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성기사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이조조
작품등록일 :
2024.08.14 08:41
최근연재일 :
2024.09.1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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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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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화.

DUMMY

숲을 바라보고 있던 3조 수문장이 가장 먼저 이상을 감지했다.


열릴 시기가 아닌 숲의 경계에서 파장이 일어나고 있었다.


광장의 초입, 전망대에 선 헤센은 급하게 깃발을 들어올렸다.


헤센의 깃발을 보고 3조 대원들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헤센이 들어올린 깃발의 색은 보라색.


무언가가 미지의 숲에서 나오고 있다.


브레이크인 건가?


발생하면 안될 최악의 사태를 떠올리며 그들은 민첩하게 행동했다.



교대로 문을 관리하는 3조 수문관리인은 현재 총 25명.


발빠른 여섯은 마나포스를 최대로 가동하여 각 연합의 대표자를 향해 달려나갔다.


3조 수문장 헤센을 제외한 나머지 18명은 진을 구축했다.


방패를 들고 선 기사 두 명이 선봉을 지키고 서있었으며, 검을 든 기사가 열, 여섯의 마법사가 영창을 외우며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헤센의 깃발을 바라보았다.


저 안에서 나오는 것이 마물일 경우 이들은 이곳에서 최대한의 시간을 벌어야 한다.


마물들이 광장에 들어서는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이 이들의 역할이었다.


발빠른 여섯이 연합의 대표자들에게 닿는 속도가 저희들이 모두 쓰러지는 속도보다 빠르기를 바라면서.



파아앗 -


입구의 파장이 커지면서 동그란 게이트가 생겨났다.


그 안에서 2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헤센은 깃발을 내리면서 빠르게 그들을 스캔했다.


마물일 경우에는 바로 붉은 기를 들어 올릴 것이다.


그와 동시에 공격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헤센의 시선 끝에 닿은 것은 신관과 성기사였다.


헤센이 작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가 방패를 든 기사 네이선에게 신호를 보내자, 네이선이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그들에게 다가갔다.



"소속과 관등성명을 대십시오."


네이선의 시선이 엉망진창인 신관의 몰골을 아래위로 훑었다.


인간의 피와 마물의 피가 뒤엉킨 신관의 외관은 참혹할 지경이었다.



"저는 대신전 소속 엘라라 알리스테어 2급 신관입니다. 이쪽은 대신전 소속 6급 성기사 마르셀 로덴 경입니다."


엘라라가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리며 인사를 건네자, 네이선의 시선이 그 옆에 선 성기사에게 닿았다.


성기사는 신관과 비교하면 말끔한 편이었는데, 그에게도 진득한 마물의 피가 묻어있었다.


성기사는 마물의 피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얼굴에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네이선이 고개를 끄덕이며 헤센에게 신호를 건네자, 헤센이 전망대에서 내려와 그들 앞에 섰다.


뒤에 긴장한 채, 영창을 외우던 마법사들도 작게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3조 수문장 헤센 로드완 입니다. 아직 토벌이 끝날 시기가 아닌데 무슨 일이십니까?"


헤센의 얼굴을 마주한 엘라라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그녀는 이제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바닥이었다.


간신히 서서 말을 하는 것조차 힘에 부쳤다.



"저희는 1층 진입대입니다. 저희를 제외한 모두가 전멸하여 급히 탈출하였습니다."


"허!"


헤센의 두 눈이 거세게 흔들렸다.


그의 뒤에 서있는 수문관리인들의 탄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자세히 말씀해주십시오."


"오크가......1층에서 오크가 출몰하였습니다."


"오크가 말입니까?"


오크가 1층내 출몰한 적은 역사상 단 한번도 없었다.


탑 내부의 맵과 몬스터 도감은 오차없이 꼼꼼히 만들어졌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 길을 지난 누군가의 목숨값 이었으니까.


엘라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헤센이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조장, 대신전과 왕실기사단 대표께서 오고 계십니다."


네이선의 말에 헤센이 고개를 돌려 다가오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푸른 머릿결에 짙은 푸른 눈을 지닌 메르하 대신관을 필두로 한 대신전 소속의 신관들과 성기사들이 빠르게 다가왔다.


메르하의 시선은 엘라라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저멀리 금빛 갑주의 왕실 기사단이 다가오는 모습도 보였다.


기사단장 에드리안은 차가운 표정으로 옆의 기사단원들에게 지시를 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요. 알리스테어 신관."


대신전 대표 메르하 대신관이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엘라라에게 말했다.


메르하는 엘라라를 살피며 미간을 살포시 찌푸렸다.


그녀의 왼쪽 뺨에는 길다란 검흔이 있었으나, 그녀는 여전히 부드러운 인상이었다.



왕실기사단장 에드리안도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는 두꺼운 갑옷을 입었으나, 걸음에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 나의 경지로는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고수다.'


에드리안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의 뒤로 선 기사들에게서는 어느정도 마나가 느껴지고 있었는데, 에드리안에게서는 그 어떤 마나도 감지되지 않았다.


그는 절정 이상의 고수임이 분명했다.


에드리안도 시선을 느꼈는지,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에서 미세하게 느껴지는 안광을 통해, 그가 나의 수준을 은밀히 평가하고 있음을 짐작했다.


별 게 없다고 판단하였는지, 그는 곧바로 시선을 거두었다.



"메르하 대신관님, 왕실 기사단장님, 저희는 1층 3일차에 오크를 만났습니다."


"오크를 요?"


메르하가 경악에 찬 소리로 대답하였고, 그녀의 뒤에 선 신관들이 기도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왕실 기사단은 조용히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저희를 제외한 모두가 전멸하였고... 간신히 오크를 제거하였으나, 또 다른 오크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 탈출하였습니다."


엘라라는 당시의 기억 때문인지 더욱 창백해진 얼굴로 간신히 말을 이었다.


엘라라가 휘청거리자, 메르하가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



"두 사람은 어떻게 오크를 제거할 수 있었죠?"


눈치챌 새도 없이 다가온 엘프가 메르하의 앞에 삐딱하게 선 채로 물었다.


그녀의 등장을 예상치 못했던 신관들 몇 명은 당황하여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페일라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나와 엘라라를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시선 속 그녀와 나의 시선이 마주쳤다.



"겨우 1층 진입대가 상대할 수 있는 마물이 아닌데, 이상하네요?"


페일라는 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한쪽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웃었다.



"페일라님."


메르하 대신관이 미간을 찌푸린 채, 페일라를 바라보았다.


허리춤에 매여진 단검 손잡이를 자연스레 쓰다듬는 페일라를 보면서 나는 조용히 웃었다.



"그 부분은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페일라님."


이미 예상했던 질문이었기에, 나는 공손히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페일라는 재밌단 듯이 미소지었다.



엘라라는 파르르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고블린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고 외치던 기색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녀도 겨우 1년차 애송이일 뿐이었으니 아직 쓰러지지 않은 것만 해도 대견했다.



"알리스테어 신관님과 저는 신성력을 사용하는 대신전 소속입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방법을 시도해보았습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추고, 페일라와 메르하, 에드리안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래서?"


페일라의 반말에 메르하의 인상은 더욱 구겨졌다.


에드리안은 아무런 표정 변화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신관님은 저에게 가진 모든 신성력을 쏟아부으셨고, 저는 신관님의 신성력을 흡수하여 저의 마나로 활용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


생각지도 못한 답변에 페일라가 웃던 낯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런 능력은 들어본 적 없습니다."


에드리안이 굳은 얼굴로 딱딱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면서 주먹을 꽉 쥐는 모습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저도 예상치 못했으나, 결과적으로 성공하여 저희가 탑을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메르하는 그게 정말이냐는 듯이 엘라라를 바라보았고, 엘라라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몇 급 성기사지?"


"6급입니다."


"뭐?"


페일라는 웃기다는 듯이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재밌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이 웃으며 눈물을 손으로 닦아냈다.



"페일라님, 태도를 지켜주시죠. 진상은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르하가 페일라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메르하님, 저 말을 믿으세요?"


"대신전 소속 인원을 모욕하시는 겁니까?"


메르하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자, 분위기는 겉잡을 수 없이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그만하시죠. 수습대를 파견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에드리안이 차갑게 일갈하며 중재했다.


페일라가 미소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좋아요. 당신, 그 말을 책임져야 할 거예요."


"얼마든지요."


페일라는 나를 보고 피식 웃고는 미지의 숲을 향해 걸어갔다.



이를 지켜보던, 헤센은 어지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는 다시 전망대로 올라갔다.


그는 수신호로 3조인원들을 제자리로 복귀시키고는, 경계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어? 끝난거에요?"


자줏빛 로브를 입은 마법사 대표 프레스턴이 머리를 긁적이며 나타났다.


에드리안은 프레스턴을 힐끗보고는 기사단원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왕실 기사단의 소수의 인원은 다시 광장으로 돌아갔고, 에드리안을 포함한 기사단 이십여명은 숲의 경계로 들어섰다.



"어어?"


프레스턴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그 모습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뒤에 선 마법사들은 소근소근 거리면서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양을 바라보던 메르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마르셀 로덴 경, 맞죠?"


"네, 메르하 대신관님"


메르하는 잠시 묘한 시선으로 나를 보다가, 엘라라를 부축하라는 듯이 신호를 주었다.



"치유소로 가서 두 사람 모두 상처를 치유하도록 해요. 오늘은 쉬도록 해요."


"네."


엘라라를 조심스럽게 건네주고, 메르하는 뒤를 돌아 프레스턴에게로 걸어갔다.



"프레스턴님, 발드르님과 카리우스님이 오시면 상황을 함께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어라? 무슨 상황을 요?"


프레스턴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메르하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나는 엘라라를 부축하고 치유소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금방 치유소에 갈테니, 조금만 버텨."


"네..."


엘라라가 힘없이 대답했다.


그녀를 부축하여 발걸음을 옮길 때였다.


어디선가 날선 기운이 느껴져서 고개를 돌리자, 성기사 한 명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놈은 루이븐인가?'


큰 키의 갈색머리를 지닌 그는 멀리서봐도 눈에 띄는 미남이었다.


루이븐 스테인의 시선에는 나를 향한 비웃음이 섞여있었다.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치유소로 향하는 나의 입술에 그린듯한 미소가 걸렸다.


계획했던 일정을 조금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어디냐!!!!"


그리고 내가 지나온 길을 향해, 땅을 쿵쿵 울리며 뛰어가는 거인이 있었다.


"전쟁이다!!!!"


그리고 그 거인의 뒤에 그와 비슷한 체격의 거인들이 경계를 향해 사납게 달려나갔다.


용병단이 지나간 자리에는 모래바람이 휘몰아쳤다.



"쯧쯧쯧. 저런 야만적인 놈들."


"상종 못 할 자들입니다."


그 뒤를 이어 드워프족이 느릿느릿하게 경계를 향해 나아갔다.


힐끗 뒤를 돌아보자, 메르하 대신관이 머리를 짚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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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24.09.03 41 0 13쪽
24 23화. 24.09.03 38 0 12쪽
23 22화. 24.09.02 44 0 10쪽
22 21화. 24.09.02 41 0 10쪽
21 20화. 24.09.01 57 1 11쪽
20 19화. 24.08.31 60 2 16쪽
19 18화. 24.08.30 59 2 15쪽
18 17화. 24.08.29 63 1 11쪽
17 16화. 24.08.28 68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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