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선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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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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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작품등록일 :
2024.08.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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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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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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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DUMMY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들보다 네 목소리가 더 좋다니까? 소위 김나박이 하는 그 사람들. 너보다 나을 게 없어.”


피식.


“은비야, 너 어쩌려고 그래?”

“왜?”

“나한테 완전 푹 빠졌구나? 사람들이 들으면 욕하겠다. 내가 어디 감히 김나박이에게 비교가 되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솔직히 김나박이라면 대한민국 남자 가수로서 보컬 최상위에 있는 존재들이 아닌가!

나도 김나박이처럼 되고 싶어서 가상현실이지만 각 가수마다 1년씩 투자하며 흉내를 냈다.

각 가수의 음색, 억양, 호흡, 호흡의 길이, 숨소리, 기타 모든 걸 흉내 냈다.

모창대회에 나가면 충분히 상위권은 될 정도까지.


모두 4년이니까 48개월.

현실로 치면 4.8개월.


“진짜라니까! 너 진짜 김나박이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아.”

“그만 해. 됐어.”

“그냥 애들 부르자. 애들 부를 테니까 같이 노래방에 가서 불러. 애들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자!”


은비는 흥분해서 당장이라도 갈 기세였다.


“싫어.”


아직까지 은비 외에 다른 사람 앞에서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었다.

은비가 몇 번이나 강권했지만 부끄러워 계속 거절해왔다.


한편 2학년 첫 수업을 들어갔는데 여자애들 반응이 작년과 달라졌다.


“철호야, 너 잘 생겨졌다?”

“키도 크고, 몸도 좋아졌는데?”

“작년 입학식 때는 나보다도 작고, 말랐는데 언제 이렇게 컸니?”


언제 이렇게?


“난 꾸준히 커왔는데?”


니들이 신경을 안 써서 몰랐겠지.

난 항상 뒤에서 조용히 있다가 오전 수업 끝나면 훈련을 갔다.

여자 애들이 훈련을 구경 오더라도 난 만년 후보로 벤치에 있었으니 주목받을 일이 없었다.


“철호는 내 거야. 알지?”


은비가 으름장을 놓으며 다른 여자애들을 경계했다.

동기에다 새로 들어온 후배들까지.


오오오.


이런 일은 전생이든, 이번 생이든 통틀어 처음이라 난 얼굴이 빨개졌는데 애들은 탄성을 지르며 나와 은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당연히 강태현은 얼굴이 일그러져 썩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대단하다. 한철호!”

“아씨, 부럽다. 밥 안 먹어도 배부르겠다.”

“너무하네. 야구할 맛 안 나네.”

지켜보던 야구부 애들이 한마디씩 했다.


[행복물질이 많이 배출되어 나노입자 복구율이 8%가 되었습니다.]


어깨가 저절로 으쓱거려졌는데 나노입자까지 복구율이 올랐다.


#


3월 4주차 금요일.

서울 양천구의 신월경기장.

임마트배 전국고교야구 대회.

아직 날씨는 찬바람이 불었지만 시합하기엔 딱 좋은 날씨.

첫 상대는 강릉스타 고등학교.


“주말이면 응원을 갈 텐데...”


은비가 무척 아쉬워했다.


“니가 선발이라며?”

“맞아. 선발이야.”


오늘 선발은... 나!


투수가 된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시합에 오르냐고?

투수조 3명 중에 2학년은 나 하나로 유일했고, 나머지 2명은 1학년.

모두 투수는 처음이고, 구속은 내가 제일 느렸지만 그래도 내가 선배니까 감독이 날 뽑으셨다?

그런 이유는 아니고 사실은 제구 때문이었다.


테스트 때는 폭투도 했지만 가상현실에서 꾸준히 연습해서 폼이 안정된 나는 스트라이크존에 집어넣을 정도의 제구가 되었다.

나머지 둘은 공만 빨랐다.

제구가 된다고 해도 당장 던질 수 있는 구질은 포심 하나였는데 어제 코치께서 슬라이더 그립을 알려주었다.


“오호, 철호 출세했네?”


포수인 기성이가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겨야 출세지. 선발로 던졌는데 계속 얻어맞고 내려오면 얼마나 쪽팔린데. 흑역사만 만드는 거지.”

“흐흐. 1회는 버텨라. 알았지?”

“그래.”


대답은 했지만 속으로 걱정이 많았다.


‘후우, 얼마나 깨지려나?’


그런데 이날은 누구도 예상 못한 이변의 시작일이었다.

나조차도 말이다.


툭툭, 툭툭.


마운드에 오른 나는 스파이크로 땅을 고르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나노? 진짜 잘 도와줘야 한다? 전생과 이번 생을 통틀어 첫 선발 출전이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떻게 도울지 말보다 눈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파아앗.


홈플레이트에 앉아있는 기성이의 머리 위로 뭔가 나타났다.


-컨디션 : 100%

-블로킹 : 6위

-프레이밍 : 8위

-도루저지 : 86위

-견제/견제사 : 89위


‘오호, 대단한데?’


기성이가 대단하나는 말이 아니라 이렇게 머리 위로 순위가 나타나는 게 대단하다는 거였다.

기성이가 입스를 말했는데 역시나 도루저지와 견제/견제사는 전국 최하위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


[나노입자 복구가 7%를 넘으며 기능 중 하나가 활성화 되었습니다. 순위는 인터넷을 통해 얻은 고등학교 야구선수 내의 순위입니다. 다만 정확도는 30% 이하입니다.]


‘혹시 나도 저런 거 있니?’


[있는데 보여드려요? 처음이라 순위는 모든 영역에서 하위 10% 내에 있습니다.]


‘됐다. 안 보련다.’


[그래도 이건 보시죠.]


허공 한쪽 편에 뭔가 나타났다.


-컨디션 : 100%

-준비 투구 : 포심

-예상 최고구속 : 118km

-최대가능 투구수 : 250


‘이거 나만 보이는 거 맞지?’


[맞습니다. 망막에 직접 쏘니 혼자만 보입니다. 다른 이의 눈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슬쩍 뒤를 보니 내야수, 외야수들의 머리 위에도 텍스트가 나타나 있었다.

예를 들면...


-컨디션 : 90%

-포지션 적합도 : 40%

-50m 주파능력 : 8.0

-수비 범위 : 반경 20미터


타석에 상대팀 1번 타자가 올라왔는데 타자의 머리 위에도 나타나는 게 있었다.


-컨디션 : 88%

-2017년 성적 : 타율 3할8푼5리, 출루율 4할2푼2리


‘끄응. 잘 치는 타자네.’


[약점은 바깥쪽입니다.]


이때 9분할로 나뉜 스크라이존이 보이는데 각각의 셀마다 타율이 보였다.

가장 낮은 건 1번으로 1할9푼8리였다.


‘그런데 인터넷은 언제 한 거야?’


[주무실 때요.]


‘와아, 내가 잘 때에 몰래 했다고? 내 몸에서 나와서?’


[몸을 조종해서요.]


‘으으. 그런 것도 하니?’


[지금 그게 중요합니까? 시합 안 할 겁니까?]


‘아! 그렇지.’


그리고 1번을 향해 던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마음은 그렇다는 거고, 실제로 1번에 들어갈지는 던져봐야 아는 거였다.

가상현실에서 투구 연습을 꽤 했기에 아예 엉뚱한 곳으로 던지지는 않을 거다.

그런데!


[오늘 완투하려면 1번에 던지면 안 됩니다.]


‘완투?’


[이기려면 완투해야 합니다. 다른 투수 2명도 초보인데 저와 같은 나노봇도 없잖아요? 이기려면 완투하셔야 합니다.]


‘아! 그렇겠네.’


어떻게든 내가 버티며 던지는 게 이기는 길이었다.


[브레인 도핑을 걸어드리겠습니다.]


찌리리릿.

부르르르.


뇌로 들어오는 전기자극 때문에 얼굴에 경련이 일어났다.

어떤 느낌이냐면 전기 자극 후에 뇌가 깨어난다고 해야 하나?

뇌에 불이 켜진다고 해야 하나?

남들보다 훨씬 좋은 시력인데 2배는 더 좋아진 거 같고, 야구장의 흙냄새만 아니라 바람에 실린 갖가지 냄새들도 코를 자극하고, 야구공의 매끈한 표면이 왠지 거칠게 느껴졌다.

다행인 건 누구도 내 떨림과 놀람을 눈치 채지 못했다.


‘아! 브레인 도핑...’


이게 뭔지는 나도 알고 있었다.

다른 시간선의 지구에서는 스포츠 분야에서 흔하게 쓰이는 거였다.


간단히 브레인 도핑에 대해 설명하면 ‘경두개 직류전기자극(tDCS)’이라 할 수 있는데 두피 위 전극을 통해 뇌 표면에 약한 직류를 흘려보내 신경세포의 활성을 일으키는 기술이었다.

뇌 질환이나 뇌 기능 정상화 치료방법으로, 임상적으로 약물치료에 한계가 있거나 쓰기 어려운 경우에 활용되는 것인데 스포츠 분야에서도 운동기능 향상의 효과가 높았다.


브레인 도핑은 약물이 아니기에 현재로선 적발이 불가능했다.

간단하게 말해 뇌에 전기적 자극을 줘서 신체 능력과 지적, 인지능력을 향상하는 기술이었다.


지식으로만 알고 있었고, 내가 직접 받아보는 건 처음.


‘눈이 더 맑아지고, 정신집중이 잘 되는 거 같다.’


참고로 내 시력은 양쪽 다 3.0.

숟가락으로 눈 가리고 하는 시력검사에선 2.0까지만 읽었다.

전생에 안경은 안 썼지만 시력은 1.0 정도였나?

시력이 높아진 건 나노 덕분이었고, 재보지는 않았지만 동체시력도 인간 수준은 넘은 거 같았다.


[유실된 나노입자 때문에 효과는 최대치의 30% 정도입니다.]


‘나중에 100%면 오감만 아니라 여섯 번째 감각도 깨어나겠는데?’


소위 육감이라 말하는 거 말이다.


[브레인 도핑의 효과는 오래 가지 않습니다. 반나절 정도입니다. 또 너무 자주하면 효과는 무뎌집니다. 우리 몸은 내성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그래서 중요할 때만 가끔 해야 좋습니다.]


반나절이라도 시합을 끝내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래. 가끔씩이라도 효과는 확실할 거 같아.’


[상대가 좋아하는 코스로 던지세요. 구종은 슬라이더.]


‘슬라이더 배운지 하루 밖에 안 되었는데? 그것도 그립만.’


[가상현실에서는 다 배웠고, 많이 던기도 했잖아요? 현실이라고 다른 거 없습니다. 마음가짐 때문입니다. 브레인 도핑을 걸어드릴 때에 투구 폼도 몸에 익혀드렸으니 감을 쉽게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몸에 익혀? 어떻게?’


[근육세포에 자극을 주어 흔적을 남기는 방법입니다.]


‘아! 알아.’


이것도 다른 시간선의 지구에서 아는 지식이었다.


[효과는 최대치의 30% 정도입니다. 우리 몸은 같은 행동을 수천, 수만 번 계속 반복하면 근육세포는 이에 익숙해져서 무의식적으로 같은 조건에 같은 행동을 취합니다. 이건 휘발성이라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흔적이 사라집니다. 그리고 브레인도핑이나 흔적남기기를 많이 쓰면 뇌와 근육세포가 무뎌져서 일주일 정도면 효과는 사라지고, 새로운 흔적을 새기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니 1년에 10번 내외로 하는 게 좋습니다.]


‘후우, 심판이 빨리 던지라는데?’


마운드에 서서 나노랑 떠들고 있으니 심판이 재촉한다.

기성이의 사인은 포심.

한 가운데.

투수도 처음인데 가운데만 집어넣어도 잘하는 거라 여기는 게 분명했다.


‘으음. 나노는 슬라이더 던지라는데? 어떻게 할까?’


나는 모자를 슬쩍 만져서 슬라이더 사인을 보냈다.

그 후에 기성이의 반응도 보지 않고 바로 투구했다.

반응 봐봤자 슬라이더 안 되고 포심을 던지라고 할 테니까.

기성이가 놓치지는 않을 거 같기도 했다.

놓치더라도 뒤로 빠뜨리지는 않을 거다.

블로킹 능력이 전체 고교생 포수 중에 무려 6위니까.

기성이는 입스만 고치면 수준급 포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나는 속으로 ‘가상현실이나 현실이나 다를 거 없다. 다를 거 없다. 다를 거 없다.’.

이렇게 계속 되내이며 가상현실에서 던질 때를 떠올리며 똑같이 투구했다.


키킹 후에 좀 넓은 보폭의 스트라이드.

팔을 최대한 숨기면서 몸을 비틀며 팔꿈치를 높게 들었다.

내 투구폼은 가장 정석이라 할 오버핸드 스로.

현재도 신체가 계속 크는 중이기에 굳이 내 몸에 딱 맞는 투구 폼을 찾지 않고 기본이라 할 오버핸드 스로를 택해서 훈련하는 중이었다.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에서.


릴리스 포인트에서 공을 놓았는데 근육에 흔적남기기를 해서 그런지 정말로 몸을 움직이는 게 부드러웠다.

브레인도핑의 효과 때문인지 집중도도 높아져 손가락에 걸리는 실밥도 다 느껴졌으며, 쥐어짜듯 잔뜩 악력을 가한 공에 회전이 잔뜩 먹히는 것도 느껴졌다.

오늘이라면 RPM이 메이저리그급인 2300은 되지 않을까?


슈우우우웃.


빠른 게 아니라 느린 공.

딱 봐도 휘는 게 보이며 나 슬라이더야 이렇게 말하는 거 같았다.

하지만 팽팽 돌아가는 공의 회전력은 어느 학교 에이스 투수에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으응?’


타자는 살짝 당황했다.

자신이 제일 잘 치고, 제일 좋아하는 쪽으로 공이 날아오고 있어서.

하지만 배트가 나가지 못했다.

너무 좋은 공이 오니까 당황한 것.

공은 느리지만 아차 하는 순간에 이미 지나갔다.

구속은 98킬로미터.


“스트라잌!”


매정한 심판의 외침이 귓가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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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12 24.09.18 3,072 99 13쪽
33 33화 +10 24.09.17 3,246 100 13쪽
32 32화 +11 24.09.17 3,585 107 13쪽
31 31화 +5 24.09.12 4,597 132 13쪽
30 30화 +1 24.09.11 4,469 115 13쪽
29 29화 24.09.10 4,630 109 13쪽
28 28화 +6 24.09.09 5,073 112 13쪽
27 27화 +11 24.09.08 5,313 116 13쪽
26 26화 +9 24.09.07 5,418 118 13쪽
25 25화 +8 24.09.06 5,561 1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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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5 24.09.04 5,534 117 13쪽
22 22화 +8 24.09.03 5,632 121 13쪽
21 21화 +7 24.09.02 5,656 123 12쪽
20 20화 +11 24.09.01 5,802 102 13쪽
19 19화 +4 24.08.31 5,728 107 13쪽
18 18화 +8 24.08.30 5,986 111 12쪽
17 17화 +3 24.08.29 5,961 123 12쪽
16 16화 +3 24.08.28 6,005 110 13쪽
15 15화 +3 24.08.27 5,989 110 13쪽
14 14화 +5 24.08.26 6,010 114 12쪽
13 13화 +6 24.08.25 6,106 124 12쪽
12 12화 +6 24.08.24 6,161 122 13쪽
11 11화 +4 24.08.23 6,200 106 12쪽
10 10화 +5 24.08.22 6,305 111 13쪽
» 9화 +4 24.08.21 6,323 10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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