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성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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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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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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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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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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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DUMMY

전사들은 정렬한 채 일제히 고든을 바라보며 경례를 했다.


"우리는 식사만 하고 이동할 테니, 다들 편히 있게."


"네!"


고든이 차분한 목소리로 지시하자, 전사들은 힘찬 목소리로 답했다.



곧, 전사들이 하나둘씩 나를 향해 다가왔다.


"자네가 그 유명한 성기사인가?"


이미 지난 층의 소문이 퍼진 것인지, 전사들은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고개를 짧게 숙이며 대답했다.


"그저 몇 가지 특이한 능력이 있을 뿐입니다."


"마족을 감별할 수 있다면서? 그건 탑의 판도를 바꿀만한 일이야!"


한 왕실 기사단원이 진지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며 말했다.


"그럼 우리쪽도 한번 확인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음, 그렇지."


다른 전사가 묻자, 몇몇 전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한 명의 성기사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망설이고 있었다.



피식-


나는 작게 웃었다.


기다리던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 제 기운이 많이 소진된 상태이니, 일렬로 줄을 서 주시면 한 분씩 감별하겠습니다."


발모라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의 뜻을 보였다.


전사들은 천천히 걸어나와 해안가를 따라 줄을 서기 시작했다.


먼저 호기롭게 나선 것은 덩치가 큰 거인들이었다.


여섯 명의 거인은 앞다투어 나오며, 가장 앞에 선 거인이 나에게 손을 뻗어왔다.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나는 그의 악수를 거절하며, 그의 이마가 있는 방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신성력이 그의 몸을 감싸며 뻗어나가자, 그는 눈을 부릅뜨고 환한 빛을 응시했다.


나는 짧게 고개를 끄덕인 후, 그의 옆에 선 사람들을 차례로 지나쳤다.


청령감마법의 광역기를 사용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이 방법을 선택했다.


마족에게 긴장감을 느끼도록 연출하려는 목적이었다.



'이제 성기사들의 차례군.'


다섯 명의 성기사가 줄을 서있었다.


나는 한 명의 성기사를 바라보며 그에게 짧게 전음을 보냈다.


[우리 일족의 대의를 위해, 지금 즉시 모든 작전을 중단하고 대기하라. 알아들었으면 고개 숙여.]


기습적으로 내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지자, 성기사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조심스레 고개를 숙였다.


그에게는 청령감마법인 것처럼 신성력만을 내비칠 생각이었다.



다리온은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나는 그의 이마를 향해 손을 뻗었고, 신성력이 흘러들어가자 다리온은 짧게 몸을 떨었다.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다리온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를 지나치고 테오드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테오드릭은 묵묵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내 손이 그의 이마로 다가가자,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신성력이 그를 감싸자, 그는 잠시 몸을 움츠렸다.


나는 다시 그를 지나쳐 옆에 서 있는 다음 사람에게 다가갔다.



차례대로 서른 명의 전사를 모두 확인했다. 그를 제외하고, 마족은 없었다.


나는 전사들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고든에게로 다가갔다.


"이곳에는 마족이 없습니다."


"그렇군."


고든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니에브가 당황하며 입을 열려는 찰나, 엘라라가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니에브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급히 시선을 땅으로 내리깔았다.



어느새, 크라켄 구이는 육즙이 흐르며 익어가고 있었다.


전사들은 하나둘씩 자리에 앉아 크라켄 구이를 뜯기 시작했다.


그 사이, 말처럼 생긴 켈피 몇 마리가 섬을 향해 돌진했지만, 마법사들과 왕실 기사단에 의해 손쉽게 처리되었다.



나는 크라켄 구이를 한 조각 먹은 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속이 좋지 않군요.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나 보군. 저런."


발모라는 안타깝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안쪽 숲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속으로 숫자를 세자,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왔군.'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다가오던 자가 멈춰 서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엔 의심과 불안이 뒤섞여 있었다.



"대기하라고 했을 텐데."


내가 팔짱을 낀 채 차갑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주저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내게 다가섰다.


"추가 인원이 지금 온다는 얘기는 없었는데, 도대체 넌 누구지?"


그의 동공이 세로로 길게 찢어졌다.


그의 손에는 어느새 붉은 기운이 맺혀있었다.



"나의 진명을 알려달라?"


나는 비웃듯 삐딱하게 그를 바라보며 짙은 살기를 뿜어냈다.


순식간에 퍼져나간 거대한 살기는 그를 짓누르듯 몰아붙였고, 공기마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크윽."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다리에 힘을 주어 간신히 버텼다.


내가 살기를 거두자, 그는 비틀거리며 겨우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나를 노려보았다.



"페르투스처럼 죽고 싶지 않다면, 얌전히 명령을 따르도록."


나는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노려보았다.


페르투스의 이름이 나오자, 그의 동공이 급격히 좁아졌고, 눈빛은 동요했다.


"페르투스 장군은 무슨 일이 있었던···겁니까?"


그는 붉은 기운을 가라앉히며 한층 조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의 말투가 한층 겸손해져 있었다.


'그자가 장군급이었군.'


나는 속내를 감춘 채 그를 관찰했다.


이전 층에서 벌어진 일들이 모두 전달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전사들이 연이어 전투를 치르는 상황에서 모든 정보를 공유하기는 어려웠겠지.



"쯧, 한심한 것들. 새로운 지시가 내려오기 전까지 대기해."


내 말에 그는 당황한 듯 급히 고개를 숙였다.


"하오나!"


그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작전은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작전이라.'


"내가 몇 번이나 말해야 하지?"


차가운 목소리에 그가 쩔쩔매며 다시 입을 열었다.



"독염(毒焰)의 군단은 이 작전을 오래 준비해 왔습니다. 어디 소속인지라도 알려주신다면···"


[닥쳐라! 독염의 군단 따위를 내가 중히 여길 것 같으냐!!]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함을 치듯 전음을 날렸다.


머릿속을 울리는 나의 목소리에 그는 두 눈을 찡그리며 귀를 틀어막았다.


그 순간, 내 손에서 신성력이 뻗어나갔고, 멀리 떨어진 그의 목을 단숨에 붙잡았다.


그는 저항할 틈도 없이 공중으로 들어올려졌다.


"커헉!"


그의 노란 두 눈에 핏줄이 붉게 올라왔다.


"오냐, 네놈의 건방진 눈빛을 보니, 여기서 끝내버리는 게 낫겠군."


나는 입술을 혀로 천천히 핥으며 기운을 더욱 강하게 압박했다. 그를 향한 나의 시선은 차가웠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말씀하신 대로, 따르겠습니다."


잠시 그를 바라보며 주시하다가, 마침내 신성력을 거두었다.


그는 그제야 바닥으로 풀썩 떨어졌다.



"컥."


그는 목을 부여잡고 고통스럽게 숨을 몰아쉬었다.


"네놈들의 하찮은 계획 따위는 잊어라."


나는 냉소를 띠며 그에게 말했다.


그는 아픈 목을 움켜쥔 채,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까짓 게 계획이라고? 쯧."


내가 혀를 차며 말하자, 그의 눈빛은 내 정체를 가늠하려는 듯 바쁘게 움직였다.


"이 대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


나는 차분히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그는 입을 다문 채,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신성력이 다시 그의 목을 감싸자, 그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그는 결국 입술을 떨며 말했다.


"다음 달 15일 차에 5층을 '청소'할 것이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청소? 전멸시키겠다는 뜻인가?'


그냥 5층을 통과했다면 큰일이 날 뻔했다.


나는 무표정을 유지한 채, 그를 삐딱하게 내려다보았다.


다행히도, 아직 시간은 남아 있었다.



"고작 이 인원으로?"


내가 피식대며 말하자, 그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추가로 잠식될 인원들이 있습니다."


나는 가소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우습군. 네놈은 잠식이 진행될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고나 있나?"


그의 얼굴은 혼란에 빠진 듯, 놓친 게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모, 모르겠습니다. 그저 리셋이 종료되기 직전에 잠식해야 한다는 것밖에는···"


"쯧! 그래서 네놈들이 독염의 군단 따위에 불과한 거다!"


내 목소리에 담긴 노기가 번뜩이자, 그는 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다른 일족에게 들은 바로는, 잠식당하는 인간의 손끝이 붉어진다고 하던데···"


그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피했다.



'이 자에게서 들을 정보는 이쯤이면 충분하다.'


나는 잠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그 계획은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멀어져 가는 내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꽤나 시간이 걸렸군.]


고든이 나무로 만든 의자에 걸터앉아, 해안가로 들어서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좋은 소식과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무엇부터 들으시겠습니까?]


나의 말에 고든이 피식 웃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군. 아무거나 말해보게.]



엘라라와 니에브도 마법 통신구에 흘러나오는 목소리를 듣고 다가왔다.


내 이야기가 이어지자, 니에브는 점점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독염의 군단이라.]


고든이 작게 읊조리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


[당장 중대장님께 보고해야 합니다!]


니에브가 다급하게 외쳤다.


엘라라가 그녀를 진정시키며 차분히 말했다.


[진정하세요. 니에브님.]



[섬에 있는 모든 인원을 감별해야 합니다. 일정이 괜찮겠습니까.]


고든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최대한 빨리 끝내게. 레비아탄이 나타나면 이동이 어려워지니까.]


[내일까지 모든 섬을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엘라라는 배를 부여잡고 나를 보며 울상을 지었지만, 아무 말 없이 참아냈다.


[그렇게 하세.]


고든과 대화를 마무리하며, 발모라 중대장에게로 발길을 돌렸다.




"발모라 중대장님."


내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발모라가 크라켄 구이를 한입 베어 물고는 무슨 일이냐는 듯이 나를 돌아보았다.


저 멀리 숲에서 그가 서서히 해안가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는 발모라와 대화하는 나를 보자, 우두커니 서서 미간을 찌푸렸다.



"전사들 사이에 마족이 숨어있었습니다."


"뭐어?"


발모라의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나의 손끝에서 청령감마법이 퍼져나가 그를 향해 뻗어갔다.



"끄아아아아악!"


신성력이 그를 휘감자, 테오드릭의 전신에서 붉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며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붉은 비늘이 그의 몸을 서서히 덮어가기 시작하자, 전사들이 경악하며 외쳤다.


"저자가!"



나는 테오드릭을 향해 다가가며 천천히 말했다.


"아까 내가 누구인지 물어보았는가?"


그 순간, 테오드릭은 빠르게 나를 향해 돌진하며 붉은 기운을 검에 담아 거세게 휘둘렀다.


공기를 가르며 그의 검이 내 목에 닿을 찰나, 나의 신형은 어느새 그의 옆에 서 있었다.


"나는."


나의 검이 번개처럼 그를 베어냈다.


"6급 성기사다."


그의 목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개XX···"


그의 몸통이 쿵- 소리를 내며 해안가에 모래를 일으키며 무너졌다.


테오드릭이 있던 자리는 서서히 먼지가 되었다.


[ 란슬을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 +497 ]




"테, 테오드릭이!"


다리온은 떨리는 손끝을 간신히 다잡으며, 그가 먼지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주변의 전사들은 눈을 치켜뜨며, 그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 바로 옆에도··· 있었던 거군요."


한 엘프가 짧게 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된 거지? 아까전에는 없다고 했지 않은가?"


발모라가 얼굴을 찌푸린 채 나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두 눈은 충격과 분노로 붉어져 있었다.



"마족에게서 들어야 할 정보가 있었기에 잠시 시간을 끌었습니다."


나는 테오드릭에게서 들은 모든 이야기를 차분히 발모라에게 전해주었다.


"다음 달에 우리 모두를 죽이겠다고?!"


거인이 대검을 들어 올리며 괴성을 질러댔다.


2미터가 넘는 거인의 태풍 같은 목소리가 섬 안에 메아리치며 되돌아왔다.


"시끄러워!"


드워프가 귀를 막으며 고함쳤다.



"잠식이 리셋 종료 직전에만 가능한 거였군."


발모라가 진지하게 말했다.


30일마다 진행되는 5시간 동안의 리셋.


테오드릭은 5시간이 종료되는 직전에 잠식을 한다고 말했다.


그 시간들은 진입대가 이전층의 연회장으로 이동하여 짧은 휴식을 취하는 순간이었다.


앞으로는 그때를, 조심해야 했다.



"일단 지금 알고 있는 정보들을 다른 섬에 공유하지는 마십시오."


"마족이 더 숨어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거군."


발모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그렇습니다. 마족들을 속여서 더 알아낼 정보가 있는지 캐낼 생각입니다."


내 두 눈이 번뜩이며,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전사들 몇몇이 나의 눈빛을 보고 흠칫 놀라며 한걸음 물러섰다.


"기사님이 제일 마족같이 생겼어요···"


엘라라는 그 모습을 보고 홀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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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24.09.03 42 0 13쪽
24 23화. 24.09.03 39 0 12쪽
23 22화. 24.09.02 45 0 10쪽
22 21화. 24.09.02 42 0 10쪽
21 20화. 24.09.01 58 1 11쪽
20 19화. 24.08.31 61 2 16쪽
19 18화. 24.08.30 60 2 15쪽
18 17화. 24.08.29 6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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