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선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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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그림/삽화
얼음콜라
작품등록일 :
2024.08.15 09:04
최근연재일 :
20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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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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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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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417

작성
24.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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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화

DUMMY

“야! 한철호!”


날 부른 건 강태현.

기성이도 체격이 좋지만 강태현이 기성이보다도 더 좋았다.

왔구나!

느낌이 팍 왔다.

저 새끼 목소리부터가 달랐으니까.


“나? 왜?”

“너 은비랑 사귀냐?”

“내가?”

“그래. 사귀냐고.”

“친군데?”


변명하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사귄다고 생각해도 은비는 아닐 수 있었다.

마침 은비가 없었는데 주위에 다른 애들은 있었고, 나중에 애들에게서 은비가 내가 사귄다고 했다고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쁠 수 있었기에 친구라고 했다.


“너 밤마다 은비 만나지?”


은비랑 만난 지가 이제 열흘이나 되었나?

짧은 시간인데 어떻게 벌써 소문이 퍼졌는지 의아했다.

이미 이런 일이 생길 거라 예상했고, 가상현실에서 무술 훈련을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하고 있긴 했다.


“그래. 근데 왜?”

“이제 만나지 마.”


이 새끼 또 지랄이다.

전에 말했듯 은비에 관심을 가지거나, 은비를 오래 쳐다만 봐도 시비를 거는 새끼.


“니가 뭔데?”

“이 새끼가!”


퍼억.


태현이가 손바닥으로 내 머리통을 때렸다.

이건 주먹으로 얼굴을 맞는 것보다 더 기분 나빴는데 충분히 피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맞아주었다.

왜냐하면 이래야 내가 공격을 해도 핑계거리가 있으니까.


“어디서 말대꾸야? 만나지 말라면 만나지 마, 새끼야!”

“씨팔!”


만일 전생의 나였다면 이 상황에서 발끈조차 못했을 거다.

하지만 이미 늙어서 죽을 때까지 살아봤던 나였고, 언제든 한 번 부딪히려고 마음먹고 있던 상태였다.

물론 주먹질을 하며 싸운 건 너무 오래 되어 기억도 나지 않았다.


‘초딩 때니까 90년 됐나? 95년?’


가상현실에서 오랫동안 무술과 격투기를 훈련했지만 막상 2배 덩치의 상대랑 싸우려는 두려움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또 학폭에 시달리며 전생과 똑같은 삶이 반복될 거란 생각에 몸이 떨림에도 주먹을 말아 쥐었다.

가상현실에서 훈련한 것에 따라 뒷발에 힘을 주며 허리를 비틀어 상체로 가져온 힘을 제대로 실어서 작정하고 휘둘렀다.

마치 배트로 스윙을 하듯이.

권투로 치면 스트레이트.

목표는 턱!


휘이익~ 빠악.


흔들.


제대로 맞아 턱이 돌아가며 태현은 철퍼덕 쓰러졌다.


오오오.


지켜보던 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새어나왔다.

누구도 내가 휘두른 주먹에 태현이가 쓰러질 거라 상상을 못했는데 그게 현실로 일어났으니 다들 놀란 것.

속이 너무 시원했다.

묵고 묵은 때가 벗겨진 거 같고, 단단한 껍질을 깨버리고 나온 거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도 들었다.


‘설마 죽었나?’


맞을 때에 소리가 너무 컸다.


‘혹시 주먹에 나노막 씌웠니?’


[안 씌웠고, 안 죽었습니다. 혹시 죽을까봐 주인님의 힘을 좀 줄였습니다.]


‘아, 그래?’


나노의 대답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쓰러진 태현은 정신을 못 차리고 머리를 흔들더니 몇 초 후에야 입을 열 수 있었다.


“감히 날 때려?”

“감히?”


어이가 없네.

지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감히라는 말이 나오는 걸 보니 평소에 날 얼마나 우습게 봤는지 알 수 있었다.


“더 맞을래?”

“이 찌질이 새끼가!”


태현은 몸을 일으키는 듯 하더니 들소처럼 두 팔을 뻗으며 내 몸을 덮치려 했다.

놈의 의도는 날 쓰러뜨린 후에 위에 올라타서 주먹질을 하려는 것.


[피해야 합니다!]


나노의 급한 외침.

육체가 성장하면서 함께 좋아진 게 있으니 바로 동체시력과 민첩한 신체반응.

아직 성장 중이지만 나노가 만들어주는 근육은 동물의 그것에 가까웠기에 순간적인 움직임은 엄청 빨라졌는데 굳이 비교한다면 고양이의 순발력 정도?

으음. 솔직하게 100%는 아니고 50% 정도?

물론 이 정도로도 피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샤샤샷.


얼른 옆으로 피했는데 이것만 아니라 날 잡으려는 태현의 어깨를 힘껏 밀쳤다.


우당탕탕.


볼썽사납게 책상 몇 개를 넘어뜨리며 앞으로 엎어진 태현.

엉덩이를 발로 차줄까 하다가 외쳤다.


“일어나, 이 새끼야.”


태현은 옆에 있는 의자를 잡고 엉거주춤 일어났다.


“아우~ 씨팔! 쪽 팔려서...”


몸을 돌리는데 두 손과 옷 곳곳에 먼지가 묻고, 얼굴은 분노와 부끄러움으로 시벌개진 상태였다.

태현과의 거리가 대략 2~3미터.

딱 뒤돌려차기 적당한 거리였다.

내가 얼른 선공을 안 하면 태현이가 선공을 가할 상황.

저 새끼는 기회를 노리며 들소처럼 날 덮치려 했는데 또 기회를 줄 건가?

이 생각이 드니 주저 없이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앞으로 한 발 나서며 바람처럼 몸을 돌려 몸을 솟구쳤다.

이것만 아니라 땅을 짚지 않은 다른 발로 태현의 턱을 향해 휘둘렀다.

이 정도면 뒤돌려 날라차기라고 해야 하나?

날아 돌려차기라고 해야 하나?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발을 돌렸는지 나중에 싸움을 지켜본 애들이 말하는 걸 들어보니 몸놀림이 태권도 선수 같았다고 했다.


휘이익~ 빠악!

흔들!


제대로 맞은 태현의 얼굴이 크게 흔들렸고, 눈이 뒤집혔다.


쿠웅!


태현은 기절한 채로 쓰러졌다.


‘죽었니? 나노야, 죽었어?’


복수는 하고 싶었지만 살인자가 될 마음은 없었다.


[숨 쉽니다.]


‘후우, 다행이다.’


안도가 되면서 찌르르 솟구쳐 오는 기쁨.

전생부터 쌓인 오래된 원한이 풀린 탓이었다.


‘이겼어! 이겼어! 저 개새끼! 고등학교 3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괴롭힌 저 개새끼를 이겼어!’


[최곱니다! 행복의 감정으로 나노입자를 복구하는데 꼭 필요한 물질이 생성되었습니다. 나노입자가 4% 복구 되었습니다.]


‘4%?’


3%를 넘어 4%까지?

그런데 속도가 너무 느린 거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2104년의 기술력으로만 만들 수 있는 나노입자를 복구하는 게 쉬운 거 같으세요? 4%도 대단한 수치입니다.]


‘그래. 알았어.’


그런데 나노와 한가하게 떠들 분위기가 아니었다.

날 쳐다보는 눈길이 한 둘이 아니었으니까.


“...다들 봤지? 이건 쟤가 자초한 거야. 쟤가 먼저 공격했다.”


쓰러진 태현이를 두고 돌아서는데 애들이 자초라는 단어의 뜻을 알까 싶었다.

한편 나와 태현이가 싸운 건 금세 소문이 퍼졌다.


“야! 니들 싸웠어?”


오후에 훈련을 받으려 운동장에 나갔는데 감독이 나랑 태현이를 불러서 물으셨다.

내가 가버리고 얼마 후에 정신을 차린 태현이는 연습을 빠지지 않고 훈련장에 나타났다.

하지만 날 보고 노려만 볼 뿐 말은 없었는데 더 싸울 마음은 없는 거 같았다.


“.....”

“.....”

“왜 말이 없어? 강태현!”

“네.”

“니가 말해봐. 왜 싸웠어?”

“.....”

“어쭈, 말 안 해? 한철호?”

“네.”

“말해봐. 왜 싸웠어?”

“그게...”


난 왜 싸우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무슨 일이지 알게 되자 감독이 강태현을 노려보셨다.

얼굴이 벌게지며 눈을 못 맞추고 고개를 숙이는 강태현.


“못난 새끼. 니가 은비 남자친구도 아닌데 왜 간섭이야? 너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잖아. 야구부에서 쫓겨날래? 다른 학교에서도 받아주지 않아서 여기까지 왔잖아. 아니야? 프로선수 포기할 거야?”

“.....”


이미 같은 일로 여러 번 주의를 받았던 태현이라 입을 꾸욱 다물고 대답을 못했다.

감독은 시선을 나에게로 돌리며 목소리를 높이셨다.


“그리고 한철호? 넌 왜 밤에 만나? 밤에 만나서 뭐했어?”

“노래 가르쳐줬는데요. 손도 잡은 적 없습니다.”


이상한 짓을 한 적이 없기에 난 당당했다.

밤이라는 단어 때문에 나쁜 상상을 하는 거 같지만 진짜 은비의 손조차 잡은 일이 없었다.


“뭐? 노래?”

“은비가 노래 배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니가 노래를 가르쳐줄 실력이나 있어? 너 노래 잘해?”

“...네.”

“진짜? 한 번 불러봐.”


그래서 불렀더니 감독만 아니라 주위에 있던 애들까지 전부 오오~ 하면서 탄성을 터트렸다.

일단 발성이나 고음처리 같은 걸 떠나서 음색 자체가 일반인 수준을 뛰어넘었으니까.


“너 진짜 잘 부르는구나? 그런데 진짜 노래만 가르쳐줬어? 딴 짓은 안 했어?”

“무슨 딴 짓이요? 손도 잡은 적 없다니까요?”

“흠흠. 그래? 하여튼 밤에 만나지 말고 낮에 만나.”

“낮에는 훈련하잖아요?”

“철호야? 넌 그냥 훈련 빠지고 노래 부르는 건 어떠냐? 들어보니까 진짜 잘 부르는데. 어차피 야구... 그냥 그렇잖아?”


감독이 대놓고 야구 그만하라고 한 건 처음이었다.


“전... 야구 하고 싶은데요?”

“후우, 넌 피지컬이 안 되잖아. 난독증이라 공부 쪽도 아닐 테고. 의외로 싸움은 좀 하는 거 같은데 야구가 격투기냐?”

“.....”

“노래 들어보니 네 재능은 이쪽인 거 같은데 훈련 나오지 말고 노래 연습이나 해라.”

“...조금씩이지만 키도 크고 있고, 몸무게도 늘고 있습니다.”


성장이 더딘 건 나도 아쉽지만 나노가 도와주고 있으니 반드시 클 거란 확신이 있었다.

야구를 벌써 포기하기 싫었다.


“그래도 타고난 재능은 야구가 아니라 가수인 거 같은데?”

“감독. 가수는 졸업 후에 생각하겠습니다.”

“후우, 알았다. 아무튼 나오든 말든 니가 알아서 하고, 앞으로 싸우지 마라. 특히 태현이!”

“네.”

“친구 때려서 여자 뺏으려는 거 엄청 쪽 팔린 짓이라는 거 알지? 지금이 처음도 아니야. 경고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한 번만 더 이런 사고 치면 나도 더는 감싸줄 수 없어. 지명 받고 프로 가고 싶으면 야구나 잘 하라고! 넌 피지컬도 좋고, 야구부에서 유일하게 프로까지 도전할 재목이야.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한다는 게 고작 여자야? 어?”

“...죄송합니다.”


입으로는 죄송하다고 하지만 표정은 억울함이 가득했다.


“둘 다 가! 가서 훈련이나 잘 해! 그리고 너희들!”


감독은 야구부의 다른 애들을 노려보며 크게 외쳤다.


“니들 태현이처럼 은비 뺏겠다고 개짓거리 하면 당장 쫓겨날 줄 알아. 야구나 잘해! 알았어?”


감독의 호통 후에 연습하러 흩어졌다.

강태현은 날 노려보았지만 난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이 사건 이후로 날 작다고 무시하는 시선은 사라졌다.

하지만 난 여전히 후보선수였다.


#


훈련이 끝나고 숙소로 가려고 할 때에 은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철호야!”

“은비?”


오오오오.


등 뒤로 야구부 애들의 탄성이 들려왔고, 나도 모르게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덥썩.


갑자기 은비가 내 손을 잡았다.

난 깜짝 놀랐다.


“왜, 왜 이래?”

“가자!”


은비가 날 끌어당겼고, 난 조금도 버티지 못하고 끌려가야 했다.

뒤에서 태현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지만 가는 내내 은비는 내 손을 놓지 않았는데 은비의 손이 왜 이렇게 부드럽고 따뜻한지.

애들이랑 강태현이 지켜보는 가운데 은비가 대놓고 내 손을 잡은 것 때문에 심장도 빠르게 뛰고 있었고, 구름 위를 걸어가는 기분이었다.


[나노입자를 복구할 물질이 몸에서 엄청나게 생성되고 있습니다. 이건 기적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수치입니다. 5%를 넘어 6%가 복구 되었습니다.]


‘알았으니까 분위기 깨지 말고 조용히 해줄래?’


나한테는 6%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은비를 따라 간 곳은 맨날 노래 연습을 하던 바닷가의 정자.


“은비야, 손은 그만 놔.”

“태현이랑 싸웠다며?”


내가 태현과 싸울 때는 오전 수업이 끝난 이후였고, 마침 은비는 교실에 없었다.


“이겼다며? 어디 맞은 데는 없어?”


은비가 날 이리저리 살폈다.


“없어. 멀쩡하잖아.”

“왜 싸운 거야?”

“말이 필요해? 뻔하잖아. 그 새끼.”

“알아. 나 때문이지? 진짜 걔는 지긋지긋해. 누구든 혼내줬으면 했는데 잘 됐어. 그런데 어떻게 이긴 거야? 태현이는 너보다 덩치가 2배잖아?”

“덩치가 커도 뒤돌려차기 한 방으로 기절하던데?”

“오오, 뒤돌려차기? 태권도 배웠어?”

“어렸을 때. 학원 다녔지.”


배운 적은 없지만 가상현실에서 배웠다고 할 수 없으니 그냥 이렇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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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3화 +10 24.09.17 3,248 100 13쪽
32 32화 +11 24.09.17 3,585 107 13쪽
31 31화 +5 24.09.12 4,597 132 13쪽
30 30화 +1 24.09.11 4,469 115 13쪽
29 29화 24.09.10 4,630 109 13쪽
28 28화 +6 24.09.09 5,074 112 13쪽
27 27화 +11 24.09.08 5,314 116 13쪽
26 26화 +9 24.09.07 5,419 118 13쪽
25 25화 +8 24.09.06 5,562 115 13쪽
24 24화 +7 24.09.05 5,583 121 13쪽
23 23화 +5 24.09.04 5,535 117 13쪽
22 22화 +8 24.09.03 5,632 121 13쪽
21 21화 +7 24.09.02 5,656 123 12쪽
20 20화 +11 24.09.01 5,802 102 13쪽
19 19화 +4 24.08.31 5,729 107 13쪽
18 18화 +8 24.08.30 5,988 111 12쪽
17 17화 +3 24.08.29 5,962 123 12쪽
16 16화 +3 24.08.28 6,005 110 13쪽
15 15화 +3 24.08.27 5,989 110 13쪽
14 14화 +5 24.08.26 6,010 114 12쪽
13 13화 +6 24.08.25 6,106 124 12쪽
12 12화 +6 24.08.24 6,162 122 13쪽
11 11화 +4 24.08.23 6,201 106 12쪽
10 10화 +5 24.08.22 6,305 111 13쪽
9 9화 +4 24.08.21 6,323 10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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