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성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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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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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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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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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메르하는 고든과 함께 나가면서, 나에게 성기사단 진지에서 대기하며 휴식을 취할 것을 명했다.


나는 검을 교체할 겸 무기고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하급 기사에게 지급되는 보급형 검은 품질이 너무 낮다.'


어쩌겠는가. 6급인 이 몸의 탓인 것을.



날카로운 햇살이 비추는 가운데, 무기고 안에는 몇몇 기사들이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들은 익히 잘 아는 이들이었다.


마침, 나와 눈이 마주친 한 사내가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었다.


그의 두 눈은 형형했으며, 다소 붉게 충혈되어 보이기까지 했다.



'생각보다 빨리 마주쳤군.'


루이븐 스테인은 절도있는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외모로만 보았을 때는 전형적인 성기사의 전형이었다.



"마르셀, 어제는 아주 인상적이던데?"


그는 다가오며 자연스레 나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뒤꽁무니 빠지게 도망쳤다는 얘기로 아주 소설을 썼어."


그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하자, 두 명의 성기사들이 그와 함께 웃어댔다.



"푸하하! 1층에 오크가 나왔다는게 말이 안되잖아."


"같이 있던 신관은 고개도 못들던데!"


나를 둘러싼 3명의 기사들은 즐거워 죽겠다는 듯이 웃어 제꼈다.



"루이븐 스테인. 그리고 떨거지들."


"뭐?"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지어주었다.


이런 반응일거라곤 예상치 못했는지, 그들의 웃는 낯에 빗금이 그어졌다.



"마르셀. 돌아버릴 정도로 탑이 무서웠어?"


루이븐의 말에 두 명의 기사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그의 손이 나의 어깨를 거세게 짓눌렀다.



"덕분에 인원이 부족해서 우리는 야간 근무까지 해버렸는데, 이를 어떻게 갚아주면 좋을까?"


그가 이를 으득이며 조용히 읊조렸다.



"그렇게 원한다면, 갚을 기회를 주지."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의 입가에 삐뚫어진 미소가 걸렸다.



"오랜만에 몸 좀 풀어야겠네. 예비대대는 영 싱거워서 말이야."


그의 말과 함께 다른 성기사가 나를 노려보며 따라 나오라는 듯이 고개를 까닥였다.


나름 무게를 잡고 한 행동이었을테였지만, 그 모습이 가소롭게 보일 뿐이었다.



루이븐은 어깨동무를 한 상태로 무기고에서 멀지않은 공터로 나를 데려갔다.


우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는 장소였다.


이런 곳을 기가막히게 선별한 안목에 감탄이 들 정도였다.



"아, 피곤해 뒤지겠네."


루이븐은 목을 우드득 소리가 나게 풀며, 나를 노려보았다.


기억을 들여다보니, 루이븐과 마르셀은 꽤나 악연이 길었다.


그는 구휼원에서 지내던 어린시절부터 줄곧 마르셀을 괴롭혀온 녀석인데.


루이븐이 먼저 신성력을 각성하여, 대신전의 소속이 되었다.


그 후, 마르셀이 각성하여 대신전 소속이 된 이후로도 계속해서 마르셀을 괴롭혀왔다.



"너는 나이가 들어도 한결같구나."


루이븐을 향해 대뜸 말을 꺼내자, 그가 목을 돌리며 몸을 풀던 중에 멈췄다.


그의 차가운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여전히 애새끼같은 모습 말이야."


"하!"


루이븐이 같잖다는 듯이 비웃음을 토해냈다.



"이새끼가 미쳤나!"


"입 안닥쳐?"


나머지 두 놈들은 루이븐과 비슷한 성향인 놈들인데, 대신전에 와서 처음 만난 놈들이었다.


어딜가나 이런 부류는 있기 마련이다.


외부에서 알았다가는 기함을 할 일이다.



피식 -


나는 그들의 면면을 바라보며 삐닥하게 웃어주었다.


루이븐 스테인은 3급기사, 나머지 두 놈은 4급기사였다.


누군가 봤다면, 6급인 내가 이들을 이길 승산이 없어 보이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없었다.


질 자신이.



루이븐이 차갑게 나를 쏘아보았다.


그는 별다른 말 없이 서있다가,


기습적으로 나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얍삽하게도 얼굴은 건드리지 않고, 몸통을 집중적으로 때리는 것이 놈의 수법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분야에서 누가 더 우위를 점하는지 전혀 몰랐으리라.



그가 어떻게 나올지 이미 예상하고 있던터라,


주먹이 날라오는 것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몸을 틀어 주먹을 빗겨냈다.


루이븐의 얼굴에 당황이 스치는 것을 보고는, 빠르게 발을 놀렸다.



비연추(飛燕錘) -


청성파에 대대로 내려오는 전승무공이었다.


대가리에 피도 안마른 아해(兒孩)들에게 가르침을 주기에 적합한 기술이다.


날아오르는 제비처럼, 빠르고 예리하게 루이븐의 다리를 가격했다.



퍼억 -


어딘가 부러진듯한 소리와 함께 그가 비틀거리는 찰나, 연달아 몸통까지 균형을 맞추어 주먹을 꽂아 넣었다.


루이븐을 향해 내려 꽂히는 주먹과 발은 눈으로 쫒을 수 없을만큼 빠르고 또 정교했다.


그는 경악할 겨를도 없이 전신이 난타당하는 고통을 느꼈다.



"끄읍!"


루이븐의 입이 벌어지는 것과 동시에 아혈을 찔러, 목소리를 봉해버렸다.


고꾸라진 루이븐이 소리도 지르지 못한 채 배를 부여잡고 바닥을 굴렀다.


그러다가, 곧 정신을 잃었는지 미동도 없이 누워있었다.



"뭐, 뭐야?"


영문을 모르는 두 놈에게는 갑자기 루이븐이 달려들다가 혼자서 넘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그들의 시야에 한가득 마르셀의 밝은 미소가 들어왔다.


나는 평소 가르침에 있어서 부족함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특히나 이들은 몸소 먼저 청하지 않았는가.



"깨달음을 얻기에 좋은 날씨군."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 * *




"허억!"


갑작스러운 발작과 함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곧이어 온몸에 끔찍한 고통이 뒤따랐다.



"끄아악!!"


"씁."


그 순간, 마르셀의 얼굴이 눈 앞에 보이더니 목소리가 막히며 말이 안나왔다.



"으으읍!"


루이븐은 당황하여 눈을 여기저기 굴렸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평소처럼 마르셀을 밟아줄 작정이었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늘 그의 발 아래 있었으니.


게다가, 지난 밤에는 그 때문에 예정에도 없던 야간근무까지 추가되지 않았던가.


그래서 분명, 마르셀을 끌고 빈 공터에 왔었는데.


그를 향해 주먹을 뻗음과 동시에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저 온몸을 난타당한 고통만이 가득할 뿐이다.



"으으으읍!"


상황을 알 길이 없어서, 분노를 가득담아 마르셀을 노려보자.


마르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직도 가르침이 부족한가?"


빙글 웃는 미소가 눈에 잠시 보였던 것 같았다.


그리고, 또다시 복부에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으으읍!!!"


고통에 바닥을 뒹구르며 눈물을 흘렸다.


생전 겪어보지 못한 고통이었다.


웨어울프에게 가격을 당했을 때도 이정도의 고통은 아니었다.



그때, 길버트와 데일이 나를 바라보다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발견했다.


길버트와 데일은 나란히 무릎을 꿇고 손을 번쩍 들고 있었다.


어리둥절하여 눈물만 흘리며, 바닥을 뒹굴렀다.



"더 맞을래? 조용히 할래?"


상황 파악이 안되어, 마르셀을 흘겨보자.


그가 주먹을 들어올렸다.


주먹이 저기에 있었는데.


어느새 날아온 주먹이 복부에 꽂혀있었다.



"으으읍!!"


3대를 더 때린 후에야 마르셀의 주먹이 멈췄다.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수도 없어서 바닥에 누워서 눈물인지 침인지 모를 것을 흘리고 있자, 마르셀이 다가왔다.


몸이 자동스레 흠칫 떨려왔다.


불안에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자, 그는 침착하게 나에게 말했다.



"저기가서 무릎꿇고 손들어."


고개를 크게 끄덕인 후에,


네 발로 기어가다시피 가는데, 몸통과 팔다리 전신이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얼굴은 때리지 않았는지, 얼굴만 멀쩡했다.


'XX새끼!'



"속으로 욕했지?"


마르셀이 쪼그려 앉으며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뜨끔하여 어깨를 움찔하자 그가 차갑게 웃었다.


그가 이런 표정을 지을 줄도 알았던가, 공포에 질린 몸이 연신 부들부들 떨렸다.



'마르셀 로덴이 대체 어떻게 된거지? 이 실력은 뭐지?'


두려운 와중에도 의문이 들었다.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눈을 도르륵 굴렸다.



"어. 궁금해 하지 말고."


저 새끼가 독심술도 하나?



"독심술이 아니라, 표정에 티가 난다."


화들짝 놀란 마음을 숨기며,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루이븐 스테인, 떨거지들. 앞으로 가급적 내 눈에 띄지 마. 알아들었으면 고개 끄덕여."



끄덕끄덕-


세 명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르셀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고는 손을 털었다.


"가르침이 부족하다면 다시 나를 찾고. 우리가 그 정도 연은 되잖아."


그가 웃으며 말하자, 셋은 고개를 거세게 저었다.


그들은 마르셀이 일어나서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그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서야 손을 아래로 내렸다.



"읍! 말이 안나와!"


"으읍! 이제 말이 나오네. 이게 무슨 일이야?"


"우리가 마르셀한테 얻어 터진건가?"


"하!"



루이븐은 분노를 꾹꾹 눌러담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다리가 벌벌 떨리고 있었다.


길버트와 데일의 시선에 자존심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루이븐의 눈빛에는 분노와 함께 두려움도 함께 깃들어있었다.


'어떻게 때린 것인지 눈으로 좇을 수도 없었다.'



그때, 길버트가 슬그머니 상체의 갑옷을 벗어 복부를 살펴보았다.


"아, 아니?"


길버트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루이븐이 찡그린 표정으로 길버트를 바라보았다.


"왜?"


"몸통이 무지하게 아픈데, 멍든 곳 하나 없어."



물끄러미 길버트를 바라보던 데일이 길버트의 배를 꾸욱 눌렀다.


"으갸갸갹!"


길버트가 바닥을 뒹구르며, 데일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루이븐은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사람을 개 패듯이 패 놓았는데, 정작 몸에는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루이븐의 시선이 마르셀 로덴이 지나간 길을 따라갔다.





* * *





무기고에서 사용하던 검을 반납하고, 동일한 보급형 검을 한 자루 받아왔다.


검을 바라보니, 나의 손에 착 달라붙던 천무검이 그리웠다.



'크흠.'


괜찮은 무기를 손에 쥐려면, 상위급 성기사가 되던지 개인적으로 구매하는 방법 뿐이었다.


검집을 허리춤에 묶으며 터덜터덜 발걸음을 돌렸다.


마르셀 로덴은 빈털터리 고아였고, 이제 겨우 성기사로 입단한 초기였기에 모아둔 돈이 한 푼도 없었다.


무기를 사려면 아무리 생각해도 승급을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성기사들은 분기별로 승급시험이 존재한다.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는 없고, 추천에 의해 선발된 인원들만 진행이 된다.


'이번 분기에 승급시험을 치러야 되겠군.'



생각을 정리하며 걸어갈 때였다.


저 멀리서부터 마나가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 눈에 포착되었다.


'뭐지?'



광장에서부터 무기고 방향으로 무언가가 거세게 다가오고 있었다.


마나의 흐름을 집중하여 살피는 사이에, 나와 충돌할 듯이 다가온 마나가 눈앞에서 우뚝 멈춰섰다.



"당신, 지금 당장 보여줘야겠어."


한 명의 엘프가 나를 바라보며, 차갑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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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24.09.02 4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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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화. 24.08.30 60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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