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선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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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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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작품등록일 :
2024.08.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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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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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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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

DUMMY

심호흡을 몇 번 하며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 투구를 시작했다.


결과는?

당연히 삼자범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니 감독이 등을 두드려 주시고, 코치께선 눈이 빨간 게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거 같았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기회는 세 번의 타자.


“감독! 대타 나가고 싶습니까?”

“니가?”

“뭐든지 해달라는 거 다 해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저도 타석에 서보고 싶습니다.”

“...그래.”


잠시 고민했던 감독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솔직히 타석에 나가는 타자들 중에 믿을 놈은 하나도 없었다.

반면에 한철호는 여기까지 0대 0으로 상황을 몰고 온 주인공인데 소원 하나 못 들어줄까!


10회의 연장전에 세울 투수가 걱정이지만 오늘 시합 전부터 이길 수 있으리란 기대는 없었다.

이 정도까지 철호가 해줬다면 보상은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이닝에 지명타자가 나가는 타순이 있는데 이때 지타를 빼고 나를 넣어주셨다.


붕붕, 붕붕.


개인배트가 없었기에 연습용으로 대회에 가지고 간 배트를 휘두르며 감을 잡았다.

처음 잡는 배트라서 생소함이 느껴지지만 몇 번 휘두르며 무게감, 중심 등을 느꼈다.


‘어? 뭐지? 왜 이리 가볍지?’


전에는 무겁게 느껴지던 나무 배트가 파리채처럼 가벼웠다.

850g~910g인 나무 배트의 무게감은 원래 가볍지 않았다.

특히나 무게중심은 길게 뻗은 배트의 앞부분에 있어 휘두를 때의 무게감은 실제 무게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과거의 나는 남들보다 동체시력이 뛰어나거나, 반응속도가 빠르거나, 선구안이 좋은 게 아니었다.

오히려 많이 떨어졌다.

도저히 선수급이 아니었다.


야구의 물리학에 다르면 시속 144킬로미터의 공이 스트라이크존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4초.

152킬로미터라면 0.375초.

투수가 던진 공이 피치터널을 지나 드디어 구질을 분간할 수 있는 곳에 도달한 이후부터 시간을 잰다면 더 더욱 시간은 짧아진다.


피치터널의 체공시간이 0.25초 정도.

결국 타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0.15초.

이 시간 내에 판단해서 스윙을 하는 것.


피치터널이 긴 걸로 유명했던 마리아노 리베라는 홈플레이트 3미터 앞까지 포심과 커터가 구분되지 않았다고 한다.

미리 말하지만 나노는 키와 몸무게만 늘려준 게 아니다.

신경체계에도 간섭하여 동물적 감각과 반응속도를 갖출 수 있게 해주었다.

예를 든다면 고양잇과 동물의 놀라운 반응속도 말이다.


그런데 나노는 신경체계는 근육보다 더 민감해서 현재는 50% 정도만 잡혔다고 했다.

100%가 되는 건 개인마다 달라서 몇 년이 될 수도, 십 년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한 번도 내가 배트를 얼마나 빨리 휘두르는지 실제로 측정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 고가의 장비를 이용할 여건도 안 되었고.

하지만 느낌이라는 건 있다.

이 정도에선 휘둘러야 그마나 맞출 수 있다는 그런 거.


0.15초를 10으로 나누고, 100으로 나눠야 할 감각의 영역이니 말로 설명은 못하지만 중학교 야구부를 거치며 훈련을 해왔고, 타석에도 서봤기에 여기선 쳐야 한다, 여기를 놓치면 진짜 못 친다, 이런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배트가 이렇게 가볍다면?


‘공을 조금 더 봐도 되겠는데?’


0.01초 정도 더?

물론 시간을 이렇게 쪼갠다는 게 가능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느낌은 그렇다는 것.


‘나노? 배트 정보, 입력되었지?’


나보다 더 정확하게 수치로 배트 정보를 입력할 존재가 나노였다.


[네.]


첫 타석 1번 타자 삼진 아웃.

둘째 타석 2번 타자도 마찬가지.

9회말 2사 후에 드디어 지타 대신 내가 나섰다.


타석에 서니 상대 포수의 말이 귀에 들려왔다.


“야, 10회에는 안 나오냐?”

“응.”

“응이라고? 나 3학년이야!”


고작 한 살 차이로 이러는 거야?


“어쩌라고? 반말했으니 때릴래? 때리고 몰수패 당하던지.”


전생이라면 작은 몸만큼이나 마음도 소심해서 쫄았겠지만 지금은 한참 어린 게 까부네였다.

솔직히 굳이 전생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가 덕죽고 선배도 아니면서 어디서 개소리인지.

야구를 나이로 하냐?


“이 새끼가...”


포수가 으르렁거리는데 뒤에 있던 심판이 나섰다.


“야! 조용히 안 해? 입으로 야구할 거야?”

“...죄송합니다.”


바로 포수가 찌그러졌다.


한편 마운드의 상대 투수가 날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들렸나?’


그런데 나와 포수의 대화를 들어서가 아니라 나 때문에 시합이 어려워진 게 얄미웠던 것.

콜드승을 해야 할 최약체인 덕죽고 따위에게 0대 0이라니.


‘이 새끼 확 맞춰버려?’


하지만 투수의 자존심이 발동했다.


‘스트라이크 세 번으로 밟아주지!’


데드볼은 이기는 게 아니었다.

상대 선발로 9회까지 마친 투수를 맞춰서 내보내는 건 오히려 치사하고 더러운 거지.


지금 마운드에 서있는 투수는 선발이 아니었다.

선발은 5회를 끝내고 물러났고, 지금 투수는 2선발.

하지만 구속만 보면 자신이 학교에서 제일 빨랐다.

최고 구속 151로미터.

6회부터 던지느라 힘이 좀 빠졌지만 마지막 투혼을 발휘해 상대를 압도하기로 했다.

포수가 슬라이더를 요구했지만 고개를 흔들었다.


‘짜식. 투수한데 변화구를 던지라고? 짜증나게!’


존심이 있지 무조건 포심이었다.

몸 쪽으로 붙여서 공이 무서워 벌벌 떠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투수의 상태를 본 나노가 나에게 조언했다.


[70% 확률로 포심입니다. 초구를 노리시죠?]


‘익숙하지 않은 배트인데 초구?’


[네.]


‘그래. 노릴게.’


앞에 둔 발을 당기며 배트는 끌어올리고서 잔뜩 웅크렸다.

여기서 잠시 홀딩.

와인드업을 한 상대 투수가 공을 던졌다.


휙휙휙.


실밥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회전하며 곧게 날아왔다.

구속을 따진다면 140대 후반?

공이 내게로 날아오는데 집중력이 높아져서 그런지 상당히 느리게 날아오는 기분이었다.

상대 투수는 원래 몸 쪽으로 붙이려 했는데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며 공이 한가운데로 향했다.


잘 지켜보고 여기다 싶은 때에 웅크린 몸을 풀고, 다리를 쭉 뻗으며 하체가 돌고, 따라서 상체가 돌면서...


부우웅~ 따아악!


소리부터가 정말 컸다.

맞는 순간 맞았다는 느낌조차 들지 않을 정도였고, 배트가 너무 부드럽게 돌아갔다.


쭉쭉쭉, 쭉쭉쭉.


길고 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흰 야구공.


“갔다! 갔다!”

“갔어, 갔어!”

“와아, 됐다!”


우리 편 더그아웃이 시끄러워졌다.

배트에 힘이 제대로 실려 정타로 맞은 공은 아름다운 발사각으로 하늘을 날아 쭉쭉 뻗어나갔다.

타격음도 굉장했고, 누가 봐도 이건 홈런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였다.

그냥 홈런도 아니고 스탠드 상단 이상으로 꽂히는 대형 홈런.

그나마 야구장 밖으로 나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우와아아아아.


더그아웃에서 쏟아져 나오는 덕죽고 선수들.

딱 한 명, 강태현만 맨 뒤에서 일그러진 얼굴로 서 있었다.


“시팔, 내가 홈런 쳤어야 했는데...”


불만이 가득한 강태현은 펜스를 직격했던 자신의 두 번째 타석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만일 그게 펜스를 넘어갔다면 지금 환호를 받는 저 자리의 주인공은 자신이었으리라.

자기가 주인공이 되어서 스카우트들의 눈에 들고 싶은데 그게 아니니까 더 열이 받겠지.


홈런을 날린 나는 가볍게 그라운드를 돌았다.

지금이 태어나서 두 번째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처음은 뭐냐고?

당연히 은비가 처음 내 손을 잡은 날이지.


‘나노, 고맙다. 덕분에 홈런 쳤다.’


[첫 홈런, 축하드립니다. 행복물질이 솟아나와 복구율이 11%에 이르렀습니다.]


‘흐흐. 좋은 소식이네.’


마지막 홈플레이트를 밟은 후에 동기들을 보았는데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새로 들어온 후배들은 아직 1승의 뜨거움을 모르기에 환호만 할 뿐.

코치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감독도 입을 열지 못하며 박수만 치는 걸 보니 감정이 격해진 거 같았다.


#


시합 후에 고기회식이 이어졌다.

한우는 아니고 돼지고기.

감독이 사비로 사주시는 거라 비싼 고기는 먹을 수 없었다.

술은 감독과 코치만.


“모두 들어! 오늘 회식은 잘 알겠지만 한철호 때문이다. 모두 철호한테 고맙다고 해라.”

“네!”


우렁찬 동기들의 외침.

감독은 나를 옆에 앉히셨다.


지글지글, 지글지글.


고기를 굽다가 익으면 바로 내 밥 위로 올려주시는 코치.

연신 싱글벙글이었는데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 거 같았고, 날 보는 시선은 너무 따뜻해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너 언제부터 연습했냐?”


감독의 물음이었다.

투수로 투구 연습을 언제부터 했냐는 소리.


“방학 내내요.”


현실의 10배나 되는 시간을 가상현실에서 훈련했지만 이건 말할 수 없었다.


“오늘 니가 던진 공의 90%가 스트라이크였다. 알고 있어?”

“몰랐습니다.”


진짜로 몰랐다.

나노가 시키는 곳으로 정확하게 넣는 것만 신경 썼었다.


“난 니가 이렇게 호전적인지 몰랐다? 완전 싸움닭이야.”

“에이, 구속도 느린데 싸움닭이요? 그냥 스트라이트존에 넣는데 급급했습니다.”

“물론 그랬겠지. 그래도 넣고 싶다고 넣어지는 게 가능하니? 이건 그냥 미쳤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거거든? 너에게 제구의 신이라도 붙었니?”


제구의 신?

이 정도 소리를 들을 정도인가?


“에이, 스트라이크존 넓잖아요. 그리고 저 구속 느리고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수치잖아. 게다가 너 은근히 스트라이크존 여기저기로 골고루 던졌어.”


9분할을 한다면 1번부터 9번까지 골고루 집어넣었다는 말이다.


“저는 제구를 하려고 하지 않았고요. 그럴 능력도 없고요. 그냥 가운데로 던지는데 바람 때문인지 가운데로 안 가고 여기저기로 퍼졌습니다. 그리고 저 계속 얻어맞았잖아요?”


나노의 도움을 말할 수 없으니 이렇게 변명했다.


“야! 니가 너클볼을 던진 것도 아닌데 아무려면 바람이겠니? 컨트롤 문제지.”


감독이 날 흘겨보셨다.


“흠흠. 네.”


듣고 보니 바람 핑계를 대는 건 좀 아닌 거 같아 얼굴이 붉어졌다.


“얻어맞는 거야 구속이 느리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 그래도 계속 스트라이크 집어넣는 건 진짜 대단한 거야. 그게 제구든, 용기든. 그리고 계속 맞으면서도 꿋꿋이 스트라이크 집어넣었으니 멘탈도 엄청난 거지. 궁금한 게 또 있는데 도대체 슬라이더 제구는 어떻게 잡은 거니? 어제 배운 걸 오늘 던진다는 게 가능해?”


오늘 내가 던진 공의 구종은 포심과 슬라이더 2개였다.


“어... 그냥 잡히던데요? 말로는 설명이 힘듭니다.”


이걸 말로 어떻게 설명하나.

스포츠는 몸으로 하는 거고,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는 거다.


“그래, 그건 그렇지.”


감독은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다.


“투수의 감각을 어떻게 말로 설명해? 아무튼 넌 천재다. 투수에 재능이 있어.”

“그런가요? 하지만 구속이...”

“구속은 늘려 가면 되지. 하지만 투수로서 감각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제 알려준 슬라이더 제구를 하루 만에 이렇게 잡는 걸 누구나 할 수 있을 거 같아?”

“.....”


몬스터라 불리는 어떤 투수는 체인지업을 하루 배우고 다음날부터 던졌다는 썰이 있기는 하다.


“투수로서도 대단한데 오늘 홈런은 또 뭐였니? 너 원래 스윙폼이 그랬었니?”

“원래 그랬다는 게...”

“스윙이 너무 좋아서. 미안하다. 그동안 널 잘 봐주지 못했다.”

“아닙니다. 그냥 전 후보니까...”

“어떻게 그런 스윙폼을 가질 수 있었던 거야?”

“뮤튜브 보고 따라했습니다.”

“와아, 뮤트브? 대단하다.”


차마 뭐라고는 못하고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아무튼 고맙다. 네 덕분에 소원 성취했다. 덕죽도 들어오면서 3년 안에 1승하면 다행이라고 여겼는데 2년차에 1승이라니.”


마음을 졸이고 있던 감독은 눈가가 글썽거렸다.

떨어져 앉아있던 강태현이 ‘시팔, 나도 활약했는데.’ 이렇게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원래라면 거리도 있고, 소리도 작아 들을 수 없겠지만 나노로 청각이 좋아져서 들을 수 있었다.


“소원 하나 더 들어보자. 원하는 거 있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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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5 24.09.12 4,600 132 13쪽
30 30화 +1 24.09.11 4,472 115 13쪽
29 29화 24.09.10 4,634 109 13쪽
28 28화 +6 24.09.09 5,076 112 13쪽
27 27화 +11 24.09.08 5,316 116 13쪽
26 26화 +9 24.09.07 5,423 1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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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7 24.09.05 5,585 1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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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3 24.08.29 5,966 123 12쪽
16 16화 +3 24.08.28 6,009 110 13쪽
15 15화 +3 24.08.27 5,993 110 13쪽
14 14화 +5 24.08.26 6,014 114 12쪽
13 13화 +6 24.08.25 6,108 124 12쪽
12 12화 +6 24.08.24 6,164 122 13쪽
» 11화 +4 24.08.23 6,204 106 12쪽
10 10화 +5 24.08.22 6,310 111 13쪽
9 9화 +4 24.08.21 6,326 10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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