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선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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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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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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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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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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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DUMMY

일주일이 지나 5번째 시합이 방송 되었는데 이번에도 콜드패!

또 일주일 지나 6번째 시합이 방송 되었는데 3연속 콜드패!


방송만 생각하기로 작정한 정 PD는 화제성을 끌어올리기로 작정한 듯 벤치에 앉아서 묵묵히 시합을 쳐다보는 내 모습을 레전드 선수들이 힘들어 하거나, 실책을 할 때에 어김없이 잡아줬다.

이것만 아니라 날 잡고 나면 반드시 박유엽을 찍어서 대비시켰다.


나는 굳은 얼굴을 하고 있고 딱히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박유엽은 더 굳어져서 인간 마네킹이라 불러도 될 정도였다.

이걸 본 사람은 여러 가지로 해석하며 말들이 많았다.


당연하겠지만 매번 방송이 끝날 때마다 찬반토론이 벌어지며 난리가 났다.

문제는 정 PD가 화제성을 끌어올려 시청률까지 올리고 싶었겠지만 역효과가 났는지 시청률은 1%씩 뚝뚝 떨어졌다.


좋은 변화도 있기는 했는데 이슈는 이슈가 덮는다고 했던가?

나와 관련된 학폭 의심마저 3연속 콜드패 속에 묻혀 버렸다.

이러다 레전드 야구는 시즌을 마치지도 못하고 폐지되는 거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는데 곧 하게 될 7번째 시합은 처음으로 고척돔에서 열리는 직관 경기였다.


JTB 내부에서는 뭐가 그리 급해서 직관을 이렇게 빨리 잡았냐!

많은 사람 모아놓고 콜드패까지 당하고 싶었냐?

정 PD가 사과하고 프로그램은 폐지하자는 등.

부정적인 말들이 아주 많았다.

하지만 직관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JTB는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최소한 방송국마저 소홀하게 대처했다는 말은 듣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번 방송을 위해 방송국이 가진 카메라란 카메라는 죄다 꺼내서 가지고 온 듯 했다.

제작진이든, 레전드 선수들이든, 많은 관중들 앞에서 하는 직관 경기가 있는 걸 기뻐하고 좋아해야 하는데 연패가 방송되며 다들 웃지를 못했다.

무엇보다 직관에서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관중들에게 보이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 얼굴에 다 드러나 있었다.


한편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시합이 열리기 전날, 정 PD가 박유엽을 따로 만나 식사했다.


“감독님? 저희는 진짜 프로구단도 아니고요. 독립구단도, 사회인 야구도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보다 더 못할 수도 있어요. 방송으로 국민들에게 승률 8할이 안 되면 폐지한다고 했으니 이걸 바꿀 수도 없습니다.”

“압니다.”

“아는 분이면 이러시면 안 되죠. 감독님은 프로그램 폐지를 원하세요? 레전드 야구에 매달린 제작진이 200명이 넘습니다. 이들 모두 실업자 만드실 겁니까? 왜 예능에서 고집을 부리세요? 저는 실업자 되기 싫습니다.”

“...제가 감독직을 내려놓으면 되는 겁니까?”

“그런 말이 아닙니다. 한철호를 라인업에 넣어주시면 됩니다. 이게 그렇게 어려우세요?”


패배가 방송되며 온갖 욕과 칭찬을 함께 받으며 나름 괴로운 박유엽이었다.

현역 때에 최악의 슬럼프 속에서 받았던 모든 욕보다 최소 10배는 더 받은 욕을 먹었다.

물론 칭찬도 있기는 했지만 머리에 기억나는 건 칭찬보다는 욕이 먼저였다.


“후우, 걔는... 걔는 야구인이 아니잖아요?”

“감독님? 레전드 야구의 규정에 꼭 프로선수였거나, 프로선수가 될 사람만 뛸 수 있다는 게 있습니까? 저희 예능이에요. 예능! 모르고 시작하셨어요? 저희를 프로구단이랑 헷갈리시는 거 아니죠?”

“.....”

“레전드 선수들도 시합하면서 좋아하는 거 보셨잖아요? 이렇게 폐지되면 제작진 200명에다 레전드 선수들까지 모두 일을 잃는 겁니다. 그냥 한철호 하나 인정이 안 되세요? 걔는 예능인이라고 생각하세요. 저희 방송 컨셉이 원래 그런 거라 생각하시면 되잖아요? 레전드 선수들 사이에 예능인 하나 끼어서 시합하는 거. 네?”

“.....”

“초반부터 그런 컨셉이라면 오케이 안 하셨을 겁니까?”


마지막 질문은 박유엽의 가슴을 푹 찔렀다.

처음부터 레전드 야구의 컨셉이 예능인 하나 끼워서 시합하는 거였다면 철호도 넘어갈 수 있었다.


“왜 잘 나가는 방송을 망치려고 하세요? 지금 저희 화제성 1위고요, 시청률도 수직으로 상승 중인데 3연패로 와르르 무너지고 있어요! 그냥 패배도 아니고 콜드패만 내리 3번입니다. 다른 레전드 선수들도 인기가 있을 때에 기웃거리며 오고 싶어 하더니 이제는 연락을 해도 대놓고 거절해요. 계속 지기만 하고, 이러다 조기종영하면서 폐지될 판인데 누가 오겠냐고요. 또 누가 응원하고 싶고, 누가 보고 싶겠어요? 이러다 진짜 망해요!”

“절 이해해주는 야구인들이 많을 겁니다.”


피를 토하는 심정의 정 PD였지만 박유엽은 한 번 더 고집을 부렸다.


“그들이 레전드 선수들이랑 제작진에게 일자리를 줍니까? 그들이 질 시합을 이기게 해줍니까? 그들이 폐지를 막아주나요? 레전드 야구로 인해 고등학교 선수들, 대학교 선수들, 독립구단 선수들 등. 아마 야구를 하는 선수들이 소개가 되면서 많은 야구인들이 좋아하고 있습니다. 마치 실업야구 시절에 고교야구가 뜨겁던 때로 돌아간 거 같다고요. 감독님은 1980년 선린상고의 전설 아세요? 그때 이후로 아마 야구의 대중적 인기는 계속 내리막이에요. 프로야구가 생기고서 야구부에 자식을 둔 사람이 아니면 고교야구는 관심도 없어요. 그걸 바꾼 게 바로 레전드 야구라고요. 그런데 빛을 내기도 전에 불씨를 꺼버리고 싶으세요?”

“알겠습니다. 한철호 기용할게요. 그럼 됐죠?”

“네. 감사합니다.”


정 PD는 안도했다.

하지만 1초도 지나지 않아 이 감정은 싸그리 사라졌다.


“그리고 감독직은 내려놓겠습니다.”


발끈.


“박유엽 감독님! 꼭 이래야 합니까? 제가 그만 두시라는 게 아니잖습니까?”

“저 때문에 연패 했으니 책임지고 그만 둔다는 겁니다.”

“책임을 지시려면 제대로 지세요! 무책임하게 던져버리지 마시고요. 8할 승률 만드시고 그만 두세요.”


정 PD가 화를 내며 소리쳤는데 그간 눌러온 것 때문에 더 심하게 목소리가 나갔다.

다른 시간선에서는 연패 후에 승률을 낮추지만 이곳에서는 정 PD가 박유엽에게 책임지고 8할 승률을 맞추라고 했다.


“제가 무리한 요구를 합니까? 감독님 사전 인터뷰에서 8할 승률 한다고 자신하셨잖아요? 아니에요?”

“...좋아요. 승률 맞추고 나서 그만 둘 테니 딴소리 하지 마세요.”

“후우, 맘대로 하세요.”


정 PD는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시합에 출전하게 될 거라고 말했다.


“감독님이 허락하신 겁니까?”


출전하게 된 것에 기쁘지만 눈치를 안 볼 수 없었다.


“맞아. 그러니까 전화했지. 그리고 출연료도 올려줄게. 한 회에 150... 아니, 200만원 줄게. 그러니까 매일 연습에 나오자. 응?”


정 PD는 내가 연습에 나와 레전드 선수들과 어울리기 바랬고, 무엇보다 박유엽 감독의 굳은 마음도 풀어지길 원한 거였다.


“지금 기획사에서 배우는 중이라 그건 곤란합니다.”


기획사에서 쫓겨났는데 왜 거짓말을 했냐고? 쫓겨난 걸 말하지 않은 심정과 같았다.

바로 존심!


“끄응. 그럼 일주일에 몇 번 나올 수 있는데?”

“데뷔가 급해서요. 훈련은 데뷔 후에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정 PD는 어쩔 수 없이 포기했다.

하지만 나에게 주겠다는 돈을 줄이지는 않았다.


#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왔다.

정 PD가 아니라 상대는 매니저.


‘숙소에서 짐 다 뺐는데 왜? 남겨둔 거라도 있었나?’


전화를 받았다.


-철호니? 한철호? 나, 심 매니저야.


“압니다. 왜 전화하셨어요?”


이제 와서 대표가 왜 찾지?

정 PD가 출전 얘기를 해줬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대표가 어떻게 나와도 스타즈에 돌아가진 않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만나고 싶은데 시간 있니?


“왜요? 전 회사에 남겨둔 것도 없고, 다시 들어갈 생각도 없습니다.”


-회사는 나도 나왔어.


“그런데 절 왜 찾으세요?”


-만나서 말하고 싶은데? 덕죽도면 내가 거기로 갈게.


덕죽도까지 오겠다는 말에 좀 놀랐다. 웬만한 사람이 아니면 이런 정성은 보이지 않는다.

레전드 야구 1회, 2회로 크게 인기를 얻고 수많은 기자들이 인터뷰 요청을 해왔지만 덕죽도까지 오겠다고 정성을 보이는 이는 극히 일부였다.

물론 박유엽의 라인업 제외 선포 때문에 인터뷰는 모두 취소했고, 회식 때에 라인업 제외가 방송에 나간 이후로는 그렇게 많던 전화와 문자 등의 모든 연락이 뚝 끊어졌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 어이가 없었는데 혹시나 해서 몇 명 골라서 전화를 걸었더니 차단까지 걸려 있었다.


‘어려운 일이 닥쳐야 친구와 적이 구분된다더니.’


그런데 심 매니저는 왜 덕죽도까지 온다는 걸까?


“여기까지 오실 거 있나요? 전 별로 할 말이 없습니다.”


-철호야? 내가 서른하나야. 이 업계에 로드로 들어온 게 스물다섯이니까 6년 된 거지. 그동안 이런 거, 저런 거 다 보면서 버텼는데 이번엔 직접 회사를 차려보려 해.


“그런데요?”


왜 이런 이야기를 나한테?


-난 니가 분명 뜬다고 보거든? 난 니가 작곡한 노래 들으면서 얘는 진짜다! 얘 꼭 잡아야 한다! 그랬는데 대표가 얄짤 없이 잘랐더라.


“네.”


-너 연예인 꿈은 있는 거지? 그럼 나랑 해보자.


“후우, 죄송한데요. 저 아직 매니저 님 이름도 몰라요.”


-나? 심은호. 나도 너처럼 이름이 호로 끝난다.


[유명한 분이셨네요.]


‘뭐? 유명해?’


[지금은 아니고요. 10년 후인 2029년에 10대 기획사 안에 들어가는 엔터 회사의 대표가 되시고, 2035년에는 5대 기획사로 회사를 키웁니다.]


2029년이면 10년 후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


‘확실해?’


[그럼요. 다만 지금은 2029년이 아니고 창업 초기니까 헤맬 수는 있습니다. 대신 지금이면 창업 멤버가 될 수 있습니다.]


‘창업 멤버... 의미가 있나?’


[제가 계속 곡을 뽑아낼 수 있으니 가수는 아니라도 작곡가로는 성공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 사람은 능력은 있으니 옆에서 도우면 회사도 더 빨리 키울 수 있고요. 계약금 대신에 지분을 받으세요. 만일 레전드 야구를 통해 돈을 벌면 추가로 투자도 하시고요. 나중에 회사가 상장되면 수백 배는 버실 걸요?]


‘수백 배?’


갑자기 눈이 확 커졌다.

심은호는 진짜 덕죽도까지 찾아왔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계약?

했다. 지분은 10%를 받기로 했고.

레전드 야구에서 다시 주전을 맡게 되고, 1회~3회 방송처럼 화제를 일으킨다면 지분 10%를 추가로 더 받기로 했다.


투자는?

얘기를 해봤는데 심은호가 피식 웃었다.


“야! 출연료 그거 언제 모아서 투자하게? 그냥 니가 인기를 확 끌어. S급 연예인으로 뜬다면 내가 알아서 지분 더 줄게.”

“그러지 말고 출연료 반반씩 나눠요. 지금은 200만원 받아요.”

“헉! 10만원 아니라? 진짜 많네?”

“초반에 활약을 크게 했잖아요.”

“지금은 출전 안 하는데도 똑같이 주는 거야?”

“출전은 안 해도 화제성에선 1위잖아요? 방송은 시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청률과 화제성이죠.”

“아하! 그렇구나. 맞지. 시합 따위가 뭐가 중요해. 방송은 시청률이랑 화제성이지.”


심은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납득을 했다.


“저도 돈이 필요해서 절반은 있어야 해요. 그리고 혹시나... 혹시나 광고나 뭐 그런 거 생기면 또 5대 5로 나누고요.”


당장은 상황이 상황인지라 광고를 말하기 부끄럽긴 했다.


“됐어.”

“형! 그러지 마세요. 제가 동정 받으려고 계약하는 거 아니잖아요? 저도 자존심 있습니다.”


나보다 10살 이상 많은데 심은호는 자신을 사장이나 대표가 아니라 형이라 불러달라고 했다.


“알았다. 레전드 야구에서 쫓겨나면 그때는 가수에 전념하자. 곡도 좀 많이 쓰고. 그리고 니가 작곡한 곡 말이야. 두 곡 중에 두 번째 곡은 다른 가수에게 주면 어떨까?”

“다른 가수요?”

“내가 널 잡으려는 이유 중에 하나는 작곡 능력이거든. 두 번째 곡은 니가 직접 부르기엔 분위기가 좀 안 맞는 거 같아. 대신 30~40대 정도의 여가수가 부르면 딱 일 거 같거든.”

“형님이 알아서 하세요.”


두 번째 곡은 나도 내가 부를 곡이 아니란 건 인정하고 있었다.


“고맙다.”

“제가 만일 프로나 메이저리그 가면 어떻게 해요?”

“해! 야구 하더라도 작곡은 할 수 있잖아? 난 솔직히 니가 가수 하는 것도 좋지만 작곡에 전념하는 것도 좋을 거 같거든.”

“알겠습니다.”


마음이 편해졌다.


‘진짜로 작곡만 할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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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5 24.09.12 4,600 132 13쪽
30 30화 +1 24.09.11 4,472 1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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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화 +11 24.09.08 5,316 1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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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11 24.09.01 5,805 10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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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3 24.08.27 5,993 110 13쪽
14 14화 +5 24.08.26 6,014 114 12쪽
13 13화 +6 24.08.25 6,108 1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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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5 24.08.22 6,309 111 13쪽
9 9화 +4 24.08.21 6,326 10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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