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성기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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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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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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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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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DUMMY

지휘관의 막사안에는 나와 맥클라인, 키메리 그리고 분대장들이 모두 들어와 있었다.


맥클라인은 중앙에 서서, 나머지 인원들은 원형 테이블을 둘러싸고 자리 잡았다.


전투의 피로가 짙게 배어 있었지만, 다음 단계를 논의해야 할 시간이었다.



"피해상황은 어떻지?"


내가 질문하자, 맥클라인이 주저 없이 대답했다.


"부상자는 총 122명이며, 그 중 중상을 입은 자가 총 45명, 1명은 위독한 상황입니다."


"신관들에게 집중적으로 치유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게."


"네, 알겠습니다."



전방에서 투헤드 오크와 맞섰던 거인들과 왕실 기사단, 성기사단의 피해는 특히 심각했다.


오크의 주먹에 날아갔던 성기사는 아직도 의식불명 상태였다.


나는 전장을 떠올리며 방벽의 상태를 물었다.



"방벽을 보수하는데 얼마나 걸리겠나?"


드워프를 바라보자, 그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하루, 아니 반나절안에 수리해보리다."


나는 고개를 짧게 끄덕이고는 시선을 돌렸다.



"키메리, 오크들의 사체가 필요한가?"


"나도 취향이란게 있거든, 필요없어."


키메리는 다리를 꼬고 앉아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럼 오크들의 사체는 모두 불태우도록."


"네."


나는 마법사 분대장을 바라보며 지시를 내렸다.


그는 즉각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받아들였다.



"4층에 남아있는 마물의 이동상황과 숫자를 파악해야 할 것 같은데, 엘프들이 수고를 좀 해주어야겠군."


내가 말하자, 엘프 분대장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와이번을 내어주도록해."


나는 키메리에게 지시를 내렸다.



"예예. 알겠습니다요."


키메리가 고개를 짧게 까닥이며 대답했다.


그는 여전히 건방진 태도였다.


키메리도 언젠가 제대로 교육해줄 것을 다짐하며, 맥클라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엘프들이 귀환하는 데로, 회의를 이어가도록 하지. 우선은 정해진 업무를 처리하도록."


"알겠습니다."


내가 의자에서 일어서며 말하자, 맥클라인과 분대장들이 동시에 경례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휘관의 막사 밖으로 나오며, 고든이 있는 막사를 향해서 발길을 돌렸다.


그의 막사는 치유소들이 모인 곳 한켠에 위치해 있었다.



"마르셀 로덴입니다."


"들어오게."


안에서 고든의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사님!"


막사에 들어서자, 엘라라가 환히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그녀는 어느 정도 회복된 듯 보였다.


고든은 침상에 앉아 나를 맞이했다.


그의 얼굴은 눈에 띄게 혈색이 좋아져 있었다.



"왔는가."


그가 나를 보며 씨익 웃는다.


그의 앞으로 걸어가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복귀하시죠. 대신 일하려니 골치가 아픕니다."


"우는 소리 말게. 자리 깔아주니 아주 날아다니더군."


고든이 농담으로 응수했다.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몸에 남아있는 잔류독은 서서히 치유해야 합니다. 그 분야는 제가 전문이 아니어서요."


내가 진지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내공으로 그의 몸에 담긴 마기와 독을 제거했지만, 완벽하게 독기를 없앨 수는 없었다.


나는 독에 특화된 무공을 익힌 것도 아니고, 약선과 같은 뛰어난 명의도 아니었다.



"그래도 상태가 많이 좋아지셔서 다행이에요."


엘라라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고든은 고개를 짧게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이 독은 해독제가 없다고 하던데 말이야."


고든은 칼리프가 했던 말을 상기하며, 입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제가 재주가 많지 않습니까."


내 뻔뻔한 대답에 고든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자네는 알면 알수록 신기한 사람이지."


그는 고개를 저으며 내 말을 받아주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눈을 마주쳤고, 방 안에는 묘한 침묵이 흘렀다.



"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묻지 않으시는군요."


내가 고든의 반응을 살피며 말했다.


고든은 잠시 나를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깊은 눈빛으로 대답했다.



"진입대의 전사로 살아가다보면 때로는 그 사람의 말보다 본질이 더욱 중요한 순간들이 있지."


그의 두 눈은 과거의 어느 시점을 떠올리는 듯했다.


나는 묵묵히 그의 말을 경청했다.


엘라라도 조용히 나의 옆에 와서 앉았다.



"나는 어린시절 친구와 비슷한 시기에 신성력을 각성했지."


고든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녀석과는 입단부터 진입대 편성까지 대부분의 생활을 함께 했어.


전장에 있다보면 목숨을 잃는 일은 비일비재해. 그건 탑을 오를수록 더 흔한 일이되고.


나와 그 녀석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계속해서 나아갔지."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그 눈동자에는 오래된 기억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12층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중 그 친구가 암살 당했네. 같은 분대원에 의해서."


"그는 마족이었겠군요."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조용히 물었다.



"그렇지."


고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놈은 모진 고문에도 입도 뻥긋 안하더군."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무겁게 내려앉았다.



"그 일을 겪은 이후, 나는 동료들을 끊임없이 의심했네. 과연 내 등 뒤를 맡길 수 있을 지 말이야."


"저라도 그랬을 것 같아요."


엘라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고든의 시선이 나와 엘라라를 천천히 스쳤다.



"모두가 의심스러웠지.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조차도 동료들이 의심스러웠어.


눈여겨보던 자가 있었는데, 전장에서 그 자가 죽을 때서야 마족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됐지.


그의 평소 말과 행동이 거칠었기에, 나는 그가 의심스러웠어.


하지만, 그 기사는 동료를 지키다가 마물에 의해 죽게 되었지. 나는 그 이후로 사람의 본질을 보기 위해 노력했다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의 본질은 어떻습니까?"


고든의 두 눈이 나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적어도 나를 위해 검을 들어주더군."


나는 작게 미소지었다.


"대대장님이 없으면 탑은 어떻게 올라갑니까."


고든이 픽 웃음을 터뜨렸다.


"안그래도 칼리프의 검이 날아오는데 그 생각이 들더군. 큭큭."



나는 그와 마주 보며 씩 웃었다. 그와 나 사이에 흐르는 신뢰가 느껴졌다.


"일단 좀 쉬십시오. 오늘은 여기서 머무르고 내일 출발하시죠."


"그러지. 자네들도 이만 가보게."


"네, 쉬세요!"


나는 엘라라와 함께 막사 밖으로 걸어나왔다.




어느새, 밖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방벽 위에는 몇 명의 감시병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깥을 감시하고 있었고, 몇몇 전사들은 막사 근처에 주저앉아 나지막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가 그들 사이를 지나가자, 그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닿았다.


그중 한 명의 거인이 치아가 고르게 보일 정도로 씨익-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아까는 아주 인상적이었네!"


그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나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인사를 건넸다.


엘라라는 그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고개를 돌려 엘라라에게 툭 던지듯 말을 걸었다.


"의외로 담력이 좋단 말이야. 죽을 뻔했는데도 다행히 멀쩡해보이는군."


"저는 제가 안 죽을 줄 알았는데요?"


그녀가 눈을 크게 뜨며 대답했다.


"검이 목에 닿기 바로 직전이었는데."


내가 말하자, 엘라라는 어깨를 으쓱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에이, 기사님이 계시는데 제가 왜 쫄아요. 어떻게든 저를 구해주실 거잖아요."


나는 그녀의 대답에 너털웃음을 지었다.


얘는 뭘 믿고 이렇게 나를 의지하는 걸까.



"그래, 앞으로도 쫄지마라."


나는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엘라라는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네에! 그래서 말인데요...내일은..."


"내일은 마보자세는 없다."


내가 그녀의 말을 끊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는 잠시 눈을 깜빡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두 눈을 마주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일부터는 복근운동을 한다. 예상보다 조금 늦었군."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어준 뒤,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혹시 마족이 아닌걸까?"


엘라라의 허탈한 중얼거림이 뒤에서 들려왔다.





* * *





방벽을 향해 와이번들이 천천히 귀환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지휘관 막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막사에 들어서자마자, 맥클라인이 나를 맞으며 보고를 시작했다.



"엘프들이 귀환했습니다."


"일단 보고부터 듣지."


나는 간결하게 대답했다.


"네."


엘프가 곧 막사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짧게 인사를 한 뒤, 테이블 위에 펼쳐진 지도로 다가섰다.


그리고 지도의 두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현재 트롤 군대는 북서쪽부터 중앙지대까지 진출해있습니다. 그리고 오우거 군대는 남쪽지역을 모두 점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서서히 오크의 영역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기존 계획과는 시기상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군. 남아있는 인원들로 전투가 가능할지 의견이 궁금한데."


나는 엘프와 맥클라인에게 물었다.


이들은 소대장을 비롯한 핵심 인원들이 빠져나간 상태였으며, 부상자들도 많았다.


내 시선이 맥클라인에게 닿자, 그가 신중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경상을 입은 자들까지 모두 포함한다면, 간신히 방벽을 지키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리셋 이전에 귀환하기까지는 어렵습니다."


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4층에는 보급된 인원이 있지 않나."


나의 시선이 키메리에게 닿았다.


"나?"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 너. 4층 진입대 소속이니까 너까지 포함하는 게 셈이 맞지."


나는 키메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키메리는 입을 삐죽이며 먼 곳을 응시했다.


"하, 되게 얄미운데 나는 왜 너랑 같이 가고 싶은거지?"


그는 고개를 삐딱하게 들며 나를 바라봤다.


"군단을 보충해서 따라갈게. 일단은 여기 남도록 하지."



"이동명령은 너가 결정할 사항이 아니야."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가 의아하다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본다.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근무했는데?"


그의 태도에 맥클라인은 떨떠름한 눈으로 키메리를 바라보았다.


나는 키메리의 말을 무시한 채, 맥클라인을 쳐다보았다.


"키메라 군단과 함께라면 트롤과 오우거를 상대할 수 있겠는가?"


맥클라인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두 마물의 군대가 따로 움직일 테니 충분히 가능합니다."



맥클라인의 답변을 듣던 키메리는 다리를 까딱이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미리 말해두자면 나는 깔끔하게 죽이는 걸 선호해. 원샷원킬. 오케이?"


그는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끽- 소리를 냈다.


맥클라인은 피곤한 낯빛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어찌됐든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고 있었다.





* * *





아침이 밝아오자, 우리는 서둘러 출발했다.


와이번에 올라타기 전, 키메리는 충혈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손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조만간 또 보시죠. 낄낄"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맥클라인이 경례를 하며 진지하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고든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와이번의 등에 오르며 키메리를 쳐다봤다.


"저 망나니... 아니 마법사가 있으니 괜찮을 걸세. 그럼."



엘라라는 낑낑거리며 와이번에 올라타서 나의 앞에 자리를 잡았다.


"으윽! 촉감이 이상해요!"


그녀는 와이번 키메라의 피부를 만지며 얼굴을 찡그렸다.



"꽉 잡는게 좋을거야. 생각보다 빠르거든. 낄낄."


키메리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우리는 와이번 키메라에 몸을 맡기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끼야아아악-!]


와이번이 힘차게 하늘을 가르자, 4층 방벽이 점점 작아졌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멀리서 방벽을 향해 다가오는 마물 군대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오우거들이 먼저 방벽에 닿을 것이고, 그들이 모두 소멸된 뒤에야 트롤들이 방벽에 접근할 것이다.



황폐화된 마을을 한참을 날아간 이후에, 우리는 목표 지점인 출구에 도착했다.


탁-!


나는 바닥에 내려서며 와이번의 등을 두드렸다.


[돌아가라.]


[끼야아아악-!]


와이번 두 마리는 마지막으로 날카로운 울음을 내지르며 빠르게 방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럼, 들어가죠."


나는 다음 층 연회장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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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24.09.03 42 0 13쪽
24 23화. 24.09.03 39 0 12쪽
23 22화. 24.09.02 45 0 10쪽
22 21화. 24.09.02 42 0 10쪽
21 20화. 24.09.01 58 1 11쪽
20 19화. 24.08.31 61 2 16쪽
19 18화. 24.08.30 59 2 15쪽
18 17화. 24.08.29 64 1 11쪽
17 16화. 24.08.28 68 1 14쪽
16 15화. 24.08.27 6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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