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제영운
작품등록일 :
2024.07.31 09:39
최근연재일 :
2024.09.16 17:30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928,400
추천수 :
20,912
글자수 :
286,331

작성
24.08.20 00:00
조회
17,601
추천
397
글자
12쪽

22화

DUMMY

로건이 도착한 곳은 노예 시장.

그는 날카로운 눈으로 노예들을 관찰했다.

노예 상인에게 돈을 주고 제일 좋은 자리까지 차고서.

군터 일행은 떠났다.

앞으로 혼자서 움여도 되지만, 그러면 성가신 일도 자신이 해야 한다.

돈이 있는데 뭣 하러 고생한단 말인가?

용병을 써 보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그 시간에 자기 발전이나 더 하면 되는 것이다.

로건의 생각은 그랬다.

‘커피 자루 뒤집고 원액 내리는 것도 질려 버렸어.’

로건은 아침마다 그 짓을 하느라고 귀찮아 죽을 지경이다.

이놈의 원두 자루가 딱 24시간마다 채워지는지라 제 시간에 맞춰서 뒤집어야 한다.

그렇다고 대충하면 그만큼 손해.

그래서 로건에게는 믿을만한 사람이 필요했다.

‘마음 놓고 맡기려면 노예뿐이야. 무력이 뛰어난 노예도 한 명 있으면 좋고.’

많이도 필요 없다.

움직이기 불편하니까 한두 명, 많으면 3명까지.

노예 상인들은 저녁까지 꿈적도 안 하는 로건을 보면서 그의 눈이 상당히 높다는 걸 느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로건은 나흘째 노예 시장에 죽치고 앉아 있었다.

여러 노예 상인이 로건과 얘기했지만, 아무도 그의 높은 눈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로건의 요구 조건은 까다로웠다.

그는 2명 구한다.


먼저 하인.

15세 이상 20세 이하 남자.

글을 읽을 수 있을 것, 신체가 건강할 것.

요리 솜씨가 좋을 것.

눈치가 빠르고 싹싹할 것.

조건 한두 개는 쉽게 맞출 수 있지만 합쳐 놓으면 의외로 어려웠다.

여기가 맞으면 저기가 아니고, 저기가 좋으면 여기가 이상하고.


노예 상인들은 될 듯 말듯 못 구하자 안달이 났다.

로건이 조건에 맞으면 가격의 1.5배,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면 2배를 주겠다고 해서다.


두 번째는 무사.

20세 이상 35세 이하.

글을 읽을 수 있을 것.

무력이 용병 C급에 해당할 것.

활 솜씨가 좋거나 사냥꾼의 능력을 갖추고 있을 것.

입이 무거울 것.

여기는 더 어려웠다.

우습게도 가장 맞추기 어려운 조건이 ‘글’이었다.

그냥 실력이 뛰어난 사냥꾼이면 무력은 얼추 맞춘다.

그런데 구했다 하면 문맹이었다.


한 노예 상인이 열심히 눈앞의 노예를 홍보했다.

“이놈은 글을 읽을 수 있습지요. 사냥꾼이었으니 활도 쏘고 함정도 설치합니다. 무력은 좀 떨어지지만, 그래도 C급 언저리라고 할 수 있죠.”

“아웃.”

“예?”

“안 된다고. 입이 촉새처럼 가벼워서 안 되겠소. 자기가 자기 자랑을 하고. 그런 놈을 어떻게 쓰오?”

“끙.”

노예 상인은 노예를 한껏 째려보고 물러났다.

그렇게 주의하라고 하였건만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주접을 떨었나 보다. 오늘은 쫄쫄 굶겨야겠다.


* * *


로건은 달빛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뱅가드 상인 루크의 편지를 읽으며 눈을 반짝였다.

‘편의를 봐주니까 참 좋네.’

그는 진작에 루크에게 편지를 써서 도움을 요청한 상태였다.

그러면서 회복제 20개도 슬쩍 찔러줬다.

뇌물.

루크 본인이 팔면 2만 골드나 된다.

루크가 어떤 인물인데, 틀림없이 맛있는(?) 회복제를 만들어서 수천 골드는 더 당겼을 것이다.

“지가 양심이 있으면 둘 중 하나는 쓸만한 노예로 데려오겠지. 그렇게 받아 처먹고도 못 데려오면 상인 딱지 떼야지. 오, 이미 오고 있다고?”

루크는 뱅가드 상단에서 선점한 노예 중 한 명을 불러올렸다.

“하긴 이것도 장사니까 노예도 빼돌려 놨겠지.”

로건은 노예의 정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루크가 소개한 노예는 기사의 종자였다.

루덴 왕국의 적국인 자드 왕국에서 왔다.

두 왕국은 아직도 크고 작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자드 왕국 기사가 종자와 함께 싸우다가 기사는 죽고 종자는 포로가 되었다.

이 종자의 신분은 평민.

배상금을 낼 수 없어서 수도의 노예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이다.

그것을 뱅가드가 챙겼고, 로건이 넘겨받게 되었다.


“나이는 26세. 종자치고는 나이가 좀 많아.”

종자 나이는 30세가 한계.

30세가 넘어도 마나를 못 느끼면 쫓아낸다.

20살 늦깎이에 종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6년째 마나를 못 느꼈단다.

마나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아리송한 상태.

훗날 마나를 느껴도 그 재능이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었다.

“검술 실력은 C급. 언어는 루덴어, 자드어. 모두 읽고 쓸 줄 알고. 고생을······ 무지하게 했네? 노력 많이 했어.”

농노에서 평민이 되고.

평민에서 기사의 종자가 되기까지 온갖 고생을 했다.

“대기만성. 내가 보기에는 성공할 인재야. 끈기가 끝내주잖아.”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합격이다.

궁술은 D급.

검을 다루는 기사 후보가 그만하면 열심히 한 거지.

종자 생활을 오래 했으니 예절에도 밝겠고.

적어도 자신을 성가시게 할 일은 없었다.

신체가 단단하고 외모가 무척 뛰어나서 귀족 부인의 노리개로 팔리려는 걸 간신히 빼 왔단다.

“내일 보면 알겠지만······ 루크가 신경을 썼군.”

가격은 25만 골드.

종자이니 마나 재능을 고려했겠지.

비싼 편이었는데 외모와 신체가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루크가 나를 두고 사기를 치지는 않을 테고. 마음에 들 거야.”

로건은 여관을 나와 폭풍 쇼핑을 했다.

멀링가 영지로 이동하려면 필요한 게 많다.

철저한 여행 준비.

노예 시장에서 하인을 못 구하면 기사 종자와 함께 그냥 떠날 생각이었다.


* * *


다음 날 오전.

로건은 뱅가드 상단에 방문했다.

루크는 종자를 앞에 세우고 자신 있게 말했다.

“어떠십니까?”

“좋군요. 너, 이름이 리안이라고?”

“예.”

리안은 허리를 깊이 숙였다.

그는 벌거벗고 있었는데 몸 곳곳에 흉터가 있었지만, 건강미가 넘쳤다.

귀족 부인에게 노리개로 쓰일 뻔했다니.

긴 속눈썹이 검은 눈동자를 가려 눈빛이 깊어 보인다. 턱선은 남자답고 코는 우뚝하다.

한 마디로 잘생겼다.

군살이 없고, 그것은······.

‘귀족 아줌마가 눈 돌아갈 만하네.’

다리에 굵은 쇠사슬.

팔은 뒤로 젖혀서 다시 쇠사슬 2개를 채워놓았다.

“다 포기한 눈빛이군. 그럴 만도 해.”

무슨 약물을 얼마나 먹인지 모르겠지만 장기간 마법 물약을 먹고서 자존감만 싹 죽여 놓았다.

생각과 기억, 경험은 유지하고 의지만 꺾어서 노예에 적합하도록 작업한 것이다.

아직 노예 인장을 찍지 않았는데 이미 순종적이다.

자신도 마법사지만 이런 걸 보면 마법은 정말 무서웠다.

“로건님, 따로 얘기하시지요.”

“그냥 리안으로 하겠소. 상단에서도 노예 처리는 가능하죠?”

“예. 노예 인장이 있습니다.”

루크는 줄을 잡아당겼다.


노예화는 그 자리에서 바로 진행되었다.

중년의 남자가 화로를 들고 들어왔다.

작은 마법 도장을 화로에 달구더니 꺼내어 뒤집었다.

도장 표면은 기하학적인 무늬로 꽉 차 있었다.

그리고 작은 주머니에서 투명한 가루를 꺼내어 도장 표면에 골고루 뿌렸다.

그러자 도장 표면이 환하게 빛이 났다.

“여기에 피를 한 방울 떨어뜨려 주십시오.”

로건은 준비된 바늘로 손가락을 찔러 도장에 피를 떨어뜨렸다.

치이익.

피가 기화하며 빛과 함께 뒤섞였다.

중년 남자는 도장을 들고 말했다.

“어디에 찍을까요?”

“최대한 안 보이는 곳에 찍어주시오.”

중년 남자는 리안의 오른쪽 엉덩이에 도장을 찍었다.

‘헐.’

살이 타는 냄새가 진동하고 리안은 땀을 뻘뻘 흘리며 참았다.

기본적인 교육을 해놨다더니 신음 한번 흘리지 않는다.

이런 게 노예였다.

중년 남자는 리안을 데리고 나갔고.

로건은 마법 수표로 25만 골드를 루크에게 주었다.

“고맙소.”

“별말씀을요. 저희는 정가대로 팔았을 뿐입니다.”

“깎아준 거 다 알고 있소.”

“그러셨습니까? 예, 사실 많이 깎아드렸지요. 하하.”

최고급 노예 인장이어서 비용이 1만 골드가 나왔다.

로건은 그 비용에, 수고비까지 합쳐서 회복제 20개를 주었고.

루크의 표정은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

최소 판매가로 해도 20,000골드이니 루크가 남겨 먹을 건 많았다.

그래.

때에 맞게 약을 치면 더 큰 호의가 생기고.

앞으로 있을 내 부탁도 더욱 신경을 써주겠지.

너무 줬나?

커피 20잔이었다.


로건은 리안을 데리고 상단을 나왔다.

리안은 평상복을 입고서 어기적거리며 로건을 따라갔다.

로건이 뒤를 돌아보자 리안이 허리를 숙이며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너무 독하게 교육받았네? 다음부터는 이렇게까지 하지 마. 알아들었지?”

“예. 주인님.”

“주인님이라고 하지 말고 로건님이라고 해.”

“예. 로건님.”

똑똑하고 눈치도 있다.

로건은 리안의 인생을 다 모른다.

그저 농노에서 기사의 종자가 되었다는 것만 알뿐.

그 정도면 리안의 노력을 알만하지 않은가.

로건은 리안에게 동정심을 갖지 않기로 했다.

스스로 선택한 길.

리안은 잡히는 순간 자신의 운명을 알았을 것이다.

“잡화 상점으로 갈 거야. 네가 입을 옷을 사야지. 다음은 대장간. 네가 쓸 갑옷과 무기를 구할 거고. 옷은 평상복으로 골라라. 무기는 네 입맛대로 사고.”

“예.”

로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리안은 자살을 못 하고.

자신의 명을 거역할 시 죽음보다 더한 두통에 시달린다.

또 자신을 죽이지 못한다.

그 전에 머리가 폭발해서 터져 버릴 테니까.

아니, 무슨 짓을 시켜도 그런 생각 자체가 안 나는 최고급 노예였다.

잡화 상점.

로건은 옷 몇 벌을 골라주었다.

그리고 대장간에서는 리안이 직접 고르도록 했다.

“모두 최상품으로 골라.”

리안은 가죽 갑옷 상·하의, 장검 한 자루, 단검 3자루를 선택했다.

“활은 안 사?”

“활은 말씀이 없으셔서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로건은 마법 주머니를 리안에게 주었다.

“활은 2개 사. 화살은 1천 개. 이제 이 마법 주머니는 네 거다. 넣고 다녀.”

리안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기사의 종자로 살면서 온갖 구박을 받았다.

그 수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

이제는 노예가 되었고.

마법사의 노예가 된다기에 곧 죽겠구나 싶었는데 마법 주머니라니.

리안은 가슴이 뛰었다.

로건은 짜증을 냈다.

“뭘 멀뚱히 서 있어? 빨리 안 골라? 갈 곳이 있단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리안은 재빨리 가장 마음에 드는 활 2개를 집어 들었다.

“우선 허리에 검만 차고 있어. 넌 이제부터 내 호위야.”

“예. 로건님.”

“가자.”


로건은 노예 시장에 들렀다.

리안은 그의 뒤에 서서 사방을 경계했다.

노예 상인 한 명이 한달음에 달려왔다.

“로건님, 오셨습니까! 마음에 쏙 드실 노예를 구했습니다!”

로건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당신 마음에나 쏙 들겠지.”

“하하. 이번에는 정말입니다. 끌고 오너라!”

국부만 겨우 가린 한 청년이 끌려 나왔다.

로건은 바로 느낌이 왔다.

“어? 이번에는 좋은데?”

노예 상인은 자기 가슴을 팡팡 쳤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로건은 청년의 외모부터 마음에 들었다.

외모는 평범해도 눈빛이 무척 차분했다.

벌거벗은 몸으로 주변의 시선을 받음에도 흔들림이 없다.

본인의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반항기는 없지만 작업은 안 되었네. 하긴 마법 물약이 좀 비싸겠어?’

로건은 그 자리에서 몇 가지를 물었다.


청년의 이름은 케인.

나이는 20세다.

출신은 농노.

어릴 적에 우연한 기회로 여관의 주방에서 일했고, 14세에 귀족 자제의 매 맞는 아이가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예법과 글을 배웠다.

17세까지 매를 맞다가 그 후로는 마구간 지기로 있었고.

귀족이 수도로 떠나면서 케인은 노예 시장에 버려졌다.


“합격. 얼마요?”

노예 상인은 손을 몇 번 싹싹 비비고 나서 말했다.

“2천 골드만 주십시오.”

“바가지를 씌우는군?”

상인은 손을 휘저었다.

“바가지라니요? 이놈은 글을 읽을 수 있습지요.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집사 일을 해도 되고, 문서를 만져도 되고요.”

“농담이야. 마음에 들어. 하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지는 못했어. 그래도 이만하면 잘 구했으니까 약속대로 더 주겠네. 2천 5백 골드.”

“아이고! 감사합니다!”

노예 상인은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이것저것 그 재능을 합쳐서 평생 잘 부리면 2천 골드 값어치는 하겠지만 누가 그렇게 사겠는가.

돌고 돌다가 결국은 4, 5백 골드 선에서 팔릴 놈이었는데 임자를 제대로 만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패시브로 대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 17:30 +1 24.08.26 14,118 0 -
51 51화 NEW +15 16시간 전 4,950 223 12쪽
50 50화 +14 24.09.15 8,404 251 12쪽
49 49화 +18 24.09.14 9,921 288 13쪽
48 48화 +59 24.09.13 11,197 306 19쪽
47 47화 +11 24.09.12 11,893 336 12쪽
46 46화 +15 24.09.11 12,445 392 12쪽
45 45화 +15 24.09.10 13,257 370 13쪽
44 44화 +14 24.09.09 14,196 369 12쪽
43 43화 +9 24.09.08 14,722 426 18쪽
42 42화 +15 24.09.07 14,854 389 13쪽
41 41화 +22 24.09.06 14,900 367 12쪽
40 40화 +10 24.09.05 15,394 392 13쪽
39 39화 +21 24.09.04 15,800 433 13쪽
38 38화 +13 24.09.03 16,062 436 13쪽
37 37화 +15 24.09.02 15,774 416 14쪽
36 36화 +10 24.09.01 15,900 381 13쪽
35 35화 +5 24.08.31 16,296 385 13쪽
34 34화 +12 24.08.30 16,411 372 12쪽
33 33화 +9 24.08.29 16,448 368 12쪽
32 32화 +12 24.08.28 16,400 388 12쪽
31 31화 +9 24.08.27 16,467 371 12쪽
30 30화 +11 24.08.26 16,472 402 12쪽
29 29화 +4 24.08.25 16,441 366 12쪽
28 28화 +5 24.08.25 16,648 401 12쪽
27 27화 +10 24.08.24 16,910 404 12쪽
26 26화 +8 24.08.23 16,787 425 12쪽
25 25화 +7 24.08.22 16,997 409 12쪽
24 24화 +8 24.08.21 17,221 394 12쪽
23 23화 +12 24.08.21 17,286 40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