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홀아비의 탑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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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제프찬TO
작품등록일 :
2024.08.04 22:24
최근연재일 :
2024.09.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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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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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특성창

DUMMY

“이제 비밀을 밝히겠노라.”

“우리 아빠 헌터라고요?”


예린의 즉각적인 대답에 제인이 재미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꼈다.


“재미없게시리. 그냥 모른 척 좀 해주지.”

“다른 게 궁금해서요.”


5성급 호텔 레스토랑. 예린은 포크로 크림파스타를 돌돌 말아 한입에 쏘옥 넣었다.


“어떻게 눈치챘어?”

“육감으로 알았어요.”


제인이 김샜다는 표정으로 양손을 위로 쭉 뻗으며 기지개를 켰다.


“지환씨 한달 전쯤 헌터 신청을 했어. 아마 돈 때문이었겠지.”


제인이 포크와 나이프로 능숙하게 스테이크를 썰었다. 육즙이 가득한 스테이크가 핑크빛 속살을 드러냈다.


“알다시피 난 40층 헌터야. 내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부유한 편이라고 봐야지.”


예린은 아무 대꾸없이 파스타를 꼭꼭 씹었다. 그녀도 잘은 모르지만 40층 헌터면 연봉이 어마어마하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이런 속사정까지 알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지만. 넌 혜린이 언니잖아. 그리고 지환씨 딸이고.”


예린이 파스타를 삼켰다. 여기까지 오면서 어떤 질문을 해야할 지 궁리했다.


딱히 고민하지 않아도 됐던 것 같다. 제인이 자신이 궁금했던 부분들을 정확히 짚어 주고 있었으니까.


“혜빈이 마정석 수술까지 얼마 정도 들 것 같니.”

“인터넷으로 알아보니까. 대략 100억정도 들겠던데요.”


예린의 답변에 제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100억이라. 영 틀린 액수는 아니다. 겨우 인터넷으로 알아본 것 치고는 나름 정확했다.


“잘 찾아봤네··· 맞아. 100억이면 50프로 확률이지.”

“50프로?”

“그래. 50프로. 수술 후 네 동생의 생존 가능성.”


애초에 마정석 중독 치료 비용은 비급여라 정보가 정확히 풀리지 않는다.


마정석 관리부터 수술까지. 일반적인 병이 아닌 특수 질병이라 병원, 길드사설, 협회간호 등 꽤나 다양한 기관에서 관리 및 수술을 사설로 맡고 있다.


“현재 마정석 중독 치료 및 수술로 가장 안전하고 예후가 좋은 시설은 우리쪽 헌터협회 간호시설이야.”

“...처음 들어 봤어요.”

“헌터들만 상대하는 곳이니까. 간호시설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그건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고. 실상은 3차 의료기관, 그러니까 대형병원이랑 똑같아.”


헌터협회 간호시설? 괴상한 이름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장난은 아닌 듯 싶었다.


제인의 얼굴에 웃음기가 하나도 없었으니까.


“수술 후 생존 확률 70프로. 물론 다른 시설보다 가격이 비싸지. 우리 시설에서 마정석 중독 수술까지 받으려면 적어도 비용이 300억은 필요하니까.”


예린은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 300억? 사실 백억도 불가능할 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300억이라고?


“네가 보기에 언니가 40층을 한 번 다녀오면 얼마 정도 벌 것 같니?”

“소문으로는 층수당 1천 정도라고 하던데요.”

“대충 비슷해. 40층을 대략 하루 정도 돌면 4억 근처로 수익이 나지.”


4억을 벌어도 300억이면 80회 정도를 벌어야 한다. 예린은 입맛이 뚝 떨어졌다.


“문제는 솔로잉이 아니라는 거야. 보통 3인팟, 4인팟 정도로 오르는데. 전리품을 각각 나누면 2억에서 3억정도 챙기지.”


3억이면 100회. 100회면, 주말만 쉬고 탑을 매일 같이 들어가도 반년은 소모된다.


“여기서 헌터 특별세 3천 정도 떼지. 가타부타 사냥 준비 등 잡비가 3천. 일주일에 한 3회에서 4회정도 탑에 들어가니까.”


제인이 잠깐 뜸을 들였다. 예린은 난생 처음 겪어보는 액수라, 머리가 지끈거려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일주일에 7억, 그럼 한달에 대략 25억. 적은 돈은 아니지만, 300억에 비하면 너무 낮지. 40층 헌터가 300억을 벌려면 대략 추산해도 1년 이상은 걸릴거야.”


제인의 현실적인 계산에, 예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녀는 자신의 턱끝을 잡고 상념에 빠졌다.


아무리 궁리해봐도 300억은 불가능했다.


마정석 중독은 수술 골든타임이 최소 반년에서 최장 2년 사이로 들쑥날쑥했다.


언제가 될 지 아무도 모른다. 마정석 중독 쇼크가 반복되면 수술하지 않는 한 죽음에 가까워진다.


2년 후라면 좋겠지만 반년 후부터 쇼크가 시작될 수도 있다.


“그럼 우리 혜빈이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아니. 유일한 방법이 있지.”


예린은 경청의 자세로 제인의 대답을 기다렸다. 제인은 나이프로 스테이크를 반듯하게 조각냈다.


“쉽진 않겠지만. 50층 헌터가 되면 돼.”

“50층 헌터가 되면 다른 가요?”

“50층부터 전리품으로 획득하는 소재나 장구류들은 차원이 달라. 작게는 몇 십억부터 크게는 백억 단위까지 찍는 경우도 왕왕 있지.”


50층. 아카데미에서는 탑의 50층 이상에 대해서 교육해주지 않는다.


51층부터는 수집된 정보가 빈약하여 이론을 정립할 수가 없었기에 교육 자체가 불가능했다.


저명한 아카데미 교수들조차 51층부터는 미지의 영역으로 규정하고 연구와 실험을 이어갈 뿐, 51층에 대한 어떠한 판단도 보류하는 형편이었으니.


쉽게 말해, 탑 51층부터는 그 아래 층들과는 아예 다른 세계라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51층에 도달한 헌터가 협회와 단독 계약을 체결하면 계약금만 백억 대로 받아. 거기에 협회에서 제공하는 전리품 상환 대출은 계약금 이상의 거액을 대출할 수도 있지.”


예린의 가슴이 뜨겁게 타올랐다. 50층 헌터만 되면 치료비와 수술비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다.


제인은 그런 그녀를 살펴보며 피식 웃으며 물었다.


“너 전세계 헌터 중에 50층 헌터가 몇 명인 줄 알아?”

“현재 한국에서 공략된 탑 최고층이 67층이니까. 아무리 못해도 어림잡아 몇 천명은 넘지 않을까요?”


제인은 씁쓸하게 웃었다. 천명이라, 대한민국 헌터협회에서 50층을 뚫은 한국 헌터들 공식 집계가 현재 15명이었다.


전세계에서 헌터 풀이 가장 뛰어난 대한민국이 겨우 15명.


“공식적으로는 91명. 비공식으로는 어림잡아 100명 정도.”


예린은 예상보다 한참 모자란 수치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카데미에서 학습한 정보를 토대로 유추한 수치였다. 40층 헌터가 어림잡아 30만명은 된다고 들었는데.


“ 50층에 도달한 헌터가 10만명은 되지 않아요?”

“응, 10만명은 되겠지.”

“그럼. 10만명 중에 겨우 100명 정도가 51층에 오른다는 거예요?”

“맞아. 50층에 도달한 헌터 중 0.0001%만이 51층에 오르는 거네.”


절망적인 확률이었다. 예린은 한숨을 푹쉬며 포크와 숟가락을 접시 위에 내려놨다.


“...0.0001%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네가 가진 유일한 해결책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기적이나 다름 없잖아요!”


식당에 있는 손님과 종업원들이 예린과 제인쪽을 흘끗거렸다.


예린이 고함을 쳤는데도, 제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스테이크를 썰었다.


“왜? 0.0001%라니까. 불가능해보여?”


제인의 질문에 예린은 묵묵부답이었다. 제인은 섬세하게 썰어놓은 스테이크를 빈접시에 옮겨담았다.


“너희 아빠는 0%에 도전하던데?”


고개를 숙이고 있던 예린이 얼굴을 들었다. 그녀의 코끝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지환씨 이번 주에 11층에 도전한다더라. 2급 무특성, 소위 말하는 폐급 헌터가 공식적으로 11층에 도전하는 경우는 탑 역사를 통틀어봐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걸. 당연히 성공한 사례는 더욱 적을 거고.”


아빠가 11층에 도전한다고? 벌써 10층이라는 거야? 어떻게?


“아, 아빠가··· 어떻게요?”

“나도 모르지. 근데 하나는 알아.”


무슨 대답이 나올까 예린은 제인의 입술만 보고 있었다.


“너희 아빠는 혜빈이가 아니라 너였다고 해도, 당연히 0%에 도전할 사람이라는 거.”


예린의 눈망울에서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아빠는 혜빈이가 수술을 받기 전까지 절대로 탑 등반을 멈추지 않을 거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넌 혜빈이도 살려야 하지만, 아빠도 살려야 되는 입장이야. 나와 함께 팀을 꾸려서 50층 헌터가 되는 방법 말고 달리 해결책이 없어.”


제인은 씁쓸하게 웃으며 자신의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를 혜빈의 앞에 놓았다.


“천천히 많이 먹으렴. 여기 스테이크 맛집이니까.”


예린은 자신의 앞에 놓인 접시를 내려다봤다. 한입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린 네모난 스테이크가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나 담배 하나만 태우고 올게.”


제인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충 냅킨으로 눈물을 닦은 예린은 가만히 스테이크를 지켜봤다.


“잘 먹을게요. 언니.”


마나담배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낀 제인이 예린을 물끄러미 내려봤다.


괜히 말한 건가. 한편으로 후회도 됐다. 이런저런 사정을 알기에는 예린은 아직 너무 어린 나이였다.


아니, 아는 편이 나을 거다. 일말의 가능성에도 투신해보지 못한 채로 지환씨랑 혜빈이가 죽어버리면.


과연 예린이가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자신을 용서할 수 있었을까?


“됐네요. 이 사람아. 맛있게 먹어. 먹어야 힘내지. 다른 건 몰라도 맛있는 건 언제든 사줄테니까.”


제인은 농담처럼 가볍게 대답하고 담배를 피러 테라스로 향했다. 밖은 이른 새벽이란 말이 어울리게 푸르게 어두웠고, 열대야로 인해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었다.


담배에 불을 붙였다. 공기 중으로 레몬향을 품은 연기가 조용하게 흩어졌다.


“부럽네요, 아저씨.”


겨우 두 번째 만남임에도 눈치챘다. 예린이, 혜빈이, 지환··· 그리고 돌아가신 현아 사모님까지.


그들이 구축한 가족이라는 눈부시게 빛나는 성채.


끼어보고 싶었지만, 지환의 아름다운 성은 물샐 틈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했다.


“하아, 어떻게 비집고 들어갈 수나 있으려나?”


한숨과 함께 피는 담배 맛은 떨떠름했다. 뜨뜻한 밤바람에 불티 꺼진 담뱃재가 허공에 흩날렸다.


여느 때처럼 지독한 여름이었다.



***



“어라? 홍사장님?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어요?”

“넌 왜이리 일찍 나왔어?”


지환은 길드 내 테이블에 앉아있는 홍사장을 보고 아른체했다. 고개를 돌린 홍사장은 의외라는 눈빛이었다.


“저는 10층 들어가기 전에 정비 좀 하고, 훈련실가서 몸 한번 풀고 가려고 미리 왔죠.”

“짜식. 부지런하구먼. 나는 이 친구랑 오늘 촬영 계획 막바지 검토 중이었지.”


홍박사가 턱짓으로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여성을 가리켰다.


검은색 단발 머리에 밀리터리 뿔테안경. 몸집이 레드보다 작은 여성은 안경테를 만지작거리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안녕하세요. 임다슬이에요.”

“안녕하십니까. 박지환입니다.”


다슬이 조그마한 손을 내밀었다. 지환은 그녀와 악수를 나눴다.


“얘가 우리 촬영작가. 바깥이면 네명 다섯명씩 데리고 다니는데. 사정상 탑은 달랑 얘만 끌고 다니지.”


다슬이 뾰로통한 눈빛으로 홍사장을 흘겼다. 홍사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이게 탑에서 구한 사진기인가요?”

“그래. 이거 겁나 비싼 거다.”


테이블 위에는 서류철 다발과 함께 검은색 구형 사진기가 놓여있었다.


탑에는 바깥 금속 반입은 금지되어 있다. 조명, 카메라, 촬영장비 등을 가지고 진입할 수가 없으니, 탑 내부를 촬영하는 건 원칙적으로 불가능했다.


“이게 30층 이상부터 엘리트나 보스에서만 드물게 나온다는 특수 전리품이다. 중고도 몇 억은 하는 놈이라고.”


홍사장이 카메라를 들고 귀중한 듯이 쓰다듬었다. 다슬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어디가?”

“두 분 얘기 나누세요. 저 커피 한 잔만.”

“내 꺼는?!”


다슬은 홍사장의 외침을 들은 척도 안하고 길드 내 카페로 향했다.


“쟤가 까칠해도 일은 확실하게 잘 해. 1급 헌터이기도 하고.”

“1급이요?”

“그래. 전직 포토그래퍼였는데. 1급 각성하고 저층만 배회하다가 나한테 붙잡혔지.”


지환은 턱을 긁적였다. 1급 헌터이자 포토그래퍼라. 1급이면 헌터 생활만해도 돈 부족할 일은 없을 텐데.


“직원들 월급 날짜에 곡소리나시겠네요.”

“월급? 아, 월급! 딱히 어렵지는 않아. 일반 중견 기업 월급 수준이라.”


지환이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보기에는 다슬이 딱히 홍사장의 회사에서 일하며 월급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


“왜 쟤가 내 밑에서 일하는 지가 궁금한가 보지?”


홍사장의 커다란 입이 씨익 웃었다. 지환은 카페 테이블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다슬이 카페 테이블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홀짝이고 있었다.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겠지. 나도 마찬가지고.”


홍사장의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타인의 사정에 대해 꼬치꼬치 따지지 않았다.


지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홍사장은 지환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 마실래?”

“아뇨. 괜찮아요. 저도 이제 슬슬 준비해야되서.”

"오케이, 조금 이따가 보자."


홍사장이 테이블 위에 카메라와 서류철을 정리했다.


“아참, 오늘 동행하는 레드라는 친구는 만나보셨어요?”

“응, 아침에 가볍게 인사했지. 잠이 많은 친구드만?”


카페 쪽으로 가는 홍사장과 일별한 지환은 길드 내 상점부터 들렸다. 지난번 리자드퀸 사냥에서 사용한 부츠, 외상 치료제 등 필수품목 중에 빠진 항목들을 구입했다.


“총 7백 8십만원입니다.”

“등록증 이체 가능할까요?”

“그럼요.”


지환은 목에 걸린 등록증을 빼냈다. 혜빈의 입원비로 돈이 쑥쑥 빠져나갔지만, 아직은 여유가 있었다.


“오늘 11층 도전하시는 건가요?”

“네, 예정입니다.”


상점 직원은 한달 전부터 지환을 지켜봤다. 하루하루 우직하게 길드로 출근해 훈련실을 가던 폐급 헌터.


그녀는 서랍을 열어 유통기한이 임박한 치료제를 몽땅 꺼냈다.


“가져가세요. 적어도 2틀 정도는 아무 문제 없이 쓸 수 있어요.”


지환은 자신 앞에 놓인 각종 치료제들을 보았다. 갑작스러운 제의에 당황했지만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아, 할인하는 건가요? 가격이···”

“그냥 가져가시면 되요.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였던 지환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헌터가 된 이후로, 처음 받아보는 응원이었다.


“뒤, 뒤에 분!”


양볼이 붉어진 길드 직원이 황급히 지환 뒤에 줄을 서 있는 헌터를 불렀다.


다시 한번 인사를 한 지환이 치료제를 챙겨 비켜났다.


그는 더플백 인벤토리에 짐들을 차분히 정리한 후 대형 티비 앞 소파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고양이 안대를 꾹 눌러쓴 레드가 숏소드를 검집째 끌어 안고 잠들어 있었다.


홍사장이랑 인사도 했으니, 딱히 깨울 필요는 없었다. 아직 약속 시간까지는 두 시간이나 남아있었으니까.


지환은 접수처로 갔다. 그는 아까운 두 시간을 허투루 보낼 생각이 없었다.




혼자서 입장한 훈련실은 언제나처럼 적막했다. 새하얀 내벽으로 둘러싸인 삭막한 장소.


지환은 짐을 내려놓고 팔베개를 한 채 편안하게 누워 눈을 감았다.


오늘은 훈련을 위해서 방문한 게 아니었다.


지환이 ‘특성창’ 단어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고요히 몰입 상태로 빠져들었다.



촤라라라락


눈앞으로 밤하늘에 은하수처럼 빛무리가 펼쳐졌다.


은하수는 별자리를 그리듯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실제 밤하늘을 보듯 광활하게 퍼져나갔다.


지환의 눈망울 표면이 우주처럼 까맣게 물들고, 망막 속에는 깊숙한 반짝임이 아로이 새겨졌다.


시야 전체를 가린 하나의 소우주. 숨막히는 경외감에 가빠지려는 호흡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별무리의 확장이 서서히 잦아들고, 딱딱한 기계음이 지환은 머릿속에 새겨지듯 울렸다.



- 특성창이 열렸습니다. ‘현재 적응된 특성 총 2개’ 입니다. 관리자께서는 검토 후 종료해주시길 바랍니다.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역시 꿈이 아니었다. 지환은 눈앞에 펼쳐진 소우주가 믿어지지가 않았다.




특성창.


헌터협회에 등록된 2등급 무특성 각성자. 레벨과 상태창은 물론이거니와 특성조차 아무것도 갖추지 못한 폐급 중에 폐급.


지환은 모든 각성자 중 유일한 특성창 보유자가 되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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