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홀아비의 탑공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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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제프찬TO
작품등록일 :
2024.08.04 22:24
최근연재일 :
2024.09.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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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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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참관수업(2)

DUMMY

"하아, 그게 지금 말이 되는 소리야?"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어린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하얗고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네. 학장님, 죄송합니다. 지금 모든 교수와 연구진들이 달라붙어서 원인을 파악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지긋한 연배의 밀로 교수가 어쩔 줄 모르며 어린 학장의 눈치를 봤다.


콰앙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학장실 문이 벌컥 열렸다.


"하, 학장님! 원인을 찾았습니다! 봉오 그 자식이...!"


열린 문으로 우왁스럽게 등장한 제르미 교수가 붉어진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거, 제르미 교수 암만 바빠도 학장실 문을 그렇게..."

"닥쳐. 밀러."

"넵, 학장님."


호흡을 가다듬은 제르미 교수가 말을 이었다.


"봉오 녀석이 울면서 실토했습니다! 참관 부모님 중 한 분이 각성자였는데, 팔찌 착용을 안 하고 넘어갔다고 합니다!"


학장의 인형처럼 귀여운 외모가 왈칵 구겨졌다. 지금 모형탑이 고장나서 무너지기 직전인데. 겨우 그 따위 사소한 사건으로 이리 호들갑을 떨어?


"다른 조교들도 다 조사해봤는데. 딱히 실수하거나 오류가 발생할 만한 건덕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상 봉오 조교쪽이 이 사태에 가장 확률이 높은..."




오크나무로 제작한 학장의 책상이 움푹 패였다. 학장이 주먹을 들어올리자, 박살난 나뭇조각이 우수수 떨어져내렸다.


"지금 나랑 장난치는 거야? 애초에 내가 특급이거나, 30층 헌터 이상은 참관수업 받지 말라고 했어 안 했어?"

"그, 그게... 2급에 무특성 헌터라고 합니다."


학장이 제르미에게 눈을 부라렸다. 2등급 무특성 헌터가 모형탑에 들어가 문제를 일으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밀러, 사전에 철저히 검열한 거야?"

"최소한 특급이나 30층 헌터는 아닐 겁니다. 학생들 상대로 동의장을 받아, 참관수업에 참여하는 부모들은 사전에 등록증으로 전부 확인했습니다."


학장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밀러가 가끔 실수는 해도, 회피하려고 거짓말 하는 녀석은 아니었다.


그럼 과부하가 문제가 아니라는 말인가?


"하, 학장님!"


또 뭐야. 학장은 활짝 열려있는 문밖을 바라봤다.


"정확한 원인을 찾았습니다."

"나 기분 안 좋으니까. 뜸 들이지 말고,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말해."


새롭게 등장한 교수 리뮈시안이 식은 땀을 흘리며, 최대한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말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봉오가 맡았던 그룹에서 과부하가 발견됐습니다."


학장이 밀러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당황한 밀러가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후우, 원인은 찾았지만 그게 부모탓인지, 모형탑 관리 탓인지, 담당 조교 탓인지 확실치는 않으니까. 우선 넘어가는 거야."


말을 마친 학장이 의자에서 일어나 교수들을 한차례 둘러봤다.


교수들은 고양이 앞에 쥐처럼 어깨가 움츠러 들었다.


"지금 바로 내가 직접 확인하러 갈 거야. 밀러 제외하고 나머지 교수들은 당장 모든 인력과 자원 총동원해서 모형탑에서 구조요청이 오는 팀들 즉각 처리해."


"그리고 밀러, 너는 나 따라오고."


죽상이 된 밀러가 학장의 옆에 붙었다. 나머지 교수들은 학장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바람 같이 사라졌다.


"바로 가자. 봉오가 맡았던 조작실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등, 헛소리를 지껄일 거면 걍 여기 대가리 박고 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든 조교들의 배치도를 외워두길 잘했다.


밀러는 거침없이 앞장서서 나아갔다. 학장은 깊은 한숨을 연발하며 밀러를 따라 걸었다.



*



"봉오 조교."

"네?! 넵!"


봉오는 식은땀 범벅이었다. 원인까지 자신의 조작실이라는 게 밝혀진 이상 중징계는 확정이었다.


"팔찌를 안 채운 부모 이름이 뭐라고?"

"박지환입니다."

"헌터야?"

"넵, 협회에 요청해서 확인한 결과, 헌터가 확실합니다."


밀러는 봉오에게 받은 서류철을 학장에게 넘겼다.


"이 사람 어디서 본 얼굴인데..."

"어디서 말입니까?"


분명히 이 얼굴 본 기억이 있다. 학장은 서류에 붙어있는 지환의 사진을 뚫어져라 주시하며 기억읗 더듬었다.


"아! 기억났다!"

"2급 헌터가 학장님이랑 친분이 있다고요? 누굽니까?"


학장은 밀러의 질문을 가뿐하게 무시했다. 그녀는 서류철에 사진을 손등으로 툭툭쳤다.


걔잖아. 폐급 각성자의 희망! 별빛! 꿈!... 그리고 요리사까지! 저번 달 H매거진 특집 기사.


가십거리 잡지에 등장한 허풍뿐인 기사. 그래도 탑에서 만들어주는 요리는 좀 궁금하긴 했었다.


학장은 조작실에 불 꺼진 모니터를 확인했다. 비상전력을 돌렸는 데도, 여기 조작실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콰직


"아이고, 학장님... 말씀해주시면 저희가 얌전히 뜯어드렸을 텐데..."


학장은 밀러의 탄식을 가볍게 무시했다. 그녀는 손으로 우왁스럽게 뜯어버린 모니터를 바닥에 던졌다.


모니터가 뜯긴 자리 아래에는 맷돼지만큼 커다란 마정석이 들어있었다.


알록달록한 선이 거미줄처럼 달려있는 마정석은, 고유의 빛깔을 잃어가고 투명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빛이 너무 약해. 거기다가 가운데는 크게 금까지 나갔어."


마정석을 보는 학장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이건 무려 50층 마정석이었다. 모형탑 중에서도 최상위권 마정석이었다.


'모형탑을 유지하는데, 50층 마정석으로 부족하다고?'


마정석은 자신의 출력을 최대한으로 사용하며 거기에 부족한 부분을 다른 조작실과 연결된 마정석들의 마나까지 끌어당겨 쓰고 있었다.


가능성은 하나다. 모형탑에 특급 이상에 50층 헌터가 입장한 거다.


그래도 말이 안 되는데. 현 상태로 50층 헌터 한 명 정도는 감당이 가능했다.


"학장님, 이제 원인을 알았으니 조작실은 저희 쪽 엔지니어들과 길드와 협회에 담당자들을 통해서 해결하시죠."


밀러의 조언을 가뿐히 무시했다. 최소한 둘 이상이다. 특급 50층 헌터 둘 이상은 입장해야, 이 정도 과부하가 납득이 된다.


'50층 헌터가 두 명이나 아카데미 학부모 참관수업에 참여해서 문제를 일으킨다?'


코끼리 두 마리가 냉장고에 들어가는 상황보다 말이 안 된다.


부자에 명예까지 얻은 50층 헌터가 무슨 할 일이 없어서 아카데미 학생들 수업에 참관을 하나?


그리고 봉오가 말하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했다.


지서윤, 카젤, 예린, 박지환. 이 네 명만이 들어갔고 포탈이 묶였다고.


학장은 팔짱을 끼고 턱을 괸 채, 마정석을 가만히 깔아봤다.


그녀는 꽤나 오랜만에,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문제를 맞닥뜨렸다.



“밀러.”

“예.”

“무염 길드랑 아이실드 길드에 연락 넣어서, 지들 딸이랑 아들이 위험에 빠졌다고 하고 지원 요청해.”

“예?”


이번에도 가볍게 무시하고, 학장은 마정석 위에 손바닥을 올렸다.


몸속에 마나가 무저갱으로 쑤욱 빨려들어가는 감각. 학장의 얼굴에 서늘한 미소가 서렸다.


재미있어.


학장의 전신에서 일곱 빛깔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마치 해초처럼 흐늘거리는 아지랑이들은 순식간에 조작실을 가득채웠다.


“학장님!”


밀러의 외치거나 말거나, 학장은 웃는 낯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는 체내의 마나를 단숨에 손바닥으로 끌어모아 폭발시키듯 분사했다.


빛을 잃어가던 마정석이 섬광탄처럼 빛을 내뿜었다. 학장의 주위로 돌풍이 몰아쳤고, 밀러는 다른 이들을 이끌고 쌍욕을 지르며 밖으로 피신했다.


학장의 호선을 그린 눈으로 무지개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마정석 수십 개로도 버티지 못했던 출력을 가냘픈 소녀의 몸을 한 학장이 혼자서 감당해냈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녀는 51층을 넘은 위대한 13명의 헌터 중 하나였으니까.



***



역시 와이프 말 들으면 손해는 안 본다.


쿠웅


르니쉬의 방패에 막힌 거미가 옆으로 미끌어졌다. 서윤이 손가락을 튕기자 거미의 몸에서 불이 활활 타올랐다.


“지환 아저씨, 그 방패 진짜 좋네요. 방패에 스친 놈들은 불이 엄청 잘 붙어요.”


서윤은 불이 타면서도 달려드는 거미를 발로 걷어찼다. 자기 몸집만큼 큰 거미가 발차기 한번에 튕겨 날아갔다.


지환은 달려드는 거미를 향해 방패를 휘둘러 밀어냈다.


르니쉬의 방패 표면에서 발생하는 기름은 화염과 조합이 좋았다.


기름이 엉긴 거미가 또 화염에 휩싸였다. 전투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팀이 전후방으로 나뉘었다.


전방을 지환과 서윤, 후방은 카젤과 예린. 카젤과 예린 조합도 나쁘지 않았다.


수십의 얼음 표창이 거미들의 몸에 드드득 꽂히고, 예린이 쓰는 채찍에 닿은 거미들의 다리나 몸통은 두부처럼 박살났다.


굳이 협력하지는 않았지만, 둘 다 상당한 실력자라 각자 맡은 만큼 거미를 해치우고 있었다.


화마에 휩싸여 마른 장작 타는 소리를 내는 거미가, 독니를 드러내고 지환을 향해 풀쩍 뛰어 올랐다.


“아, 아저씨!”


지서윤이 놀라 소리치고, 예린도 지환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죽은 줄 알았는데, 죽은 척한 건가. 거미의 최후의 발악. 방패를 회수해서 막기에는 늦었다.


지환은 몸을 틀어 어깨를 내주고, 대신 손날을 찔렀다. 독니 끝이 살짝 어깨에 박혔고, 대신 지환의 손날은 거미의 배부분을 꿰뚫었다.


흡, 지환이 거미 뱃속에서 손아귀를 꽉 움켜쥐었다. 무언가 몰캉한 것들이 왕창 잡혔다.


푸와악


지환이 뱃속에서 손을 빼냈다. 보라색 창자처럼 보이는 기형의 장기들이 우루루 딸려나왔다.


부들부들 떨리던 거미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지환은 어깨에 엄지손가락만한 구멍이 두 개 뚫려있었다.


“아빠!”


예린의 채찍이 마치 용이 되기 직전인 이무기처럼 날뛰었다. 채찍이 만든 돌풍에 거미들이 속수무책으로 휘말려 분시(分屍)됐다.


기세가 꺽인 거미들이 물러갔다. 예린은 즉시 지환에게 달려갔다.


“괜찮아?”


그녀는 걱정스레 말하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 설마 모형탑에서 독을 쓰는 괴물이 등장할 줄이야.


“흐응~ 흑색 암석지대에 독을 쓰는 거미라. 아무리 낮게 잡아도 35층 이상이야. 일반 중독이 아닐 걸? 산폐, 산화, 환각, 화독··· 분명 추가 효과가 발동할 거야.”


카젤이 빙싯거리며 다가와 상처를 살폈다. 그의 부정적인 전망에 예린과 서윤의 얼굴이 굳었다.


“30층 이상에서 등장하는 독이 맞아. 아저씨, 초면에 이런 말하기 미안한데, 오늘 죽을 지도 몰라요. 미리 유언이라도?”


카셀의 짓궂은 농담에 살벌한 기색의 예린이 채찍을 말아쥐고 휘두르기 직전, 지환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어떻해요. 아저씨··· 제가 잘 지켜드렸어야 하는데···”


지윤이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 지환은 구렛나루를 긁다가 묵묵히 더플백을 뒤졌다.


요리하다가 냄비에 약간 대인 듯한 열통? 독니에 뚫린 상처는 예상외로 별로 안 아팠다.


아마 리자드퀸의 독성과 트롤의 재생 특성이 독에 저항하고 있는 거겠지.


혹시나 상처는 괜찮아도 독물이 몸에 퍼질지도 모르니까. 잠시 기다려봤지만, 발열이나 구역감, 어지럼증 같은게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다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저씨가 해독약을 챙겨왔거든.”


지환이 더플백을 뒤적거렸다. 해독제가 있다고 말해도, 아이들이 자신을 걱정하는 눈초리는 쉬이 가시지 않았다.


치료하는 장면까지 보여주지 않으면, 괜찮다고 말해도 믿지 않을게 분명했다.


그리고 혹시나 자신이 너무 괜찮아보이면, 아이들이 중독됐을 때 스스로의 상태를 오판할 수도 있다.


“자, 아저씨가 조심성이 많아서 최상급 중독 포션을 챙겨왔지.”


모두의 시선이 지환의 손에 들린 해독제에 주목됐다. 지환이 턱을 긁적이며 주절거렸다.


“이거 조금 민망한데. 다들 아저씨 약 먹는 거에 너무 관심이 많은 걸.”


지환이 너스레를 떨며 뒤로 돌았다. 지환은 해독제의 뚜껑을 따고서, 해독제가 흐르지 않도록 입구를 엄지손가락으로 막았다.


지환은 일부러 해독제를 높이 들어 마시는 척했다. 그제야 모두의 마음을 짓누르던 걱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것참, 언제나 그렇지만 어른 노릇하는 건 참 힘들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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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참관수업(4) 24.09.03 22 1 16쪽
28 28화. 참관수업(3) 24.09.02 27 3 13쪽
» 27화. 참관수업(2) 24.08.30 39 2 12쪽
26 26화. 참관수업(1) 24.08.29 44 2 15쪽
25 25화. 평가 24.08.28 53 3 18쪽
24 24화. 청목신녀의 손녀 24.08.27 54 2 13쪽
23 23화. 도축 길드 24.08.26 68 4 16쪽
22 22화. 보스전(4) 24.08.23 80 3 15쪽
21 21화. 보스전(3) 24.08.22 81 2 17쪽
20 20화. 보스전(2) 24.08.21 86 4 13쪽
19 19화. 보스전(1) 24.08.20 95 2 16쪽
18 18화. 10층(4) +1 24.08.19 99 3 19쪽
17 17화. 10층(3) 24.08.18 109 4 15쪽
16 16화. 10층(2) 24.08.17 121 5 13쪽
15 15화. 10층(1) 24.08.16 136 4 15쪽
14 14화. 특성창 24.08.15 138 5 16쪽
13 13화. 멘토와 멘티 24.08.14 149 3 17쪽
12 12화. 특성 24.08.13 175 4 17쪽
11 11화. 기일 24.08.12 181 2 18쪽
10 10화. 만두 24.08.11 184 4 21쪽
9 9화. 탑의 주인 24.08.11 205 3 17쪽
8 8화. 습지(3) 24.08.10 193 5 15쪽
7 7화. 습지(2) 24.08.09 215 4 19쪽
6 6화. 습지(1) 24.08.08 222 5 13쪽
5 5화. 텃세(2) 24.08.07 263 5 15쪽
4 4화. 텃세(1) 24.08.06 297 5 16쪽
3 3화. 폐급 홀아비(3) 24.08.05 329 5 17쪽
2 2화. 폐급 홀아비(2) 24.08.05 365 6 20쪽
1 1화. 폐급 홀아비(1) 24.08.05 472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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