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성기사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이조조
작품등록일 :
2024.08.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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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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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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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DUMMY

'레벨?'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정체를 알 수 없는 기억들이 머릿속을 강타했다.



"윽!"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잠시 비틀거렸다.


기억의 조각들이 마치 파편처럼 흩날리며 눈앞에 펼쳐졌다.


모든 것이 한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듯한 감각이었다.



"기사님, 괜찮으세요?"


엘라라가 당황하며 다가왔다.


주변을 살피던 나는 고블린의 기척이 감지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잠시 엄호해."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낮게 읊조렸다.


가늠할 수 없는 수많은 기억들이 마치 거대한 물결처럼 밀려들어왔다.


막아낼 틈 없이 들이닥친 기억들이 나의 안에 자리잡기 시작한다.



떠오르는 기억의 시작은 신전에서 운영하던 낡은 구휼원이었다.


그곳에는 수많은 아이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존재감이 희미한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존재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마치 그림자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에게 오랜세월 괴롭힘을 당하여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성기사단에 입단하였을 때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6급이라는 낮은 타이틀 아래 그는 여전히 그림자처럼 지내고 있었다.



그 기억은 단순한 조각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인생이었고, 하나의 이름을 가리켰다.



'마르셀 로덴'


내게 스며든 기억들은 마르셀 로덴의 파편들이었다.



'너는 누구지? 왜 내가 너의 몸에 들어온 것이지?'


혼란스러운 질문이 맴도는 동안, 눈앞에 새로운 공간이 펼쳐졌다.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방안에서, 은색 머리카락에 청록색 눈을 지닌 마르셀 로덴이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때, 밝은 빛이 우리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눈부신 빛이 점점 강해지며, 거울 하나하나를 덮어 나갔다.


하나둘씩, 거울이 빛 속으로 사라져갔다.


결국 남은 것은 단 하나의 거울이었다.


거울 속의 마르셀이 손을 내밀었다. 나도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화아아 -


찬란한 빛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며, 마지막 남은 거울마저 사라졌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나 혼자였다.



융합(融合). 그 외에는 다른 말로 설명할 길이 없었다.


천천히 눈을 뜨고, 내 손을 바라보았다.


마치 평생 이 몸으로 살아온 것처럼, 손끝에 감도는 감각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의 기억과 감각이 내 안에 녹아들어, 원래 나의 것인 것처럼 자리 잡았다.



"후..."


"무슨 일이에요?"


길게 호흡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엘라라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기억의 조각 속에서 엘라라 역시 존재하였기에, 그녀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이전과는 약간 달라져 있었다.



"마르셀 로덴의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기억이요? 마르셀은 어떻게 된 거에요?"


엘라라의 두 눈이 불안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며,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와 내가 하나가 된 것 같군."



엘라라는 순간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충격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빛이 흔들림없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고, 그녀는 결의가 섞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기사님, 앞으로 기사님의 정체는 철저히 숨기셔야 해요."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그 이유가 예상되었다.


고위 마족들이 지닌 능력.


"마족 잠식 때문인가?"


엘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위 마족은 탑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은 인간들의 신체를 잠식하여 인간처럼 사회에 섞여 살아가고 있었다.


아까 전, 엘라라는 마르셀의 몸을 차지한 것이 마족이라면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죽어버릴 작정이었던 것이다.



"맞아요. 기사님의 정체가 드러나면 그들은 필사적으로 기사님을 제거하려고 할 거에요."


"고위 마족의 힘이 어느정도 일지 궁금하군."


고위 마족에 대한 정보는 평기사와 평신관에게는 제한되고 있었다.


엘라라도 아는 바는 없는지 눈을 도르륵 굴렸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여차하면 제가 기사님에게 신성력을 쏟아부을 거니까요."


엘라라는 스스로 어깨를 팡팡치며 말했다.


그녀의 말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누가 누구를 지켜준다는 것인지.


"어? 웃으셨어요!"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둔 나는 곧 진지한 얼굴로 허공에 떠오른 글씨를 바라보았다.


"엘라라. 지금 이 문구가 눈에 보이나?"


글씨를 향해 손을 휘저어보았지만, 마치 허상처럼 공기만 가를 뿐.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레벨을 축하한다는 글씨가 사리진 자리에 새롭게 떠오른 단어가 있었다.



[ ■■■■의 후예 ]


내가 휘젓는 것을 바라보던 엘라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문구요?"


엘라라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 말했다.


'나에게만 보이는 것인가.'


손으로 글씨를 하나씩 짚어보아도 엘라라는 의아하다는 눈빛만 보낼 뿐이었다.



"거기에 뭔가가 있나요? 기사님에게만 보이나봐요!"


그녀는 콧김을 뿜어대며 말했다.


두둥실 떠다니는 글씨들이 점점 더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 * *




해가 떨어질 즈음, 우리는 숲의 입구에 다다랐다.


고블린은 위협적이지 않았으나, 끊임없이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녀석의 머리를 날렸다.



[고블린 전사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 +1]



"헥... 헥... 드디어 입구에 도착했네요."


엘라라의 꼴은 안타까울 정도였다.


밝았던 황금빛 머리카락에는 고블린의 피가 덕지덕지 묻었고, 흙바닥을 뒹굴러서 신관복에는 피와 흙이 뒤범벅 되어 있었다.



방금 전에 처치한 고블린까지 도합 85마리의 고블린을 제거했다.


아까 고블린 두 개의 집단이 동시에 덮쳐왔을 때, 엘라라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를 뒤편으로 내동댕이쳤다.


합리적인 판단이었으나, 엘라라는 동의하지 않는 듯 불만스런 표정이었다.



"에구구 허리야..."


날 바라보는 눈빛에는 얼핏 살기가 어려있었다.


그래서, 뭐.


내가 빤히 바라보자 엘라라는 입을 삐죽이며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레벨은 4에 도달해 있었다.



스르릉 -


검에 묻은 고블린의 피를 털어내고 검집에 검을 집어넣었다.



레벨업을 거듭할수록 신체에 변화가 생긴다.


신체의 능력이 향상되어, 근력과 민첩성, 모든 감각이 예리하게 상승된다.


레벨을 더 성장시킨다면 고블린 정도는 엘라라의 도움 없이도 손쉽게 일개격파가 가능할 것 같았다.



'쯧.'


원래의 몸과 비교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 속도로 어느 세월에 성장하며, 내가 살던 세계로는 어떻게 돌아가야 한단 말인가.


무림으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 뿐이다.


에벤하임 왕국과 탑에서 정보를 얻는 것.


그러려면 우선 힘을 키워야만 한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엘라라를 돌아보았다.



"엘라라."


갑작스런 나의 부름에 그녀는 눈에 힘을 풀고 밝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


언제 노려보았냐는 듯이 두 눈을 깜빡이면서 말이다.



"나가면 치유소로 가야겠다. 그곳에서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주겠나."


엘라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어요. 보고하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렇게 할게요."



엘라라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경계의 끝자락을 바라보았다.


미지의 숲의 입구이자 광장으로 향하는 경계선인 그곳에는 불투명한 막이 눈에 들어왔다.


위를 바라보자, 불투명한 막이 미지의 숲 전체를 동그랗게 감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막에 가려있음에도 노을이 지는 모습은 생생하게 보였다.



탑이 등장하기 전부터 미지의 숲에는 경계가 있었다.


그 이유를 아는 이는 없었지만, 그렇기에 오래전부터 이곳은 미지의 숲이라고 불리었다.



현재 오염된 땅과 숲의 경계는 거의 맞닿아 한걸음 정도의 거리를 남겨두고 있었다.


아직 오염되지 않은 곳은 드문드문 녹색 빛깔의 풀이 돋아있었다.


머지않아 숲의 모든 땅은 오염으로 물들 것이 분명해 보였다.


성기사인 마르셀 로덴의 기억 때문인지, 이 상황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


떠오르는 생각을 털어내고 경계를 향해 걸어갔다.



"기사님!"


"뭐지?"


엘라라가 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다소 긴장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마르셀 로덴경처럼 행동하셔야 하는 거 잊으시면 안돼요!"


"그 누구도 나를 의심할 일은 없을 거야. 장담하지."


신뢰를 주는 대답이었으나, 엘라라의 미간은 살포시 찌푸려졌다.


그녀가 무슨 말을 꺼내려는 찰나.


나의 발걸음은 숲의 경계를 밟았다.



[ 숲을 벗어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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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24.09.03 42 0 13쪽
24 23화. 24.09.03 39 0 12쪽
23 22화. 24.09.02 45 0 10쪽
22 21화. 24.09.02 42 0 10쪽
21 20화. 24.09.01 58 1 11쪽
20 19화. 24.08.31 61 2 16쪽
19 18화. 24.08.30 60 2 15쪽
18 17화. 24.08.29 6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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