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홀아비의 탑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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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제프찬TO
작품등록일 :
2024.08.04 22:24
최근연재일 :
2024.09.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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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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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폐급 홀아비(3)

DUMMY

“지환씨!”


제인이 지환의 어깨를 붙잡았다. 지환의 고개가 훽 돌았다.


그의 희번득한 눈속에는 광기가 서려있었다. 40층 헌터인 제인조차 순간 움찔할 정도.


지독한 분노와 명백한 적의. 제인은 목 뒤로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최대한 부드럽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제 바이크 타고 같이 가요.”


초창기 각성 웨이브만큼은 아니지만 도로는 조금씩 혼잡해지고 있었다.


지환이 제인을 응시하고 있는 사이, 그가 겨우 잡아두었던 택시가 욕설을 남기고 홀로 출발해버렸다.


“잠시만 기다리고 계세요. 금방 가져올게요.”


제인이 지환을 안심시키려 그의 팔뚝을 한 차례 가볍게 쓸어 내렸다.


그제야 눈을 꾸욱 감았다 뜬 지환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빙그레 미소를 지은 제인이 뒤로 돌아섰다. 긴급 소집을 무시한 경위서를 써야 되겠지만, 어찌됐든 지금 아저씨를 돕는 건 사람들을 구조해야 한다는 헌터협회의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였으니까.



콰앙


지면을 박찬 제인의 신형이 순식간에 공중으로 나아갔다.


지환은 멀어지는 제인의 뒷모습과 혜린과 연락이 닿지 않는 등록증을 번갈아보며 초조한 표정으로 입술을 짓씹었다.



***



끼이이이익


새빨간 바이크가 지면에 스키드 마크를 길게 남기며 정지했다.


바이크 뒷자석에서 급하게 뛰어내린 지환이 자신의 구형 아파트를 향해 내달렸다.


제인은 바이크를 길 옆에 세워두고, 아파트의 층수를 헤아렸다.


‘지환씨가··· 1205호니까.’


아파트의 12층 즈음을 올려다보던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노랗게 물들었다.


땅거미가 지자 공기가 서늘해졌다. 제인은 바람을 가르며 아파트 벽면을 향해 전력으로 돌진했다.


그녀는 아파트 외관벽을 박차며 그대로 12층을 향해 수직으로 뛰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하이힐이 밟고 지나간 외관 벽에는 마치 스펀지처럼 구멍이 송송 뚫렸다.



엘레베이터가 열리자 지환은 흠칫 놀랐다. 이미 도착한 제인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가죠.”


고개를 끄덕인 지환이 1205호를 향해 달렸다.


*


- 열렸습니다.


비번을 풀고 대문을 열자마자 지환은 집안으로 들이닥쳤다.


아내 때와는 달랐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아이들의 방문을 단번에 열어 젖혔다. 방안을 확인한 그는 헛숨을 크게 들이삼켰다.


죽은 아내와 똑같이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는 둘째 딸 혜빈.


무릎을 꿇고 혜빈의 심장에 양손바닥을 올린 채, 요지부동인 첫째 딸 예린.


눈을 감고 있는 예린의 주위에는 푸른색 마나가 해초처럼 넘실거리고 있었다.


“지환씨! 얼른 119연락하세요! 웨이브로 인한 마정석 중독 증상이라고 꼭 밝히고요!”


뒤따라 온 제인이 다급히 외치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신중하게 예린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바닥을 포개며 눈을 감았다.



마정석 중독 증상. 각성시에 발생하는 각성 부작용이다.


각성 초창기에는 무려 치사율이 백프로였다. 치료 방법은커녕 원인조차 알 수 없던 불치병.


탑이 솟아난 지 5년. 마정석 중독은 각성 중 발생하는 일종의 마나 알레르기 반응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 중인 난치병 중 하나가 되었다.


제인은 조심스럽게 마나를 불러일으켰다. 그녀의 노란 마나가 예린의 푸른 마나를 밀어내며 혜빈에게 전달됐다.


완치가 어려운 병이긴 하지만, 현재는 치료법과 응급처치 방안이 개발되어 생존률이 이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마정석 중독에 보편적이고 대증적인 치료법은 알레르기를 불러일으키는 마나의 농도를 조절하는 게 골자였다.


단계별로 적절한 양의 마나가 지속적으로 주입된다면 마정석 중독자도 별 탈 없이 생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응급조치 요령도 간단했다. 응급조치자가 중독자에게 꾸준히 적정량의 마나를 공급하는 것.


이론은 참 간단했다. 문제는 마정석 중독자의 심장이 멈추지 않도록 일정량의 마나를 꾸준히 주입하는 건, 현직 헌터들도 어려운 섬세한 작업이었다.


제인은 예린을 주의깊게 살펴봤다. 시선과 호흡을 봤을 때 이미 예린은 반쯤 혼절한 상태였다.


제인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녀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한쪽 손을 천천히 움직여 예린의 손을 혜빈에게서 떼어냈다.


푸른 마나가 사그라들며 예린이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지환이 즉시 그녀를 안아들어 침대 위에 편안히 눕혔다.


제인은 찡그린 눈을 질끈 감았다. 마정석 중독 응급처치는 굉장히 난해한 작업이기에 심력을 극도로 소모했다.


마치 아주 좁고 깨지기 쉬운 유리 빨대를 통해 일정한 속도로 꾸준하게 동일한 량의 마나를 전달하는 듯한 감각.


찰나의 실수가 곧바로 상대방의 심장을 쥐어짤 지도 모른다.


40층을 넘어선 자신조차 체력과 심력이 급속도로 고갈되는 작업.


이런 고난도의 마나 컨트롤을 적어도 30분 이상이나 해낸거다.


정식 헌터도 아닌 아카데미 학생이 마정석 중독자의 심장을 30분 이상 뛰도록 버텨냈다는 말이다.


눈앞에서 보지 못했다면 절대로 믿지 못할 이야기였다.



후우웅, 제인의 상상속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유리빨대가 미미하게 진동했다.


제인의 이마에서 식은땀 한 방울이 떨어졌다.


지금은 쓸데없는 잡생각 따위나 할 때가 아니었다. 잠깐의 실수로도 위급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녀는 강제로 잡념을 밀어내고 오롯이 마나의 흐름에만 몰두했다.




“아빠... 혜빈이가...”


침대에 누워있는 예린이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희미한 시야로 자신의 이마를 짚어주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걱정하지마. 헌터님이 도와주러 왔으니까. 혜빈이는 괜찮을 거야.”


물기에 젖었지만 다정한 목소리. 이마 위로 까끌거리지만 따뜻한 아빠의 손바닥이 느껴졌다.


“다행이다··· 나 혹시 혜빈이가 잘못되는 줄 알고···”

“정말 잘했어. 예린이가 아니었다면 혜빈이를 잃을 뻔했어. 진심으로 감사해, 내 딸.”


아빠의 칭찬에 희미하게나마 입꼬리가 올라갔다. 동시에 안도감이 차올랐다.


“이제는 좀 쉬어. 예린이는 할만큼 했어. 쉬어야 해.”

“...아빠는?”

“아빠? 아빠는 괜찮아. 구조대 불렀으니까. 걱정 말고 쉬어. 자랑스러운 내 딸 너무 무리했으니까.”


지환의 메마른 손바닥이 예린의 이마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아빠의 손길에 이제는 정말 괜찮은 것만 같았다.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예린은 뿌옇게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눈꺼풀을 천천히 내렸다.


흐릿해지는 의식을 완전히 놓아버리기 직전.


눈을 감던 예린이 기이한 감각에 휩싸였다. 닫히기 직전 살풋 뜬 눈으로 아빠를 향해 곁눈질했다.


이해불가한 장면이 얼핏 보였다.


따뜻하게 자신을 위로해주고 칭찬해주던 아빠.


하지만 그런 아빠의 얼굴은··· 마치 악귀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악몽인걸까?


기절을 한 건지. 피로에 잠긴 건지 모르게.


예린은 의식을 잃었다.



*



“제인 헌터님.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표면에 차가운 이슬방울이 맺힌 음료수를 건네며 지환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제인은 피로한 얼굴로 애써 웃으며 음료수를 받았다.


“아니에요. 헌터라면 당연히 도왔어야 하는 일인 걸요. 그보다 혜빈이 상태는 좀 어때요?”

“마나 수액을 맞고 나서 상당히 안정이 됐습니다. 아직 의식을 차리지는 못했지만, 교수님 말씀으로는 마정석 단계가 진행되면 깨어날 거라고 하더군요.”


제인은 답답한 마음에, 마나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이고 나서 공용 재떨이에 비벼 껐다.


사실 마정석 중독 치료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었다.


의사의 말처럼 마정석 중독자는 시간이 지날 수록 점차 고순도의 마나 수액이 필요해진다.


고순도의 마나가 필요해질 수록 치료 비용은 기하급수로 늘어났다.


탑의 층수가 높아질 수록 마정석도 고순도, 고농축의 마나를 품을 확률이 높아졌으니까.



“아저씨 사설 보험은요?”

“치료비의 삼십프로 정도는··· 지급될 것 같네.”


그녀의 맞은 편에 앉은 지환이 풀린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도 의식하지 못한 채 반말을 뱉었지만 제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삼십프로라. 보험사에서 받을 수 있는 거의 최대 보장이었다.


“사설 말고 협회에서도 나오잖아요.”

“친가족이라 한 십프로 정도 나온데. 이래저래 나라에서 지원 받는 액수까지 합하면 오십프로는 가까이 되지 않을까 싶어.”


제인은 마나 담배를 하나 더 꺼내물었다. 오십프로면··· 지환 아저씨는 최선의 대비를 해둔 거다.


“우리 혜빈이 수술은 가능할까?”


제인은 섣부르게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뜸을 들인 그녀가 미간을 살풋 접었다.


“혜빈이 나이나 신체 활성 수치, 마나 감응도 등 여러가지 제반 사정을 고려해봐야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가능할 것 같았어요.”


대답을 하는 동안 혀끝이 씁쓰레해졌다. 제인은 마나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


마정석 중독자가 마정석 유지장치라는 기구를 심장에 삽입하는 수술을 받으면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제인은 마나를 주입하는 동안 혜빈의 몸상태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


현재로서는 마정석 유지창치 삽입 수술에는 큰무리가 없을 터였다.


물론 수술하기 전까지 마나를 충분히 공급 받아 단계별 적응 기간이 필요할 거고, 수술 자체에 위험부담이 있긴 했지만.


분명히 도전해볼 만한 수술이었다. 예전과 달리 수술 후 예후도 매우 좋아진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역시나 돈이었다. 대체로 수술하기 직전까지 공급받아야 하는 마정석 수준은 최고등급.


최고등급 마정석은 최소 40층 이상부터 존재했다.


40층에서 발굴되는 마정석은 순금과 맞먹는 가격이었다.


마정석 수준은 어떻게든 도달했다고 쳐도, 이어지는 수술 비용 또한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했다.


우스갯소리로 어지간한 부자도 집안에 마정석 중독자 한 명 수술하면 쪽박차게 된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


“아저씨 혹시 돈이 급하시면···”


띠리리리


갑작스레 울리는 벨소리. 지환과 제인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됐다.


“죄송해요. 잠시만 실례할게요.”


제인은 목에 걸린 등록증을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통화를 위해 잠시 멀어지고, 지환은 그녀가 재떨이에 올려두고 간 담배 꽁초를 멀거니 바라봤다.


제인의 통화가 꽤나 길어졌다. 담배가 필터까지 타버리며 불빛을 잃었다.


지환은 무릎을 짚고 의자에서 일어섰다.



톡톡


전화로 상급자와 실랑이를 벌이던 제인은 어깨를 두드리는 감촉에 뒤로 돌았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만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서요. 조만간 따로 찾아뵙고 감사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작게 읊조리듯 이야기를 한 지환이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당황한 제인이 통화중이던 등록증에서 귀를 떼고 잠시, 잠시만요! 라고 외쳤지만.


지환은 그녀의 부름을 무시한 채 병원으로 돌아갔다.


터덜터덜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제인. 그녀의 눈망울이 서서히 젖어들었다.


“씨발!”


제인은 등록증에 대고 쌍욕을 내질렀다. 등록증 너머에서 계속 시끄러운 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제인은 그대로 통화를 종료해버렸다.


제인은 촉촉해진 눈가를 소매로 짜증스럽게 비볐다.



정말 아버지의 말처럼 불운의 여신은 선한 사람에게 더욱 자주 방문하는 걸까?


홀로 남아 담배를 꺼내 문 그녀는, 선득한 한기를 느끼며 부르르 떨었다.


분명 완연한 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교차 때문인지 봄의 새벽은 겨울보다도 한층 싸늘하게 다가왔다.


느닷없는 추위에 양팔로 스스로를 껴안은 제인이 병원 주차장으로 하릴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흡연장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어슴푸레한 어둠만이 남아 흡연장 주변을 뒤덮을 뿐이었다.



***



“감사 인사하러 방문하신다더니. 이럴려고 찾아오신거예요?”


눈썹을 구긴 제인이 책망하듯 물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초췌해진 지환이 말라붙은 입술을 떼었다.


“아뇨. 감사인사는 나중에 따로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사표 수리 신청과 퇴직금 관련해서 승인을 요청하러 온 겁니다.”

“주신 서류를 보면 나도 알아요. 좋아요, 좋다고요! 사표도 퇴직금도 전부다 문제없어요.”


제인은 신경질적으로 지환이 제출한 서류를 다시 살펴봤다. 그래, 사표랑 퇴직금은 문제없었다.


당장에 돈이 급해졌을 테니까. 다른 방법이 없다면 우선 퇴직금이랑 실업급여로 버티다가 다시 협회 소속 광부로 재취업하면 된다.


문제는 마지막에 추가로 첨부된 서류였다.


“헌터 등록 신청···? 헌터 등록 신청이요!?”

“네, 제인씨. 저 다시 헌터에 도전하려고 합니다.”


하, 제인은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환은 2급 각성자. 그것도 아무런 특성도 부여 받지 못한 무특성 각성자였다.


탑에 진입이 가능하고 1층부터 받는 탑의 축복인 채취를 제외하면 어떤 능력도 없는 평범한 일반인이었다.


간단히 요약해서 지환의 헌터 등록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굳이 제가 언급할 필요도 없어요. 아시잖아요? 이건 미친 짓이에요.”

“등록 부탁드리겠습니다.”

“진짜 이건 아니에요. 다시 한번 냉철하게 따져보세요. 만약 급하게 돈이 필요하신 거라면 저라도 빌려드릴게요.”


지환은 그녀의 호의에도 묵묵부답이었다. 심호흡을 내뱉은 제인은 다시 한번 헌터협회가 발급해준 공식 이력서를 훑었다.


역시나 그에게는 아무런 특성도, 레벨도, 상태창도 없었다. 그저 탑에 진입이 가능한 2급 각성자라는 타이틀뿐.


“죽을 수도 있어요. 아니, 예전엔 운이 좋았던 거지. 이건 백이면 백 죽어요.”

“안 죽을 겁니다.”

“아무 능력도 없는 폐급 주제에! 무슨 자신감이에요!”


제인이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빽 질렀다. 흥분한 그녀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지환은 가만히 서서 그녀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


“...다시 한번 심사숙고 해보세요. 40층 헌터로서 충고해드리는 겁니다.”

“헌터 등록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는 담담한 눈으로 제인을 응시했다. 그와 마주한 제인의 눈동자가 일순 흔들렸다.


예전과 똑 닮은 눈빛이었다. 몸을 던져 자신을 구해줬던 아저씨의 눈빛.


제인은 직감했다. 지금 지환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절대로 뜻을 굽히지 않으리라는 걸.


사실 자신이 억지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없었다.


법리상, 행정절차상. 헌터협회 소속 접수원이 각성자의 헌터 등록을 반대할 결정권 따위는 없었으니까.


그녀는 책상 서랍을 벌컥 열어 인장을 꺼냈다. 사직 서류와 퇴직금 서류에 도장이 꽝꽝 찍혔다.


인장을 들고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결국 입술을 꾹 닫은 채 마지막 헌터 승인 서류에도 도장을 찍고 말았다.



“...만약 아저씨가 죽으면, 내 손으로 죽인 거예요.”


갖가지 의미가 담긴 말이었다. 지환은 그녀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며 희미하게 웃었다.


“걱정마세요. 저 안 죽을 겁니다. 딸들이 있는 아빠는 불사신이라고 하잖아요.”


제인은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그의 농담을 무시한 채 관련 서류들을 서류 봉투에 차곡차곡 넣었다.


그녀에게 봉투를 받아든 지환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몸 건강히 잘 지내고 계세요. 또 찾아뵙겠습니다.”


제인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지환도 인사까지는 바라지는 않았기에 조용히 문으로 향했다.



“...잠시만요.”


예상치 못한 부름이었다. 지환이 고개를 돌렸다. 제인의 손에 무언가가 길쭉한 게 들려있었다.


목재창, 며칠 전 인솔 헌터로 9층 엘리트 오크 전사를 잡고 획득했던 전리품이었다.


“가져가세요. 저한테는 필요 없는 물건이니까.”


지환은 그녀가 건네주는 목재창을 쥐었다. 정말 목재로만 제작된 단순한 창이었다.


그럼에도 무척 고마웠다. 초짜 헌터에게 제대로 된 형태의 탑 전용 무기는 매우 귀했다.


처음 탑에 진입하는 헌터들의 무기라고 해봐야. 대체로 조잡한 단검이나 두터운 장갑 정도였으니까.


“선물 감사합니다. 제인 헌터님.”


이번에도 대답은 없었다. 팔짱을 단단히 낀 제인은 심각한 표정으로 책상 위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지환은 허리를 바짝 굽혀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는 미련 없이 사무실 밖으로 나섰다.



목재창을 들고 협회를 돌아다니니, 직원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안쓰러운 표정과 은밀한 쑥덕거림이 주변을 맴돌았지만, 지환은 신경 쓰지 않았다.


남들의 시선 따위 상관없었다. 그저 하루 빨리 돈을 벌어야 했다.


어마어마하게 큰 돈을.



누구도 권하지 않는 폐급 각성 헌터.


광부 지환은 헌터가 됐다.


작가의말

오늘 연참은 여기까지 입니다. 퇴근 잘 하시고 좋은 저녁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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