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선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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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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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작품등록일 :
2024.08.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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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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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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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화

DUMMY

“오긴 합니다.”


사실은 많이 온다.

명문고에서는 투수는 그만하고 타자를 하라는 말을 무척이나 많이 했다.

투수로는 절대 지명 받지 못할 거라면서 말이다.


주겠다는 장학금도 30만원이 아니라 강태현과 같은 50만원까지 올라갔지만 난 거절했다.

덕죽고에 잘 적응했고, 모두가 날 바라보고 있는데 배신자가 되기 싫었다.

은비랑 떨어지는 건 더 싫었고.


팬이라고 다가온 사람도 있었는데 딱 봐도 스카우트였다.


“한철호 선수는 꼭 투수해야겠어요? 거포 스타일인데요?”

“전 투수가 하고 싶습니다.”

“프로구단에서 타자를 해야만 지명하겠다고 하면요?”

“전 투수 외에 포지션 연습을 해본 적이 없어서...”


가상현실에서는 다양한 포지션 연습을 했지만 현실에선 해본 적 없으니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끄덕끄덕.


“그것도 문제긴 하네요. 지명타자만 해야 하는데 신인에게 지타를 맡길 구단이... 없죠.”


상대가 가버리고 살짝 후회했다.


‘다 할 수 있다고 했어야 했나? 고3 때는 포지션을 바꿔볼까?’


슬쩍 감독을 만나 포지션 변경을 말했더니 질색하며 내 손을 움켜잡으셨다.


“철호야! 안 돼!”

“네?”

“넌 천상 투수야! 너마저 없어지면 우리학교는 망한다!”

“없어지는 거 아니라 포지션만 바꾸는 건데요?”

“그게 그거야. 제발 부탁이니 투수하자. 응?”

“...네.”


감독이 절대 허락하지 않을 분위기라 어쩔 수 없이 순응했다.


아무튼 시간이 흘러 긴 대회가 다 끝나고 다시 찾아온 겨울.

덕죽도에서 맞이하는 세 번째 겨울이었다.


“실망스럽다. 니가 그렇게 활약을 했는데 어떻게 스카우트가 한 명도 안 와?”


은비가 서운한 티를 팍팍 내면서 말했다.


“어차피 기대 안 했어.”


강태현이 전학을 안 갔다면 걔를 보기 위해서라도 왔을 테고, 나도 함께 보긴 했을 거다.


“치이, 거짓말!”


그래, 거짓말이다.

1승도 못하던 최약체 야구부를 4강까지 올리고, 다른 대회에서도 8강, 16강을 만들고.

온전히 나 하나의 힘이라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주목을 못 받다니.


“그래도 대학은 갈 수 있겠지?”

“오라고 해도 내가 갈 형편이 아니야. 그냥... 고3 때도 반응이 없으면 딴 길 알아볼래.”

“그래, 나랑 기획사 알아보자!”

“그런데 기획사에서 과연 날 뽑을까? 요즘은 초등학교 때부터 뽑아서 연습생으로 키우는 애들이 한 둘이 아닌데?”

“음색이 유니크 하잖아.”

“글쎄...”


은비의 칭찬이 달콤하지만 그렇다고 자신감이 솟아나진 않았다.


“그리고 너 점점 멋져지고 있잖아. 키도 나보다 10센티미터는 크고, 몸매도 탄탄해지고. 이제는 진짜 야구선수 같아.”

“허얼, 나 항상 야구선수였거든?”

“에이, 입학식 때 여자 애들이 너보고 뭐라고 했는지 알아?”

“뭐라고 했는데?”

“얼마나 여기까지 올 사람이 없으면 삐쩍 마르고 난쟁이 같은 말라깽이를 뽑냐.”

“허얼, 난쟁이? 말라깽이?”


열이 화악 올라와 얼굴이 빨개질 정도였다.


“흥분하지 마. 솔직히 그땐 그랬잖아. 지금은 변해도 너무 변했고.”

“흥!”

“애들이 나한테 넌 어떻게 알고 철호랑 사귄 거냐고 궁금해 해. 사실 난 키나 몸무게 같은 건 안 봤잖아? 난 니 목소리에 반했어.”

“...그래도 지금이 더 좋지?”

“그건 당연하지.”

“.....”


너무 쉽게 대답하니 뭐라고 대꾸를 못했다.


“아무튼 실망하지 마. 난 오히려 니가 지명 받아서 프로 갈까봐 걱정된다. 넌 가수해야 해.”


은비는 내가 야구선수로 성적을 내지 못하는 걸 더 좋아했다.


대회 이후로 감독과 코치는 나를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며 옆에 딱 달라붙어 투구폼에 대한 조언을 무척이나 많이 하셨다.


마음은 알겠는데 나노와 함께 성장에 따른 폼을 완성시켜 가는 중이기에 조언이 방해가 되었다.

그렇다고 시키는 대로 안 던지려니 그것도 좀 그렇고.

참다 참다 결국 대놓고 말했다.


“감독님? 자꾸 투구폼을 바꾸니까 제구가 흔들립니다. 그냥 제가 폼을 잡고 던지게 해주십시오.”

“그래도 구속이 오르잖아.”

“안 올랐는데요? 스피드건 보시면 아시잖아요.”

“...알았다.”


투수 출신이 아니기에 감독은 물러나셨다.

코치도 마찬가지.


#


[해가 바뀌기 전에 비트 코인 정리하시죠.]


‘지금? 계속 오를 텐데 왜?’


[2018년 1월에 규제가 발표되며 크게 하락합니다. 정리했다가 충분히 떨어지면 다시 사야 합니다.]


‘아, 그래?’


이 시절에 코인을 했었어야 알지.

나노가 최고가라고 말해준 때에 전부 팔았다.

가격은 19,892달러.

초기에 450달러일 때에 투자한 400만 원은 무려 44.2배나 되는 상승.

1,000달러일 때에 투자한 500만원은 19.8배의 상승.

900만원의 투자금은 2억7,580만원으로 불어났다.


‘우와! 이, 이렇게 많이?’


갑자기 세상이 꽃밭으로 변했다.


[나노입자를 복구할 물질이 몸에서 엄청나게 생성되고 있습니다. 나노입자 복구율이 14%가 되었습니다.]


무려 2%의 증가였다.


‘그래, 이건 진짜 엄청나게 생성될 일이지.’


전생을 통틀어 천만 원도 통장에 저금을 못해 봤는데 무려 2억7,580만원?


‘1억을 부모님께 드려서 빚을 다 갚으시라고 할까?’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역시 부모님이었다.


[아니요. 놔뒀다가 나중에 코인 다시 사야 합니다. 나중에 10배, 100배가 될 건데 투자금 까먹으시면 안 되죠. 그리고 부모님 빚이 1억이 아닐 걸요?]


‘어머니가 1억이라고 하셨는데?’


[시간이 지났잖아요? 빚으로 사시던 분들인데 수입은 크게 변화가 없으면 늘어날 수밖에 없죠.]


‘아! 그렇겠다.’


실제로 집에 전화를 해보니 장사는 더 안 되고, 생활비 등으로 대출을 새로 받아서 빚이 2억5천이라고 하셨다.


‘이래서 연예인들이 돈을 많이 벌지만 가족들 챙기느라 저축을 못하는구나.’


물 빠진 독에 물 붓기 말이다.

그런데 부모님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저분들이 악의가 있어서 빚이 늘어나는 게 아니니까.

도박을 하는 것도 아니고, 주식이나 코인을 하시는 것도 아니고, 빚 많이 갚았다고 장사를 키운 것도 아니고, 새로운 장사를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냥 먹고 사는데도 계속 적자가 쌓이니까 빚이 늘어나는 거다.

나 때문에 고등학교에 내는 회비도 한 달에 200만원 가까이나 되었고.


회비가 비싸다고 할 수 없는 게 숙소 제공에 하루 세끼를 다 주고 있으니 이 정도는 내야했다.


‘그래. 조금 더 참으시라고 하자.’


당장 부모님이 힘드셔도 투자금을 까먹는 건 정말 아닌 거 같았다.

코인을 다시 산 건 해가 바뀐 2018년 10월 경.

이때에 코인은 3,692달러로 뚝 떨어져 있었다.


#


겨울에도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개학해서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에 키는 드디어 180센티미터가 되었고, 몸무게 82킬로그램으로 늘어났다.

얼굴도 변화가 꽤 있었는데 눈썹이 많이 짙어지고, 이목구비가 뚜렷해졌으며, 턱선이 날렵해지고, 코도 오뚝하게 솟았다.

연예인급은 아니라도 잘 생겼다는 소리는 들을 정도.

특히 덕죽고에서는 내가 제일 미남인 듯.

새로 들어오는 신입생들까지 다 포함해서 말이다.


이때부터 덕죽고 여신은 고은비고, 덕죽고 남신은 한철호라는 이상한 말이 돌기 시작했다.

한편 키가 커질수록 은비가 더욱 나에게 빠져드는 거 같았다.

요즘은 숙소로 매일 찾아와 단 5분이라도 날 꼭 만나려 했다.


신입생들은 나처럼 겨울방학 전에 덕죽도로 들어와 합숙을 했는데 인원이 12명이나 되었는데 이유는 작년에 대회 성적이 크게 올라간 탓이었다.

투수 자원도 4명이나 되었다.

이렇게 보면 야구부가 늘어났을 거 같은데 재학생 중에 그만둔 애들도 8명.

더하고, 빼고 한 후에 야구부 전체 인원은 20명.

안타까운 건 고3 남학생은 나와 기성이 둘 뿐이었다.


야구로서 가망이 안 보이니 이제라도 딴 길을 찾겠다며 집 근처의 학교로 옮긴 것.

고2 때에 학교가 놀라운 성적을 거뒀지만 이건 개인의 성적이 아니었고, 대회에서 계속 실책을 연발했던 게 오히려 스스로의 위치를 깨닫고 이제라도 포기하게 만든 이유 중에 하나였다.


‘나노야, 혹시 불행하다고 느끼면 나노입자 복구율이 떨어지는 거 아니니?’


[아닙니다.]


‘다행이다. 많이 우울하거든.’


강태현처럼 싫은 새끼도 있지만 나머지는 동기라 여기며 함께 지내왔는데 기성이 외에 다 사라졌으니 우울할 수밖에.

동기들이 사라지니 여학생들도 동요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여학생들에게 위로가 되는 건 히어로처럼 우뚝 솟아난 존재, 바로 나였다.


야구도 잘해, 키도 커, 몸도 좋아, 얼굴도 잘 생겨.

동급생 몇 명이 사라진 것에 슬퍼하면서도 여학생들의 시선은 나에게로 모아졌다.

하지만 은비가 떡 하니 버티고 있으니 진짜 다가오는 애는 없었다.


겨울 동안 가상현실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실내연습장에서 투구를 하면서 구속을 올렸다.

하지만 마음대로 올라가질 않았다.

오르긴 올랐지만 최고구속은 138킬로미터였다.


[구속이 더디 오르는 건 계속 성장 중이라 신체 발란스가 맞지 않는 게 가장 큰 이유고요. 급히 크면서 근육의 강직도로 단단하지 못하며, 세포의 유전자 수정도 있습니다. 성장이 충분히 느려지거나, 성장이 멈추면 그때 근육의 강직도를 올리겠습니다.]


‘유전자? 이미 다 한 거 아니야?’


[몸이 커지며 생긴 세포는 새로운 거잖아요?]


‘아! 그렇구나. 내가 성장이 다 끝나야 유전자니, 발란스니 하는 것도 끝나겠구나.’


[다 끝나지 않더라도 성장 속도가 느리면 조절을 할 수 있는데 지금은 급격하게 크고 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려야 근육의 강직도가 올라가는데?’


[예상은 6개월 후입니다.]


‘6개월 후면 9월... 신인 지명이 끝났을 때네.’


작년에 감독이 천재라며 어떻게 90%를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지냐며 제구력에 놀란 건 당시에 내가 투수 초보였으니까 하는 얘기였다.

이제는 제구력이 좋다는 얘기는 누구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갈수록 운이 좋은 투수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왜냐하면 삼진을 잡는 게 아니었으며, 타자들이 매번 때리긴 때리니까.

단지 정타가 아니라서 땅볼이 되고, 뜬공이 되는 것.


#


고3에 올라와서도 대회마다 선발로 나갔는데 최고 성적은 16강.

대부분 32강.

강태현은 없지만 내가 있기에 상대가 득점을 쉽게 하지 못했다.

문제는 내가 대타로 타석에 나가면 상대편 감독들은 고의사구로 1루로 보낸다는 것.

이러니 성적이 작년에 비해 뚝 떨어졌다.


구속은 더 올라서 140을 찍었기에 나름 스카우트들이 지켜볼 거란 기대도 했다.

하지만 대회 성적이 너무 저조했다.

좀 한다는 애들이 죄다 나가버리고, 후배들은 원래부터 경기력이 뛰어나지 못했으니 아무리 내가 마운드에서 열심히 해도 작년처럼 실점을 다 막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다 해도 덕죽고가 1회전에서 탈락하는 일은 없었다.

좋은 일이 또 있었는데 기성이가 입스를 극복한 것.

작년에 내가 긴장을 풀어준 게 큰 도움이 되었다.


벤치나 지키던 과거를 생각하면 이 정도 성적으로도 행복해야 하고, 나노입자 회복도 해야 할 텐데 그런 일은 없었다.


‘사람이 참 간사하네.’


하지만 이성과 달리 감성은 솔직했다.

시합에서 작년과 달라진 점이 있는데 그건 서울이나 인천 지역에서 시합을 할 때면 관중석에 응원을 와준 덕죽도 주민들 사이에 은비가 앉아서 응원을 해준다는 거.


어느덧 시간이 흘러 8월말에 신인 드래프트 행사가 있었는데 예상대로 나는 지명 받지 못했다.


덕죽고에서는 한 명이 지명을 받았는데 바로 민기성!

피지컬이 좋은 기성이는 고2, 고3 때에 대회에서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아 9라운드에 IK 마운틴스에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기성이는 프로를 포기하고 대학을 선택했다.


그럼 전학 간 강태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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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 +6 24.08.25 6,108 1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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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5 24.08.22 6,308 1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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