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계 성기사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이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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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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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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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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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DUMMY

웅장한 연회장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화려하게 장식된 벽과 바닥, 빛을 받은 대리석은 마치 거울처럼 반짝였다.


높은 천장에 매달린 크리스탈 샹들리에는 부드러운 빛을 흩뿌리며, 공간을 밝게 채우고 있었다.



터벅터벅 -


세 사람이 걸어가는 소리가 빈 연회장에 울려퍼졌다.


"탑을 만든 작자는 미친 게 분명하군요."


"공감한다네."


탑 안에 연회장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마르셀과 고든의 말이 오가는 사이, 엘라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뭐, 그래도 음침한 1층보다는 낫네요."



엘라라가 중앙에 달린 샹들리에 아래로 다가가며 물었다.


"대대장님, 왕궁의 샹들리에도 이만큼 아름답나요?"


"역설적이게도 에벤하임 왕궁과 귀족들은 탑 안의 연회장을 모방했지."


엘라라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회장의 곳곳에는 진입대가 머물렀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이곳에서 방어를 대비하려 했던 것인지 검흔도 눈에 띄었다.


"처음으로 이곳에 오른 이들이 남긴 흔적이지. 그들은 이곳이 안전하다는 것을 몰랐으니까."



연회장의 구석 쇼파에는 노트가 한 권 놓여져 있었다.


얇은 노트를 펼쳐보니, 누군가가 적어둔 글씨가 빼곡히 적혀있었다.


"이건 일기장이네요."


마르셀이 들어올린 일기장을 엘라라가 옆에와서 함께 살피기 시작했다.


일기장에는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멀럭을 이용한 요리법] 따위의 글을 장황하게도 써두었다.



"층마다 일기장을 두고 가는 걸 즐기는 이가 한 명 있지."


고든은 연회장 쇼파에 아무렇게나 털썩 앉았다.



"2층에 진입하기 전에 잠시 쉬도록."


마르셀과 엘라라에게 지시를 한 뒤, 고든은 쇼파에 몸을 깊숙이 누이며 미간을 지그시 눌렀다.


그 역시도 지난밤 거의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


마르셀 로덴의 성장을 지지해야 한다는 의견에 적극 동의하였으나,


이렇게 단시간내에 탑을 돌파하여 12층으로 올라가는 것은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일이었다.


과연 이 방법이 옳은 것일까?


고든은 마르셀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우리의 선택이 올바른 길이기를 바라겠습니다. 대주교님.'



마르셀은 연회장을 잠시 둘러보더니, 어느새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두 눈을 감았다.


엘라라는 그 모습이 익숙하다는 듯이 쇼파에 앉아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명상으로 주로 마나수련을 하는 모양이군.'



보통 신입 성기사들이 마나를 느끼기 위해 집중도를 높이며 수련하는 방법이었다.


특수한 능력을 각성했으나, 마르셀은 1년도 되지 않은 신입 성기사였다.


고든은 그 모습을 잔잔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감고있는 마르셀의 주변으로 서서히 마나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곧,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 마르셀의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마나 친화력이 높은 수준인건가?


그렇지만 흡수는 천천히 해야만 한다.


고든이 걱정어린 시선으로 마르셀을 바라보았다.


도움이 필요할까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가 잠시 주춤했다.



마르셀의 몸을 휘감은 마나의 양이 범상치가 않았다.


무언가 기세가 변화하는가 싶더니, 폭포수와 같은 마나가 그에게 쏟아져 들어갔다.


대기의 흐름마저 어그러질만큼 거센 기운이었다.


쏟아지는 마나를 마르셀의 몸이 빨아당기듯이 흡수를 하기 시작했다.


마르셀이 조심스럽게 눈을 뜨고 손을 뻗어올리는 순간이었다.



마나가 마르셀에게 흡수됨과 동시에 그의 전신에 신성력으로 퍼져나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고든의 두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지금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이지?'


마르셀에게 일어나는 일을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신성력을 각성한 성기사들은 마나하트를 통해서 마나를 흡수하여 이를 신성력으로 발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의 마나를 흡수하여 이를 신체내부에 축적하는 방식을 선행하여야 하고,


흡수한 마나를 신성력으로 전환하기 위해 마나하트에서 시작되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순환식"이 함께 이루어져야한다.


지금 마르셀이 하고 있는 방식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첫 번째로, 저렇게 무자비하게 마나를 흡수하였다가는 마나하트가 버틸 수 없다.


두 번째로, 순환식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마나는 신성력이 되지 못한 채 흐트러져 버린다.



마나하트가 감당하지 못할 것이며, 마나가 제어되지 않은 채 신체에 퍼져나가 치명적인 위험을 겪게 될 수도 있다.


고든의 염려섞인 시선속에서도 마르셀의 표정은 평온했고, 다시금 두 눈을 감고있었다.



'만약, 마나의 흡수와 순환식이 동시에 이루어 질 수 있다면?'


그 생각을 떠올리자, 고든의 손바닥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


그 누구도 생각조차 못한, 아니 감히 생각해볼 엄두조차 못한 방법이다.



고든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채로, 마르셀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다시 눈을 뜬 마르셀의 두 눈에는 선명한 영기가 흐르고 있었다.


'로덴, 자네는 내가 아는 잣대로 도저히 판단할 수 없는 인물이군.'


조금 전의 무의미한 걱정을 털어내며, 의미심장한 시선으로 마르셀을 바라보았다.





* * *





잠시의 휴식 시간 동안, 나는 가부좌를 틀고 내공을 운기하기 시작하였다.


하단전이 이미 단단히 자리를 잡은 지금, 중단전을 가볍게 두드려볼 작정이었다.


어차피 고든과는 계속해서 탑을 돌파해야 하기 때문에, 그가 안 볼 때마다 운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번에 각성하면서 새롭게 깨닫게 된 수련법이라고 둘러댈 생각이었다.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만약 내 주변에 신관이 없다면 나는 언제든 죽을 수 있다.


하단전만 가지고 12층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다.



깊은 호흡을 하며 공기 중에 떠다니는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미 터놓은 길을 따라서, 마나가 거세게 안으로 들이차며 혈맥이 터질듯이 부풀어올랐다.


맥을 확장시키면서 마나를 명치쪽으로 이동시킨다.



'한 번에 닿을 수 없을 테니 천천히 이동한다.'


급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접근하여야 한다.


온몸을 돌던 마나가 중단전이 위치할 자리를 두드린다.


톡 -


거센 마나가 명치를 건드리며 자극하기 시작한다.


이윽고 태풍이 만들어 지는 것과 같은 거대한 마나가 명치에 몰리기 시작한다.


태풍의 중심에 서있는 것과 같은 기운이 나의 온몸을 집어삼켰다.


쿠아아아 -


마나가 휩쓸려 들어온 자리에 작게 농축된 기운이 느껴진다.


어느새 작은 씨앗과 같은 중단전의 토대가 만들어졌다.



'왔던 길을 다시 걷는 것이라고 하기엔, 흐름이 너무도 빠르다.'


지나친 속도감에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어쩌면 이러한 반응은 마르셀 로덴이 가진 특성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마나 친화도가 현저히 낮았으나, 분기점을 넘은 순간 상황이 급변하였다.


마치 몸 속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깨어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내공 운기를 마무리하려는 순간이었다.



[ 알 수 없는 힘이 진화합니다. ]


[ 최초의 업적을 달성하였습니다. 고유 능력이 부여됩니다. ]


'뭐지?'


중단전을 만들었기 때문에 또 이런 창이 떠오른 것인가?



선택창이 반짝이면서 하나의 카드가 허공에 떠올랐다.


이번에 떠오른 카드는 하얀색이었다.


나는 주저없이 카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하얀 빛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 신성조화 ]


[ 마나포스와 신성력이 결합합니다. 마나를 흡수하는 즉시 신성력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얼떨떨한 눈으로 문구를 바라보았다.


신성조화라는 능력은 성기사라면 반드시 거쳐야하는 순환식이라는 원칙을 무시하는 말도 안되는 힘이었다.


단순히 강력한 힘이 아닌 신성력의 본질 자체를 변화시켜 버렸다.



천천히 내공을 운기해보았다.


주변을 둘러싼 거센 마나가 나의 몸에 들어옴과 동시에 신성력으로 변화하여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동시에 나는 또 한 번의 경지를 경신했다.


이류(二流)의 끝자락에 들어선 지금, 신성력이 온 몸을 감싸며 강렬하게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 힘은 마치 나의 존재 자체를 새롭게 빚어낸 듯, 끝없이 솟구쳐 올랐다.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든이 나의 경지를 가늠하듯이 나를 살피고 있었다.


엘라라는 이 상황이 걱정되는지, 안절부절하며 나와 고든을 번갈아 보았다.


생각지 못한 상황까지 보이게 되어서 난감하긴 하였으나, 이미 벌어진 일인데 어쩌겠는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뻔뻔하게 그들의 시선을 마주하였다.



그리고, 나의 눈에는 전에 없던 새로운 광경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들의 몸에 흐르는 신성력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엘라라가 지닌 2급 신관의 신성력.


고든의 마나포스에서 순환된 신성력.


그들이 지닌 기운을 바라보면서, 나의 입가에 느긋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오묘한 요소들이 점점 더 나에게 각인되고 있었다.





* * *





고든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엘라라는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으나, 이내 모른 척 일기장을 살피고 있었다.


"이제 가도록 하지."


고든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나와 엘라라도 그를 따라 거대한 2층 문 앞에 다가섰다.


고든은 나와 엘라라에게 2층 마물에 대해서 언급하였다.


이미 숙지하고 있는 내용이었으나, 잠자코 들었다.



"2층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페일울프의 정신 교란 능력이니 명심하도록."


고든은 그 말을 끝으로, 두터운 문을 손으로 밀었다.


문은 생각보다 부드럽게 열렸다.


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 그 안의 어둠이 우리를 끌어당겼다.



눈을 감았다가 뜨는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우리는 울창한 숲에 서 있었다.



하늘을 가득 채운 나무들은 까맣게 어둠 속에 잠겨, 거대한 그림자가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달빛은 짙은 나뭇잎 사이로 간신히 새어 나와, 바닥에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숲 속의 서늘하고 차가운 바람이 우리를 지나쳤다.



"미지의 숲과는 전혀 다르네요."


엘라라가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으며 말했다.


한밤 중이었음에도, 생명력 넘치는 숲의 기운이 느껴졌다.



"예전에는 이런 모습이었을는지 모르지."


고든은 나무사이를 헤치며, 한쪽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발 밑에 나뭇잎이 밟히는 소리를 들으며 걷는 중에,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르르륵 -


"전방에 투헤드 스네이크, 로덴 경. 특징을 말해보게."


"강력한 독과 높은 방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게다가, 머리가 두 개이니 두 배로 귀찮습니다."


나의 대답에 고든이 피식 웃었다.



"처리하게."


고든의 명령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엘라라의 신성력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스르륵 - 스르륵 -


나무 사이로 거대한 투헤드 스네이크가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 개의 머리는 주위를 예리하게 살피고 있었지만, 놈은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


숲 속에서 자연친화 특성은 극강의 효율을 발휘하고 있었다.


커다란 몸통에 두 개의 머리가 달린 그 뱀은 한눈에 봐도 위협적으로 생겨먹었다.


하지만, 나에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잠시 후, 투헤드 스네이크가 나뭇가지 사이로 나를 발견하고는 멈춰 섰다.


두 개의 머리가 동시에 날카로운 독니를 드러내며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검을 들어올렸다.



청성 만상귀일검법(萬象歸一劍法) 3초식, 뇌풍귀극 (雷風歸極)



주위의 공기가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하며, 하늘에서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검 끝으로 번개의 기운이 모여들면서 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거친 바람이 나의 주위를 휘감으며, 점점 그 힘을 증폭시켰다.



[쉬이이익-!]


투헤드 스네이크는 곧바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두 개의 머리가 동시에 공격을 감행하려는 찰나, 나는 재빠르게 첫 번째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인 검 끝에서 천둥의 힘이 폭발하며, 강력한 바람과 함께 솟구쳤다.


거대한 충격파가 첫 번째 머리를 강타하며 놈을 뒤로 튕겨냈다.



동시에 두 번째 머리가 날카로운 독니를 드러내며 나를 노렸지만, 강력한 바람에 가로막혔다.


바람은 뱀의 비늘을 가르며 무자비하게 몰아붙였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검을 내리쳤다.


두 번째 머리는 검에 깊이 베여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운 몸부림을 쳤다.



검 끝에서 번개가 다시 한 번 폭발하며 거대한 회오리가 형성되었다.


회오리 바람은 투헤드 스네이크의 거대한 몸통을 휘감았고, 천둥과 바람의 힘이 합쳐져 그 두 개의 머리를 동시에 파괴해버렸다.



[쉬익-!]


투헤드 스네이크는 마지막으로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며 거대한 몸을 땅에 떨구었다.


숲은 다시 고요해졌고, 나는 쓰러진 뱀을 바라보며 천천히 검을 거두었다.



[ 투헤드 스네이크를 처치하였습니다. 경험치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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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 24.09.05 39 0 16쪽
26 25화. 24.09.04 41 0 12쪽
25 24화. 24.09.03 41 0 13쪽
24 23화. 24.09.03 38 0 12쪽
23 22화. 24.09.02 44 0 10쪽
22 21화. 24.09.02 41 0 10쪽
21 20화. 24.09.01 57 1 11쪽
20 19화. 24.08.31 60 2 16쪽
19 18화. 24.08.30 59 2 15쪽
18 17화. 24.08.29 63 1 11쪽
17 16화. 24.08.28 68 1 14쪽
16 15화. 24.08.27 66 2 12쪽
15 14화. 24.08.26 69 2 12쪽
14 13화. 24.08.25 72 3 12쪽
13 12화. 24.08.24 70 2 14쪽
12 11화. 24.08.23 78 2 15쪽
» 10화. 24.08.22 70 2 13쪽
10 9화. 24.08.21 80 3 12쪽
9 8화. 24.08.20 81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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