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성기사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이조조
작품등록일 :
2024.08.14 08:41
최근연재일 :
2024.09.11 23:59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346
추천수 :
53
글자수 :
174,570

작성
24.08.29 01:52
조회
63
추천
1
글자
11쪽

17화.

DUMMY

[끼야아악-!]


3층의 입구는 어둠이 자욱하게 깔린 거대한 신전의 한 지점이었다.


여러마리의 하피들이 우리를 경계하듯이 날아다니며 목소리를 높였다.


놈들은 반쯤 인간, 반쯤 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며 비명을 지를 뿐, 직접적인 공격을 하진 않았다.



[신전의 외벽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하도록 하지.]


고든은 우리에게 말하고는 길을 옮겼다.


나와 엘라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뒤를 따랐다.



[소리를 안들리게 막을 방법은 없을까요?]


엘라라가 귀를 틀어막으며 고든에게 물었다.



[마법사가 오기전까지는 불가능하네.]


고든이 말하자, 엘라라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걸었다.


[귀가 찢어질 것 같아요.]



나는 손으로 신성력을 퍼트려, 청음결계를 펼쳤다.


결계를 통해 주변에서 퍼지는 음파의 대부분이 작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마법 통신구를 통한 목소리는 더욱 선명해졌다.


고든과 엘라라가 나를 돌아보았다.


[로덴 경, 이런 능력도 가지고 있었나.]


[기사님! 최고에요!]


고든과 엘라라가 감탄하며 말했다.


그들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새하얀 신전은 부서지고 깨져서 원래의 형태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간신히 남아있는 외벽을 제외하면, 부서진 기둥 정도로만 신전임을 알 수 있었다.



머리 위로는 하피들이 날아다니며 우리의 동태를 살피고 있었다.


저 멀리, 거대한 석상들이 신전의 폐허 속에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하나의 석상이 서서히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거대한 새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높이 솟아오르며 우리가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그르르-! 캬아아악-!]


날카로운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공기를 가르며 거대한 그림자가 우리 위에 드리워졌다.


하피들은 거대한 가고일을 피해 황급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로덴 경, 알리스테어 신관과 뒤쪽으로 빠지게.]


고든이 자세를 잡으며 차분히 우리에게 명령했다.



돌로 만들어진 가고일이 날카로운 발톱과 커다란 날개를 펼친 채, 고든을 향해 빠르게 내리 꽂혔다.


바위가 부딪히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가고일로부터 강력한 충격파가 주위로 퍼져 나갔다.



[캬아아악-!]


가고일의 눈이 붉게 빛났고, 입에서는 끊임없이 날카로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솨아악-


거대한 발톱이 고든을 향해 휘둘러졌다.



고든이 검을 뽑으며 놈을 향해 휘두르자, 가고일은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위로 올라갔다.


고든은 가고일을 향해 높이 점프하며, 신성력을 휘두른 일격을 날렸다.


하얀 빛이 어둠을 가르며 번쩍이며 가고일의 몸을 좌에서 우로 하나의 선을 그었다.


그 선이 점점 진해지더니, 이내 가고일의 몸이 두동강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콰과과광-


삽시간에 먼지가 일었다.



[계속 이동하도록 하지.]


외벽을 따라 한참을 이동하자, 작은 출구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그곳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이제 좀 살겠네요."


엘라라가 깊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신전에서 멀리 떨어지자 하피들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마물들은 신전안에서만 활동하는군요."


나는 신전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디가 끝인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신전안에서 마치 결계라도 치듯, 마물들은 신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 3층의 마물들은 신전 밖으로는 나오질 않지. 우리는 이곳에서 야영을 하도록 하겠다."


고든의 말에 나와 엘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공간 반지에서 침낭을 꺼내 세팅하기 시작했다.


엘라라 역시 야영 준비에 나섰다.


준비를 마친 후, 보초 순서를 정하기 시작했다.



"제가 먼저 보초를 설테니, 대대장님 먼저 주무시죠."


"그럼 그러도록 하지."


고든이 고개를 끄덕이며 침낭에 몸을 뉘였다.



"그럼 그 다음은 제가 보초를 서도록 할게요!"


엘라라가 활기차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든과 엘라라가 잠들고나자, 주위가 조용해졌다.


신전의 하늘 위에는 여전히 하피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3층 진입대의 진지는 출구와 가까운 북서쪽에 있다.


우리는 날이 밝으면 외벽을 따라서 3층 진입대가 있는 곳으로 향할 것이다.



나는 잠든 이들을 잠시 바라보았다.


고든과 엘라라가 침낭 속에서 평온한 숨소리를 내쉬고 있었다.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청령감마법의 광역화에 대해서 몰두하기 시작했다.


무림에 있을 때, 사용해온 방식은 소수의 인원 한두 명에게 집중해 숨겨진 마기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대놓고 마기를 풀풀 풍기는 놈들에게는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더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더욱 넓은 범위에서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굉장히 귀찮아진다.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일까.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들은 인간과 거의 구별이 되지 않는 수준으로 자신을 감추고 있었다.



그때 문득 생각이 스쳤다.


만약 내 스스로가 전투 상황에 몰입한다면 어떨까?


초감각을 청령감마법과 합칠 수 있다면.


가능할 것 같았다.


아니, 확실히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 입가에 짙은 미소가 떠올랐다.



2시간이 지난 후, 나는 교대를 위해 고든을 깨웠다.


그는 가볍게 눈을 떴다.


"저는 집중해서 명상을 할테니, 건드리지 말아주십시오."


"그러지."


고든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대로 가부좌를 튼 상태로 깊은 명상에 빠져들었다.



집중하기 시작하자, 마치 극한의 전투상황처럼 온몸에 짙은 살기와 날카로운 기운이 피어올랐다.


주위가 고요해지면서 주변의 모든 소리가 내 감각 속으로 스며들었다.


엘라라의 숨소리, 고든의 시선이 내게 닿는 것까지 모두 피부로 느껴졌다.



초감각이 서서히 깨어났다.


그 상태로 손을 들어올려 손끝으로 청령감마법을 펼쳤다.


나의 손을 따라서 신성력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신성력을 최대한으로 펼쳐보았다.


서서히, 더 넓게.



촤아아악 -


초감각 상태로 청령감마법이 점점 더 넓게 펼쳐진다.


우리가 있는 곳을 벗어나 점점 더 멀리.


그 순간, 무언가가 나의 기감에 걸렸다.



촥 -


눈치를 채자마자, 재빠르게 사라지는 하나의 시선.


나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방금 그건 뭐였지?'


그 방향을 향해 돌아보았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3층 진입대의 전사인가?


찰나와 같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어떠한 마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방향을 향해 가볼까 했으나,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


모든 감각을 극대화 시켰으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날이 밝으면 흔적을 찾아봐야 할 듯 싶었다.


어찌됐든, 나는 청령감마법을 광역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창안했다.


절정고수가 되기 전까지는 이런식으로 활용을 해야 할 것이다.



고개를 앞으로 돌리자, 엘라라와 두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그녀와 고든이 교대를 하고 난 뒤, 나를 보고있는 것을 알고있었다.



"왜 그러지?"


"기사님에게서 살벌한 기운과 신성력이 같이 나오길래 지켜보고 있었어요."


어쩌면 상반된 기운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느껴졌지?"


"음, 이상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엘라라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되게 기사님 다운 느낌이었어요."


"나답다?"


"네."


엘라라는 나를 바라보며 끄덕였다.


나답다라.


나는 픽 웃고 말았다.



"흠흠, 그냥 그렇다구요. 좀 주무실래요? 곧 있으면 해가 뜰 것 같긴 하지만요."


"아니다. 너라도 좀 더 자도록 해."


어스름하게 어둠이 사라지고, 새벽이 찾아오기 직전이었다.


"아침이 밝으면 다시 마보를 해야하니까."


엘라라를 바라보며 말하자, 그녀의 두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 * *





탑의 7일째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3층의 진지가 있는 북서쪽을 향해 신전의 외곽을 따라 걷고 있었다.


고든과 내가 앞서걸었고, 엘라라가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후욱! 후욱!]


마치, 거친 전사의 숨결같은 소리가 그녀에게서 들려오고 있었다.


12층에 닿을 때쯤이면, 그녀는 웬만한 전사들과 속도를 맞추며 달릴 정도의 수준이 될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어젯밤 나를 은밀히 지켜보던 시선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아무런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발자국, 냄새, 마법, 어떠한 흔적도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왜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거지?


나의 주변으로 계속해서 초감각이 뻗어나간다.


다시 나의 감각에 걸린다면,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콰과과광-!


그때, 신전 안에서 격렬한 전투의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중에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지며, 불꽃이 휘몰아쳤다.


마치, 거대한 화산이 폭발하는 듯한 강력한 마법이 가고일을 덮쳤다.


불꽃의 기세는 가고일을 삼켰고, 그 엄청난 힘에 가고일은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지며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끼야아아악-!]


가고일이 쓰러진 자리를 하피들이 날아다니며 울부짖고 있었다.


그들의 비명이 하늘을 가르며 메아리쳤다.



슈우욱-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들이 하피들을 정확히 맞추자, 놈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쿵, 쿵, 쿵!


거대한 소리가 들려왔다.


땅을 진동시키는 무거운 발걸음 소리였다.


멀리서 거대한 크기의 돌로 만들어진 골렘이 걸어오고 있었다.



[저게 골렘이군요!]


엘라라가 두 눈을 크게 뜨고, 골렘이 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거대한 돌덩어리로 이루어진 골렘은 건물의 5층 높이에 달할 만큼이었다.


골렘은 위압적으로 신전 안을 가로질러 나아가고 있었다.



콰과광-!


불꽃이 휘몰아치며 골렘을 향해 날아갔지만, 골렘은 어떤 충격도 느끼지 못한 듯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강력한 마법조차 돌을 뚫지 못하는 듯 보였다.



[골렘은 그리 까다로운 마물은 아니지. 단지 코어를 깨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


고든이 묵묵히 걸어가며 말했다.


엘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골렘은 거대하고 파괴력이 뛰어나지만, 그에 반해 움직임이 느리고 방어를 하지 않은 채 공격을 그대로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우리가 걸어가는 동안 골렘은 쓰러지지 않았다.


거대한 돌덩어리는 여전히 단단해보였고, 화려하고 다양한 마법들은 계속해서 골렘에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마법들은 골렘의 움직임을 막지 못하고 있었다.



[골렘은 마법사가 전담으로 처리하는 모양이군요.]


내가 말하자, 고든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보통은 그렇지 않지만, 아마 그 친구일걸세. 이번에 4층으로 이동하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미리 말하자면, 독특한 친구일세. 자진해서 3층에 오랫동안 남아있었거든.]


[그게 가능합니까?]


탑 안에서의 이동은 철저히 지휘관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본인이 남아있고 싶다고 남을 수 있는 선택의 영역이 아니었다.



[일반적이진 않으나, 공작가의 차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고든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 그분이었군요. 저도 들어봤어요. 마법사들 중에서도 괴짜라고 유명해요.]


엘라라가 나를 보며 흥분된 표정으로 말했다.



[왜 괴짜라는 거지?]


내가 묻자, 엘라라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키메리스트. 그 분의 별명이에요. 키메라에 미친 마법사라는 뜻이래요!]



키메라에 미친 마법사라.


흥미가 생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성기사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31화. 24.09.11 17 1 13쪽
31 30화. 24.09.10 20 1 13쪽
30 29화. 24.09.08 28 0 13쪽
29 28화. 24.09.07 32 0 11쪽
28 27화. 24.09.06 33 1 14쪽
27 26화. 24.09.05 40 0 16쪽
26 25화. 24.09.04 41 0 12쪽
25 24화. 24.09.03 41 0 13쪽
24 23화. 24.09.03 39 0 12쪽
23 22화. 24.09.02 44 0 10쪽
22 21화. 24.09.02 42 0 10쪽
21 20화. 24.09.01 57 1 11쪽
20 19화. 24.08.31 60 2 16쪽
19 18화. 24.08.30 59 2 15쪽
» 17화. 24.08.29 64 1 11쪽
17 16화. 24.08.28 68 1 14쪽
16 15화. 24.08.27 67 2 12쪽
15 14화. 24.08.26 69 2 12쪽
14 13화. 24.08.25 72 3 12쪽
13 12화. 24.08.24 70 2 14쪽
12 11화. 24.08.23 78 2 15쪽
11 10화. 24.08.22 70 2 13쪽
10 9화. 24.08.21 80 3 12쪽
9 8화. 24.08.20 81 3 11쪽
8 7화. 24.08.18 99 4 12쪽
7 6화. 24.08.18 97 4 11쪽
6 5화. 24.08.15 104 2 13쪽
5 4화. 24.08.14 111 2 11쪽
4 3화. 24.08.14 118 2 9쪽
3 2화. 24.08.14 160 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