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선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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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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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작품등록일 :
2024.08.15 09:04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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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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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2화

DUMMY

“다음 경기 선발이요.”


다음 경기는 5일 후에 있었다.


“그건 당연하지. 너 밖에 누가 던지겠니?”

“그럼 그때 이기면 또 고기 사주세요.”

“이길 자신은 있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투구수도 예술이었다. 많이 던졌으면 쉬어야 해서 다음 시합에 출전 못할 수도 있었어. 내가 아무리 돈이 없어도 너는 어떻게든 고기 사줄게. 그런데 일은 계속 할 거냐?”


여기서 일이란 막일이었다.


“이번 주는 시합 땜에 못하죠.”

“다음 주는?”

“해야죠. 돈 벌어야 합니다.”

“후우, 그래.”


감독은 한숨을 내쉬며 열심히 고기와 밥을 먹는 나를 안쓰럽게 쳐다보셨다.

막일 그만두고 야구에 몰입하라고 하고 싶지만 가정형편이 뻔한 걸 알고 있는데 하지 말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첫 승리를 가지고 덕죽도로 돌아오니 애들만 아니라 주민들까지 크게 반겨주셨다.

야구부를 만드는데 힘을 쓰셨던 이장님을 비롯해 어르신들이 마을 회관에 거하게 식사를 준비하시고 야구부 전부를 부르셨다.

또 한 번 회식을 하는 셈.

어르신들은 내 활약을 듣고 먹을 걸 내 앞으로 몰아주셨다.

특히 고기!


‘와아, 이번 주는 나가서 고기 안 먹어도 되겠다.’


첫 회식에도 코치가 고기를 내 밥그릇에 잔뜩 올려주셔서 많이 먹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니까.


긴 회식이 끝나고 은비를 해변에서 만났다.


“오오, 덕죽고 스타! 한. 철. 호!”

“쑥스럽게 왜 그래?”

“처음에 거짓말인 줄 알았어. 처음 등판해서 9회까지 던진 것도 대단한데 이겼잖아! 말 좀 해봐. 구속도 느린데 어떻게 완투를 했어?"

“완투 아니라 완봉. 한 점도 안 주고 이겼다고.”

“그 거나 그 거나. 둘 다 9회까지 던지고 이긴 거잖아?”

“그렇긴 해.”

“홈런도 니가 쳤다며?”

“흐흐. 맞아.”


홈런 생각을 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공을 때릴 때의 그 짜릿함은 몇 번을 생각해도 즐거웠다.


“타격은 언제 연습했어?”

“평소에.”

“거짓말.”

“후보지만 나도 야구부거든? 무시하는 거냐?”

“그 야구부 선수는 저녁마다 나랑 놀지 않았어? 기타 치고 노래 부르면서?”

“그래, 솔직히 말할게. 운이 좋았어.”


다른 애들보다 훈련량이 적은 건 사실이었다.

가상현실을 따지면 나보다 앞설 애가 한 명도 없겠지만 말이다.


“진짜 대단하다. 이제 스카우트들이 학교로 찾아와서 너 지켜보고 그런 거야?”

“에이, 고작 한 경기인데?”

“그래도 임펙트가 크잖아?”

“나도 스카우트가 와서 봐주고 그러면 좋겠다. 그런데 그러기엔 구속이 너무 느리고, 홈런도 운이라 여길 거라서...”


기대를 안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솔직히 스카우트가 찾아오는 건 기대하기 힘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잘하면 오겠지.”

“그럴까?”

“그럼! 다음에도 활약해봐. 잠깐! 활약하면 안 되겠는데? 넌 가수해야 하는데?”

“그만 해. 가수 진짜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


5일 후에 벌어진 두 번째 시합은 첫 시합의 판박이였다.

이번에도 평일에 시합이 있어서 덕죽고 응원석은 비어 있었다.


상대가 첫 공격이었는데 9회초까지 내가 던진 공에 휘말려 점수를 내지 못했다.

타석에서 공을 때리지 못한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안타가 없고, 사사구도 없었다.

그럼에도 안타와 사사구는 없지만 상대팀은 매 이닝 출루했다.

이유는 실책 때문에.


딱 집어 누가 실책한 게 아니라 내야수, 외야수 구분 없이 골고루 실책을 범했다.

심지어 포수인 기성이까지.

저번 경기에서 아무 문제가 없던 기성이는 이번 경기에서 문제의 입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첫 승리 후에 잊어먹었던 부담감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


야수 실책으로 출루한 상대팀 주자가 1루에서 2루로 도루하는데 기성이가 2루로 송구를 못했다.

난 타임을 걸고 기성이를 마운드로 불렀다.

기성이는 허옇게 질린 얼굴이었다.


“미, 미안하다.”

“기성아? 부담 갖지 마라. 우리가 설마 오늘 이기겠니?”

“으응?”

“하하. 이길 거 같았어? 장난해? 우리 덕죽고야. 1승은 행운이었고. 이상한 상상하지 마. 다들 실책하는 꼬라지 봐라. 이기겠어?”

“아! 그런가?”


갑자기 기성이의 얼굴에 피가 돌며 얼굴이 환해졌다.

부담감이 사라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고, 이후로 기성이는 더 이상 실책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성이 편하라고 말한 거랑 다르게 나와 나노는 실점하지 않으려고 기를 썼다.

그럼에도 첫 경기처럼 실점을 안 할 수는 없어서 8회말까지 2점을 내줘야 했다.

그나마 상대가 2점 밖에 내지 못하게 한 게 기적이었다.


덕죽고 공격에 대해 말하면 이번에도 강태현 하나만 빛이 났는데 악을 쓰면서 배트를 휘둘러 안타 2개에 도루 2개, 홈런까지 내며 크게 활약했다.

덕분에 우리 팀은 1점을 냈다.

후속타가 없어 유일한 홈런만 득점을 낸 것.


“와씨, 야! 니들 하나라도 쳐야지! 내가 득점 찬스를 몇 번이나 만들어줬냐? 어?”


뻐엉~ 우당탕.


강태현은 쓰레기통을 걷어차며 화를 냈다.

감독이나 코치가 주의를 줄만도 했지만 가만히 있었다.

솔직히 강태현의 심정이 두 분의 심정이었고, 잘 치는 강태현의 기를 꺾지 않으려는 것.


‘개새끼. 전생에도 저 지랄하면서 대놓고 날 때렸지.’


물론 나도 이기고 싶다. 하지만 강태현에게 맺힌 게 많아서 저런 행동이 전혀 공감 가지 않았다.


“우리 애들 타격 연습 많이 시켜야겠다.”

“네.”


감독의 말에 코치도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9회초까지 끝나고, 9회말에 1점이 뒤진 상황에서 강태현이 안타를 치고 나갔고, 내가 대타로 타석에 섰다.


[이번에도 홈런 치세요.]


‘그래, 꼭 홈런 쳐야지.’


이때 투수가 모션을 취하며 공을 던지는데...


[몸 쪽 높게!]


듣자마자 가상현실에서 몸 쪽 높은 곳을 때렸던 걸 떠올리며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악~ 쭉쭉쭉, 쭉쭉쭉.


5일 전의 그 상황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야구공.


“됐다!”

“으와아아아!”

“넘어간다!”


터어엉.


펜스를 넘어 관중석에 떨어진 공.

홈런이었다.


“넘어갔다! 넘어갔다!”

“미쳤다. 한철호!”

“우와, 또 홈런?”


더그아웃의 환호를 들으며 나는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았다.

이번에도 강태현은 애들의 맨 뒤에 서서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첫 승리의 감격에다 이어진 2승의 놀라움. 이제 덕죽도 사람들은 만나면 야구부 얘기만 하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3회전이 3일이 지나 벌어졌다.

이번에도 선발은 나.

2회전 때에 74개를 던졌고, 투구수 75개를 넘지 않았기에 2일의 휴식을 가진 후에 선발로 나설 수 있었다.


이번에도 110~120킬로미터의 포심과 90~100킬로미터의 슬라이더를 던지는 내 공에 상대팀 타자들이 농락당했다.

아예 맞추지 못하면 투수의 제구나 완급조절, 구위 등에 타자들이 말렸다고 하겠지만 그게 아니었다.

치기는 친다.

문제는 죄다 땅볼과 뜬공이고, 정타로 제대로 맞는 건 하나도 없다는 것.


그러면 출루를 못하는가?

그것도 아니었다.

땅볼이라도 발이 빠른 선수는 내야 안타를 만들었고, 아웃될 상황이지만 실책으로 출루 시킨 경우도 여럿 있었으니까.

문제는 어떻게든 득점으로 이어지면 되는데 묘하게 상대는 점수를 내지는 못한다는 거.


기성이의 입스?

이번에도 설마 이기겠냐? 우리 덕죽고야를 시전 했더니 긴장감 0!


3회전의 상대는 서울 소재의 야구부로 전통이 있어 이름값이 상당한 학교였다.

1회전, 2회전에서 에이스를 비롯해 뛰어난 투수들을 쓴 상태에서 3회전 상대가 우리였기에 이 학교의 감독은 중간급 투수를 선발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번 시합에서 독기를 잔뜩 품은 강태현이 드디어 일은 내고 말았다.

첫 타석에 홈런을 날린 것.


“으아아악! 아악! 아악!”


지랄발광을 하면서 강태현은 그라운드를 돌았다.

나중에 프로 지명을 받고, 1군에서 활약도 하는 놈이니까 어쩌면 이 정도는 당연한 결과였다.

애들이 모두 환호를 해줬으나 난 가만히 있었다.

강태현도 굳이 나한테까지 와서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았는데 얼굴은 ‘봤냐?’ 뭐 이런 표정이었다.


1회초에 강태현이 낸 1점은 9회말까지 이어졌고, 결국 1대 0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1회초에 실점하고 상대가 얼른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상대 감독은 이닝이 계속 지나는데 득점을 못하니까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했고, 8회 정도에 와서는 타자들이 아웃이 될 때마다 고함을 내지르며 분통을 터트렸다.

연이은 승리 후에 덕죽고 야구부는 대회의 다크호스가 되었다.

이제 누구도 최약체라며 우습게보지 않게 되었다.


프로구단의 스카우트들도 우리 시합을 지켜보러 올 정도였다.

다른 학교에서 날 주목했으나 딱히 공략 방법이 나오질 못했다.

이유는 아까 말한 것처럼 치지 못하는 게 아니니까.

구속도 느리고, 구위도 딱히 특별할 게 없고, 맞추기는 하고.

상대편 야수들은 실책을 연발하고.

이러니 대책이 있을 수가 있나?


4차전은 16강전이었다.

3차전이 벌어지고 3일 후에 치러졌는데 이때도 내가 선발이었다.

3차전에서도 투구수가 74개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60구 안으로 끊어야 해.’


왜냐하면 이번에 승리한다고 하면 5차전이 이틀이 지나 예정되어 있으니까.

고교야구 투구 제한에 따르면 45~60구 일 때는 하루 휴식 후에 다시 던질 수가 있었다.


그럼 6차전은?

이때는 하루 뒤에 있기에 어떻게 해도 선발로 나설 수는 없었다.

아무리 나노가 도와준다 해도 44구 이내로 상대를 이기는 건 불가능하니까.


‘6차전까지만 가면 4강까지는 간 거다. 이 정도면 엄청난 거지.’


전국 최하위에서 무려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는 것.


‘일단은 4차전 이기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5차전도 있는 거잖아?’


이전에도 타자가 제일 좋아하는 코스로 던졌는데 오늘은 더욱 더 그렇게 했다.

특별히 나노의 도움으로 상대 타자의 타구가 투수 앞으로 날아오게 했다.

나도 맞으면 아프고, 손에 맞으면 투수로서 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는 거 안다.

때문에 내 쪽으로 타구가 오지 않도록 해야겠지만 승리를 위해 위험을 자초했다.

타구가 날아올 때마다 동물적 감각과 순발력으로 공을 잡아냈다.

위험을 감수했더니 확실히 투구수가 줄었다.

9회초를 0으로 끝낼 때까지 투구수가 딱 60구였으니까.


마지막 공격인 9회말.

이번에도 내가 대타로 나섰다.


홈런! 홈런! 홈런!


우리 더그아웃에서 애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꼭 칠게.’


그런데 이게 웬일?


“심판님! 고의사구요!”


상대편 감독은 홈런이 맞을 걸 두려워해 날 1루로 보냈다.


‘나노야, 어쩌지?’


[도루해서 투수를 흔들어야죠.]


‘그래, 그래야겠다.’


1루로 나가 리드폭을 넓히는데 견제구가 계속 들어왔다.

무려 다섯 번이나.


‘아이씨. 적당히 던지지.’


숨이 좀 차올랐지만 그렇다고 도루를 안 할 수 없었다.

투수는 숨을 고른 후에 드디어 포수에게 던지는데 그 순간 난 2루로 달려 나갔다.


후다다다닥.


포수는 공을 받자마자 2루로 송구했지만...


“세잎!”


도루 성공 후에 두 손을 번쩍 쳐들었는데 양쪽 더그아웃에서 탄성이 새어나왔다.


“저 새끼, 왜 저렇게 빨라?”

“쟤는 투수 왜 하지? 홈런도 잘 치는데 지타 하는 게 낫지 않나?”

“와아, 쟤를 어떻게 잡아?”


한편 타석에 선 타자는 배트조차 휘두르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마무리로 나온 상대 투수가 153킬로미터의 공을 던져서 잔뜩 쫄았기 때문.

그런데 나 때문인지, 원래 제구가 약한 투수인지 타자는 볼넷으로 1루로 나갔다.

다음 타자가 나왔는데 난 또 도루를 했다. 여기서 상대 투수가 또 흔들리며 또 볼넷.

세 번째 타자는 강태현이었다.


‘난 친다! 무조건 친다!’


볼넷으로는 임펙트가 없고, 스카우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강태현은 볼이 와도 치리라 마음먹었다.

만루 상황인데 투수가 던진 공은 강태현의 몸을 향해 날아왔다.

실투였다.


퍼억!


맞은 공은 옆구리.


“으으윽!”


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이겼으니 기쁘기도 한 애매한 상황.

아픈 곳을 부여잡고 1루로 나가고, 다른 주자들도 한 베이스씩 진루.


“이겼다! 이겼다!”


홈에 들어와 다른 애들이랑 기쁨을 나누다 보니 승리한 것과 함께 행복함이 밀려왔다.


[행복물질이 솟아나와 복구율이 12%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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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5 24.09.12 4,600 132 13쪽
30 30화 +1 24.09.11 4,472 115 13쪽
29 29화 24.09.10 4,634 109 13쪽
28 28화 +6 24.09.09 5,076 11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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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화 +11 24.09.01 5,805 10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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