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홀아비의 탑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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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제프찬TO
작품등록일 :
2024.08.04 22:24
최근연재일 :
2024.09.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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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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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보스전(1)

DUMMY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두 가지는 확실해졌다.


첫 번째, 특성이 처음 등록되는 조건. 엘리트 이상의 괴물을 사냥하면 괴물과 관련한 특성이 개화된다.


두 번째, 특성 경험치가 오르는 조건. 해당 특성을 지닌 괴물들을 사냥하면 경험치가 쌓인다.


지환은 새롭게 반짝이는 두 개의 특성에 집중했다. 은하수가 반전되며 두 개의 특성이 눈앞에서 확장됐다.



<근력_31.1%> 힘 스텟이 상승한다.

* 획득: 트롤 마키나 클리어

* 근력 관련 특성을 지닌 괴물 처치 시 경험치 획득


<재생_16.4%> 부상이 자체 회복된다.

* 획득: 트롤 마키나 클리어

* 재생력 관련 특성을 지닌 괴물 처치 시 경험치 획득



트롤 둘이 동시에 등장했다는 건, 엘리트라는 방증이었다.


첫 번째 트롤을 잡았을 때, 지환은 어떤 특성이든 '개화하지 않을까?'라고 예상했다.


스스로가 타인을 위해 목숨을 희생할 정도의 의인은 아니었으니.


만약 특성이 개화했을 거라는 추측이 없었다면, 다슬을 구하기 위해 무작정 달려들지는 않았을 거다···


···는 거짓말이다. 토끼 같은 딸들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음에도, 죽음을 도외시한 스스로가 한심해서 주절대는 핑계.


반사적으로 몸이 앞서 나간다. 눈앞에서 여성이라는 존재가 위험에 처하면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다.


무슨 백마 탄 왕자님처럼 멋진 의미가 아니다. 와이프가 죽고 두 딸을 키우다 보니 생긴 일종의 정신적 육체적 트라우마랄까.


지환은 다슬을 무모하게 달려들었던 자기 자신을 책망하고 또 책망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버텨낸 거다. 행운에 기대고 육체를 혹사시키면서.


트롤의 일격을 방패로 막는 순간, 마치 하늘에서 추락하는 트럭과 충돌하는 기분이었다.


혼미해지는 정신과 반대로, 온몸의 근육과 관절들이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도리어 정신을 차렸다.


그나마 개화한 특성이 근력이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종류의 특성이었다면 부상이 훨씬 심각했을 거다.


지환은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방패를 착용했던 왼쪽 어깨와 팔꿈치를 주물렀다.


옅은 통증과 붓기가 거슬렸다. 그럼에도 그는 기묘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실소했다.


이미 반쯤 빠져있던 어깨로 트롤의 주먹을 버텨냈다. 당시 방패를 든 팔뚝에서 섬뜩한 파열음이 신경을 타고 올라와 고막 안쪽을 찔렀었다.


뼈가 부러졌거나, 최소한 뼈에 금이 간 부상이 확실했다.


다른 이들은 눈치채지 못한 듯 싶으나. 트롤의 주먹을 막고 나서 잠시동안 늘어진 팔이 올라가지도 않았으니까.


‘그랬는데. 반나절 사이에 겨우 멍이 든 수준의 통증만 남았다.’


새로운 특성인 재생이 작용했을 거다. 어떤 외상 치료제도 이런 속도로 뼈를 아물게 하지는 못한다.




지환은 특성창을 끄고 모로 돌아 누웠다.


헌터 중에 가장 많은 특성을 지녔다는 축복의 각성자 강다윤.


마지막 층 공략을 위해 기획된 영웅 파티의 핵심 멤버인 강다윤은, 공식적으로 총 7개의 특성을 개화했다고 알려져 있다.


지환의 호흡이 가빠졌다. 눈을 감고 있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무특성 각성자에 불과했던 자신이 벌써 4개의 특성을 소유하고 있었다.


특성의 질을 떠나 단순 개수만으로 본다면 결코 흔치 않은 헌터였다.


이대로라면 특성 7개 정도는 금세 뛰어넘겠지.


물론 자신에게는 1급 헌터 이상이 지닌 레벨과 상태창이 없었다.


대신 이제 누구도 갖지 못한 특성창을 보유했다.



지환이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크리스마스가 오기 전 50층에 도달하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은 특성을 수집하고, 특성 경험치를 획득하는 방법 뿐이었다.


‘어차피 특성 경험치 습득도 일반 괴물에 비해 엘리트 이상이 월등하다.’


지환이 내린 결론은 무조건 보스와 엘리트 위주의 사냥.


다른 헌터들은 일반 괴물을 사냥해서 안정적으로 레벨업을 하고, 상급 괴물에 도전했다.


하지만 정석적인 헌팅은 지환에게 시간낭비였다. 그는 레벨과 상태창이 없었으니까.


오로지 다수의 특성과 특성 경험치 획득만이 성장하는 방법이었다.


지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목표와 방법은 뚜렷했지만 현실적으로 극복해야 할 난관이 상당했다.


걔중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신의 방식을 지지하고 함께 해줄 동료들을 구할 수 있느냐였다.


그가 노리는 탑 공략법은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었다.


무지성으로 고층을 올라가 보스와 엘리트만을 사냥한다는 게,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짓인지 굳이 고려해 볼 필요도 없었다.


더군다나 자신은 공식화된 폐급 헌터였다. 안 그래도 동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지환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문제점은 몰라도 동료 부분에서만큼은 딱히 해결할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윽고 고민과 상념 사이에 불쑥 끼어든 수마가, 피곤에 짓눌린 그의 의식을 강제로 거꾸러뜨렸다.



*



“지환씨 아침이에요. 일어나세요.”


지환이 눈을 떴다. 따사로운 햇살이 속눈썹을 간지럽혔다.


얼마나 깊이 잠들었었는지, 순간적으로 여기가 어딘지 혼란스러웠다.


“...다슬씨, 저 불침번은.”


양팔로 지탱한 채 겨우 상체를 일으켰다. 세상이 비틀거리고 온몸은 물에 젖은 솜마냥 무거웠다. 지독한 숙취에 시달리는 듯한 감각.


“어제 절 구해주셨잖아요. 피곤해보이셔서, 제가 한 타임 더 뛰었어요.”


다슬의 눈밑에는 옅은 다크서클이 드리워 있었다. 지환은 민망한 표정으로 감사를 표했다.


“아침 식사는 간단히 하죠. 준비되면 모닥불로 오세요.”


아침 식사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도중 다슬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급작스레 우울해진 그녀는 조용히 모닥불 쪽으로 돌아갔다.


지환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손바닥으로 짚었다. 미약한 열감이 손바닥으로 전달됐다.


분명히 어젯밤 술을 마신 기억은 없다. 이건 다른 연유에서 비롯된 피로였다.


‘아마도 원인은...’


지환이 왼쪽 어깨와 팔꿈치를 주물러 봤다. 옅게 남아있던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논문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생명을 위협할 만한 상처를 재생한 트롤은 회복을 위해 이틀에서 삼일 정도 수면을 취한다고.


세상에 완벽한 공짜는 없다. 특히나 회복이라는 행위에는 절대적이라고 할만한 시간과 치료가 필요했다.


재생력 특성은 절차를 무시하고 회복을 돕는 대신, 육체 자체에 그만한 반동으로 되돌아온다.


어쩔 수 없지. 지환은 입새로 낮은 신음을 흘리며 피곤한 몸을 움직였다.


불만을 가질 수 없었다. 사냥을 지속하는 것 만해도 감지덕지였다.


애초에 팔 골절에 어깨 탈골이었다면, 곧장 귀환해야 하는 심각한 부상이었다.



“어이, 잠보! 얼른 와라. 먹고 서둘러 움직여야 돼. 오늘 밤이 지나기 전에는 보스 사냥을 마무리 지어야지.”


홍사장이 썩은 표정으로 큐브형 비상식량을 씹으며 지환을 불렀다. 헌터용으로 나온 비상식량은 공복에 먹어도 더럽게 맛이 없기로 유명했다.


“홍사장님, 아무리 간단히 먹어도 그걸 먹어요?”

“지환이, 너 지금 헌터 협회 디스하냐? 협회에서 정성스레 제작하고 공인한 최상의 비상식량을 마치 무슨 개돼지 사료처럼 취급하는 거냐? 협회 재판에 끌려가서 볼기짝 좀 맞아야 정신 차릴 거냐? 엉?”


홍사장의 손아귀에 쥐어진 영양갱 모양의 비상식량이 우그러졌다.


협회는 최고의 영양 배합에 집중력 향상, 피로 회복까지 책임지는 완벽한 식량이라고 광고했지만.


실상은 괴상한 벌레를 응집해서 제작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아무튼 지환 기준에 저건 사람 먹는 음식이 아니었다.


“시간도 없고, 어쩔 수 없잖아요.”


다슬이 참새가 모이를 쪼듯이 아주 찔끔 비상식량을 베어 물었다. 순식간에 그녀의 다크서클의 음영이 더욱 짙어졌다.


“퉤.”


레드의 입에서 축축하게 뭉개진 흑갈색 덩어리가 튀어나왔다. 그는 비상식량을 오물거리다가 뱉기를 반복했다.


“...다들 그만 드세요.”


지환이 더플백을 뒤져 아이스박스를 꺼냈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모두가 손에 쥐고 있던 비상식량을 수풀 뒤로 던져버렸다.


아이스박스를 주시하는 눈들이 기대감으로 초롱초롱 빛났다.


“어제 인벤토리가 모자라서 버릴까 고민했는데 안 버리길 잘했네요. 별 건 아니고 그냥 애그 샌드위치···”


지환이 꺼낸 종이호일로 쌓인 샌드위치가 순식간에 손에서 사라졌다.


셋 중 레드가 가장 빨랐다. 첫 번째로 샌드위치를 강탈한 레드는 일행들과 떨어진 장소로 가 마치 보물처럼 샌드위치를 품에 안고 주변을 경계했다.


“것참, 인원에 맞게 챙겨왔으니까. 욕심 내지 않아도 됩니다. 이게 뭐라고 그리···”


홍사장의 우왁스러운 손이 바람을 가르며 지환의 손에 들린 새로운 샌드위치를 노렸다.


순간 지환의 가늘게 뜬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그는 기민하게 샌드위치를 빼돌려,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던 다슬에게 넘겨줬다.


“아니. 홍사장님은 나이도 제일 연장자인데 샌드위치 하나에 목을 매십니까?”

“와씨, 지환이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냐? 설마 너네 사귀기로 결정했냐? 벌써부터 애인부터 챙겨주는 거야? 니가 나랑 몇 년 지기인데 이놈 자식이!”


군소리가 길어질 듯 싶어서 지환이 얼른 샌드위치를 꺼내서 건넸다. 잔뜩 삐진 표정이었지만, 입을 다문 홍사장은 샌드위치를 받았다.



“분명 괜찮은 어른이신데, 가끔 아이 같은 면모가 있단 말이죠.”


지환이 홍사장을 감싸주기 위해 다슬을 향해 혼잣말처럼 말을 붙였다. 다슬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손에 쥔 샌드위치만 보고 있었다.


“다슬씨 괜찮으십니까? 혹시 저 대신 불침번 서서 피곤하신건 아닌가요?”

“아, 아뇨!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요! 자, 잘 먹겠습니다!”


다슬이 휙하고 돌아서 꺼진 모닥불 근처에 가 앉았다. 그녀는 샌드위치를 먹지 않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진짜 괜찮은 거 맞으세요?”


지환이 자신의 샌드위치를 들고, 다슬의 곁에 앉았다. 샌드위치에 정신이 팔렸던 다슬이 화들짝 놀랐다.


“어···어! 걱정마세요. 정말 괜찮으니까.”


다슬이 허둥대며 샌드위치를 까려고 시도했다. 순간 손가락이 꼬인 그녀가 반쯤 깐 샌드위치를 허공에서 놓쳤다.


지환이 즉시 손을 뻗어 그녀의 샌드위치를 받아냈다. 다행히 흙바닥에 떨어지지 않았다.


“다행이네요. 하마터면 못 먹을 뻔했어요.”

“어, 어쩌죠. 저, 저기 샌드위치가 떨어지셨는데.”


지환은 자신의 발치에 떨어진 샌드위치를 보았다. 그는 다슬에게 샌드위치를 넘겨주고 흙이 묻은 자신의 샌드위치를 아무렇지 않게 들었다.


“괜찮습니다. 제 거는 아직 종이호일 안 벗겨서 털고 먹으면 됩니다.”

“그래도···”

“정말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드세요.”


지환이 빙그레 웃으며 흙이 묻은 샌드위치를 까서 한입 베어 물었다.


지환의 샌드위치를 바라보던 다슬은, 그와 슬쩍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 샌드위치를 먹기 시작했다.


“마, 맛있네요.”

“다행입니다.”

“탑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겠습니까? 내가 어제부터 말했지? 그럴 거면 걍 둘이 모텔 잡으라고.”


홍사장의 헛소리에 지환이 눈을 흘겼다. 다슬은 고개만 숙이고 혼잣말처럼 ‘아무리 그래도 그건.’ 라는 등 쉰소리를 나지막이 속삭였다.


“실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사냥 이야기부터 하죠. 어제부로 명확해졌습니다.”


지환이 인원에 맞게 컵을 준비해서 흰우유를 따랐다. 음흉하게 웃고 있던 홍사장이 눈을 똑바로 떴다.


“뭐가?”

“보스가 어떤 종인지요.”


팔짱을 낀 홍사장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도 대략 감을 잡고 있는 눈치였다.


“트롤이겠지.”

“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트롤일겁니다.”


지환이 컵을 향해 손을 뻗은 레드에게 우유를 건넸다. 레드는 입술에 하얀 거품을 묻히며 우유를 들이켰다.


“임마, 다슬. 넌 어떻게 생각해?”

“뭘요?”

“...넌 내 이야기 듣긴 하냐?!”

“연애하느라 못 들었네요.”


뚱한 얼굴의 다슬이 휙하고 나무 위로 올라가 버렸다. 벙찐 표정의 홍사장에 ‘허’ 하며 헛숨을 내쉬었다.


“여친 단속 안 하냐?”

“홍사장님 직원 아닙니까?”


서로 피만 흘리는 대화였다.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은 홍사장이 항복을 선언했다.


“됐고. 그래서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

“솔직히 반반입니다. 보스가 트롤이면 부담스럽긴 하죠.”


지환이 쓰게 혀를 찼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부담감보다 아쉬움이 컸다.


트롤 보스 사냥에 성공할 시, 새롭게 얻은 근력이나 재생력 특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게 분명할 테니까.


“그치, 부담스럽긴 하지. 그럼 이만하고 돌아가야 하나.”


홍사장이 입술을 삐쭉 내밀고 까끌해진 턱을 긁었다. 지환이 보기에 홍사장도 찝찝하고 아쉬운 기색이었다.


지환은 뒷목을 잡고 고개를 젖혔다. 말간 하늘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그래도 접자.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혼자라면 모르겠지만, 동료들까지 위험 부담을 지게 할 수는 없다.


앞으로의 목표도 확실히 정해졌고, 새로운 특성까지 두 개나 획득했으니. 지금 복귀해도 남는 장사지.


“보스, 죽일 거임.”


남은 우유를 한번에 들이킨 레드가 빈컵을 내밀면서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보스 잡자고?”

“당근.”

“트롤 보스는 위험성이 있어. 이쯤에서 돌아가서 다음을 계획하는 게 나아.”


한잔 더 따라준 우유를 벌컥벌컥 마신 레드가 빈컵을 자신의 머리 위로 털었다.


“용두. 믿으셈.”


레드가 새롭게 얻은 도검을 자랑스레 꺼내 들었다. 황홀한 표정이 된 레드가 뼈로 만든 것처럼 희뿌연 색의 도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내 안에 용두가 울고 있삼.”


결의에 찬 레드의 눈빛에 지환이 움찔했다. 레드가 저렇게 길게 말하는 건 처음 봤다.


용두? 언제 도검에 이름까지 지어준 걸까. 나중에 다슬씨가 도검을 나눠 갖자고 하면 어떻게 하려고 저러지.


“푸하하하! 레드 이 친구! 마음에 들어! 생긴 거랑 다르게 상남자셨구만!”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순간, 호탕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홍사장이 눈에 뜨거운 열정을 가득 담고서 말을 이었다.


“그럼! 가야지! 사나이가 한번 칼을 들었으면 끝장을 봐야 한다! 이 말이야!”


홍사장이 다가가자 레드가 한 걸음 물러나며 도검 끝을 세웠다.


그러거나 말거나 홍사장은 손등으로 도검을 툭 밀어내더니 레드의 곁에 다가섰다.


“뭐라고? 왕두? 용두? 아무튼 만약 트롤 보스를 잡게 된다면 그 도검은 완전히 네 꺼다. 내가 책임지고 보장해주지!”


눈살을 찌푸린 지환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기도 사냥도, 저렇게 마음대로 결정해도 되는 건가? 다슬씨 지분은 어쩌고?


“사장님 제 의견은요? 아직 제 도검 지분은 저한테 있거든요? 트롤 보스 잡는 것도 고민 중이고요? 이거 완전 직장 내 갑질 아닌가요?”


지상으로 내려온 다슬이 홍사장에게 뾰로한 눈빛을 쏘았다. 홍사장은 헛기침을 몇 차례 하더니 다슬을 응시했다.


“이번 일 끝나고 곧장 휴가 2주. 동아시아 한정, 너가 원하는 장소로 특별 여행 패키지 일주일 포함.”

“콜.”


찰나의 틈도 용납지 않는 신속한 대답. 이어서 바닥에 얕은 먼지가 일더니, 다슬의 신형이 삽시간에 모습을 감췄다.


도대체 k직장인에게 휴가란 뭘까. 지환은 잠시 예전 출판사 시절을 추억해봤다. 절로 목구멍이 텁텁해지는 기분이라 냉수를 꺼내 한 모금 마셨다.


“자, 이제 거래는 됐고?”


홍사장이 득의만만하게 웃으며 레드의 어깨를 턱턱 두드렸다.


레드는 얼굴을 찌푸렸지만, 홍사장의 손바닥을 밀어내지는 않았다.



흠, 지환은 시선을 내리깐 채 고민에 빠졌다. 레드의 신병기 용두와 자신의 새로운 특성.


위험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도전해볼 만했다. 트롤은 발이 느린 편이니, 여차해서 안 되겠으면 퇴각도 하나의 준수한 옵션이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마친 지환이 주먹으로 손바닥을 내리치며 고개를 처들었다.


“갑시다! 까짓 거! 보스 트롤이 별 겁니까? 썰고 찌르다 보면 결국 죽을 겁니다!”


적막했다. 이미 지환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들 먼저 출발했는지 수풀 사이로 어수룩한 그림자만 어른거렸다.


멋쩍은 지환이 서둘러서 수풀을 향해 내달렸다. 흥분해서 주접을 떤 모습을 들키지 않아 다행이었다.


어느새 피로도 잊었는지, 생기 넘치는 그의 얼굴에는 미미한 기대감이 번져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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