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성기사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이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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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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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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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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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DUMMY

문이 열리며 나타난 연회장은 고풍스러움과 웅장함이 어우러진 공간이었다.


거대한 아치형 창문들이 벽을 따라 늘어서 있었고, 높은 천장에서는 대형 샹들리에가 내려와 있었다.


연회장의 중앙에는 길게 늘어선 테이블이 있었다.


검은 나무로 만들어진 테이블은 매끄럽고 광택이 나며, 각각의 의자들은 정교한 조각으로 문양이 있었다.



나는 테이블의 한 구석에 놓인 노트를 들어올렸다.


낡은 일기장을 넘기자, 익숙한 글씨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핀을 이용한 요리법]


재료 : 그리핀, 소금, 후추


그리핀은 식감이 좋은 육질을 지녔다.

그리핀의 가슴살을 두껍게 썰어내어 불에 익히면, 은은한 육즙이 흘러나온다.

소금과 후추를 아끼지 말고 듬뿍 뿌려라.

전사들이여, 이 맛을 한 번이라도 맛본다면 다시는 닭고기의 가슴살을 찾지 않게 될 것이다!



방금 키메리의 아공간에 들어간 그리핀이 순간 떠올랐으나, 굳이 실험해보고 싶진 않았다.



"제군들 이쪽으로 모이도록."


고든이 테이블의 끝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는 커다란 연회장 테이블 상석에 앉아서 가죽으로 만들어진 낡은 지도를 펼쳤다.



나는 일기장을 내려놓고 고든에게로 다가가 그의 오른편에 자리를 잡았다.


엘라라가 나의 옆에 앉고, 반대편에서는 키메리가 털썩 앉았다.


그는 하품을 쩌억 하며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 내고 있었다.


공작가의 자제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자세였다.


고든은 모두가 자리를 잡은 것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고든은 지도상의 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4층으로 올라가면 우리는 이곳으로 떨어진다."


그가 가리킨 곳은 홉 고블린의 영역안에 그려진 입구였다.


그곳은 2층짜리 폐건물들이 비슷한 높이로 다닥다닥 이어진 황폐한 마을이었다.


건물 위로 굵은 이동선이 그어져 있었다. 4층의 선발대원들이 가장 먼저 진입하는 루트였다.


리셋이 되기 직전, 진입대원들은 이전층의 연회장으로 이동 후 시작점에서 진입을 한다.



"원래대로라면 이부근은 홉 고블린들의 영역이고, 오크들이 한 번씩 출몰하지. 그런데, 이미 4층 진입대가 홉 고블린 대부분을 제거하고 이곳에 진지를 마련했다."


그의 손가락이 홉 고블린의 영역을 지나 동쪽 가운데 고지대를 가리켰다.


"4층의 마물들은 한 무리의 영역이 줄어든다면 그 자리를 다른놈들이 차지하곤 하지."


"그렇다면, 지금은 다른 마물들이 그 영역에 들어왔겠군요."


내가 말하자 고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지금 이곳으로 들어서면, 바로 트롤 무리를 마주하게 된다. 진입대도 여유가 없으니 우리를 데리러 올 순 없고, 우리끼리 그들이 있는 곳으로 합류해야 한다."


"저희가 리셋이 되기전에 중간에 들어와서 그런거군요."


엘라라가 집중하는 표정으로 고든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렇지."


고든의 말에 건너편에 앉아서 발끝을 까닥이고 있던 키메리가 입을 연다.


"텔레포트 캐스팅 할 시간을 벌어주시죠. 따악 5초."


그가 다섯손가락을 쫘악 펼치며 입꼬리를 올렸다.



"미리 캐스팅을 해서 가면 안되나요?"


엘라라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키메리가 손가락을 휙휙 휘젔는다.



"쩜오층에서 캐스팅한거는 다음층에서는 모두 소멸돼."


그의 말에 고든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원래 계획은 내가 시선을 끌면 로덴 경이 알리스테어 신관을 엄호하며, 건물위로 올라가서 이동하는 방식을 택하려고 했지. 실제로 진입대들이 그렇게 이동하니까."


고든은 지도의 이동선을 손가락으로 톡톡 쳤다.


지도에 그려진 건물들은 지붕이 평평해서 이동이 용이했다.



"그런데, 지금은 인원이 한 명 늘었군요."


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키메리에게 닿았다.


그는 여전히 느긋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내가 트롤에게서 틈을 만들어내고, 자네가 혼자서 두 사람을 엄호하며 건물 위로 올라가는 방법은 지금으로선 위험하네."


고든은 팔짱을 끼고 고민하듯 말했다.



"혼자 왔으면 몽둥이 찜질 당할뻔 했네요."


키메리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웃음을 지었다.



"굳이 왜 중간에 이동 하는건가? 다음 리셋때 움직이면 될 것을."


나는 그를 빤히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겨워서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말이야."


키메리는 눈썹을 으쓱거리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답했다.


대주교와 왕실에서도 탑 지휘관의 역량에는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건만.


지휘관이 이동명령을 중도에 내리진 않았을것이다.


몇 년간 이동하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이제는 무턱대고 가겠다고 우겼을 것이 그려졌다.


이놈은 망나니가 따로없었다.


키메리를 바라보는 고든의 표정도 썩 밝지만은 않았다.


고든은 여전히 팔짱을 낀 채, 생각이 많은 듯 해보였다.



"대대장님, 이렇게 하시면 어떻겠습니까."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든을 향해 말했다.


고든과 엘라라, 그리고 키메리의 시선이 한꺼번에 나에게로 쏠렸다.


나는 머릿속에서 상황을 빠르게 정리했다.





* * *





어둠속에 휩싸이면서, 우리는 4층으로 진입했다.


눈을 뜨는 순간, 황폐화된 도시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곳에는 수십 마리의 트롤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트롤은 사람의 두 배는 훌쩍 넘는 거대한 몸집에 암석같이 단단한 푸른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거대한 손에는 쇠로 만들어진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몽둥이의 표면에는 뾰족한 스파이크들이 빼곡히 박혀 있었다.


트롤이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둔중한 소리와 함께 쿵쿵! 대지가 울렸다.


놈들의 걸음마다 땅이 움푹 파이며 발자국이 남았다.



[크르르륵!]


트롤의 흉포한 노란 눈이 우리를 포착했다.


놈들이 삽시간에 우리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살육을 향한 본능밖에 남아있지 않은 트롤들이 거칠게 몽둥이를 들어올렸다.


몽둥이가 공기를 가르며 휘둘러질 때마다,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초감각의 세계가 열림과 동시에 내 안에서 강렬한 살기가 폭발하듯 내뿜어졌다.


그 살기는 마치 칼날처럼 날카롭게 퍼져나가, 주변의 공기를 흔들며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움찔!


트롤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로 집중되는 것이 느껴진다.


솨아아아-


엘라라의 신성력이 나에게 닿음과 동시에 청류섬광보를 펼치며 트롤들의 사이를 정신없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한 줄기 섬광처럼, 나의 신형이 빛보다도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하나.





[크르르륵!]


트롤들은 당황한 듯 내가 내뿜는 살기를 따라 이리저리 시선을 움직였다.


거대한 몸이 둔하게 움직이며, 허공을 향해 몽둥이를 무작정 내려치기 시작했다.


휘이익-!


몽둥이가 공기를 가르며 무서운 속도로 휘둘러졌다.


한 대라도 맞는다면 몸이 그대로 부서져 버릴 것 같았다.


그들의 공격이 이어졌지만, 틈을 비집고 날렵하게 그 사이를 빠져나갔다.





둘.





청성 만상귀일검법(萬象歸一劍法) 3초식, 뇌풍귀극 (雷風歸極)


주위의 공기가 급격히 휘몰아치며, 마치 대기가 분노하는 듯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쿠쿠쿵!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나의 검 끝에 번개가 맺히기 시작했다.


파직파직- 전류가 흐르며 소리를 내었고, 번개의 기운이 점차 강력해졌다.


거친 바람이 나의 주위를 휘감으며, 천둥의 힘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검은 번개의 궤적을 그리며 가까운 트롤에게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거대한 트롤이 피할 수 없을 만큼 빠르고 강력했다.





셋.





촤악!


트롤의 팔이 몸통에서 분리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크르르륵!]


놈이 나머지 팔을 휘두르며 거칠게 다가왔다.


나의 주위로 수십마리의 트롤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넷.





[로덴 경!]


고든의 목소리가 전장의 소음 속에서도 분명하게 들려왔다.


그는 앞에 선 트롤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키메리의 손끝에서 서서히 마법진이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다시 청류섬광보를 펼치며, 일행이 있는 곳을 신성력을 회전시키며 질주했다.





다섯.





[텔레포트!]


키메리의 캐스팅이 완성되는 순간.


나는 그들의 옆에 서있었다.



환한 빛이 우리를 감싸고 난 뒤.


다시 눈을 떴을 때, 우리는 다른 장소로 이동한 뒤였다.




우리가 이동한 곳은 오크들의 군대와 4층 전사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고지대의 진지 방벽 인근이었다.


[취익-! 취익-!]


익숙한 소음이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와 이동했네요!"


엘라라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혹시라도 그녀가 오크를 두려워할까 살폈지만 그녀는 의연했다.


나는 엘라라의 어깨를 두들겨주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코를 찡긋거렸다.



"살떨리네 이거!"


키메리의 충혈된 눈이 번뜩이며 빛나고 있었다.


그는 재미있다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로덴 경. 성공적이었네."


고든도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단 5초의 순간이었지만, 누구라도 삐끗하는 순간 커다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


나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속도는 도대체 뭐지? 쳐다보다가 캐스팅 놓칠 뻔 했다고."


키메리의 눈 속에는 호기심이 가득차있었다.



"설명해줘도 이해못한다."


"허, 참!"


나의 담담한 목소리에 키메리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꼈다.


그가 허리에 손을 올리며 거만하게 말했다.



"내가 역대급 천재 마법사라고 불리는 사람이야. 3층에 박혀 있어서 그렇지. 어딜가도 안꿀린다고."


나는 그를 무시하고 전장을 향해 나아갔다.



"무시하냐!"


그가 나를 쫒아오며 쫑알쫑알 말을 건다.


"그 말도안되는 기술들은 다 뭐냐고!"



나는 손을 뻗어서 그의 아혈을 봉해버렸다.


"우읍? 우으읍!"


그가 충혈된 눈을 부릅떴다.


"조용히 해봐."


"우으읍!"



고든과 엘라라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한건가?"


"조금 재주를 부려봤습니다."


고든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쓸만한 재주로군."


그가 희미하게 웃었다.



4층 전사들의 진지는 고지대에 견고한 방벽을 쌓아두고 강철의 장막이라는 마법으로 보호하고 있었다.


돌로 쌓아올린 외벽은 마법의 장막으로 더욱 견고하게 감싸져 있었다.



오크들의 군대가 내는 소리가 점점 거세지더니, 곧이어 진지를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취이이익-!]


[취익-!]



오크들의 숫자는 언뜻 보아도 수천 마리는 되어 보였다.


전장의 공기가 차갑게 긴장되고 있었다.


오크들이 달려드는 순간,


마법사들이 준비된 주문을 외쳤다.



"메테오릭 카타클리즘!"


마법의 장막 위로 거대한 마법 진이 펼쳐지더니, 불꽃의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불꽃은 하늘을 가르며 오크에게 쏟아졌고,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불꽃들이 오크들의 군대를 휩쓸며 폭발했다.


불타는 몸으로 오크들이 쓰러지기 시작했고, 또 다른 마법이 발동되었다.



"라이트닝 컨버전스!"


연이어 하늘이 더욱 어두워지며 구름이 잔뜩 몰려왔다.


곧이어 거대한 번개들이 공중에서 스파이크를 치며 오크들을 향해 내려꽂혔다.


파지지직!



[취이이익-!]


번개의 충격으로 진격하던 오크들이 쓰러져나갔다.


오크들의 전열이 순간적으로 흐트러졌다.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진지의 방벽이 열리면서 거인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1분대, 2분대, 진격하라!"


"와아아아아아아!"


지휘관의 외침이 들리자, 거인들은 대검을 높이 들어올리며 오크에게 달려들었다.


앞열에 서 있던 오크들은 거인들의 강력한 일격에 팔다리가 잘려 나가며 소리를 질렀다.


녹색의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러나 오크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몽둥이를 휘두르며 거인들에게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으아악!"


거인들이 오크의 몽둥이에 가격을 당하며 휘청거렸다.




"3, 4, 5, 6분대 진격하라!"


지휘관의 외침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거인들이 앞서 오크들의 진영을 무너뜨리며 혼란을 만든 후, 그 뒤를 왕실기사단과 성기사단이 진격했다.


왕실기사단의 금빛 마나가 솟구치며 오크들을 난도질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강력한 마나가 칼날을 타고 번쩍일 때마다, 오크들은 차례차례 쓰러져 갔다.


그들의 뒤를 이어 성기사단이 진격했다.



성기사단의 검은 신성력으로 감싸여, 오크를 향해 휘둘러졌다.


하얀 빛이 번쩍이며 오크들의 방어를 빠르게 돌파해 나갔다.


전열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오크들이 당황하며 몽둥이를 이리저리 휘둘기 시작한다.



그때, 엘프들이 날린 화살들이 불시에 하늘을 가르며 날아들었다.


[취이이익-!]


눈이 꿰뚫린 오크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전군 철수하라!"


지휘관의 소리가 울려퍼지자.


진지 밖으로 나갔던 돌격대들이 신속하게 방벽 안으로 귀환하기 시작했다.


거인들과 왕실기사단, 성기사단이 질서 있게 후퇴하며, 방벽으로 안전하게 돌아왔다.


돌격대는 다시 방벽 안에서 방어 태세를 갖추었다.



웅장한 마법과 거침없는 돌격대가 지나고 나자, 오크들은 피를 흘리며 전열이 붕괴되었다.


전장의 공기는 여전히 긴장감이 흘렀지만, 오크들의 기세는 눈에 띄게 꺾여 있었다.


뒷편에는 여전히 수천마리의 오크들이 남아있었지만, 놈들은 머뭇거리고 있었다.



"우선은 일단락 된 듯 싶군."


고든이 전장을 바라보며 무겁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경계심이 담겨 있었다.



"엄청나네요."


엘라라가 떨리는 두 눈으로 전장을 주시했다.



"우으으읍!"


키메리는 붉은 눈으로 항의하듯이 나에게 웅얼거렸다.


내가 작게 한숨을 쉬자, 그가 어떻게 좀 해달라는 듯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밀어내면서 아혈을 풀어주었다.


참 손이 많이가네.



"후아! 진짜 이해가 안되네."


키메리는 핏줄이 돋아난 두 눈으로 무언가를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내버려두고 고든의 옆으로 걸어갔다.


"4층 전사들에게도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제안하자, 고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금방이라도 다시 쳐들어올 것 같군."


그는 멀리서 전열을 정비하며 다시 방벽을 향해 전진하기 시작하는 오크들을 주시하며 말했다.


우리가 나설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진입대가 밀리지 않았고, 그들이 구축해둔 체계대로 전장이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거 마족인지 확인 하려고 하는거지?"


키메리가 나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한다.


갑작스러운 진지한 태도에 나는 의아하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거 하려면 오크들이 없으면 좋은거고?"


그는 여전히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상황이 좀 정리가 되는 편이 낫지."


키메리는 두 눈을 감고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고든은 나에게 '쟤 뭐하냐?' 라는 눈빛을 보냈다.


난들 알겠나.


순간, 키메리가 두 눈을 번쩍 떴다.


"나도 이제 4층 진입대아닌가? 실력발휘 좀 해볼게."




수천 마리의 오크들이 방벽을 향해 거대한 물결처럼 달려오기 시작했다.


놈들의 소리가 전장을 뒤흔들며 울려 퍼졌다.


[취이이익-!]


[취이이익-! 취익-!!!]




그 소리 속에서 키메리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나를 돌아보았다.


"내가 3층에서 뭘해왔는지 보여줄게. 낄낄."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키메리는 한 손을 아공간에 넣으며, 다른 손으로는 캐스팅을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이 허공을 향해 마법진을 그리듯 움직였고, 이내 손가락을 튕기며 주문을 완성했다.



따악-!


짧은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키메리 군단."


그의 시선은 여전히 나에게 고정된 채로,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출격."


그가 낮게 명령하자, 아공간이 허공에 열리며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키메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크르륵! 크륵!]


[끼이이익-!]


[크아아아악!]


오크들과 맞먹는 숫자의 키메라들이 전장을 가득 메웠다.


거친 울부짖음을 내며 오크들을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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