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성기사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이조조
작품등록일 :
2024.08.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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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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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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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대주교께서 그런 판단을 내리셨다라."


페일라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팔짱을 낀 채로, 무언가 생각에 잠긴 얼굴이었다.



"하, 이런 순간에 1층에서 분석이나 하고 있어야 한다니!"


프레스턴은 아쉽다는 듯이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일단 저는 빨리 조사를 하러 가봐야겠습니다!"


프레스턴은 급하게 텔레포트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빛에 휩싸여 사라지는 동안에도 미련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특수부대라, 내 동생 발목을 잡지나 않았으면 좋겠군!"


카리우스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벤센? 그 머저리 말인가?"


발드르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카리우스를 바라보았다.


카리우스가 인상을 찌푸리는 순간, 에드리안이 먼저 선수를 쳤다.



"발드르님, 그만하시죠."


발드르는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카리우스가 발드르를 바라보며 주먹을 말아쥐자, 그의 손등에 핏줄이 붉어졌다.


"어디서 목소리는 들리는데, 너무 작아서 안보이는구나!"


발드르가 기가 찬 다는 듯이 카리우스의 얼굴을 흘겨보았다.



에드리안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고든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르셀 로덴경은 12층으로 가는 겁니까?"


고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층을 거쳐 올라야 하는데, 함께 이동할 인원들은 생각해두셨습니까?"


에드리안의 눈빛 속에는 숨기지 못한 열망이 담겨있었다.


고든은 에드리안을 빤히 바라보며 작게 웃고는 대답했다.


"이미 결정해 둔 인원들이 있다네."




* * *




성기사단의 연무장에는 수습대에서 복귀하는 인원들이 속속 들이차고 있었다.


연무장의 한쪽 구석에는, 두 눈을 감은 채 자리에 서있는 마르셀 로덴이 자리하고 있었다.



"로덴 경은 뭐하고 있는건가?"


"낸들 알겠나. 나도 방금왔는데."


복귀 한 성기사들이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


1층에서 오크의 시체를 발견한 이들은, 그 절단면이 얼마나 깔끔했는지에 대해서 수습대인원들에게 설파했다.


4층 몬스터를 일대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공인된 3급의 실력이 필요했다.


지난 밤, 마르셀 로덴이 했던 발언이 사실이라는 부분은 그들의 가슴 한켠에 뜨거운 고양감을 일깨웠다.


어쩌면 나도 가능할까?


그러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말 걸어볼까?"


"너 로덴경이랑 얘기해본 적 있어?"


"음... 없어."


그들이 잠시 주저하며, 마르셀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때 감겨있던 마르셀의 두 눈이 뜨였다.


마르셀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 그 마나의 흐름을 알겠군.'



나는 계속해서 페일라가 이동하던 장면을 반복하며 떠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분명 엘프 종족 특유의 보법이었을 것이다.


자연과의 친숙함은 그들이 가진 최고의 무기였고, 페일라의 마나 활용도까지 더한다면 그런 움직임을 내기에 충분했으리라.


그 보법은 엘프 종족이 지닌 자연과의 조화를 바탕으로 한 마나의 회전이 핵심이었다.


그와 청성파의 청류보법을 접목시킨다면, 새로운 보법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마나를 집중시켜 빛과 같이 빠르게 회전시키면서, 자연이 정한 흐름을 벗어나지 않는다.'


머릿속에 구상되는 보법을 떠올리며, 나는 작게 미소지었다.



그때, 누군가 다가오며 말을 건넸다.


"뭔가 깨달음이라도 있었던 모양이군."


"대대장님."


내가 오른손을 올리며 경례를 표하려고 하자,


고든은 손을 휘저었다.


주변의 성기사들이 나에게 다가오다가 멈칫하고는 뒤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고든은 나에게 고개를 까닥이며 밖으로 나가자는 표시를 했다.


그가 연무장을 나서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의 뒤를 따랐다.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겁니까?"


고든은 인적이 없는 곳에, 적당히 멈추어 서고는 주변에 아무도 없는지 둘러보았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이러는 건지.


나는 의문스럽게 그를 살펴보았다.


그 시선을 마주한 고든이 씩 웃으며 말했다.


"경에게 무슨 말을 꺼낼지 한 번 예상해보겠나?"


고든이 나에게 하고싶은 말은 무엇일까.


대주교와 어떤 대화를 하였는지가 관건일 듯 했다.



"대주교님께서 저에게 무언가 지령을 주셨을 것 같습니다."


확신에 찬 대답을 듣고, 고든은 팔짱을 낀채 미소를 지어보였다.



"큭큭, 그렇다면 과연 어떤 지령일 것 같은가?"


스무고개라도 하고 싶은 것인지 그는 계속 말을 늘였다.


머릿속으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판단이 섰다.


그를 마주 바라보면서 여유롭게 대답했다.



"저에게 기대가 크신가 봅니다. 이를 테면, 12층으로 보내신다던지요."


"크하하하!"


나의 말이 정답이었는지 고든은 어깨를 들썩이며 폭소를 터트렸다.



"내가 왜 진작 자네가 이런 인물이라는 걸 몰랐을까?"


그는 입가를 씰룩이고는 말을 이었다.



"자네는 특수부대로 발령이 났네."


이미 12층에는 진입대가 포진하여 있는 상황에서, 특수부대로의 발령을 한다라.


추측컨대, 12층은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하긴, 모든 층에서의 전투가 이들에게는 난관이었겠지.



"특수부대는 어떤 일을 해야합니까?"


"주로 잠입에 특화된 팀이라고 보면된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고든은 나의 무덤덤한 반응에 기가 찬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자네는 놀라지도 않는군."



잠입은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무림에서 삼십년간 이어진 전쟁 중, 나 역시 수없이 많은 적의 본진에 잠입했고, 나를 노리는 살수들과 끊임없이 싸워왔다.


그런 기억들이 스쳐갔지만, 나는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저도 대대장님이 이렇게 웃음이 많으신 분 인줄 몰랐습니다."


나의 말에 고든이 피식 웃었다.



"인원을 충원하고 내일 출발하도록 하지. 누군가 자네를 12층까지 인솔해야 하니까."


진입대가 각 층마다 자리잡고 있어서 비교적 안전하겠지만, 빠르게 돌파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예비된 인원이 있습니까?"


"지금 자네 눈앞에 있지 않나."


고든이 머리를 쓸어올리며 답했다.


고든과 함께 움직이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계산해보니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는 탑에 대해 잘 알고 있으니,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테니까.



"그리고 1급 신관 한 명을 더 충원할 생각이네. 자네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그래야겠지."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한 명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혹시 제가 추천을 해도 되겠습니까?"


"누구를 생각하고 있나?"


황금빛 머리칼에 푸른 눈을 가진 신관이 눈앞에 그려졌다.


그녀는 나의 정체를 알고 있으며, 시키는 대로 잘 따라오는 기특한 면이 있었다.


물론 그녀는 이 상황을 달가워하진 않을 것이다.


잠시 머릿속으로 고민을 하던 찰나,


미지의 숲을 나오기 직전 그녀가 나를 바라보던 살기어린 눈빛이 떠올랐다.


경각에 달린 목숨을 구해주었음에도, 구석으로 집어던졌다는 것에 앙심을 품었다.


고약한 것.


함께 12층을 향하면서 교육도 해주고, 그녀는 다양한 경험도 쌓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녀의 이름을 말했다.



"엘라라 알리스테어 신관입니다."


"알리스테어 신관이라면, 2급으로 알고 있는데?"


"그 부분은 문제되지 않을 겁니다."


고든은 미소짓고 있는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자네가 그렇다면 그러도록 하지. 알리스테어 신관은 회복하였나?"


"오늘 안에는 자리에서 일어날 겁니다."


"그럼 자네가 책임지고 데려오도록 하게. 나머지 부분은 메르하 대신관이 준비해줄테니 말이야. 내일 해가뜨기전 움직여야 하니 5시에 결계 앞으로 오게."


고든이 말을 마치고 뒤를 돌아서려고 하자, 나는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대대장님, 부탁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엇이지?"


"검 좀 주십시오. 보급형이라 영 불편해서요."


"그것도 메르하 대신관에게 부탁해두도록 하지."


고든은 웃으며 걸음을 옮겼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엘라라가 있는 치유소를 향해 걸어갔다.






* * *





엘라라는 여전히 중앙 치유소 한켠에 있는 막사에 누워있었다.


그녀에게 다가가 백회혈(百會穴)을 눌렀다.


이제 곧 눈을 뜰 것이다.


하나, 둘.



"허억!"


엘라라가 흐릿한 시선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눈을 몇 번 비비더니 나를 발견하고는 반색을 표했다.


"기사님?"


"일어났나?"


엘라라가 해맑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네, 몸이 엄청 가뿐해요! 치유소 신관님들이 저에게 신성력을 많이 사용하셨나봐요."


백회혈을 누르면 일시적으로 머리회전이 빨라져서 상쾌한 기분이 든다.


엘라라를 마주보며 느긋하게 웃어주었다.


"그런가보군. 어제는 다죽어가던 모습이었는데 말이지."


그녀가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제가 2급신관이긴 하지만요! 그렇게까지 신성력을 다 쓴적은 처음이었다구요."


"아직 경험이 부족한 탓이지."


"그렇죠. 아직 저도 1년차니까요!"



엘라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다가,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외쳤다.


"아! 제가 잠든 동안 어떻게 됐어요?"


"수습대가 파견되었다가 복귀했고, 우리 말을 모두 증명했다."


엘라라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선,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마주하며 흐뭇하게 웃었다.


"정체를 들키시거나 하진 않으셨죠?"


"들키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 걱정마."


"흐음... 그럼 별 일 없으셨던 거죠?"


입가가 치솟는 것을 숨기기 위해 손을 턱에 괴며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무래도 너는 더 높은 곳에 가야 할 것 같군."


나의 말이 끝나자, 엘라라가 놀란 듯이 눈을 껌뻑였다.



"높은 곳이요? 저 2층에 가나요?"


들뜬 표정으로 화색이 도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제 진면목이 이렇게 드러나는 군요!"


엘라라는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리고는 보이지도 않는 누군가에게 경례를 표했다.


귀족 아가씨를 흉내라도 내는지 새초롬한 표정이었다.


그녀가 기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러니, 당분간 함께 굴러보자고.



"우리 12층에 가게 되었어."


"그렇죠! 우리는 12층에...네?"


"그럼 준비하고. 내일 새벽이 밝기 전에 출발하자고."


엘라라는 굳은 채로, 멍하니 나의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12층을, 제가, 내일, 말도 안돼."


그녀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보다가, 슬그머니 치유소 막사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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