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홀아비의 탑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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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제프찬TO
작품등록일 :
2024.08.04 22:24
최근연재일 :
2024.09.03 13:25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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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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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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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참관수업(4)

DUMMY

동굴에 진입하고 직선으로 된 길을 30분을 넘게 걸었다.


습기 먹은 땅바닥을 제외하면 온통 칙칙한 검은 암석으로 덮여있었다.


“예상보다 조용하네.”


선두에서 횃불을 들고 가는 예린이 말했다. 어찌나 고요한지 그녀의 초감각에도 딱히 거슬리는 게 없었다.


“폭풍전야지. 곧 만날 걸.”


카젤은 낮은 목소리로 음산하게 말했다. 놀리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았다. 그는 긴장된 기색이 역력했다.


“조용할수록 강한 괴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다들 집중하는 게 좋을 거야.”


입을 다문 카젤은 간헐적으로 히죽거렸다. 일종의 틱 장애 증상이었다.


“카젤 말이 옳아. 원래 강한 괴물이 등장하는 장소는 대체로 주변이 고요했어.”


지환이 카젤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칠흑 같은 암석 표면이 횃불을 비추며 번들거렸다.



“하암~ 그래도 좀 지겹긴 하네요.”


서윤이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는 순간. 선두인 예린이 갑자기 멈춰섰다.


“잠시만 뭔가 걸렸어.”

“응? 왜 그래, 예린?”


지금 예린의 육감 특성은 미흡하지만 일종의 예지와 비슷한 수준까지 근접해있었다. 그녀는 오감을 필두로 육감을 파장처럼 터트렸다.



“뛰어!”


갑자기 소리를 지른 예린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카젤은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녀의 뒤를 쫓았고, 지환은 어리둥절한 서윤의 허리를 감싸 들고 앞으로 내달렸다.



쿠르르···르르르르릉···


뒤에서 산사태처럼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모두가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전력으로 질주했다.


길은 무식할만큼 한 방향으로만 뚫려있었다. 천둥처럼 요동치는 소리가 점차 접근해왔고, 지면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흔들렸다.


“거의 다 왔어요! 좀만 더 달려요!”



콰왕


길고 길었던 터널이 폭삭 무너져 내렸다. 간발의 차로 터널에서 빠져나온 세 명의 학생은 숨을 헐떡거리며 대자로 드러누웠다.


지환은 무릎을 집은 채 서너 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힘들긴 했지만 바닥에 누울 정도는 아니었다.


10층 보스인 외뿔 트롤 와링크를 처치하고 획득한 지구력 특성이 아니었다면, 자신도 완전히 뻗었겠지.


호흡을 가다듬은 지환이 주변을 빠르게 훑어봤다. 검은 암석이 온통 뒤덮은 거대한 공동.


어디에도 탈출로처럼 보이는 곳은 없었다. 완벽한 밀실이었다.


하나 둘 학생들이 일어섰다. 다들 얼굴이 핼쑥했지만 S반 학생들이라서 그런지 눈빛만큼은 살아있었다.


“이건 함정이겠죠. 걸릴 수밖에 없는.”


눈빛이 달라진 카젤이 검지와 엄지를 빠르게 비볐다. 손가락 끝에서 얼음 알갱이들이 우수수 돋아나며 소름끼치는 소리를 냈다.


탑의 30층 정도 되면 함정은 일상이었다. 피하기 어려운 함정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지환도 방패를 단단히 잡고, 더플백을 한쪽 구석에 던져놨다.


서윤의 말아쥔 주먹에서 보이지 않는 아지랑이가 실오라기처럼 풀려나갔다.



“예린아, 조심해야 돼.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서윤이 예린을 향해 속삭이듯 말했다. 예린은 어디에 정신이 팔린 건지 심각한 표정으로 사방팔방을 계속 살펴볼 뿐이었다.


“이상하네··· 이상해.”

“뭐가 이상해.”

“지금 분명히 우리랑 같이 있거든?”


예린의 의아한 표정에 서윤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가끔 예린이가 특성에 집중할 때면, 지금처럼 왠지 무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왜, 왜 그래 또 무섭게··· 누, 누가 우리랑 같이 있다고···”


극도로 발달한 육감은 예지 능력과 다를 바 없다. 찰나의 순간, 예린은 채찍을 휘둘러 모두를 공동 외곽으로 밀어냈다.



쿠와아앙


바닥에 흙을 해집으며, 검은 암석을 닮은 거대한 괴물이 지면 아래에서 불쑥 튀어나왔다.


“예린아!”


지환이 허공에 튀어오른 예린을 애타게 불렀다. 그녀는 채찍을 휘두루느라 반응이 한박자 늦었다.


크윽, 간신히 허공에서 중심을 회복한 예린이 몸을 팽이처럼 회전시켰다.


자동차만한 집게발이 그녀의 곁을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갔다.


목표를 놓친 집게발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찰카닥거리며 지상으로 떨어졌다.


예린이 다급하게 지환에게 채찍을 날렸다. 지환은 예린의 채찍을 한팔로 휘감아서 잡아당겼다.



“괜찮아?”


지환이 양팔로 받아든 예린에게 물었다. 예린은 괜찮다며 지환의 품에서 내려와 교복에 먼지를 털었다.


바닥에서 뛰쳐나온 괴물은 흑색 전갈이었다. 정말 더럽게 큰 전갈. 앞에서 본 체고만 3미터 정도는 되어 보였고, 길이는 6미터쯤 되는 괴물, 아니지 괴수에 가까웠다.



카젤과 서윤이 즉시 공격에 나섰다. 허공에서 얼음이 쏟아지고, 지면에서 화염이 치솟아도 전갈은 태연하게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그들을 쫓았다.


지환이 허리춤에 매달아 놓은 장갑을 착용했다. 손을 쥐었다 폈다 하자 손가락 사이사이에 장갑이 꽉 물렸다.


“예린아, 혹시 중간에 짧은 다리 하나만 채찍으로 고정시킬 수 있을까? 잠깐이면 되는데.”

“나도 근력은 낮은 편이라, 아주 잠깐 잡아둘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번 해볼게.”

“무리할 필요는 없으니까. 무겁다 싶으면 바로 채찍을 회수하든지, 아니면 놔버려.”


고개를 끄덕인 예린이 전갈의 다리 부근에 감각을 집중했다.


집게발을 제외한 나머지 짧은 다리들은 지면에 붙어서 규칙적인 순서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동과 회전 방향만 육감으로 파악하면, 채찍으로 묶기는 어렵지 않을 듯 싶었다.


“아빠! 간다!”


예린의 채찍 끝이 총탄처럼 쏘아졌다. 동시에 지환이 채찍을 따라 짓쳐 달려나갔다.



휘리릭


채찍이 정확하게 전갈의 중간 다리를 휘감았다. 큭, 예린은 팔뚝에 걸리는 중압감에 헛숨을 집어삼켰다. 채찍 자루를 붙잡고 버티는 그녀의 양손이 파들파들 떨렸다.



키엑?


채찍에 감긴 다리가 강제로 쭉 펼쳐졌다. 전갈은 예상치 못한 기습에 순간 주춤했다.



쿠웅


지면이 작게 울렸다. 전력으로 바닥을 박찬 지환이 전갈의 다리를 향해 직선을 그리며 뻗어나갔다.


가까이서 보니 전갈의 다리에는 쇠심줄 같은 털이 무수히 박혀있었다. 지환은 털에 긁히는 자잘한 상처들은 무시한 채 다리를 꽈악 끌어안았다.


갑각류는 무조건 다리 관절부터 공략해야 한다. 혜빈이가 좋아하는 양념게장 먹을 때마다, 무수히 꽃게 다리를 꺽으며 깨달은 진리였다.



빠드득


어금니를 꽉 깨문 지환이 온몸이 터질 듯 힘을 주며 단숨에 허리를 돌리자, 전갈의 다리가 트위스트되며 180도 회전했다. 키르륵? 다리가 뒤틀린 전갈은 위아래로 닥쳐오는 얼음과 화염을 무시하고 예린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채찍을 당기고 있던 예린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팽팽하던 채찍이 힘없이 바닥으로 늘어졌다.


전갈의 실책이었다. 무리한 방향 전환에 채찍과 지환이 잡고 있던 다리가 아예 끊어졌다.


전갈은 평소와 달라진 좌우의 중심에 잠시 의아함을 품었다. 지환이 서둘러 잘린 다리를 던져버리고 자리를 벗어났다.



쾌에에엑


전갈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다리를 직접 봤다. 잔뜩 독이 오른 전갈이 발광하듯 온몸을 뒤틀었다.


어느새 전갈로부터 멀어진 지환에게 예린이 달려왔다. 전갈의 빳빳하고 날카로운 잔털에, 지환은 옷이 다 찢어지고 온몸은 자잘한 상처가 가득했다.


“아빠! 괜찮아?”

“응, 그럼.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빙그레 웃어보이는 지환. 눈살을 찌푸린 예린이 상처를 자세히 보기 위해 지환의 셔츠를 잡아당겼다.


찰나의 순간, 예린의 눈동자로 의아함이 스쳐지나갔다. 분명히 방금 전 흘린 듯한 혈흔의 흔적이 있었음에도, 아빠의 몸에는 상처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옅은 핑크빛 실선들만 자국처럼 남아있었다.


“응, 괜찮은 것 같네. 다행이다.”


딱히 지적하지 않았다. 더플백에 있던 회복제를 바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벌써 상처가 사라졌는지. 2급 무특성 각성자가 30층 대에 존재하는 엘리트인 전갈의 다리를 붙잡아서 부러뜨릴 수 있는지.


당장은 필요 없는 질문이었다. 우선 모형탑을 나간 이후에 물어도 된다.


물어보지 않는다면 모를까. 아빠는 자신이 묻는 말에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그러리라 믿고 있다. 그러니까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지환은 예린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리고 다시 전갈을 향해 눈길을 돌렸다. 발악을 하느라 지쳤는지 한층 움직임이 느려진 상태였다.


“예린아, 한번 더 노려보자. 왼쪽으로 아무 다리나 잡아줘.”

“응. 신호줄게.”


전갈은 다리가 부러진 쪽으로 미세하게 몸이 기운 상태였다. 이번에도 성공한다면 전갈은 제대로 서 있기 힘들지도 모른다.


“아빠!”


채찍이 순식간에 뻗어나갔다. 지환도 바람처럼 달려나갔다. 공중에는 얼음으로 만든 길을 따라 미끄러지는 카젤이 백색의 눈보라를 퍼붓고 있었고, 지상에서는 서윤이 모래를 굳혀버릴 만한 뜨거운 화염을 몰아붙였다.


얼음과 불의 노래 사이에 낀 듯한 전갈은 점차 주춤거리는 움직임이 잦아졌다. 아무리 검은 암석을 닮은 갑각질이라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세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리가 끊어진 곳 바로 뒷 다리에 채찍이 구렁이처럼 휘감겼다. 목표를 발견한 지환이 눈을 빛내며 전력으로 질주했다.



콰앙


전갈이 팽팽하게 당겨진 채찍을 집게발로 내리찍었다. 8개의 검은 눈깔이 채찍을 쥔 채 허공으로 튀어오른 예린만을 주시했다.


처음으로 전갈의 C자로 휘어진 꼬리가 벼락처럼 움직였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머리가 흔들린 예린은 일순 감각 기능을 상실했다.


휘잉


갈고리 모양의 꼬리끝이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예린의 흔들리는 시야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아빠?”

“괜찮아?”


예린은 자신을 안아든 채, 지상에 착지한 지환을 바라봤다. 지환은 빙그레 웃으며 딸을 조심스레 바닥에 앉혔다.


“당할 뻔했다. 고마워, 아빠.”

“별 거 아냐. 쉬고 있어, 아빠가 금방 끝내고 올게.”


아직 전갈의 다리에 채찍이 꼬여 있었다. 지환이 전갈에게 달려들어 예린이 놓친 채찍의 자루를 쥐고 힘껏 잡아 당겼다.


전갈이 중심을 잃으며 기우뚱하더니 왼쪽으로 쓰러졌다. 서윤과 카젤의 파상공세가 마치 짓밟힌 지렁이처럼 난리를 치는 꼬리에 집중됐다.


지환은 발악하듯 몸부림치는 전갈을 향해 질주했다. 그는 채찍에 엉켜 기이하게 꺾인 다리를 꽈악 끌어안았다.



뿌드득


두 번째 다리마저 떨어져 나간 전갈이 발악하듯 꼬리를 사방으로 내리찍었다. 전갈의 강렬한 저항에 일단 모두다 뒤로 후퇴했다.


어차피 전갈의 기동성을 끊어 놨다. 이제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었다.


지환은 더플백을 세워둔 장소로 향했다. 그는 길드에서 구입한 작살 몇 개를 꺼냈다.


흑단 나무를 깎아 만든 작살 다섯 개를 구입하는데, 2천만원을 지불했다. 무려 개당 400만원이나 하는 귀중한 무기였다.


“서윤아! 아저씨 좀 도와줄래?!”


양손으로 화염을 뿜어내던 서윤이 지환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이대로면 너무 오래 걸릴 거야. 서윤아, 아저씨 믿고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네, 그럼요. 저 때문에 험한 일도 겪으셨는데. 말씀만 하세요.”


힘차게 고개를 끄덕거린 지환이 바닥에 둔 작살을 하나 집어 리니쉬의 방패로 문질렀다.


작살의 첨단이 미끌거리고 끈적해졌다. 기름을 잔뜩 머금은 작살이 번들거렸다. 지환은 작살을 서윤에게 내밀었다.


“여기에 제일 쎈 걸로 불을 붙여줘.”

“불이요? 제일 강력한 불?”

“그래. 그거면 돼. 어지간해서 안꺼지는 불로.”


서윤이 턱을 쥐고 어찌해야 될까 망설였다. 지환은 부동자세로 그녀의 선택을 기다렸다.


“저도 이제 마나가 거의 다 떨어졌어요. 몇 번이나 쓸 수 있을지 몰라요.”


그녀가 바닥에 놓인 작살들을 보며 대답했다.


“괜찮아. 한 번이든 두 번이든 상관없어.”

“알겠어요. 그럼. 아저씨만 믿어요.”


서윤이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녀가 쥔 주먹 주위로 공간이 일그러졌다. 한 여름 땡볕 아래 아스팔트처럼 일렁이는 주먹으로 열풍이 소용돌이처럼 휘감겼다.


무염(無焰). 보이지 않는 불꽃. 아직 서윤의 실력으로는 겨우 주먹 하나 정도의 불꽃을 조작하는게 고작이었다.


서윤의 이마에서 구슬땀이 맺혔다. 전갈을 상대로 대지를 화염으로 뒤덮었을 때보다, 주먹만한 무염을 조작하는게 더욱 고난도의 작업이었다.


“아저씨, 붙일게요.”


서윤이 손을 펼쳐 작살의 끝부분을 잡았다. 보이지 않는 불꽃이 마치 작살의 첨단에 매달리듯 옮겨붙었다.


지환은 무염이 타오르는 작살을 단단히 쥐고 팔을 뒤로 당겼다. 자신의 육신이 작살을 시위에 건 활이라는 이미지를 강력하게 상상한 지환이, 전갈을 향해 작살을 있는 힘껏 내던졌다.



쉬이이익―푹!


전갈이 꿈틀하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배쪽이 따끔했고 무언가 뜨뜻한 게 몸속으로 들어왔다.


이윽고 작살이 박힌 구멍에서 매캐한 냄새와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전갈이 끔찍한 괴성을 내지르며 공동의 암석 벽에다가 배를 마구 비볐다.


서윤의 무염은 소이탄과 특성이 비슷했다. 보이지 않는 불꽃은 쉬이 꺼지는 화재가 아니었다.


“혼자서 주의 끌기가 쉽지 않아! 얼른 끝내!”


카젤이 소리를 질렀다. 그는 얼음과 눈보라로 전갈을 자극해서, 혼자서 가장 위험한 꼬리의 어그로를 맡고 있었다.


지환이 서둘러 작살을 하나 더 주워들었다. 한쪽 눈썹을 구긴 서윤이 재차 무염을 작살에 붙였다.



푸욱


전갈의 등쪽에 갑각질이 유리처럼 깨지며 작살이 박혔다. 보이지 않는 화염이 전갈의 몸속에서 타올랐다.


연신 채찍을 휘두르던 예린이 매캐한 연기에 눈을 비볐다. 그녀는 공동을 가득 채운 역한 누린내에 코를 찡긋거렸다. 감각 특성을 가진 그녀는 자극적인 감각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한 발만 더!”


지환이 자신의 다리통만한 굵기의 작살을 내밀었다. 서윤이 양손으로 작살의 첨단을 쥐고 잔뜩 찡그린 눈을 꼬옥 감았다.


마나의 밑바닥까지 짜내서 최후의 무염을 만들었다. 서윤이 뒤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 앉았다.


흡! 지환이 숨을 들이마시고 마치 공성병기인 발리스타처럼 상체를 한계까지 뒤틀고, 작살을 쥔 팔을 최대한 뒤로 멀리 당겼다.



“죽어라!”


전갈의 턱부분에 돌기마냥 자라난 단단한 이빨들이 깨진 접시처럼 산산조각났다. 이빨을 깨부수고, 이마 안쪽에 자리잡고 있던 독샘에 박힌 작살이 무염으로 불타올랐다.


초록색 연무가 전갈의 입속에서 피어올랐다. 다들 황급히 전갈에게서 물러났다. 독이 타올라 퍼지는 독무였다. 들이마시면 좋은 꼴을 보기는 어려웠다.


전갈이 입새로 새어나오는 독무를, 눈깔 옆에 자리한 호흡기로 연신 들이마셨다. 자신의 독이라 어느정도 면역이 있다지만, 무염이 바짝 태워 독기가 응축된 독무는 전갈에게도 악영향을 끼쳤다.


전갈의 움직임이 서서히 굼떠졌다. 그 사이 카젤이 전갈의 꼬리를 완벽하게 얼려버렸다. 수차례 채찍에 맞은 긁힌 자국 투성이인 집게발이 땅으로 떨어지며 쿵소리를 냈다.


독샘을 전부 말려버린 무염이 전갈의 머리통 자체를 태워버리기 시작했다. 전갈의 주먹만하던 뇌가 열기에 쪼그라들어 땅콩만큼 작아졌다.


벽에 머리와 배를 비벼대던 전갈이 마침내 움직임을 멈췄다. 부들부들 떨리던 전갈의 집게발이 한 차례 허공을 휘적거렸다.


어떠한 소리도 없이, 한순간에 전갈이 먼지로 변해버렸다.


치열했던 전투와 상관없이, 먼지는 차분하게 공동의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지환은 마지막 작살을 던진 후 탈골된 자신의 어깨를 붙잡은 채,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승리의 기쁨보다 다른 감정이 앞섰다.



참 다행이었다.


혜린이 저녁 먹기 전에는 돌아갈 수 있겠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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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멘토와 멘티 24.08.14 149 3 17쪽
12 12화. 특성 24.08.13 175 4 17쪽
11 11화. 기일 24.08.12 180 2 18쪽
10 10화. 만두 24.08.11 184 4 21쪽
9 9화. 탑의 주인 24.08.11 205 3 17쪽
8 8화. 습지(3) 24.08.10 192 5 15쪽
7 7화. 습지(2) 24.08.09 215 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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