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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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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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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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0화

DUMMY

루크는 목에 힘을 주고 말했다.

“회복제를 저희에게 팔아주십시오.”

“파는 거야 파는데 많지는 않아요. 매월 2백 개 정도?”

“2백 개라. 로건님, 혹시 다른 마법사님은 이 회복제를 만들 수 있습니까? 로건님의 학파 분들 말입니다.”

“······그분들도 모아두셨을 거예요. 그분들 것까지 제가 다 팔아드리죠.”

루크의 얼굴이 환해졌다.

“일단 매월 2백 개는······ 판매가를 1,000골드로 잡고 8.2할은 어떠신지요?”

로건은 어깨를 으쓱했다.

“나쁘지 않네요.”

“회복제 전량을 독점 계약해주시면 8.5할을 드리고, 최대한 로건님의 편의를 돕겠습니다.”

“편의요?”

“상단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요.”

“그럼 마법서를 구해줄 수 있어요?”

“마법서요?”

“네.”

‘그럴 줄 알았다!’

루크는 속내를 감추고서 고민하는 척했다.

그는 로건이 마법서를 원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마법 상점 주인이 락 마법, 언락 마법을 구하겠다고 곳곳을 쑤시고 다녔으니까.

루크는 결심한 듯 힘차게 말했다.

“독점만 해주신다면 해보겠습니다.”


로건은 속으로 웃었다.

‘되게 쉽게 말하네? 역시 마법서도 취급하나 보군. 하긴, 복사만 하면 돈이 쏟아지는데 왜 안 하겠어?’

“특별히 원하는 마법서라도 있으신지요?”

“어떤 마법서라도 좋아요. 하지만 내용은 확실해야 해요. 부실한 마법서들은 안 됩니다.”

“물론이지요. 로건님, 그러면 마법서의 대금은 어찌합니까? 회복제에서 제할까요? 아니면 따로 주시겠습니까?”

“독점하면 8.5할, 850골드 주신다고 했죠? 저는 하나당 600골드만 받죠. 나머지 250골드로 마법서 값을 내는 거예요. 물론 돈이 모자라면 더 드리고요.”

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가닥을 잡고 진행해 볼까요?”

“그러죠. 지금 바로 계약해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저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일이라.”

“그래요.”

잠시 뒤.

루크는 상인 몇 명과 함께 들어왔고, 빠르게 계약이 성사되었다.


[독점 계약 기간은 3년.

로건은 학파는 뱅가드 상단에게만 회복제를 팔 수 있다.

단, 1년에 5백 개까지 자유 판매를 허용한다.

회복제의 가격은 1개당 850 골드.

600골드는 즉시 지급, 250골드는 마법서의 대금으로 뱅가드 상단이 관리한다.


로건은 1년에 회복제 2,400개 이상을 제공한다.

뱅가드 상단은 1년마다 마법서 12권 이상을 제공한다.

위 내용을 어길 시, 10만 골드의 위약금을 내야 한다.

계약 내용은 상호 간의 합의에 따라 언제든 변경될 수 있다.]


로건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상단을 나왔다.

‘일단은 이만하면 됐어.’

1년에 회복제 2,400개.

속된 말로 껌이다.

자동 수량 회복이 되는 1kg 원두 가루 주머니를 2개 가지고 있다.

원두 가루 1kg에서 커피 100잔이 나온다.

2kg이면 200잔.

즉 하루에 회복제 200개를 만들 수 있으니, 12일이면 2,400개를 다 만드는 것이었다.


* * *


로건은 달빛 여관으로 돌아왔다.

방에 돌아온 로건.

그는 아공간에서 마법 주머니 2개를 꺼내어서 살펴보았다.

회복제를 관리할 때 필요하다니까, 5천 골드짜리를 2천 골드에 팔아주었다.

하급품으로 마차 1대 분량.

그러나 부담 없이 쓰기에는 좋다.

로건은 종이를 펼치고 오늘 한 일을 메모했다.

그리고 다음 할 일을 적었다.


[마법 상점 상인]


그렇게 적고 펜으로 종이를 톡톡 찍었다.

그러다가 여관의 종업원이 목욕물을 가지고 올라오기에 ‘마법사의 불문율’을 아냐고 슬쩍 물어보았다.

안다.

그것도 완벽하게.

워낙 유명한 얘기여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단다.

로건은 종업원에게 1골드를 팁으로 주어 내보내고, 인상을 썼다.

“이놈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

로건은 창문을 활짝 열고 화를 가라앉히려고 애썼다.

‘마법서를 주겠다고? 그 말을 어떻게 믿어? 뜨거운 맛을 보여주지.’

로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뱅가드와 독점 계약했으니까 마법 상점 상인은 이제 회복제를 못 받는다.

돈에 눈이 먼 사기꾼.

회복제를 제공한 사람이 자신이란 걸 떠벌리고 다닐 가능성이 크다.

정보를 팔아먹지 않을까 싶었다.

‘뱅가드가 정보를 통제하고 있겠지만 한계는 있을 거야. 나한테 사기까지 치고, 그렇다면 답은 나왔네?’

로건은 순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상인을 죽이겠다고 결심한 순간 가슴에 섬뜩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죄책감? 마음에 부담?

아니다.

자신의 사고방식이 낯설어서다.

‘군터에게 질리도록 들었잖아. 만만하게 보이면 바로 물어뜯겨 죽는 거야. 용서는······ 없어.’

일단 마법 상점을 몽땅 털어서 알거지로 만들어야겠다.

다리 몽둥이도 부러뜨리고.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리면 죽는 거야. 일단 가자. 가서 보면 답이 나오겠지.’


로건은 출발 준비를 했다.

뱅글은 이미 팔목에 차고 있기에, 머리에 고깔모자를 쓰고 한쪽 창문을 슬그머니 열었다.

하이드 마법.

그는 모자에 마나를 불어넣어 모습과 기척을 감추었다.

이제 20분 동안 누구도 찾지 못하리라.

로건은 염력으로 몸을 띄워 창문을 빠져나왔다. 빠르게 지붕 위까지 이동했다.

시야를 멀리해서 마법 상점의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했다.

그 후 실버 뱅글에 마나를 불어 넣어 순식간에 사라졌다.

‘잘 왔어.’

로건은 마법 상점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으로 단번에 이동했다.

지붕 두 개만 건너면 마법 상점이었다.

‘······!’

그는 염력으로 지붕을 건너뛰어 마법 상점으로 가려다가 움찔했다.

마법 상점 창문에서 검은 그림자가 튀어나와 눈 깜짝할 사이에 골목 사이로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1분도 되지 않아 마법 상점에서 불길이 피어났다.

‘뭐야?’

로건은 염력으로 지붕 하나를 더 건너서 마법 상점 창문 앞에 내려섰다.

안을 보니 상점 주인은 심장 어림에 단검이 꽂힌 채 미약한 숨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더니 금방 숨을 멈추고 죽어버렸다.

‘하.’

로건은 지붕으로 올라간 후 시야를 멀리하여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달빛 여관으로 돌아와서 창문을 타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

여전히 모습을 감추고 있는 로건.

그는 잠시 창밖 주변을 둘러보고는 조용히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침대에 앉아 고깔모자를 벗었다.

은신했던 모습이 드러났는데, 그의 표정은 긴장, 놀람보다는 호기심이 더 짙었다.

‘뱅가드 상단이 손을 썼나 보군.’

정보를 통제하려고 입을 막은 모양이다.

그런데 상의도 없이?

이것은 자신에 대한 은근한 압력 같기도 했다.

너도 이렇게 될 수 있으니 입조심 하라는.

로건은 쓴웃음을 지었다.

마법 상인이 그렇게 죽으니 어째 우습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다.

그리고 점점 성이 났다.

‘압력? 흥, 할 테면 해보라지.’

물론 뱅가드가 그 정도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다.

갑이 비협조적이면 을은 괴롭기 짝이 없으니까.

더구나 갑은 마법사.

을이 아무리 힘이 있어도 갑이 마법사라면 서로의 위치가 바뀌기는 몹시 어렵다.

마법사는 그런 존재니까.

뱅가드의 정보력이 대단해서 설령 로건 레스터의 정체가 다 드러난대도 문제없었다.

홀몸이어서 걸릴 곳이 없다.

최악의 상황이라면 그냥 훌쩍 떠나면 그만이다.

‘설마 나를 조종하겠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

에반과 약속을 했으니 1년까지는 참겠지.

그 이후로는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로건은 한숨을 쉬었다.

‘결과적으론 좋은데······ 나를 대신해 뱅가드가 손을 써주었으니까. 그런데 기분이 나빠.’

로건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노크 소리를 들었다.

“······?”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불쑥 짜증이 치밀었다.

로건은 다시 한번 노크 소리가 울리자 염력으로 문을 확 열어버렸다.

콰앙!

문 앞의 남자는 크게 몸을 움찔했다가 침대에 앉아 있는 로건과 눈이 마주쳤다.

“누구냐?”

그는 얼른 허리를 숙였다.

“뱅가드 상단의 하인······ 컥!”

남자는 로건의 염력에 목이 콱 잡혔다.

“컥, 컥컥!”

남자는 허공에 들린 채로 로건의 앞으로 질질 끌려왔다.

“커헉······.”

남자는 허우적거리다가 땅에 털썩 떨어졌다.

로건은 일어나서 차갑게 말했다.

“뱅가드? 이 늦은 밤에 무슨 일이지?”

30대 후반의 남자는 얼른 일어나더니 허리춤에서 편지를 꺼내었다.

“지부장님의 편지입니다.”

상점 주인을 죽이자마자 편지를 보내다니.

그것도 이 야심한 시간에?

로건은 편지를 받아들며 하인을 노려보았다.

“지부장? 지부장이 뭔데? 지금 협박하는 거야?”

남자는 이마에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쫘악.

로건은 편지를 그대로 찢어 버렸다.

“지부장에게 전해라. 계약은 파기야. 하루 준다. 뱅가드가 잘못했으니까 위약금 가져와.”

“와악!”

남자는 뒤로 쭉 미끄러지며 문 바깥까지 튕기듯 나가떨어졌다.

콰앙.

문은 거세게 닫혔다.

로건은 코웃음을 쳤다.

‘3대 상단? 어쩌라고. 귀족 가문들의 후원을 받아도 상단은 상단일 뿐. 호랑이가 없으니 여우가 왕 노릇을 하네. 제멋대로 저지르고 제멋대로 통보하고.’

내가 그렇게 만만하게 보였구나.

좋은 게 좋다고 웃으면서 대했더니 여기도 머리 위에서 놀려고 한다.

“짜증 나게.”


로건은 창문을 활짝 열고 탁자에 앉아서 커피 원액을 꺼냈다.

찻잔을 꺼내어 원액을 조금 부었다.

그리고 벽난로 옆의 작은 화덕.

그 위에서 끓고 있는 물 주전자를 가져와 찻잔에 물을 부었다.

아메리카노를 만든 것이다.

로건은 지도 한 장을 꺼내어 훑으면서 커피를 홀짝였다.

그러다가 지도 위의 몇 곳을 짚어보았다.

“갈라실은 사람이 많아서 수련하기에 부적합해. 어디로 갈까······.”

로건은 지도를 살펴보며 몇 곳을 낙점했다.

군터가 작성한 지도에는 갈라실을 포함한 루덴 왕국 동북부가 그려져 있었다.

용병으로 살면서 루덴 왕국 곳곳을 다녔으니 간략한 지도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

특히 군터 일행은 북부만 줄기차게 돌아다니는 용병들.

지리를 파악하기는 충분했다.

“자작이나 남작령 정도? 자작령이 더 낫겠어. 사람이 너무 없어도 안전성이 떨어지거든. 여기는 좀 작고······ 여기가 좋겠군.”

톡.

로건이 짚은 곳은 멀링가 자작령.

상당히 번성했고 인구는 갈라실 영지의 절반 수준이다.

군터에게 듣기로는 몬스터 출몰이 잦지만 트롤과 오우거 같은 중형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오린 영지로 가는 길목이기도 하고, 딱 좋아.”


* * *


그날 새벽 뱅가드 상단.

쾅.

루크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지부장 앞임에도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어쩌자고 그러셨습니까? 로건은 마법삽니다! 마법사의 일에 간섭한 것도 우려스러운데 직접 찾아가서 편지까지 주다니요. 당연히 협박당했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지부장은 헛기침을 하다가 말했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초장에 버릇을 잡는다는 것이······. 그자는 성격이 부드럽지 않나. 예의까지 발라서 이해할 줄 알았건만.”

“그놈을 죽였으면 그냥 가만히 있었어야죠! 그랬다면 마법사는 기분은 나빴을지언정 넘어가 줬을 겁니다. 그런데 아랫사람 대하듯이 통보까지 해요?”

“통보가 아니네. 사정을 밝히고 양해를 구하는 내용이었어.”

“이 새벽에 불쑥 찾아가서요? 누가 그걸 믿습니까?”

“아······.”

루크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지부장이면서 왜 이렇게 판단력이 흐릴까.

하긴, 귀족 가문에서 보낸 끄나풀이 무슨 눈치가 있으려고.

제 놈도 귀족인 줄 착각하고 있다.

‘어디 병신 같은 것만 주워 배워서는······. 덜떨어진 이놈 때문에 엄청나게 날려 먹게 생겼군. 계속 지부장으로 앉혀두면 갈라실 지점은 망하고 만다. 쳐내야겠어.’

이번 거래는 뱅가드 핵심 상인들의 굉장한 관심을 받고 있다.

기사들의 전투에서는 이것 하나로 생사가 갈릴 수 있다.

이 얼마나 멋진 틈새시장인가.

회복제를 통해 각 영지의 기사들.

나아가서는 왕국 기사단, 다른 왕국 기사들까지 엮는 큰 그림을 그려놓았는데 다 된 수프를 엎어놓다니.

할 수 없이 자신이 나서서 수습해야 했다.

‘돈은 둘째 문제고 신용이 땅에 떨어졌어. 점점 더 거래량이 늘어날 텐데 이건 큰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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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화 +9 24.09.08 14,724 426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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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8화 +13 24.09.03 16,063 43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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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6화 +10 24.09.01 15,904 381 13쪽
35 35화 +5 24.08.31 16,299 38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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