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홀아비의 탑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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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제프찬TO
작품등록일 :
2024.08.04 22:24
최근연재일 :
2024.09.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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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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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1화. 보스전(3)

DUMMY

“인, 간, 은, 별, 로, 맛, 없, 는, 데.”


트롤이 왕좌에서 일어섰다. 괴물은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을 경계하는 인간들을 훑어봤다.


“네, 명, 이, 전, 부, 냐.”

“아님, 넌 내꺼삼.”


레드가 용두를 횡으로 베었다. 지루한 눈빛의 트롤은 가만히 서있었다.


콰앙


용두에 직격당한 트롤이 맥없이 옆으로 날아갔다.


“조심. 안 걸렸삼.”


레드가 경계의 눈빛을 풀지 않았다. 트롤은 허공에서 온몸을 허우적거렸다.


괴물의 발바닥이 지면에 걸리자, 갈고리처럼 휘어진 발가락이 흙을 잡아채듯이 쥐었다.


파앙


연막탄처럼 흙먼지가 자욱이 퍼지고, 순식간에 방향을 튼 트롤은 다슬과 홍사장에게 야생마처럼 질주했다.


“임다슬! 피해랏!”


홍사장은 카메라를 다슬에게 던지고 손을 활짝 펼친 채 자세를 낮췄다.


딱보니 변종 보스는 무투가 형태다. 자신 또한 무투가 특성을 지녔다.


체구만 보면 딱히 힘도 세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기술의 대결이라면 한번 해볼만 하지 않을까?



쿠웅


돌진하던 트롤과 홍사장이 부딪혔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트롤이 홍사장의 아래로 파고들어 복부쪽 허리 부분을 감싸안았고, 홍사장은 상반신을 숙여 양팔로 트롤의 겨드랑이를 파고 들어 깍지를 꼈다.


전형적인 힘싸움, 홍사장이 스티로폼처럼 가볍게 공중으로 떠올랐다. 몸이 들린 홍사장은 비명과 함께, 그대로 반대편 지면으로 넘어갔다.




벨리 수플렉스. 지면에 뒤집힌 채 게거품을 문 홍사장은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꺄악!”


보통의 괴물들과는 시각적 충격이 달랐다. 휘두르는 돌곤봉보다 수플렉스가 더욱 현실적이고 생동감 넘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하면 너무나 추한 꼴이 된다 즉시 뒤로 돌아 도망치던 임다슬이 무언가에 가로막혀 넘어졌다.


“뭐, 뭐야 이거!”


임다슬은 눈앞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벽처럼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여기 막혔어요!”

“사, 냥, 감. 도, 망, 못, 쳐.”


바닥을 박찬 트롤이 어깨로 임다슬의 복부를 강타했다. 잠시 허공을 부유하던 그녀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한차례 튕기더니 바닥에 데굴데굴 굴러 대자로 널브러졌다.



흐읍, 숨을 참는 소리. 하늘에서 수직으로 용두가 단두대처럼 떨어졌다. 트롤은 엑스자로 손을 교차해 들어 용두를 받아냈다.



쿠웅


트롤의 뒤꿈치 아래에 흙바닥이 움푹 밀려났다.


레드를 뒤따라온 지환이 트롤의 머리통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왕두에 양팔이 묶인 상황, 방어할 방법은 없었다.


“!?”


지환의 단창이 허공을 갈랐다. 그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었다.


트롤은 고개를 꺾은 걸로 간단히 단창을 피해냈다.


덩치만 큰 엘리트 트롤을 잡을 때처럼 빈틈만 노린다고 무조건 창이 박히는 게 아니다.


변종 트롤은 인간이나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둔하고 커다란 트롤과는 다르게, 방어가 안 되면 회피하면 그만이었다.


지환이 다급히 트롤의 몸통 쪽으로 단창을 다시 내질렀다. 트롤이 허리를 틀어 치명상은 피했지만, 머리와 달리 몸통은 면적이 넓어 살짝 옆구리 쪽을 긁혔다.


단창을 경계하기 시작한 트롤은, 연거푸 몰아치는 용두의 공격을 피하고 반격하며 단창의 사정거리 밖으로 기민하게 물러났다.


타이밍을 놓쳤다. 전투의 폭풍속에 휘말린 둘 사이에 끼어든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환은 단창을 방패에 끼워넣고 홍사장과 임다슬에게 달려가 상태를 살폈다.


휴, 다행히 둘 다 죽지는 않았다.


‘두 분 다 참 팔자 좋으십니다. 다들 어째 나랑 탑만 들어오면 기절하는 것 같네.’


전투불능이 된 둘을 외곽으로 낑낑대며 옮기려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진로를 가로막았다.


지환은 보이지 않는 방해물을 손가락으로 더듬거리며 인지했다. 단단하고 탄성이 느껴지는 굵은 줄이 여러겹으로 쌓여있는 듯했다.


투명한 줄을 잡고 천천히 나아가자 일정한 부분에서 직각으로 꺽이는 지점을 발견했다.


지환은 격렬한 전투 중인 레드와 트롤을 중심축으로 삼아 사방을 주의 깊게 둘러봤다.


그제야 그는 숨겨진 방해물이 어떤 형태를 띠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링에 갇혀 있었다.


탈출이 불가능하게 촘촘히 막혀 있는 사각형의 링이었다.


아마도 트롤 보스가 벌인 장난질이겠지. 지환은 직각으로 꺽이는 장소에 홍사장과 다슬을 기대어놨다.



“크윽!”


파장공세를 펼치던 레드가 조금씩 밀리는 분위기다.


잔뜩 약이 오른 레드가 무식하게 달려들었다.


트롤은 점점 여유를 부리며 용두의 패도적인 검격을 흘리거나 피했다.


레드는 간결한 검술을 추구했다. 기본형인 삼단베기. 수직베기 횡베기 찌르기, 세 가지를 극한으로 단련했달까?


어지간한 하수나 동급 수준을 상대할 때는 우직한 방식이 득이 된다.


반대로 상대방에 비해 힘과 속도, 예리함이 부족해지면, 간결한 검법은 장점을 잃는다.


“이이익!”


결국 용두의 검면이 트롤의 손아귀에 잡혔다.


검사가 검을 맨 손으로 잡히다니. 수치 중에 수치였다. 레드가 쥔 검자루가 파르르 떨렸다. 그의 얼굴이 홍시처럼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럼에도 검면을 잡힌 용두는 요지부동이었다.


“놓으삼.”


잔뜩 찌푸린 얼굴로 레드가 경고했다. 트롤은 그를 보며 콧방귀를 끼며 조소를 머금었다.


“싫, 삼.”


인간의 지구력은 동물들 중에서는 가히 최강이라 할만 했지만, 괴물들에 비해서는 미약하기 그지 없었다.


체력이 떨어져 컨디션이 악화된 레드는 트롤의 조롱에도 딱히 저항할 수단이 없었다.



빠직


용두의 검면 일부를 바스라지며, 마침내 트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용두―︎!”


레드가 검면의 일부가 파인 용두를 보며 울분을 토해냈다.


지환은 무방비 상태인 레드를 보호하기 위해, 전력으로 달려가 단창을 횡으로 휘둘렀다.


트롤은 막기도 귀찮다는 듯이 두 걸음 정도 물러났다.


용두를 품에 끌어안고 있는 레드. 그를 보는 트롤의 입가에는 비릿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인, 간, 은, 이, 게, 더, 맛, 있, 어.”


지환은 방패로 레드와 자신을 가렸다. 그제야 철렁했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트롤이 좌절한 레드의 머리통이라도 후려쳤다면 파티는 전멸 확정이었다.


“어이, 레드. 정신 좀 차려봐.”


고개를 숙인 레드는 묵묵부답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한숨을 내쉰 지환은 트롤을 흘낏 쳐다봤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싱글벙글이네. 변종은 어린아이와 비슷한 면모가 있다더니. 정말이었군.”


레드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그가 고개를 들어올렸다. 트롤이 눈시울이 붉어진 그를 가리키며 웃음을 터트렸다.


“허, 접, 허, 접. 울, 보, 울, 보.”


레드의 이마에 새파란 삼발이 핏줄이 불거졌다. 곁에서 느껴지는 진득한 살기에 지환은 마른침을 삼켰다.


“부탁이 있삼···”

“응? 무슨 부탁?”

“시간 좀 벌어주삼.”

“...얼마나?”


레드가 손바닥을 활짝 펼쳤다. 5분이라. 저 괴물을 상대로 1대1을 펼쳐서 5분을 버티라는 건가.


“5분이면 승산이 있어?”

“당근, 반드시 쳐죽일 거임.”


하아, 속으로 한숨과 욕이 절로 나왔다. 자신을 응시하는 레드의 눈동자에 열기가 가득했다.


어차피 홍사장과 임다슬이 기절한 이상 탈주는 불가능한 상황.


“믿는다. 레드.”


레드가 주먹을 말아쥐고 신뢰의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지환은 방패를 탈착하고, 창을 바닥에 내리찍어 수직으로 꽂았다.


“뭐, 하, 는, 거, 냐?”


트롤의 질문을 무시한 지환은, 윗도리를 훌렁훌렁 벗어제꼈다.


상반신이 전라가 된 지환이 턱을 긁적거렸다. 이게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달리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창은 포기해야 했다. 창으로 상대하면 상대를 잡아두기가 어렵다. 창끝을 무시하고 지나쳐 레드나 다른 동료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경험상 시간을 벌려면 육탄전이 최고다. 잡아 당기고 쓰러뜨리는 진흙탕 싸움으로 트롤을 끌어들여야 한다.


지환은 좌우로 목을 풀며 스트레칭을 했다. 다행히 트롤도 그의 기행에 흥미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새 눈을 감고 발도술 자세를 취한 레드는, 마치 깊은 명상에 빠진 사람처럼 보였다.


지환이 레드를 뒤로 두고, 창을 뽑아 들어서 앞으로 나아갔다. 트롤의 입매가 흐뭇하게 올라갔다.


“이, 런, 인, 간, 은, 처, 음, 인, 데. 맨, 몸, 으, 로, 덤, 비, 다, 니.”


트롤이 깍지를 끼더니 손을 뻗으며 기지개를 키며 말했다.


멍청한 놈이 남의 속도 모르고.


쯧, 짧게 혀를 찬 지환이 살짝 속도를 높이며 창을 투척할 준비를 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나름 궁금했던 점을 확인해 볼 기회이기도 하니까.



하나··· 둘··· 셋···!


지환에게서 출발한 일점이 트롤의 심장를 꿰뚫는 일점으로 이어지는 수평선.


트롤은 자신의 가슴에 길게 베인 상처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초록색 이마에 진땀이 맺혔다.


찰나의 순간, 죽음의 위협을 미리 감지하고 수평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면 심장에 구멍이 뚫릴 뻔했다.


“너, 뭐, 냐.”


트롤의 미간이 처음으로 찌푸려졌다. 지환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창을 던진 어깨를 붕붕 돌렸다.


“사실 아직까지 내가 전력을 다해서 힘을 써본 적이 없거든?”


근력 특성을 얻었지만, 창을 다루며 근력을 온전히 사용하기란 여의치 않았다.


지환은 멈추지 않고 당당히 트롤을 향해 걸었다. 이제껏 가만히 지켜만 보던 트롤도 한 걸음씩 지환을 향해 다가갔다.



상체를 헐벗은 두 수컷이 서로의 발치에서 멈춰섰다. 신장 차이로 지환은 트롤을 내려다보고, 트롤은 지환을 치켜떠봤다.


“네가 처음이다. 진심으로 전부를 쏟아 부을 거다.”


지환이 담담히 마음을 전했다.


트롤의 입매가 기다란 호선을 그렸다.



*



다슬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직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건가? 그녀는 고개를 갸웃하며 자신의 볼을 꼬집었다.



으하햡, 크합, 으갸아악, 우오옷, 크이익···


인간 수컷 한 마리와 트롤 수컷 한 마리가 빤쓰만 걸친 채, 괴성을 내지르며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얼굴이 잔뜩 구겨진 지환이 트롤의 한쪽 팔에 매미처럼 찰싹 달라붙어 용을 쓰고 있었고,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초록색 피부를 뚫고 나오는 트롤은 다른 쪽 팔로 지환이 꺾으려는 팔에 팔목을 붙잡아 버티고 있었다.


“씨팔!!! 제발 좀 부러지라고!!!”


지환이 악을 쓰며 힘을 줬다. 트롤도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는 지환이 매달려 있는 팔을 힘겹게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쿠왕


바닥에 내팽개쳐진 지환이 흙바닥을 콩벌레처럼 굴러갔다.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는 팔꿈치를 부여잡은 트롤이 지환을 쫓아가며 발로 그를 마구 짓밟았다.


“죽, 어! 죽, 어!”


트롤은 어설픈 한국어로 소리를 지르며 발길질을 계속했다.

머리를 감싼 지환은 계속 구르며 최대한 공격을 피하려 애를 썼지만,


먼지나게 밟히고 있었다.



다슬은 아직까지 정신이 없었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된다.


어떻게 지환씨가 트롤이랑 일대일로 몸싸움을 하고 있는지 거지?


꿈이든 현실이든 상관없다. 우선 맡은 일을 해보자.


다슬은 손에 쥐고 있던 소형활의 단장을 더욱 길게 뽑아냈다. 소형활이 순식간에 장궁으로 변모했다.


그녀는 화살의 꼬리 부분을 돌려 갓 부분을 제거하고, 다른 화살은 화살의 머리 부분을 돌려 화살촉을 제거했다.


반쪽짜리 화살 두 개를 하나로 연결하니, 장궁용 화살이 완성됐다.


시험 삼아 활의 시위를 몇 차례 퉁겨봤다. 손 끝에 느껴지는 장력이 탱탱했다.


화살을 매기고 시위를 한껏 당겼다. 다슬의 특성은 궁사. 연노나 소형활보다는 장궁에 좀더 자신있었다.


‘K민족하면 궁술이지.’


다슬은 시위 너머로 보이는 둘의 육탄전을 지그시 응시했다.


찰나의 틈새면 된다. 그녀는 호흡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지환이 복부 쪽으로 들어오는 트롤의 스탬핑 킥을 피하고 그의 발목을 붙잡았다.


그대로 앞으로 밀며 테이크 다운. 어설픈 방법이지만 방심한 상대에겐 나름 잘 통하는 기술이었다


기우뚱하며 중심을 잃은 트롤. 지환은 온몸이 욱씬거렸지만 어금니를 꽉 깨물며 끈질기게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결국 트롤이 앞으로 엎어지자마자 지환이 그를 타고 올랐다.


트롤은 지환을 떨쳐내려 했지만, 지환의 악력은 가히 자신에 비견할 만했다.


“미, 친, 놈, 이!”


저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은 트롤이 상반신을 일으켜세웠다. 지환은 승모근을 짓누르는 엄청난 압박감에 백초크를 포기하고 니바로 목표를 바꿨다.


끼기익


트롤의 무릎에서 기형적인 소리가 울렸다. 트롤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신의 다리에 엉킨 지환을 떼어내려 시도했다.


무릎이 꺾이는 자세는 흐트렸지만, 도통 자신에게서 떨어트릴 수는 없었다. 어찌나 다리를 꽉잡고 있는지, 인간의 손등은 하얗게 질려있었다.


이 인간은 숫제 괴물이었다. 우선 말도 안 되는 힘. 근력이 무려 자신보다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근력만이라면 이 정도로 당하진 않았을 거다. 관절을 꺾는 기괴한 기술까지 섞이니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트롤은 주먹을 들어 지환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머리를 두 어대 맞은 지환이 결국 무릎을 놓고 뒤로 물러나 일어섰다.


어지러운지 비틀거리는 지환. 트롤은 기가 차다는 듯이 입새로 헛웃음이 나왔다.


자신의 주먹이 어떤 주먹인가. 집채만한 바위도 한 방에 박살내는 주먹이었다.


비틀거리던 지환이 금세 안정적인 자세를 취했다. 정말 징그럽게 단단한 내구력이었다.


이대로 전투가 지속돼서, 다른 인간들까지 전투에 합류하면 패색이 짙어질 거다.


트롤이 지환을 유심히 관찰했다. 부상이나 고통은 숨기기가 쉽다. 오히려 절대로 숨길 수 없는 건···


체력이다. 눈이 풀리고, 호흡이 거칠어지며, 어깨가 처진다.


저 미친놈이 아무리 자신을 따라잡았다고 해도, 인간인 이상 체력만큼은 상대가 되질 않는다.


트롤은 상체를 굽히고 지환에게 달려들었다. 역시나 처음보다 반응이 늦다.


지환의 허리에 매달린 트롤이, 기민하게 움직여 그의 뒤를 잡았다.


콰앙


수플렉스, 지면이 울렸다. 땅에 거꾸로 처박힌 지환은, 허물어지듯이 바닥에 쓰러졌다.


“과, 연, 몸, 뚱, 이, 에, 자, 신, 감, 이, 있, 을, 만, 하, 네.”


축복받은 육신을 가진 괴물이 주는 최고의 찬사였다. 바닥에 널부러진 지환은 기절한 건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끝, 이, 다.”


트롤이 지환의 등판 위로 한쪽 발을 올려놨다. 괴물의 입매가 절로 호선을 그렸다.


트롤의 발이 지환의 등을 지그시 짓눌렀다. 커헉, 폐가 압박된 지환의 입에서 신음성이 절로 새어나왔다.



불쑥


트롤은 황당한 눈빛으로 뜬금없이 자신의 왼쪽 어깨를 뚫고 튀어나온 화살촉을 내려다봤다.


쇄애애애액―︎푸슉. 소리가 화살을 뒤늦게 뒤따랐다. 트롤의 몸이 화살을 맞은 왼쪽으로 한차례 휘청거렸다.


“너 때문에 아직도 속이 울렁거려···”


다슬은 두 번째 화살을 시위에 걸며 중얼거렸다. 트롤은 종이짝처럼 구겨진 얼굴로, 그녀를 죽일듯이 노려봤다.


“그래도 한 가지는 알겠어···”


느슨하게 당겨진 활시위가 파르르 떨렸다. 시야가 흐릿했고 구토감이 몰려왔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처음 한 발이 한계였다는 사실을.


“지금이 꿈은 아니라는 거.”




시위를 떠난 화살이 맥없는 포물선을 그리며 다슬의 발치로 툭 떨어졌다. 트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어깨에 화살을 뽑아냈다.


“멍, 청, 한, 암, 컷. 죽, 음, 을, 자, 초, 하, 는, 군.”


트롤이 손에 잡힌 화살을 살펴보더니 화살을 던질 자세를 취했다.


암컷치고는 근성이 괜찮았다. 적어도 자신이 쏜 화살로 깔끔한 죽음을 맞이하는 배려 정도는 해줄 만했다.



덥석


자신의 등에 올라탄 익숙한 무게감. 트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소름이라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팔과 다리가 인간의 팔과 다리와 엉켜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지, 독, 한, 새, 끼.”


그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등에 업히듯이 매달려있는 지환을 뜨악하게 쳐다봤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화살을 뽑기 전 지환의 옆구리 쪽을 발로 밟아서 갈비뼈를 몇 개 으스러트려놨는데.


고통의 문제가 아니라, 절대로 다시 일어설 수 없는 부상이었다.


자신과 같은 트롤이라도 아닌 이상···


설마 이 새끼 트롤인가?


트롤이 지환의 존재에 대한 심각한 고찰에 빠진 사이, 지환은 트롤의 귀청이 떨어져나가라 고함을 질렀다.


“레드! 5분이 뭐냐! 10분은 지났겠다!”



레드가 눈을 번쩍 떴다.


일순 레드의 피부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입새로 나온 숨이, 마치 뜨거운 증기처럼 자욱하게 번졌다.


용두의 검끝이 미미하게 움직이며 흙바닥을 살짝 긁었다.




이윽고 레드의 신형이 자취를 감췄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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