 물건입니다.”

“그럼 개당 800골드는 고정이군요.”

“그렇습니다. 어디에서 파셔도 800골드는 받지요.”

“독점 계약을 하면 800에서 더 주고요?”

“예.”

‘독점은 당연히 그래야지.’

로건은 미소 지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뒷골이 뻐근해졌다.

그러고 보니 마법 상점 주인은 개당 500골드로 계산해주지 않았던가.

불문율을 어기고 돈을 떼어먹은 것이다.

‘이 자식이······ 사기를 쳐?’

퐁퐁이 형으로 몇 년을 살았나.

로건이 가장 싫어하는 게 기만당하는 것이다.

빠드득.

루크는 로건이 갑자기 이를 갈자 서둘러 말했다.

“물론 회복제는 1천 골드 이상 받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판매가를 더 높게 책정해야지요.”

“마법사와의 불문율을 어긴 상인은 어떻게 될까요?”

루크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로건님. 뱅가드 상단의 신용은 루덴 왕국 제일입니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몇 년 전에 불문율을 어긴 상인을 봤는데 멀쩡하게 돌아다니더라고요?”

“그럴 리가요? 불문율을 어기면 죽음뿐입니다. 영주도, 그 어떤 귀족도 간섭하지 못하잖아요? 잘못 보신 거 아닙니까?”

로건은 빙긋 웃었다.

“그러게요. 제가 잘못 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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