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선수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현대판타지

새글

얼음콜라
그림/삽화
얼음콜라
작품등록일 :
2024.08.15 09:04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202,396
추천수 :
4,069
글자수 :
206,417

작성
24.08.25 00:00
조회
6,106
추천
124
글자
12쪽

13화

DUMMY

이틀이 지나서 치러진 5차전.

8강전이었고, 이번에는 부산 쪽에 있는 60년 역사의 야구명문 고등학교였다.

야구단 인원만 60명이 넘어 덕죽고 야구부의 3배 이상.

시합은 서울의 목동야구장에서 치러졌는데 부산에서 응원 온 응원단이 수백 명이었다.

야구부 선수의 부모, 친척, 지인들이 죄다 모인 결과였다.


덜덜덜.


아직 시합이 시작도 안 했는데 기성이는 벌써 질려 있었다.


툭!


“설마 우리가 또 이기겠어?”

“계속 이겼잖아!”


오늘은 이전처럼 ‘설마 이기겠어?’ 작전은 실패였다.


“그래도 8강전이야.”

“그래서 보는 이도 많아. 스카우트도 많이 왔다더라. 나 진짜 어떻게 하지?”


‘그래도 8강전’ 작전도 실패였다.


‘젠장. 나도 모르겠다. 이러다 내가 입스 걸리겠다.’


“오늘 슬라이더 봉인한다. 포심만 던질 거야. 계속 선발로 나오니 어깨도 아프고, 손가락도 아파. 그냥 치라고 막 던질 거야.”

“야! 그럼 안 되지. 우리 이겨야 하는데 선발인 니가 이러면 되냐?”

“전국 최약체가 8강까지 왔으면 된 거 아냐? 오늘까지 이겨야 해?”


정색하며 기성이에게 되물었다.


“아, 아니 그래도 이길 수 있으면 이겨야지.”

“어깨도 아프고, 손가락도 아프다니까? 피곤하니까 얼른 얻어맞고 콜드패 하자. 집에나 빨리 가자.”

“그래도 콜드패는 좀...”

“아무튼 구종 하나다. 던지는 위치는 내 맘대로 해도 잡을 수 있지? 나 느리잖아.”

“...그래. 니 맘대로 해.”


잔뜩 실망한 표정인데 그래도 긴장은 사라졌다.

당연히 입스도 함께 사라졌다.


기성이에게 말한 것처럼 오늘은 포심만 던졌다.

타자가 좋아하는 코스로.

다만 타자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살짝 변화가 있는 공이라 때려도 정타는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아웃, 아웃, 아웃...


이번에는 9회로도 승부가 나지 않아 승부치기까지 가게 되었다.

강태현은 여전히 타석에서 뜨거웠지만 홈런은 없었다.

8강전의 승부는 단 한 개의 폭투가 결정지었다.

다행인 건 내가 폭투를 한 게 아니라 상대편 투수가 한 것.


나는 이전에 시합마다 주자가 있는 상황을 하도 많이 당해봐서 승부치기가 되어도 덤덤했다.

하지만 상대 투수는 에이스임에도 승부치기 상황이 처음이라 긴장해서인지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상황을 만들었다.

여기서 상대 투수가 폭투하며 3루에 있던 주자가 홈으로 들어와 덕죽고가 승리했다.


우와아아! 우와아아!


애들이 미친 듯 방방 뛰고, 감독과 코치는 눈물을 줄줄 흘리고.


‘후우, 여기까지구나.’


5차전에서 투구수가 100개가 넘었기에 하루 뒤의 6차전에는 내가 투수로는 절대 나갈 수 없었다.


‘그래도 첫 대회에서 4강이야.’


“마음껏 먹어라. 마음껏.”


시합이 끝날 때마다 감독은 나만은 따로 불러서 밥을 사주셨다.

5차전이 끝나고도 마찬가지였다.

왜 나만 사주냐고 따지는 선수들은 없었다.

왜냐하면 누구 때문에 이겼는지 다 아니까.

감독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음도 알고.


“내일은 못 이기겠지만 나는 4강에 온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온다.”

“내일은 제가 타자로 나가겠습니다. 9번에라도 넣어주십시오.”

“타자로?”

“네.”

“쉬어야 하지 않겠냐?”

“시합 끝나고 쉬어도 됩니다.”

“...그냥 쉬어라.”


감독은 날 출전시킬 마음이 전혀 없어 보였다.

고기를 먹고 내가 가고난 후에 코치가 질문했다.


“감독? 철호가 홈런도 치고 잘하는데 지타로 세우시죠?”

“최 코치? 혹시라도 철호에게 바람 넣지 마라.”

“네?”

“철호 타자로 쓰라는 기사 못 봤어? 철호 장학금 줄 테니까 전학 오라고 할 학교들도 나올 수 있어. 철호가 빠지면 우린 어떻게 될까?”

“아!”


이제야 감독의 깊은 뜻을 이해한 코치였다.


“승리가 중요한 게 아니야. 솔직히 철호가 내일 타자로 나서서 미친 듯이 활약을 해도 이기기 힘들어.”

“...네.”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루 뒤에 벌어진 6차전은 당연히 덕죽고가 철저하게 밟히며 콜드로 패배했다.

하지만 패배 따위가 뭐가 중요해?

이미 4강에 들었는데.


대회가 다 끝나고 이제 야구부든, 학교의 애들이든, 덕죽도 주민들이든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최소한 덕죽도 안에서만큼은 내가 신동렬이고, 임승엽이었다.

다른 학교들에서도 나를 평가하며 주목했다.


-구속은 느리지만 이상하게 실점하지 않는 투수

-투구 후에 야수로 변하는 투수

-최소 투구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투수

-대타로 홈런 날리는 투수

-전국 최약체 야구부를 4강까지 올린 투수

-2017년 고교야구 최대의 이변을 일으킨 투수


기자들은 취재를 위해 나에게 인터뷰 요청을 많이 했고, 실제로 인터뷰를 많이 했다.

하지만 이게 전부였다.

가장 중요한 스카우트이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유망주 리스트에도 오르지 못했다.


얄밉게도 강태현은 유망주 자리에 올랐다.

수비는 그냥 그랬지만 4강까지 갈 동안 매 타석 활약했으니까.

대회 타율로만 치면 6할이 넘었다.

스카우트들이 감독이나 코치를 통해 문의가 온다는 걸 알게 되자 강태현의 어깨는 하늘까지 올라갔으며, 날 바라볼 때는 비웃음까지 머금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더니...’


그런데 전생을 봐도 4강을 가든 1회전에서 탈락하든 강태현은 지명을 받긴 했었다.

나는 사람들에게 대운을 타고 4강에 오른 투수로 기억되었다.

투수가 아니라 타자로 전념하면 어떠냐는 의견이 기사로 나왔다.


‘후우, 아무래도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구속이겠지.’


못해도 140킬로미터 대의 구속은 되어야지 110킬로미터 대는 낮아도 너무 낮으니까.

그렇다면 제구력이 뛰어난가?

사사구가 없다는 건 큰 장점이고, 제구력이 있다고 하겠지만 삼진도 0이었다는 게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드는 요소였다.

기자 중에 누군가는 바빕신의 가호를 너무 많이 받았다.

바빕신의 아들이다.

이런 표현을 쓸 정도였다.


밤에 침대에 누워 나노와 대화를 나눴다.


‘대회를 통해 구속이 전부가 아니란 건 배웠다. 그렇지만 나에게 구속이 필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무슨 말장난이냐고 하겠지만 언제까지 맞춰 잡는 게 가능할까?

피지컬도, 힘도, 기술도, 멘탈도 최고들만 모인 프로수준의 타자들에게 먹힐까?

저들 중에 고등학교 야구부에서 3번, 4번, 5번 안 친 타자가 없을 테고, 명문고에서 우승 한 번 못한 이도 없을 테지.

천상계라는 메이저리그는 말해 뭐하나?

제구, 구질, 완급조절, 타이밍 뺏기 등등.

구속 외에도 투수를 강하게 해줄 여러 요소들이 있을 거다.


내 입장에서 너클볼을 던지는 게 아니라면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장 필요하면서도 쉬운 건 역시 구속이라 판단했다.


[지명을 받으려면 최소 140은 던져야 합니다. 저는 주인님이 흔한 선수가 되지 않고 특별한 선수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급하게 신체를 키우고, 구속을 키우면 반드시 무리가 오고 부상이 옵니다.]


‘나도 알아.’


[또 구속을 올려 140킬로미터를 던진다 해도 주목 받기는 힘듭니다. 140킬로미터 대의 구속을 가진 고교야구 투수는 100명이 넘습니다. 150킬로미터 던지는 투수도 많고요. 지명을 투수만 하나요? 다른 포지션들도 뽑습니다.]


나노의 말처럼 과거에는 고교야구의 투수가 140킬로미터만 던져도 와~ 했지만 이제는 흔해져버렸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50도 흔한 구속이 되었고.


[기회를 한국에서만 잡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미국에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 갈 돈도 없어. 그리고 군대도 해결해야 한다.’


[군대부터 빨리 해결하고 미국으로 가시면 됩니다. 혹시나 KBO 구단의 육성선수로 들어가더라도 성적이 별로면 구단에서 군대 가라고 할 테니까 군대를 먼저 해결하는 게 좋습니다.]


한편 감독의 예상처럼 나를 영입하려는 고등학교들이 나타났다.

투수로 원하는 곳도 있었고, 타자로 원하는 곳도 있었다.

덕죽고보다는 낫다고 평가를 받지만 약체로 구분되는 고등학교에서는 투수로 원했다.

대회에서 써먹기 딱 좋으니까.

저들은 내가 아무리 운이 좋더라도 연거푸 운이 거듭된다면 이것도 실력이라고 여긴 거다.


하지만 전학을 오라고만 하지 뭔가 특혜를 약속하는 건 없었다.

솔직히 주는 것도 없는데 내가 왜 학교를 옮기나?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건가?


명문 고등학교라 할 곳들은 투수가 아니라 타자로서 나를 원했다.

저들은 회비 면제 해주겠다고 하거나, 회비 면제에다 매달 30만원의 장학금을 준다는 곳도 있었다.


‘고작 30만원? 100만원도 아니고...’


회비 면제가 좀 끌리긴 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

어차피 명문고에서도 난 이닝 먹어주는 대회용 투수일 거다.

내가 다른 고등학교들로부터 연락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감독과 코치는 혹시나 떠난다고 할까봐 전전긍긍해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대회에 나가야 했으니까.


운이 계속 되면 실력이라는 말은 진짜였다.

황금사자기에서도, 청룡기 대회에서도, 대통령배에서도 같은 일은 반복되었다.

성적은 8강, 16강, 8강.

임마트배처럼 4강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작년에 단 한 번의 승리도 없이 전국 최약체에 랭크되었던 걸 생각하면 엄청난 성장이었다.

이제 덕죽고는 어느 대회에서든 유력한 8강 후보로 지목되는 학교가 되었다.


투수로는 나.

타자로는 강태현.


학교 성적을 떠나 개인적으로 고무적인 건 시간이 갈수록 몸이 커지며 구속도 올라가고 있다는 것.


따뜻한 봄을 지나, 뜨거운 여름을 지나, 시원한 가을까지 지나며 키는 175센티미터, 몸무게는 73킬로그램이 되었다.

거의 2년 만에 20센티미터, 23킬로그램의 피지컬 성장이었다.

전생을 생각하면 이 정도도 감지덕지인데 성장은 멈출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구속에 대해 말하면 점점 올라가서 최고구속 126킬로미터까지 던지게 되었다.

슬라이더는 110킬로미터대.


‘고등학교가 4학년까지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년에 140, 후년에 150 찍어서 확실하게 지명을 받을 텐데.’


전력으로 던진다면 구속을 더 올릴 수 있을 거 같은데 나노는 그동안 급한 성장을 했으니 천천히 올려야 한다고 했다.

제구를 위해서라도 구속증가에 너무 몰입되지 말라고 했다.


‘알았어. 니 말대로 하면 되잖아.‘


전력으로 던지라는 감독이나 코치의 말에도 전력으로 던지고 있는 거라고 하며 구속을 일부러 끌어올리지 않았다.

구종도 슬라이더부터 마스터하기 위해 일부러 추가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전생에 없던 일이 발생했다.


“뭐? 장학금 받고 팀을 떠난다고?”


떠나는 이는 강태현.

서울에 있는 명문고에서 강태현의 타격을 주목하고 회비 면제에 내년에 신인 트라이아웃까지 장학금 50만원까지 주며 데려가기로 했다.

전생과 달리 덕죽고가 대회에서 성작을 내었고, 대회에서 타석에 설 기회를 많이 얻은 강태현을 명문고에서 지켜본 것.

감독과 코치가 강태현을 말려봤지만 소용없었다.


강태현은 떠나기 전에 나에게 악담을 했다.


“야! 니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 넌 고등학교까지야.”


떠나기 전에 강태현은 날 비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난 내 인생 잘 살 테니까 너나 잘 해.”

“흥! 루저 새끼.”


강태현은 나만 아니라 은비에게도 악담을 했다.


“니가 여기서나 예쁘다 소리 듣지, 서울이 아니라 인천 시내만 나가도 너보다 예쁜 애들 널렸어!”

“그럼 걔들이나 쫓아다녀!”

“흥, 까칠한 년. 철호랑 어디까지 갔냐?”

“뭐?”

“그 새끼 쪼끄만 해서 거기도 작을 걸?”


강태현은 피식피식 웃으며 떠났다.


작년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성적을 거뒀음에도 덕죽고 야구부 분위기는 크게 침체되었다.

감독은 나까지 떠날까 안절부절 하셨다.


“철호야, 넌 안 떠나지?”

“안 가요.”

“그래. 믿는다. 주말마다 하는 노가다는 꼭 해야겠냐?”


대회 때는 어쩔 수 없이 중단하지만 그렇지 않은 때에는 주말마다 막일을 멈추지 않았더니 보다 못한 감독이 말씀을 하셨다.


“돈이...”


사실 나도 쉬고 싶기는 했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나노가 말하는 음식들을 사먹어야 하는데 그걸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하아, 알았다. 그런데 전학 오라는 연락이 아직도 많이 오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괴물선수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36화 NEW +7 11시간 전 1,747 72 13쪽
35 35화 +8 24.09.18 2,896 99 12쪽
34 34화 +12 24.09.18 3,072 99 13쪽
33 33화 +10 24.09.17 3,248 100 13쪽
32 32화 +11 24.09.17 3,585 107 13쪽
31 31화 +5 24.09.12 4,597 132 13쪽
30 30화 +1 24.09.11 4,469 115 13쪽
29 29화 24.09.10 4,630 109 13쪽
28 28화 +6 24.09.09 5,074 112 13쪽
27 27화 +11 24.09.08 5,314 116 13쪽
26 26화 +9 24.09.07 5,419 118 13쪽
25 25화 +8 24.09.06 5,562 115 13쪽
24 24화 +7 24.09.05 5,583 121 13쪽
23 23화 +5 24.09.04 5,535 117 13쪽
22 22화 +8 24.09.03 5,632 121 13쪽
21 21화 +7 24.09.02 5,656 123 12쪽
20 20화 +11 24.09.01 5,802 102 13쪽
19 19화 +4 24.08.31 5,729 107 13쪽
18 18화 +8 24.08.30 5,988 111 12쪽
17 17화 +3 24.08.29 5,962 123 12쪽
16 16화 +3 24.08.28 6,005 110 13쪽
15 15화 +3 24.08.27 5,989 110 13쪽
14 14화 +5 24.08.26 6,010 114 12쪽
» 13화 +6 24.08.25 6,107 124 12쪽
12 12화 +6 24.08.24 6,162 122 13쪽
11 11화 +4 24.08.23 6,201 106 12쪽
10 10화 +5 24.08.22 6,305 111 13쪽
9 9화 +4 24.08.21 6,323 105 12쪽
8 8화 +11 24.08.20 6,377 122 13쪽
7 7화 +6 24.08.19 6,487 111 13쪽
6 6화 +5 24.08.18 6,529 124 12쪽
5 5화 +5 24.08.17 6,687 124 12쪽
4 4화 +6 24.08.16 6,891 110 13쪽
3 3화 +7 24.08.15 7,313 108 13쪽
2 2화 +4 24.08.15 7,927 129 13쪽
1 1화 +5 24.08.15 9,571 12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