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성기사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이조조
작품등록일 :
2024.08.14 08:41
최근연재일 :
2024.09.11 23:59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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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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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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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화.

DUMMY

눈 앞에 떠오르는 문구에 시선이 멈춘다.


나는 미쳐버린걸까?





"마르셀 괜찮아? 오크를 어떻게 처치한거야?"


다가온 여인이 말했다.


그녀는 떨리는 손길로 나의 팔을 잡았다.


그녀의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질문은 내가 먼저."


그녀의 팔을 떼어내자, 그녀는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다.





"여기는 어디지?"


나는 싸늘한 시선으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


"어디냐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녀의 갈피를 잡지 못한 눈이 나의 표정을 훑는다.





"말 그대로. 여기는 어디고 당신은 누구지?"


"아니... 잠깐만... 아까 머리를 다친거야? 나는 엘라라 신관이잖아!"


엘라라가 손을 뻗어오자, 나는 그 손을 뿌리쳤다.


그녀는 굳어버린 채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왜..."


나는 망설임 없이 검을 들어올려, 그녀의 목을 겨냥했다.


이 여인이 적이 아니라는 확신이 필요했다.


차가운 칼날이 그녀의 목에 닿는 순간, 엘라라는 당황하며 떨리는 눈빛으로 나를 살폈다.




"여기는 어디지?"


검날을 더 가까이 밀어붙이며 말했다.


"똑바로 대답하는 게 좋을거야."





엘라라는 목에 닿은 검을 멍하니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나선,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두 눈을 번뜩였다.





"마르셀이 아니라면... 마족이라면... 그냥 나를 죽여!"


엘라라는 정말로 죽이라는 듯이 결연하게 두 눈을 감아버렸다.


감겨진 두 눈에서 눈물이 쉴새없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마족?'


엘라라의 표정에서는 죽음마저 불사하겠다는 단호함이 보였다.


지금 상황에서 무엇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했으나.


무인으로서의 감은 그녀를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이 섰다.


검날이 엘라라의 목에서 한줄기 선혈을 만드는 것을 잠시 지켜보다가 검을 내렸다.





스르릉ㅡ


"마족이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마족이 아니다."


검집에 검을 꽂는 소리가 들리자 엘라라는 슬며시 한쪽 눈을 떴다.


"그럼 뭐야? 기억상실이라도 걸린거야?"





엘라라의 목덜미에 흐르는 피를 멈추게 하기위해 손을 뻗어서 점혈을 했다.


그녀는 몸을 살짝 움찔하다가, 이내 피가 멈추자 놀란 듯한 눈빛이었다.





"나는 마르셀이 아니고, 유천성이다."


그녀는 미간을 살포시 찌푸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들리지 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에게 알아내야 할 부분이 있기에 나도 어느정도 정보를 제공해야겠지.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서 그녀에게 설명해주었다.


붉은 구슬에서 나온 빛에 휩싸인 뒤, 눈을 뜨니 이곳이었다는 부분에서 엘라라는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허억!"





잠시 생각에 잠겼던 그녀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엘라라는 이채를 띤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





"저는 엘라라 알리스테어이고 신관입니다. 아까 제가 신성력을 불어 넣어드렸었죠."


엘라라는 갑작스럽게 경어를 사용하며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리고 인사를 하듯이 고개를 꾸벅였다.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엘라라를 바라보았다.


엘라라는 어깨를 살짝 으쓱이고는, 양손에 신성력으로 하얀 구체를 만들어 보였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며 계속 말하란 듯이 고개를 까닥였다.





"이곳은 탑의 1층이에요. 그리고 우리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전멸했어요. 오크 때문에요."


엘라라는 주변을 둘러보며 인상을 찌푸리더니 말을 이었다.


"저희도 죽지 않으려면 당장 튀어야해요."





* * *





엘라라가 앞서 뛰어가고 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어두운 통로는 비릿한 혈향이 가득했다.


도중에 시신이 보이면 엘라라는 차마 바라보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렸다.


바닥에는 마르지 않은 피가 얼룩져 있었다.


시신들은 몸의 팔 다리가 뜯겨 나간 채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시신의 숫자는 적어도 스물이 넘어보였다.


아까 전 오크의 힘을 떠올리면 싸움의 광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했다.


엘라라의 신성력이 없었다면 저꼴이 된 것은 나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머리가 차갑게 식었다.


그만큼 지금 몸에 있는 기운은 형편없었으니까.





길고 어두운 통로를 따라 한참 달려가자, 마침내 그 끝에 도달했다.


입구를 통해 밖으로 나서자 눈부신 빛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눈살을 찌푸리며 주변을 살펴보자, 내 앞에 펼쳐진 광경은 가히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힐 정도.




"이곳은......"


앞에 보이는 것은 분명 숲인데, 모든 나무와 풀들이 검은색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검붉은 땅이 드러나 있었다.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은 앙상하게 말라붙어 있었다.


내가 밟고 선 이곳이 내가 살던 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아야만 했다.





오크도, 눈앞에 황금빛 머리칼을 지닌 엘라라도, 이 숲도.





"미지의 숲이에요. 예전에는 아름다운 숲이었다고 들었지만, 이미 오래전에 오염되어 정화가 불가능해요."


나침반의 방향을 확인하며 엘라라가 말했다.





바스슥-


숲의 땅으로 한걸음 내딛자 부서지는 가루를 밟는 소리가 났다.


숲은 아름다웠다는 과거를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





엘라라는 주변을 경계하며 연신 두리번 거렸다.


"여기는 고블린이라는 몬스터의 영역이에요. 무리로 활동하니 조심하긴 해야겠지만, 저희 둘이라면 문제없을 것 같네요."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아, 그리고 기사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기사?"


"네, 제 생각이 맞다면 예언 속 기사님 이실 것 같거든요."





내가 설명하라는 듯이 가만히 엘라라를 바라보자 그녀는 말을 이었다.


"저희는 기사님이 나타나시기를 오랜시간 기다렸어요."


엘라라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에벤하임 왕국에 천 년 전 갑작스레 탑이 하나 등장했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미지의 숲에 등장한 하나의 탑.


성채라는 이명으로도 불리는 탑이었다.


탑은 서서히 숲을 오염시키며, 그 영토를 넓혀가고 있었다.


오염된 토지에서는 어떤 생명체도 살아갈 수 없었다.


마물을 제외하고는.


탑이 등장하면서, 이곳에는 마물이 생겨났다.





가장 큰 문제는 탑에 "단 한명이라도" 들어와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탑이 등장하자 왕국에서는 탐사대를 파견했지만, 3차까지의 탐사대 모두 전멸.


결국, 왕국은 탑의 진입을 막았다.


그리고 얼마 후, 탑 밖으로 마물들이 미친듯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브레이크라고 불리는 현상이었다.


왕국의 학자들은 이 현상을 연구했고, 탑에 사람이 들어가면 브레이크 현상이 발생되지 않는 다는 점을 학회에 발표하였다.


그 뒤로 왕국은 진입대를 파견하였다.


최초의 진입대도 이전의 탐사대와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학살을 당했다.


전사들은 마물들을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정보를 쌓아야만 했다.


게다가 마물들의 상위개체로는 마족이라는 존재들도 있었다.


인류는 절망하고 좌절했다.





"그러던 차에 하나의 신탁이 내려왔어요."


엘라라의 시선이 나에게 머물렀다.


"기사가 나타날 것이라고요."


"그게 나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엘라라는 미소로 답을 대신했다.


그녀는 나를 그 기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을 통해 예언의 기사에게 가진 희망이 느껴졌다.


이 땅이 이 지경이고, 탑 안에서 그 난리가 나고 있으면 볏짚이라도 붙들고 싶은 심정이겠지.


하지만, 나는 이 곳을 지켜야 할 아무런 의무가 없다.


나의 유일한 관심은 어떻게 원래 세계로 돌아가느냐 하는 것이었다.





주변을 경계하며 전진하던 중 숲 속에서 미세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파스슥 -


여럿이 땅을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블린이에요. 영악하니까 방심하지는 말구요."


엘라라가 속삭이는 동시에 고블린들이 숲에서 튀어나왔다.





고블린들은 어린아이와 같은 키였는데, 녹색의 번들거리는 피부와 붉은 눈을 지녔다.


오크처럼 위협적이지는 않았으나 거슬리는 소리를 내는 것은 비슷했다.





[키르륵- 키륵-]


소리를 내며 고블린들이 우리를 동그랗게 에워싸기 시작했다.


고블린은 총 스무마리.





"아까 오크랑 비교했을 때 이놈들은 어떻지?"


"쟤네요? 오크랑은 비교가 안되죠. 기사님이 번쩍 휘두르면 펑펑 터질 거에요!"


엘라라의 표현에 내가 어이없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가 멋쩍게 웃었다.


그녀의 두 손에는 어느새 신성력을 모으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고블린들은 한 손에 뼈로 만든 단검을 들고 있었는데, 우습게도 단검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었다.


교활한 눈을 치켜뜨며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왔다.




[키르륵- 키륵-]


가장 가운데에 있는 고블린이 대장인듯 그놈이 소리를 내자, 놈들이 일사분란하게 자리를 이동했다.


엘라라를 보호하면서 싸우려면 적어도 한번에 많은 숫자를 처리해야만 한다.





"신성력을 얼마나 더 쓸 수 있지?"


"저 2급신관이에요! 아직 충분해요."


"아까처럼 나한테 보내봐."


"네!"





휘우우웅ㅡ


하얀 신성력이 나를 감싸자 고블린들이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바로 고블린의 대장에게 달려들었다.


목표는 그놈과 주변에 있는 녀석들을 최대한 한번에 없애는 것이다.





청성 만상귀일검법 2초식, 천뢰귀류(天雷歸流)


검을 치켜올리자, 천둥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번개가 파도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당황해있는 고블린들을 향해 거대한 기운을 내려쳤다.





[키륵?]


고블린이 인지하지 못하는 찰나와도 같은 순간이었다.


검을 따라 번개가 내려치며 고블린 대장부터 그 옆으로 서있는 녀석들의 목이 모조리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서걱ㅡ


고블린들의 머리가 있던 자리에 초록색 피가 솟구치며 몸이 땅으로 쳐박혔다.





[키르륵-!!!]


뒤쪽에 서있어서 검 끝에서 벗어난 고블린이 세마리가 남아있었다.


놈들은 당황한 듯 움찔거렸으나, 그들끼리 시선을 교환한 뒤 동시에 달려들었다.


검을 높이 들어올리며 단번에 허공을 가르면서 왼쪽에서 달려오던 고블린의 머리를 박살냈다.


연속적으로 휘몰아치는 검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공중에서 두 번 더 허공을 갈랐다.


동시에 고블린의 머리 두 개가 하늘로 솟구쳤다.




[ 고블린 전사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 +1 ]

[ 고블린 전사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 +1 ]

[ 고블린 전사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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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24.09.02 41 0 10쪽
21 20화. 24.09.01 57 1 11쪽
20 19화. 24.08.31 60 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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