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선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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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그림/삽화
얼음콜라
작품등록일 :
2024.08.15 09:04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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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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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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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417

작성
24.08.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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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글자
12쪽

5화

DUMMY

5층에 벽돌을 내려놓고 1층으로 내려오니 팀장이 놀라워했다.


“오오, 진짜로 5층까지 올렸어? 시간도 빠른데?”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

“후우, 그러다 쓰러지면 병원에 가야 하는데?”

“병원비 달라고 안 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럼 한 번 더 해봐.”


두 번째도 잘 날랐고, 난 세 번째, 네 번째를 계속 이어가며 결국은 끝까지 다 했다.

작고, 말랐어도 운동선수였기에 잘 버틴 게 아니었다.

나노의 도움이 가장 컸다.

맡은 일을 끝내니 현장을 맡은 팀장이 날 대견하게 바라보았다.


“작은 고추가 맵다더니. 깡다구가 제법이네? 수고했다.”


20만 원을 주기에 절하며 받았다.


“감사합니다! 내일도 일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곳에 가면 또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데 테스트조차 안 주려고 할 수 있기에 그냥 이곳에서 일을 받는 게 최고였다.


“하하. 내일도?”

“부탁드립니다.”

“집에 가면 분명 뻗어서 못 나올 텐데?”

“최대한 일찍 나오겠습니다. 제가 덕죽도에 살아서 첫 배를 타고 나오면 9시 정도에는 올 수 있습니다.”

“덕죽도? 섬에 살아?”

“네.”

“오오, 바닷바람 맞고 자라서 깡다구가 있는 건가?”

“.....”


고향이 덕죽도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오해를 굳이 풀어줄 필요가 없을 거 같아 가만히 있었다.


“내일 나오면 일 줄 테니까 올 수 있으면 와 봐.”

“감사합니다!”


얼른 허리를 크게 굽히며 인사하고 현장을 벗어났다.


비틀.


현장을 벗어나니 그제야 다리가 후들거리고, 몸이 비명을 질렀다.

일하는 동안에는 나노가 호르몬을 조절하고, 신경을 무디게 해서 고통을 참게 해줬는데 그걸 풀어버리니 바로 신호가 온 것.


‘이래서 내일 일어날 수 있기나 할까?’


중학교 때까지 계속 훈련을 해왔지만 야구할 때랑은 쓰는 근육도, 강도도 달랐다.


‘그래도 내 힘으로 벌었다.’


주머니에 있는 20만 원이 얼마나 든든한지!

번 돈으로는 식당에 가서 나노가 시킨 대로 고기를 4인분이나 시켜서 잔뜩 먹었다.

숙소에서는 집에 안 간 친구들이 있을 수 있어 마음껏 먹기가 힘들었다.

식당을 나올 때엔 걷는 게 힘들어서 나노에게 두 다리에 힘 좀 나게 해달라고 도움을 청해야 했다.


[그런데 어디 가세요? 배 타는 곳은 이쪽 방향이 아닌데요?]


‘구월동.’


난 인천항이 아닌 구월동 버스를 타고 있었다.


[거긴 왜요?]


‘기타 사려고.’


[기타요?]


‘그래, 가상현실에서 연습 많이 했잖아?’


지난 3개월, 가상현실에서 무술과 격투기만 익히기에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현실의 10배니까 무려 1,000여일.

3년에 가까운 시간이니까.

정신적인 피로감을 덜기 위해서 다른 것들도 했다.

야구 시합도 시청하고, 야구 훈련도 하고, 그리고 기타도 배웠으며, 노래도 함께 배웠다.

나노의 도움으로 성대가 타고난 가수의 그것처럼 점점 변해가면서 노래 부르는 재미도 무척 쏠쏠했다.


전생에 아쉬운 게 많지만 악기 하나 다루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난독증이라 책을 당연히 싫어했고, 영화도 한국 거 아니면 자막 때문에 안 봤다.

그런데 눈이 이래서 그런지 소리에는 누구보다 예민했고, 자연히 음악을 가까이 했다.

이번 생에서는 기타를 배워보기로 했다.


구월동에 가서 포크 기타를 싼값에 산 후에 배를 타고 섬에 들어와서 숙소에 도착하자 그대로 침대에 뻗었다.


“나노야, 내일 못 일어날 거 같다.”


[할 수 있습니다.]


잔인한 놈.


“진짜 힘들어.”


나노가 뭐라고 대꾸를 했지만 너무 피곤해서 눈을 감아버렸고,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한편 자는 동안에 나노는 바쁘게 움직였다.

평소처럼 가상현실로 나를 초대해서 하던 걸 계속했다.

또 내가 섭취한 음식물로부터 필요한 영양소를 빼내어 막일로 손상된 근육세포를 재생시켰다.

다음으로 필요한 근육도 만들고, 비틀린 신체를 다시 조정하여 균형을 맞추고, 성장판을 자극해서 성장호르몬을 빼낸 후에 이걸 신체 곳곳에 보내고...

뿐만 아니라 신체에서 나노봇의 일부가 빠져나온 후에 와이파이 공유기를 찾은 후에 랜선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여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다.


아침이 되어 눈을 떴는데 기분이 묘했다.


‘이상하네. 기운이... 넘치는데?’


피로도 거의 다 사라졌고.


“와아, 나노야? 이거 니가 한 거지? 몸이 가뿐해!”


[제가 한 거 맞습니다. 돕는다고 했잖아요. 오늘도 일 나가시죠?]


‘그래. 나가야겠다.‘


첫 배를 타고 나가 어제의 현장으로 갔더니 팀장이 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오, 진짜로 왔네?”

“저, 일할 수 있죠?”

“그래. 하지만 무리하다 허리 나가면 평생 골골 대면서 살아야 할 텐데...”

“절대 손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알았다. 일 해.”


이번에도 나노의 도움으로 일을 잘 끝냈다.


“팀장님. 제가 아직 학생이라서요. 주말에만 일할 수 있는데 주말에 또 일이 있을까요?”

“건물 다 지을 때까지 일은 항상 있지. 주말에 또 오게?”

“네!”

“흐흐. 그래 와 봐. 어디까지 할지 나도 궁금하다.”


그런데 나는 건물을 다 짓을 때까지 주말마다 가서 일했다.

일해서 번 돈의 대부분은 식비로 들어갔고.

먹은 건 키와 몸무게로 갔고.


#


날씨가 따뜻해져서 바닷바람을 쐬어도 괜찮아진 5월의 어느 날 밤.

낮에 땀을 실컷 흘리며 훈련을 했고, 숙소에 들어와 샤워 후에 식사까지 마쳤다.


학폭은?

아직이었다.

놈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고, 중학교 때의 문제를 알고 있는 감독과 코치 눈치도 봐야 했고.

물론 조만간 시작될 거라는 건 느끼고 있었다.

야구부에서 후보는 나 하나였고, 왜소한 몸을 가져서 감히 자기에게 반항도 못할 거라 여길 테니까.


친구들은 느려터진 와이파이에서도 할 수 있는 게임을 찾아내 그걸 하거나, 집에서 가져온 게임기에 몰두해 있었다.

그럼 나는?


‘바닷바람 쐬면서 기타나 치자.’


요즘 기타 치는 재미에 푹 빠져 게임보다 기타가 더 좋았다.

바닷가 한 편에 동네 어르신들 앉으시라고 만들어둔 정자에 앉았다.

기타를 잡은 후에 어제 밤에 나노에게 배운 걸 먼저 쳤다.

가상현실에서 기타를 치며 보낸 시간이 꽤 되기에 이제 초보는 확실히 벗어난 실력이었다.

가볍게 기타를 치다 보니 노래도 부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좋아하는 팝송을 하나 불렀다.


-Although loneliness has always been a friend...

I'm leavin' my life in your hands

People say I'm crazy and that I am blind...


1997년에 나온 팝송이었다.

남자 5명이 그룹으로 부른 곡인데 메보인 닉의 보이스가 나와 가장 잘 맞았기에 이 곡을 불렀다.

그런데!


“와아, 너 노래 잘 부른다!”


화들짝.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는데 거기엔 은비가 서 있었다.

입학식 이후로 얼굴만 아는 사이였던 은비가 나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 순간이었다.

당연하지만 전생에 없던 일이었다.


“니,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바람 쐬려고 나왔어.”

“그, 그래?”

“기타도 잘 치고, 노래도 잘 부르고. 가수가 꿈이야?”

“내, 내가?”

“왜 그렇게 당황해?”


나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누가 내 노래를 들은 것도, 기타 치는 걸 본 것도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왜 몰래 나와?”


쓰윽.


은비가 내 옆에 앉았다.


“다시 불러봐. 또 듣고 싶어.”

“놀리려고?”

“무슨 소리야. 누가 널 놀려?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데? 또 듣고 싶어. 부탁해. 응?”


은비의 눈빛은 간절했고, 놀리는 거 같지 않았다.


“...알았어.”


목을 가다듬은 후에 아까 노래를 또 불렀다.

끝나고 은비가 탄성을 내뱉었다.


“와아, 진짜 잘 부른다. 난 노래 잘하는 남자가 좋아. 또 불러줄래?”

“같은 노래를 또?”

“아니, 다른 거. 외우는 거 없어?”

“...있지.”


현실보다 10배인 가상현실에서 연습한 곡이 어떻게 하나뿐일까?

연이어 서너 곡을 계속 불렀다.


“히야, 너 진짜 가수해야겠다. 그런데 왜 다 팝송이야?”


그야 내가 팝송을 좋아하니까.


“그럼... 이건 어때?”


이번에는 80년대 일본의 우상과 같은 존재였던 오자키의 노래를 불렀다.


-i love u 이마다케와카...

i love u 노가레노가레...

i love u 나니코카모유...


“이건 일본어잖아?”

“이 노래를 좋아해. 가사를 특히 좋아해.”

“가사? 무슨 뜻인지 알고 부르는 거였어?”

“우리 두 사람은 마치 버려진 고양이 같아요. 이 방은 낙엽에 파묻힌 빈 상자 같아요. 그래서 그대는 새끼 고양이 같이 울고 있네요. 삐걱거리는 침대 위에서 다정하게 위해주며, 서로를 꼭 껴안고 우리 두 사람은 다시 눈을 감아요...”

“와아, 진짜 다 아네?”


반짝반짝.


은비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새롭다는 듯 바라보았다.


“아까 부른 팝송도 가사 다 알아. 알려줘?”

“아니. 아는 거 믿어. 너, 이름이 뭐야?”

“허얼...”


절레절레.


고개가 저절로 좌우로 흔들어졌다.


“내 이름도 몰랐어?”

“미안. 이름이 뭔데?”

“한철호.”

“철호야, 너 진짜 가수해라.”


피식.


“아무나 가수하니?”

“야구보단 나을 거 같은데?”

“...놀리는 거야?”


말문이 막혀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타고난 재능이 가수잖아? 왜 야구를 하려고 해? 몸도 작으면서?”


발끈.


“나, 계속 크고 있거든? 겨울 동안 7센티미터나 컸어!”


맞받아쳤는데 금세 부끄러워졌다.

3개월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적은 155센미미터였다는 걸 스스로 밝힌 셈이니까.


“오오, 그랬어? 나랑 비슷한 거 같은데?”


은비의 키는 160센티미터 정도.


“앞으로 더 클 거야. 두고 봐.”

“크던지 말던지.”

“뭐?”


저절로 눈에 힘이 들어가며 은비를 노려봤다.


“너 강태현이랑 사귀는 거 아니야?”

“난 걔 싫거든?”


은비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아! 아직 사귀기 전인가 보다.


“왜 싫은데?”

“걔가 남자애들 때리고 다니잖아. 나 쳐다봤다는 이유로. 맨날 싸움이나 하는 애는 싫어.”


그럼 전생에는 왜 사귄 거지?

하도 매달려서?

하긴 금방 헤어지긴 했다.


“난 키 큰 남자보다 노래 잘하는 남자가 좋아. 넌 가수해도 되겠어.”

“세상에는 노래 잘하는 사람이 아주 많아. 난 가수할 정도 아니야.”

“아니야. 너 정도면 충분해.”

“니가 뭘 안다고 그래?”

“내 원래 꿈이 가수였어. 그런데 아무리 불러도 안 되더라. 그래서 배우로 꿈을 바꿨어.”


은비의 원래 꿈이 가수라는 건 처음 알았다.


“보컬 지도 받아봤어?”

“놀리니? 그런 걸 어떻게 받아? 여기 섬이야. 몰라?”

“지도도 받아보지 않고 벌써 포기해? 일단 불러봐. 내가 봐줄게.”


나는 부족해도 나노가 있었다.

현재 노래 부르는 방법도 기타를 배울 때에 나노가 가르쳐주는 보컬 지도를 받은 거였다.


“쳇, 니가 무슨 보컬 선생이라도 되냐?”

“해보라니까? 나는 몇 번이나 부르게 했잖아!”

“...좋아. 그런데 듣고 놀리지 마!”


은비가 노래를 부르는데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난 중간에 노래를 끊으며 문제를 지적하고서 노래 부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내 지도를 받고 다시 부르자 확실히 노래가 나아졌고, 은비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와아! 내가... 내가...”

“계속 불러 봐. 봐줄게.”


이날은 시작에 불과했고, 이후로 은비를 계속 만나며 보컬 지도가 이어졌다.


[행복의 감정으로 나노입자를 복구하는데 꼭 필요한 물질이 생성되었습니다. 나노입자가 2% 복구 되었습니다.]


이건 좀 의외였다.

은비랑 있으면서 행복하긴 했는데 나노입자가 복구될 정도라고?

숙소에 와서 침대에 누워 나노에게 말을 걸었다.


‘나노야? 나 정말로 어떤 구단도 불러주지 않으면... 그땐 은비 말처럼 가수에 도전해볼까?’


[...네.]


‘안 말리니? 야구하라고 안 하네?’


[저에게 있어서 최우선은 주인님의 행복입니다.]


이제야 말하지만 나노는 나를 주인님이라고 부른다.


[손자께서 제게 내린 명령입니다.]


‘내가 은비랑 있는 거 언제든 알려지긴 하겠지? 강태현도 알 테고? 조만간 싸울 거 같다. 오늘부터 무술 훈련 더 많이 시켜줘. 대비를 해야겠어.’


[알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며칠이 지나지 않아 일이 터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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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8 24.09.18 2,899 99 12쪽
34 34화 +12 24.09.18 3,072 99 13쪽
33 33화 +10 24.09.17 3,250 100 13쪽
32 32화 +11 24.09.17 3,587 107 13쪽
31 31화 +5 24.09.12 4,599 132 13쪽
30 30화 +1 24.09.11 4,469 115 13쪽
29 29화 24.09.10 4,631 109 13쪽
28 28화 +6 24.09.09 5,076 112 13쪽
27 27화 +11 24.09.08 5,315 116 13쪽
26 26화 +9 24.09.07 5,421 118 13쪽
25 25화 +8 24.09.06 5,563 115 13쪽
24 24화 +7 24.09.05 5,584 121 13쪽
23 23화 +5 24.09.04 5,536 117 13쪽
22 22화 +8 24.09.03 5,633 121 13쪽
21 21화 +7 24.09.02 5,656 123 12쪽
20 20화 +11 24.09.01 5,803 102 13쪽
19 19화 +4 24.08.31 5,730 107 13쪽
18 18화 +8 24.08.30 5,990 111 12쪽
17 17화 +3 24.08.29 5,964 123 12쪽
16 16화 +3 24.08.28 6,006 110 13쪽
15 15화 +3 24.08.27 5,993 110 13쪽
14 14화 +5 24.08.26 6,013 114 12쪽
13 13화 +6 24.08.25 6,108 124 12쪽
12 12화 +6 24.08.24 6,162 122 13쪽
11 11화 +4 24.08.23 6,202 106 12쪽
10 10화 +5 24.08.22 6,307 111 13쪽
9 9화 +4 24.08.21 6,324 105 12쪽
8 8화 +11 24.08.20 6,378 122 13쪽
7 7화 +6 24.08.19 6,488 111 13쪽
6 6화 +5 24.08.18 6,531 124 12쪽
» 5화 +5 24.08.17 6,688 1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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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5 24.08.15 9,573 1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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