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홀아비의 탑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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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제프찬TO
작품등록일 :
2024.08.04 22:24
최근연재일 :
2024.09.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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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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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탑의 주인

DUMMY

나이가 많건 적건, 인간이든 짐승이든.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절망과 고독은 참혹하다.


사방팔방에서 형언하기 어려운 적의가 쏟아졌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숨통이 조이는 기분이었다.


지환은 리자드맨들을이해했다. 엄마를 잃은 예린과 혜빈을 곁에서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저들의 좌절과 분노에 공감했다.


역설적이게도, 저들의 증오와 가까워질 수록, 자신은 결코 저들의 바람대로 죽어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예린과 혜빈은 이미 한차례 겪지 말아야 할 부모의 죽음을 겪은 아이들이다.


두 번이나 그런 험한 꼴을 보게 해서는 안 된다.


리자드맨에게 엄마의 복수가 책임과 의무라면,


지환에게 아빠의 생존이란 책임이자 의무였다.



리자드맨은 포위망을 시시각각으로 좁혀왔다. 지환은 주변을 휘둘러봤다. 그물처럼 촘촘하게 에워싼 포위망.


역시 아무리 고민해봐도 레드를 깨워서 함께 포위망을 뚫고 탈출하는 방법이 가장 생존 확률이 높았다.


“레드! 일어나라! 레드!”


지환은 발로 쓰러진 레드를 툭툭 건드렸다. 미간을 찌푸린 레드는 도무지 깨어날 기미가 없었다.


레드가 반응이 없자, 리자드맨들도 점차 경계심을 풀리는 지 발걸음이 시시각각 빨라졌다.



키에르! 캬락!


세로로 길게 찢어진 누런 홍채 수십 개가 희번득거렸다.


리자드맨과의 거리가 10미터도 채 남지 않은 상황.


언제라도 전투가 촉발할 가능성이 있었다.


더는 지체할 수 없다. 지환은 부러진 목재창으로 레드의 허벅지를 표적으로 삼아 겨눴다.


굳게 마음을 먹었다. 어차피 이대로 두면 레드도 죽은 목숨이다.


‘다리에 작은 구멍이 뚫리더라도 살아남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


지환은 마지막으로 레드의 이름을 외쳐봤다. 역시나 눈썹만 꿈찔할 뿐 정신을 차리지는 못했다.


‘미안하다. 따끔할 거다.’


목재창의 첨단이 레드의 허벅지 살을 뭉근하게 눌렀다.



“아이참! 한참 기다렸네. 여기 계셨던 거예요?”


처음 듣는 우렁찬 목소리. 화들짝 놀란 지환이 사방을 빠르게 훑어봤다. 자신처럼 어리둥절한지 쉭쉭거리며 주변을 살피는 리자드맨들.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누구지? 이미 개시한 층에 다른 헌터가 난입하는 건 탑의 원칙에 위배됐다.


“아니, 손님. 각성을 했으면 빨리 빨리 탑에 기어들어 왔어야지. 관리자급 능력을 가졌으면서 왜 이제야 나타난 거예요?”


계속 이어지는 목소리. 덩달아 리자드맨의 경계심이 한껏 치솟았다.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인간을 감지하기 위해 혀를 낼름거리느라, 쉬이익하는 뱀소리가 습지를 뒤덮었다.


“하늘이다, 하늘. 어휴, 시끄러워. 역시 하등층 놈들은 어딘지 모자라단 말이야.”


지환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우중충한 회색 하늘 끝에 새까만 점이 하나 찍혀있었다.


“여하튼 손님, 반갑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서로 통성명이라도 해볼까요?”


밤하늘의 별처럼 떠있는 까만점에서 목소리가 또렷하게 전달됐다.



슈우우우웅


새까만 점이 수직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점차 가속하는 까만 꼭지점을 중심으로 대기가 그을리며 방사형으로 찢어졌다.


고막을 터트릴 듯한 폭음이 천지에 요동쳤다. 인상을 찌푸린 지환이 양손으로 귀를 틀어 막았다.



쿠아와왕


화산이 폭발하듯 치솟은 흙탕물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


까만점이 추락한 장소에는 반구형의 크레이터가 파였고, 근접해 있던 리자드맨들은 초록색 육편이 되어서 구석구석으로 흩어졌다.


“어휴. 하필 습지지형이야. 첫인상은 의복이 중요한데.”


크레이터 중앙에서 남성이 걸어 나왔다. 중세 시대 귀족들이나 입고 있을 법한 복색을 갖춘 남성.


그는 지면에서 한 뼘 정도 떠올라 허공을 반듯하게 걸으며, 자켓에서 행거치프를 꺼내 소매에 매달린 물방울들을 툭툭 털었다.



키르륵! 캬라락!


리자드맨들이 긴 성대를 긁는 소리를 내며, 새롭게 등장한 남성에게 적개심을 표출했다.


남성은 그들을 향해 불쾌한 낯빛을 내비쳤다.


“감히 이 하등층 놈들이.”


중세 복색의 남성이 뒷짐을 지고 있던 한 손을 앞으로 서서히 들어올렸다.


이해불가한 인력에 매혹되듯, 모두의 시선이 그의 손끝으로 주목됐다.




하얀 손이 유려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분명히 맑고 청량한 소리였음에도, 지환은 께름칙한 소름이 돋았다.



퍽 퍽 퍽 푹 퍽 퍽 퍽 퍽 푹 퍽 퍽 퍽 퍽 퍽 푹 퍽 퍽···


지환의 동공이 요동쳤다. 자신을 포위하고 있던 리자드맨들의 머리통이 산발적으로 터지며 주먹 만한 뇌들이 팝콘처럼 튀어 올랐다.


습지 위로 분분히 떠다니는 연분홍 빛깔의 뇌. 욕짓거리와 함께 토기가 치밀었다.


촘촘하게 채워져 있던 포위망만큼, 끔찍한 광경이 지환을 에워쌌다.


지환은 상체를 굽히고 헛구역질을 했다. 피냄새도 아니고 역한 냄새도 아닌, 미끈한 비린내가 목젖을 감싸고 맴돌았다.


“손님께서는 비위가 좀 약하신가 봐요? 심장을 터트릴 걸 그랬나?”


배려해주는 어투가 아니었다. 남성은 지환을 내려다보며 히죽거리고 있었다.


“나름 바쁜 몸이라. 얼른 확인 절차만 끝내고 가죠.”


남성은 지환을 향해 팔을 뻗었다. 속엣것을 게워낸 지환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얼라리요? 이럴 리가 없는데.”


남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환은 단창을 지팡이 삼아 간신히 버티고 서서, 그를 경계했다.


육체적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진 상태였다. 리자드퀸과의 사투, 곧이어 펼쳐진 지옥도까지.


지환은 오래된 백열등처럼 점멸하는 의식을 끈질기게 붙잡고 있었다.


“...특성창말고는 진짜 아무것도 없으시네. 레벨도 상태창도 안 보이네요? 이럴 리가 없는데.”


잠시 가냘픈 턱을 쥐고 생각에 잠겼던 남성이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남성의 눈동자가 텅빈 허공을 주시하며 책을 읽듯이 좌우로 움직였다.


“아, 그랬구나··· 그래. 제 기억에 분명 손님이 아니었거든요? 거봐. 원래 주인은 현아씨네.”


지환이 눈을 부릅떴다. 현아, 죽은 와이프의 이름이었다.


“현아···? 송현아···?”

“네, 네. 그 손님 맞아요. 제가 처음 특성창의 관리자로 임명한 여성 손님.”

“...그게 무슨.”

“아시다시피 특성은 랜덤으로 부여되는데. 진짜 중요한 관리자급 능력은, 스타트하기 전에 특정 손님을 선별해서 주거든요.”


짧게 한숨을 내쉰 남성이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아이참, 일이 꼬여버렸네요. 손님들이 소위 EX급이라고 부르는 능력들은 해당 능력 관리자가 게임오버되면 탑으로 회수 되는 게 원칙이거든요?”

“......”

“근데 현아씨한테 EX급인 특성창 능력 말고 다른 특성도 랜덤으로 부여되는 바람에. 손님이 어부지리로 특성창을 획득하셨네요··· 오류났네. 오류났어.”

“그럼 제가 얻은 특성창이 원래는 현아의 능력이었다는 겁니까?”


남자는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짜증이 가득한 눈초리로 지환을 응시했다.


“아씨, 것참. 이제와서 죽여버릴 수도 없고. 역시 제비뽑기로 결정했더니 이런 사달이 나네요.”

“...제비뽑기?”

“네. 매번 신중히 골라서 나눠주니까.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제비뽑기를 한 건데···”

“그럼. 현아는 당신의 제비뽑기 때문에 죽은 겁니까?”

“에이, 그건 너무 억측이시다. 걍 현아씨는 죽을 팔자라 죽은 거예요.”


지환의 눈동자에 불꽃이 튀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눈 앞에 남자는 분명히 현아의 죽음과 연관이 있었다.


“아이고, 손님 뭘 또 죽을 듯이 노려보고 그러시나. 분명 현아씨가 특성이 중첩되는 바람에 죽긴 했겠지만··· 설마 내가 준 관리자급 능력말고 다른 특성까지 부여 받게 될 줄은 몰랐죠.”

“다른 특성? 다른 특성이 뭐지?”

“그것까지는 아실 필요 없고요.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현아씨가 죽은 덕분에 본인이 특성창의 관리자로 당첨되셨네요.”


짝, 짝, 짝, 짝, 짝. 남자가 크게 박수를 치며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방싯거렸다.


점멸하던 정신이 명료하게 타올랐다. 지환은 기대고 섰던 단창을 단숨에 양손으로 쥐고서, 남자를 향해 번개처럼 찔렀다.





“허어, 손님 선은 넘지 마세요.”


단창의 첨단이 아래로 고꾸라지더니 바닥을 콱 찍었다.


지환의 동공이 거칠게 흔들렸다. 분명히 남자의 가슴을 노리고 내질렀는데.


“안 아파요? 비명도 안 지르시네?”


남자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지환의 팔뚝을 가리켰다.


그제야 지환은 기역자로 꺾여있는 자신의 양쪽 팔뚝을 확인했다.


“둘 다 부러트렸어요. 더는 못 싸울테니까. 괜히 깝치지 말고···”


창을 놓아버린 지환이 냅다 남자를 향해 질주했다. 부러진 두 팔이 마치 고장난 장난감처럼 덜렁거렸다.



풍덩


지환은 그대로 앞으로 엎어지며 수면에 얼굴이 쳐 박혔다. 팔과 다리가 남인 것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흙탕물이 코와 입으로 벌컥벌컥 들이차고, 그는 함정에 걸린 짐승처럼 고개를 좌우로 휘저으며 발버둥을 쳤다.


“하아, 진짜 얼른 능력을 돌려받아야 하는데. 내 손으로는 직접 죽일 수도 없고···”


혼잣말을 내뱉은 남성이 한숨을 쉬며 검지손가락을 까닥했다.



"쿠에엑, 쿠웩!"


진창을 빠져나와 허공에 떠오른 지환이 연신 토악질을 해댔다.


“것참. 손님, 얌전히 계셨으면 무릎까지는 안 부셨을 거 아니에요.”


지환의 무릎이 기이하게 뒤틀려, 그의 발끝이 등쪽으로 180도 꺾여있었다.


“손님, 이런 돼도 않는 만용부리다가 어디서 팔이나 다리 한 짝 잃어서 병신이 되면. 탑에 방문도 안 하시고 늙어 죽을 때까지 바깥 병원에서 요양 신세만 지실 거잖아요.”


실핏줄이 다 터져 붉게 물든 지환의 눈에는 광기가 서려있었다.


그는 모래가 한 움큼 들어간 듯한 시린 눈을, 단 한 번도 깜박이지 않고 남자를 죽일 듯이 응시했다.


남자는 행거치프를 꺼내 지환에게 다가가 그의 눈가에 맺힌 핑크빛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거 봐요. 손님이 탑에 입장 안 하고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아버리면 안 돼. 그럼 내가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잖아.”


남자는 지환의 턱을 붙잡고 끌어당겨 그와 눈을 마주했다.


남자의 검은 눈동자가 끝이 보이지 않는 무저갱의 지옥으로 지환을 이끌었다.


뜨겁게 달군 쇠갈고리를 사지 육신에 꿰어서 끌어 잡아 당기는 듯한 지독한 고통.


그럼에도 지환의 눈매는 사납게 일그러질 뿐이었다.


눈만 피하면 지옥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리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인지했음에도, 지환의 독기 어린 시선은 남자의 눈동자에 못처럼 박혀서 흔들리지 않았다.


“크크크크크, 그래도 손님 재미있는 편이네요. 특성창 제외하고 아무것도 가진 능력이 없길래, 금세 질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남자가 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겼다. 허공에 떠있던 지환이 바닥으로 맥없이 추락했다.



첨벙.


지환이 떨어진 장소를 중심으로 잔물결이 일었다. 뒤틀린 무릎과 부러진 양팔에서 울린 괴이하고 끔찍한 소리가 고막까지 전달됐다.


격통이 벼락처럼 치밀었다. 지환은 비명을 참기 위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누워서 편하게 들어요. 솔직히 말하죠. 나는 손님이 얼른 죽어줬으면 하는 입장이에요. 손님은 관리자라기에는 너무나 부실하거든요.”


눈을 내리 깔아 노려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지환은 진흙탕에 누운 채 남성의 이야기를 강제로 들어야만 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기로 하죠. 보아하니 손님이 나한테 굉장히 궁금한 게 많을 것 같은데.”


지환이 어렵사리 고개를 들어 남자를 직시했다. 중세 복색의 남자는 손을 들어 허공을 휘젓고 있었다.


“지금 바깥은 봄이군요··· 좋다, 결정! 나는 손님들의 크리스마스라는 행사가 좋더라고요. 선물, 산타, 루돌프. 크크크크크, 정말 멍청이들의 합창 같지 않아요?”


뒷짐을 진 남자가 빙그레 웃으며 지환을 내려다봤다.


격통과 체력의 급격한 소진, 이젠 정신력까지 한계에 봉착했다.


지환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고 시야가 외곽부터 검게 물들며 안쪽으로 점점 침투했다.


“12월 25일까지. 만약 손님이 탑의 51층까지 도달하면. 제가 손님께서 궁금해 하시는 질문 몇 가지를 대답해드리죠.”


12월 25일··· 51층··· 질문과 대답··· 지환은 웅웅거리는 이명 사이로 들리는 남자의 약속을 잊지 않으려 곱씹고 곱씹었다.


“...너는 누구냐?”


오래된 탄광에서 흘러나온 듯한 탁하고 잠긴 목소리였다. 모기 소리만큼 작았음에도, 남자는 지환을 보며 모멸과 비웃음을 담은 얕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는 탑의 주인이랍니다. 손님.”


탑의 주인. 그런 게 있었구나. 지환의 눈꺼풀이 닫히며 그의 입새로 단말마 같은 날숨이 새어 나왔다.


“그럼, 손님. 지금처럼 열심히 깝치다가, 탑에서 비명횡사하기를 기원할게요. 빠이빠이~”


사람이 의식을 잃기 전, 최후까지 남아있는 감각이 청각이라고 했던 가.


귓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조롱을 마지막으로, 지환은 티끌 같던 의식을 완전히 잃었다.



*



커억.


콧구멍과 목젖을 치며 과량의 비린 액체가 숨구멍으로 넘어갔다.


지환은 밭은 기침을 하며 발작적으로 상체를 일으켰다.


언제부터 숨이 막혔는지 모르겠다. 호흡을 하는 감각이 생경했다.


꿈이었나? 꿈은 아니었다. 뒷통수가 터진 리자드맨의 사체와 연분홍 뇌가 주변에 널브러져 있었다.


지환은 부러진 팔뚝과 무릎을 살펴봤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두 멀쩡했다.


심각한 부상은 사라졌지만, 전신에 남은 피로와 고통은 그대로였다.


그는 호흡이 진정될 때까지 가만히 앉아서 방금 전 벌어진 사건을 복기했다.


중세 복장을 입은 남성. 복색은 기억나지만 그의 얼굴은 마치 지우개로 지운 듯이 기억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까지 대략 8개월 정도 남아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았다.


50층이라··· 지환은 끙 소리를 내며 지친 몸을 일으켰다.


삐걱거리는 신체가 자꾸만 마흔에 가까운 나이를 실감하게 만들었다.


하긴 마흔보다 젊었더라도 이 정도면 살아있는 게 용한 거지.


습지는 전쟁 후 폐허처럼 고요했다. 리자드맨의 사체와 주인 잃은 뇌가 잔잔한 물결을 따라 흔들거렸다.


지환은 레드를 향해 걸어갔다. 둥둥 떠다니는 뇌에 둘러 쌓인 레드는 여전히 찡그린 얼굴로 인사불성이었다.




엉덩이를 걷어찼다. 레드는 신음소리와 함께 몸을 웅크리더니 리자드퀸에게 차였던 옆구리를 부여잡았다.


갈비뼈가 몇 대는 나갔을 거다. 어차피 깨어나도 걷기가 불편할 만한 부상이었다.


레드의 숏소드와 자신의 단창, 더플백을 챙긴 지환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덧 저녁 시간이 가까워졌다. 예린이가 걱정할 거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수 십의 리자드맨 시체가 아쉽긴 했지만, 죽은 상태도 그렇고 혼자서 갈무리할 상황도 아니었다.


레드를 어깨에 걸치려는 중에, 시야 구석으로 새하얀 빛무리가 번지는 게 보였다.


리자드퀸. 엘리트 괴물인 그녀가 빛무리로 화하고 있었다.



지환이 가까이 갔을 때는 이미 리자드 퀸의 사체는 사라진 후였다.


대신 수면 위로 소재로 사용되는 자질구레한 부속물들과 원형의 방패 하나가 수면에 떠올라 있었다.


지름이 1미터는 넘어 보이는 방패는 리자드맨의 피부와 닮은 초록색 외관을 띠고 있었다.


지환은 더플백에 부속물을 전부 챙긴 후, 밧줄을 꺼내서 방패 안쪽에 달린 손잡이에 단단히 묶었다.


밧줄로 방패를 질질 끌고 간 지환은 레드를 들어 오목한 방패 위에 얹었다.


다행히 체구도 작은 편이고, 몸을 구부리고 있어 크기가 방패에 대충 맞았다.


밧줄을 끌어 당겨봤다. 다행히 바닥이 물이나 진흙이라 방패가 쉽게 끌렸다.


등록증을 들어 나침반을 확인했다. 계속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었으니, 안전지대까지 얼마 남지 않았을 거다.


지환은 발목에 걸리는 물결의 버거움을 견디며 남쪽으로 나아갔다.


몰매라도 맞은 듯 온몸은 부숴질 것만 같고, 허벅지는 사시나무처럼 후들거렸지만 이를 악물고 계속 걸었다.


원래는 20층 언저리가 목표였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기도 하고, 20층 헌터라면 보증으로 대출을 받더라도 혜린의 수술까지는 감당될 것 같았으니까.


이제는 아니다. 무조건 목표는 51층이다. 탑의 주인인지 뭔지, 중세 복장 애호가에 사이코패스인 변태 새끼를 만나서 물어볼 거 다 물어볼 거다.


그 후에 반드시 죽인다. 혹여나 자신이 죽게 되더라도 필히 녀석의 팔이나 다리 한쪽은 품에 안고 저승에 갈 거다.


땀으로 범벅이 된 핼쑥한 얼굴과 달리, 그의 눈동자는 격렬하게 타오르는 불꽃을 품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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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 참관수업(3) 24.09.02 26 3 13쪽
27 27화. 참관수업(2) 24.08.30 38 2 12쪽
26 26화. 참관수업(1) 24.08.29 43 2 15쪽
25 25화. 평가 24.08.28 52 3 18쪽
24 24화. 청목신녀의 손녀 24.08.27 53 2 13쪽
23 23화. 도축 길드 24.08.26 67 4 16쪽
22 22화. 보스전(4) 24.08.23 79 3 15쪽
21 21화. 보스전(3) 24.08.22 81 2 17쪽
20 20화. 보스전(2) 24.08.21 86 4 13쪽
19 19화. 보스전(1) 24.08.20 95 2 16쪽
18 18화. 10층(4) +1 24.08.19 99 3 19쪽
17 17화. 10층(3) 24.08.18 109 4 15쪽
16 16화. 10층(2) 24.08.17 121 5 13쪽
15 15화. 10층(1) 24.08.16 136 4 15쪽
14 14화. 특성창 24.08.15 137 5 16쪽
13 13화. 멘토와 멘티 24.08.14 149 3 17쪽
12 12화. 특성 24.08.13 175 4 17쪽
11 11화. 기일 24.08.12 180 2 18쪽
10 10화. 만두 24.08.11 184 4 21쪽
» 9화. 탑의 주인 24.08.11 205 3 17쪽
8 8화. 습지(3) 24.08.10 192 5 15쪽
7 7화. 습지(2) 24.08.09 215 4 19쪽
6 6화. 습지(1) 24.08.08 222 5 13쪽
5 5화. 텃세(2) 24.08.07 263 5 15쪽
4 4화. 텃세(1) 24.08.06 297 5 16쪽
3 3화. 폐급 홀아비(3) 24.08.05 328 5 17쪽
2 2화. 폐급 홀아비(2) 24.08.05 365 6 20쪽
1 1화. 폐급 홀아비(1) 24.08.05 470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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