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성기사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이조조
작품등록일 :
2024.08.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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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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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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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DUMMY

파도치는 바다 위를 힘차게 달린 지 삼십분쯤 지났을까.


저 멀리 거대한 섬이 눈에 들어왔다.


"전방에 H섬의 3번지역이 보이고 있습니다. 오 분 후 도착 예정입니다."


니에브가 앞을 주시하며 말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섬이 보였다.



한창 전투가 진행중인 3번지역에서 마물의 괴성이 울려퍼졌다.


[쿠에에에엑!]


크라켄의 끔찍한 울부짖음이 섬 전체를 진동시켰다.


콰앙-!


거대한 물살이 일렁이며, 빨판이 가득 달린 거대한 다리가 전사들을 향해 무자비하게 휘둘러졌다.


해안가에는 서른 명의 전사들이 크라켄과 맞서고 있었다.


거인들이 앞에서 방어하고, 그 뒤에서 왕실 기사단의 전사들이 금빛 마나를 휘두르며 거대한 다리를 베어내고 있었다.



쾅!


하나의 다리가 잘리자, 연이어서 다른 쪽 다리가 날아오며 전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다리가 바닥을 내리칠 때마다 해변으로 거대한 파도가 몰려들어 전사들의 발밑을 휩쓸었다.


"마법사들! 지금!"


엘프가 외쳤다.


마법사들의 캐스팅이 끝나자, 해안가 위에 거대한 마법진이 형성되었고, 그 안에서 타오르는 마나가 하늘을 가르며 쏘아져 나갔다.


"메테오릭 카타클리즘!"


하늘이 갈라지며 불꽃의 비가 쏟아져 내렸다.


그 불덩이들은 크라켄의 거대한 몸을 향해 날아갔지만, 크라켄은 다리를 들어올려 마법을 막아냈다.


콰앙-!


불꽃은 다리에 맞고 폭발했지만, 크라켄의 거대한 다리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 순간, 크라켄의 다리가 번개처럼 섬을 내리쳤다.


땅이 흔들리며 충격파가 해안을 덮쳤다.



"매직 배리어 실드!"


마법사의 외침과 함께, 섬 주변에 은은한 빛이 번져나갔다.


마법 장벽이 형성되었으나, 크라켄의 다리가 그 위로 내려오며 엄청난 충격을 가했다.


쩌적-


균열이 생기며 장벽이 점차 옅어졌다.



"대왕 문어 덤벼라!"


한 명의 거인이 크라켄을 향해 돌진하며 대검을 휘둘렀다.


크라켄의 다리는 거인의 힘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몸을 휘감았다.


거인이 저항할 새도 없이 크라켄은 거인을 끌고 바닷속으로 빠르게 들어가려고 했다.



"아니 그걸 왜 뛰어들어!"


엘프가 급히 소리질렀다.


"하이드로 리바타!"


마법사들이 급히 캐스팅하며, 손끝에서 그물망을 형성했다.


그물이 거인의 몸통을 끌어올렸고, 그와 함께 크라켄의 다리가 들렸다.


성기사단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다.


촤악-!


크라켄의 한쪽 다리가 떨어지며, 거인이 해안가에 내팽개쳐졌다.


"푸악! 뒈질뻔했네!"


거인은 입을 거칠게 투레질하며, 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거인은 빠지시지!"


세 명의 드워프가 거인을 제치며, 빠르게 크라켄을 향해 달려갔다.


촤악- 촤악-!


드워프들의 검이 연달아 크라켄의 다리를 잘라냈다.


그때, 크라켄이 도망치듯 바다속으로 빠르게 가라앉았다.


마법사들이 급히 주문을 외우는 사이, 크라켄은 다시 수면 위로 솟구쳐 올랐다.



[쿠에에에엑!]


거대한 입에서 끈적한 먹물이 뿜어져 나오며, 드워프들을 향해 쏟아졌다.


치이익-!


먹물이 닿은 순간, 드워프들의 살이 타들어가듯 녹아내렸다.


"신관들 신성력!"


엘프가 외쳤고, 기다렸다는 듯 신관들이 드워프들에게 신성력을 보냈다.


드워프들의 자리를 성기사들이 빠르게 채웠다.



"매직 배리어 실드!"


마법사들의 손끝에서 캐스팅이 완성되었다.


콰앙-!


먹물이 장벽에 부딪히자, 순간 시야가 차단되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크라켄은 장벽에 몸통을 거세게 부딪혀오기 시작했다.


콰앙!


장벽이 금이 가며, 그 틈새로 크라켄의 다리가 성기사 두 명을 휘감고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안돼! 마법사 빨리!"


엘프가 절규하듯 외쳤다.


"하이드로 리바타!"


촘촘한 그물망이 크라켄을 향해 뻗어졌지만, 놈은 다른 두 다리를 휘두르며 그물망을 쳐내버렸다.


"아아!"


엘프가 절망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다른 전사들 역시 그녀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상황이 좋지 않네요."


니에브가 전투를 응시하며 조용히 말했다.


그녀의 표정은 어두워져 있었다.


고든 역시 그 광경을 무겁게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타고 있는 배는 어느덧 해안가 근처에 다가가고 있었다.


크라켄의 거대한 몸이 바닷속으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물이 깊숙이 빨려 들어가면서 해수면에 공기방울이 보글보글 피어오르더니, 거대한 파도가 밀려왔다.


해변가에서는 엘프가 무릎을 꿇은 채 절규하고 있었다.


절망감에 휩싸인 듯, 그녀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니에브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은 채,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 섬에는 5층 진입대 중에서도 가장 숙련된 전사들이 투입되고 있어요. 크라켄을 상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녀는 여전히 엘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감정 없이 상황을 설명했지만, 그 속에 담긴 걱정과 무력감은 감출 수 없었다.



'흐음'


나는 그 광경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크라켄에게 바닷속으로 끌려 들어간 성기사 중 한 명은 마족이었다.


그의 몸에서 순환되는 신성력에 마기가 섞여있는 것이 한눈에 보였다.


과연 마족은 이 상황을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켜보시죠. 올라올 겁니다."



니에브는 고개를 살며시 저었다.


"크라켄은 바다 깊은 곳까지 잠수하기 때문에, 다시 올라오기는 힘들거에요."


"아뇨, 올라올 겁니다."


확신에 가까운 나의 말에 고든과 엘라라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고든은 내가 한말 속에 담긴 의미를 바로 파악했다.


엘라라도 두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니에브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푸와앗!


물길이 솟아오르며, 두 명의 성기사가 해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다리온, 테오드릭!"


엘프가 목소리를 높이며 그들을 불렀다.


그녀의 두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성기사들에 이어서 크라켄의 거대한 몸이 둥실 해수면 위로 떠올랐다.


크라켄은 검에 두 눈을 꿰뚫린 상태로 몸통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살았네! 살았어!"


해안가에 있는 전사들의 기쁨에 찬 목소리가 들렸다.


"물속에서 저렇게 만든 건가?"


거인이 떠올라 있는 크라켄의 몸을 살펴보며 말했다.


왜소해 보이는 성기사가 그보다 훨씬 덩치가 큰 성기사를 힘겹게 끌어안고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마법사들이 즉각 반응했다.


"하이드로 리바타!"


마법사들은 동시에 손을 뻗어, 마법진을 공중에 그렸다.


그 순간, 마법진에서 촘촘한 그물망이 펼쳐지며, 두 성기사를 감싸안고 해안가로 끌어올렸다.


성기사들이 안정적으로 해안가에 닿는 순간, 전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콜록! 콜록!"


성기사들은 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바닷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엘프가 두 성기사를 향해 다급하게 다가왔다.


"괜찮은가? 어디 다친 곳은 없나?"


다리온과 테오드릭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혼란스럽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엘프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외쳤다.


"크라켄을 죽인 건 누구야?"



전사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다리온과 테오드릭에게로 모였다.


왜소해 보이지만 강인한 다리온인가, 아니면 강한 힘을 자랑하는 테오드릭인가.



"정신없이 휘두르긴 했는데, 제 검에 찔린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리온은 머리를 긁적이며 멋쩍게 웃었다.


테오드릭은 힘겹게 숨을 고르며, 상체를 들어올렸다.


"물 먹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검을 잡고 찔러 넣긴 했어요."


전사들은 그들을 바라보며 안도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살아났으면 됐지. 그걸로 충분해."


왕실 기사단의 한 전사가 긴장했던 몸을 풀며 말했다.



"오늘 점심은 크라켄 구이가 되겠구만."


끈적한 먹물에 뒤덮인 채 천천히 걸어나오는 드워프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의 뒤에서는 식은땀을 훔쳐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는 신관이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는 해안가에 배를 정박한 뒤,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발걸음 소리가 바닷바람에 섞여 퍼지자, 전사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닿았다.


"어!"


엘프가 손가락으로 우리를 가리키며 놀란 듯 소리쳤다.


나는 걸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마법 통신구를 설정했다.


나를 포함한 네 명에게만 들리도록 말할 준비를 마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물에 빠진 성기사 둘 중 하나는 마족입니다.]


고든과 엘라라는 이미 그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인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니에브는 달랐다.


그녀의 두 눈이 미세하게 떨리며 신경을 곤두세운 채 나를 바라보았다.


[누구인가요?]


니에브의 목소리에는 경계심이 스며 있었다.


[크라켄 구이를 먹으면서 한번 지켜보시죠.]


내 미소는 진하게 번졌다.


과연 마족이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가 되었다.




"대대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엘프가 환히 웃으며 고든에게 경례를 했다.


그녀의 모습은 마치 오랜 전우를 만난 듯 친근해 보였다.


"발모라 중대장, 오랜만이군."


고든도 그녀를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요즘 각 층마다 대대장님의 행보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하."


발모라의 눈빛에는 존경과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


이내 그녀의 시선이 고든의 옆에 서 있는 나에게로 옮겨졌다.


그녀의 미소에는 호감이 담겨 있었고, 나는 잠시 그 시선을 느끼며 가볍게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중대장님."


"안녕하세요!"


엘라라도 나와 함께 인사를 건넸고, 발모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웃었다.


"오느라고 고생 많았군. 배멀미는 없었나?"


발모라의 농담 섞인 말에 엘라라는 배를 부여잡고 대답했다.


"정말 힘들었어요. 여기에 계신 전사 분들은 다들 대단해 보이시네요."


발모라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여기서 몇 달 구르다 보면 배에서도 푹 잠들 수 있게 될 거야."


그녀의 말에 엘라라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발모라는 고든에게 다가서며 물었다.


"혹시 식사 전이시면, 크라켄 구이를 함께 드시겠습니까?"


발모라가 고든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물을 먹는다는 제안이 꺼림칙할 만도 했지만, 고든은 미동도 없이 대답했다.


"오랜만에 먹어보겠군."


엘라라는 머뭇거리며 물었다.


"저, 마물인데 먹어도 되는건가요?"


발모라는 익살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미 마물 다 먹어본 사람이 최고의 음식이라고 하더군.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 층마다 쓰여진 노트 알고 있지?"


"네! 연회장에 있는 일기장을 봤어요."


"그럼 이쪽으로."


발모라는 싱긋 웃으며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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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24.09.02 4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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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 24.08.31 61 2 16쪽
19 18화. 24.08.30 60 2 15쪽
18 17화. 24.08.29 64 1 11쪽
17 16화. 24.08.28 69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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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24.08.24 71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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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화. 24.08.20 8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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