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성기사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이조조
작품등록일 :
2024.08.14 08:41
최근연재일 :
2024.09.11 23:59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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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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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글자수 :
174,570

작성
24.08.1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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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프롤로그.

DUMMY

붉게 물든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차갑게 마주했다.


"어떠한가. 네 놈의 마지막이."


한쪽 입가를 들어올리며 그를 지긋이 살폈다.


형태를 알아 볼 수 없을만큼 망가진 얼굴이며 꺾일 수 없는 방향으로 제각기 돌아간 팔다리, 그는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았다.


승리와 패배.


삼십년간 진행된 정마대전의 종지부.


여러가지가 담긴 시선이 그 속에 얽힌다.



마지막까지 그는 하나의 작은 구슬을 쥐고 있었다.


끝끝내 내어주지 않으려는 듯 발악하는 그의 손을 발로 짓눌렀다.


"크윽!"



나는 구슬을 들어올려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육안으로 보았을 때는 특이한 점이 없는 붉은 구슬이었다.


후웅 -


내공을 주입해보아도 달라진 점은 없었다.



"이 구슬은 무엇이지?"


나의 시선이 그에게 닿았다.


피로 얼룩진 그의 얼굴에 비릿한 미소가 떠오른다.



"큭큭... 직접 알아보게."


"쉽게 알려줄 놈이 아니지. 네 놈은."


상관없었다.


말하지 않는다면, 말할 때까지 물어보면 된다.


물론, 나는 질문을 입으로만 하진 않는다.



푸욱 -


"으아아악!"


나의 검이 그의 복부에 꽂힌다.


그는 크게 몸을 떨며, 고통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피가 솟구치는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며 다시 물어보았다.


"이 구슬이, 무엇이지?"


"크큭, 크하하!"


그는 미친 놈처럼 웃기 시작했다.



그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검을 휘둘렀다.


슈왁 -


어깨에서 떨어져 나간 왼팔이 바닥을 뒹구른다.


"크하하학!"


그는 고통인지, 웃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며 나를 쳐다본다.


아직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었고, 그에게 편하게 죽을 기회 같은 것을 줄 생각은 없다.



주변으로 다른 무인들이 속속 다가오고 있었다.


다리를 절뚝이는 이들과 피를 흘리는 이들, 그리고 그들을 어깨에 짊어진 전우들.


처음 십만대산을 오를 때의 인원의 절반.


아니, 절반도 살아남지 못했다.



그들이 걸어온 길의 뒤편에는 무수히 많은 시신들이 즐비했다.


나와 함께 이곳에 오른 정파의 무인들.


생사고락을 넘기며 오랜시간 등을 맞대었던 이들의 시신에 잠시 시선이 멈추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그들의 사이에 섞인 마교인의 시신들.


놈들은 마지막 동귀어진을 펼치며 정파의 무인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했다.



으득-


나는 이를 갈며, 마교주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 구슬이 무엇인가?"


긁는 듯한 목소리로 그를 향해 물었다.


"큭큭... 쉽게... 알려주면 재미가 없ㅡ"



촤아악 -


검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그의 오른쪽 다리가 붕 떠오르며 바닥으로 떨어져내린다.


"크아아악!"


"여유 부려도 좋아. 나도 충분히 어울려줄 생각이니까."


차갑게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부들거리는 눈빛으로 간신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큭큭."


"그리 재미있는가?"


삐딱하게 그를 바라보자,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큭... 이 순간을 고대했으니..."


숨을 토해내듯 말을 꺼내던 그가 불현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순간, 그의 두 눈에 형형한 광기가 떠오르며, 그의 기세가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마치 터질듯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는 기운.



본능적인 직감으로 검을 들어올렸다.


검으로 그의 목을 쳐내기 직전, 그의 입에서 하나의 문장이 완성되었다.


"맹약의... 때가 되었다..."


촤아악 -


그의 목이 분리되며 힘없이 바닥을 굴러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검에서 피를 털어냈다.


마지막 그의 말은 무슨 의미였을까.


나는 생각을 삼키며, 붉은 구슬을 꽉 쥐었다.



"장문인."


무인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가까이 다가왔다.


그들은 나에게서 무언가를 듣고 싶어했다.


나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이 그토록 듣고 싶어했던 말을 꺼냈다.



"모두 들으시오."


내공이 실린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나에게 집중된 시선들 사이로, 숨소리만이 들려올 정도로 깊은 적막이 흘렀다.


"마교주가 죽었고, 그 잔당들이 모조리 소탕되었다. 이 시간부로 마교는 무림의 역사에서 완전히 지워졌으며, 두 번 다시 그 악의 씨앗을 틔우지 못할 것이다. 이 순간을 자랑스럽게 여겨라. 오늘의 승리가 무림의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우리는 이 전쟁에서 승리했다!"


"우, 와아아아아!"


무인들의 소리가 십만대산에 울려펴졌다.


바닥에 병장기가 하나둘 떨어지는 소리와 누군가의 울음 소리도 그 안에 섞여있었다.


이미 떠나간 이를 하염없이 끌어안고 있는 이도 있었다.



나는 가만히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드디어 끝났다.'


삼십년의 정마대전이 끝났다.


깊은 한숨을 내쉬고, 청성파의 무인들이 모여진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나를 따르느라 마교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이 바로 청성파였다.


환호하는 이들의 뒤편에 서서 그들은 묵묵히 나를 바라보고 미소짓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마주보며 걷던 바로 그 순간.



휘오오오 -


내 손안에 쥐어진 붉은 구슬에서 굉음과 함께 거센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그 붉은 기운이 하늘을 뒤덮으며 에워쌌고, 주변의 공기마저도 붉게 물들어갔다.



방심했다.


이것을 막을 수 있을까?


그 찰나의 순간, 살아남은 무인들과 최대한 거리를 벌려야 한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모든 내공을 집중한 보법을 펼치며 그들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



"자, 장문인!"


누군가가 나를 향해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 그때.


하늘을 에워싼 기운이 나를 집어삼켰다.



쿠와아아앙-!


강렬한 빛과 함께 전신을 강대하게 옥죄어 오는 힘에 의해, 온 몸이 휩쓸리는 것을 느끼면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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