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선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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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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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작품등록일 :
2024.08.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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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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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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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화

DUMMY

두근두근, 두근두근.


유격수 자리에 서있는데 심장이 빠르게 뛰며 손바닥이 땀에 젖었다.

긴장감이 고교 때에 나간 대회랑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진정하세요.]


‘그래. 나도 진정하고 싶은데 나한테는 이게 프로 데뷔나 다름이 없거든? 게다가 유격수 포지션은 처음이다.’


[브레인 도핑을 걸어드리겠습니다.]


찌리리릿.


개안한 듯 눈이 밝아지고, 나내던 심장도 안정을 찾는 기분이었다.


‘고맙다.’


[근육에 흔적남기기도 해드릴게요. 유격수 수비를 할 때에 필요한 근육들입니다. 특히 다리요.]


‘다리?’


[공은 팔이 아니라 다리로 받는 거니까요.]


“후우우, 후우우.”


난 유격수 자리에 서서 길게 심호흡을 몇 번 했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2루, 3루를 쳐다봤는데 레전드 선수들이 날 의식하는 게 느껴졌다.

마치 ‘저 새끼 잘 할까?’, ‘쟤 때문에 지는 거 아니야?’, ‘실수하면 안 되는데.’ 이런 거였다.


실제로 3루에 있던 40대 중반의 레전드 선수인 선도훈이 한마디 했다.


“야! 실수하지 마라. 지면 너 때문에 지는 거다.”

“예!”


일단 대답은 우렁차게 했다.


‘베이스가 작네.’


메이저리그는 마이너 리그와 독립 리그 등에서의 시범 운영을 거쳐 2023년부터 한 변의 길이가 18인치(45.72cm)로 늘어난 베이스를 정식 도입한다.

KBO도 확대된 베이스를 따른다.

그런데 지금은 2019년이라 베이스 크기는 커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때 타자가 나와서 타석에 섰고, 나노의 음성이 들려왔다.


[포수의 사인이 포심입니다. 스트라이크존 6번. 몸 쪽 가운데. 상대팀 1번은 초구를 잘 치고, 몸 쪽에도 강하니까 칠 겁니다.]


‘몸 쪽에 강한 건 어떻게 아니?’


[인터넷 시합영상을 분석했습니다.]


‘인터넷은 언제 했는데?’


[어제 랜선을 뽑아서 손에 잡고 자달라고 했잖아요? 그때 했죠.]


이전에도 잘 때에 나노가 인터넷에 접속했는데 그 사실은 감췄다.


‘허얼, 랜선을 손으로 잡기만 했는데 인터넷을 해?’


[전 인간이 아닙니다. 손바닥을 통해 랜선과 연결해서 인터넷에 접속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습니다.]


‘그래, 넌 인간이 아니지.’


인간이 아니니 모니터가 필요 없었다.


[타구의 예상궤적은...]


나노는 타석에서 날아오는 공의 예상궤적을 나타내 주었다.

이건 시신경에 바로 쏴주는 거라 남은 보지 못하고 나만 볼 수 있는 거였다.


‘오우, 이거 뭐니?’


[나노입자 복구가 12%를 넘어서면서 원래 기능 중에 하나를 찾았습니다. 다만 정확도는 30% 밖에 안 됩니다.]


‘오호, 또 찾은 거야? 도대체 기능이 얼마나 되니?’


[많죠.]


‘진짜 너만 있으면 못할 게 없겠다. 타격이면 타격, 수비면 수비.’


[정확도가 30%라서 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없는 거보다 낫지.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더 정확해질 테고.’


[그렇기는 합니다.]


‘으음. 이동해야겠는데?’


예상궤적을 보니 지금 서있는 자리에서 옆으로 몇 발자국, 뒤로 두어 발자국 이동해야 했다.

내가 슬금슬금 위치를 바꾸는데 3루에 있던 3루수 선도훈의 음성이 들려왔다.


“야! 위치 지켜.”


레전드 선수의 위엄 있는 목소리.

찔끔하며 물러서려는데 이 순간에 이주성이 투구를 했고, 이걸 상대팀 1번이 받아쳤다.


따아악!


정확하게 나노의 예상궤적을 따라 직선으로 날아오는 야구공.

머리가 반응할 틈도 없이 글러브를 낀 왼손이 움직였다.

동물적 반사신경이었다.

동물의 그것처럼 근육세포를 만들었으니 동물적이 아니라 그냥 동물 그 자체인가?


퍼억!


야구공이 글러브 안에 들어왔다.

잡았다는 표현보다 이게 더 정확한 표현일 거다.

마치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것처럼 공은 정확하게 글러브 속으로 쏙 들어왔다.


오오오오.


지켜보던 선수들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엄청 빠른 타구였고, 위치이동이 없었다면 잡기 힘들었을 속도였다.


“어? 잡았네?”


나에게 뭐라고 했던 선도훈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려운 직선타를 잡았으니까.


“이야, 잘했다!”


2루수인 민근수의 외침이었다.

살짝 멍한 상태였던 나는 공을 투수에게 던져 준 나는 민근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상대팀 2번 타자가 나왔는데 이번에도 나노의 조언이 있었다.


[사인은 바깥쪽 슬라이더. 좌타자니까 밀어 치면 이 궤적으로 올 겁니다.]


나노가 알려준 궤적이라면 현재 위치에서 3루 쪽으로 더 붙던가, 아니면 잽싸게 몸을 날려야 받을 수 있었다.

이미 선도훈으로부터 위치를 지키라는 말을 한 번 들었기에 다가갈 용기는 없었다.

다만 언제든 3루 쪽으로 몸을 날릴 준비를 하며 기다렸다.

그리고!


따아악.


또 초구를 받아친 상대팀 2번.

땅을 때리며 날카롭게 날아오는 공이었다.

이미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한 걸음 내딛은 후에 몸을 날리며 글러브를 낀 왼손을 쭉 뻗었다.


퍼어억.


멋진 다이빙 캐치였다.

192센티미터의 내가 다이빙해야 할 정도니 3루 쪽에 많이 치우친 공이었고, 넓은 수비범위가 돋보이는 수비였다.

바운드 된 공이었기에 얼른 일어난 후에 1루를 향해 던졌다.


이때도 나노는 1루로 향하는 궤적을 보여줬고, 찰나의 순간에 궤적을 보면서 그 방향으로 던졌다.

던져진 야구공은 궤적을 따라 날아간 후에 1루수의 글러브에 들어갔고...


“아웃!”


1루심의 손이 올라갔다.


찌르르르.


내가 이런 명수비를 펼치다니!

온몸에 짜릿하게 느껴지는 도취감.


[나노입자를 복구할 물질이 몸에서 엄청나게 생성되고 있습니다. 나노입자 복구율이 15%가 되었습니다.]


처음의 직선타는 멋모르고 잡았지만 이번에는 작정하고 몸을 날려서 잡았다.

내 평생 처음 해보는 다이빙 캐치라서 더 짜릿했다.


와아아아.


양쪽 더그아웃에서 감탄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오오, 잘했다!”


날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준 건 이주성.

얼른 이주성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행복물질이 많이 배출되어 나노입자 복구율이 16%가 되었습니다.]


레전드 선수의 첫 칭찬에 복구율이 또 올랐다.

난 천천히 걸어 처음에 선 유격수 자리로 돌아갔다.

공 2개로 두 타자를 처리한 이주성은 등 뒤가 든든해지며 마음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은퇴하고 4년 만에 서는 마운드.

구속은 120킬로대로 현역 때보다 20여 킬로미터나 줄어든 상태.

어깨도 좋지 않아 사실 마운드에 서며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안타가 될 타구 2개를 신인 유격수가 잘 잡아줬다.


‘생각보다 수비를 잘 하네. 마지막도 잡아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3번 타자는 초구는 건들지도 않았고, 이건 볼이었다.

2구는 바깥쪽으로 빠지며 또 볼.

3구는 너무 낮게 들어가며 포수가 간신히 블로킹하여 빠지는 걸 막았다.

연속으로 공 3개가 볼.

꼭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할 상황.


[이번 공은 가운데로 몰릴 거 같습니다. 예상궤적은...]


나노가 보여주는 위치는 현재 위치에서 뒤로 많이 이동해야 했다.


‘너무 많이 이동하면 또 한 소리 들을 텐데?’


[꾸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살아남는 게 중요한 거 아닙니까? 이번이 첫 시합이자 마지막 시합이 될 수 있는데 눈치만 보실 겁니까?]


나노의 말이 가슴을 찔러왔다.


‘그래. 눈치 볼 때가 아니지.’


뒤로 쭉 빠졌다.

아니나 다를까 선도훈의 외침이 들려왔다.


“야! 너무 멀잖아! 자리 지키라고!”


하지만 난 무시하며 뒤로 두어 걸음 더 걸었다.


“야! 멀다니까? 앞으로 오라고!”


한편 이 모든 걸 관중석에서 보고 있는 2군 선수들은 날 가리키며 수군덕거렸다.


“저 새끼 맘대로 위치 벗어난다.”

“두 번 잘 잡더니 눈에 뵈는 게 없나? 자리 지켜야 할 거 아냐.”

“건방진 새끼. 저러니까 지명을 못 받았지.”

“저 새끼 분명 실수한다. 저 새끼 때문에 이번에 점수 준다. 아니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이때 이주성이 투구를 했고...


따아악.


중심에 맞은 공이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왔다.

하지만 제자리에서 받을 수 없어 점프를 했고!


파앗.


제자리를 박차며 높게 뛰어오르며 왼손을 위로 쭉 뻗었다.


퍼억.


글러브에 들어오는 공.

멋진 점프 캐치였고, 아웃이었다.

아까는 좌우의 수비범위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외야 쪽에 치우친 넓은 수비범위를 보여줬다.


찌르르르.


이번에도 짜릿한 기쁨이 몰려왔다.


[나노입자 복구율이 17%가 되었습니다.]


계속 정체되어 있더니 짧은 시간에 무려 3%나 상승했다.


“오오. 잡았어?”


놀람의 탄성이 또 여기저기에서 나왔다.

상대편 더그아웃에서도.

관중석에 앉은 2군 선수들은 어이없는 상황에 입을 꾹 다물며 누구도 입을 벌리지 못했다.

쓰리아웃 체인지!


뭐라고 했던 선도훈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에게 뛰어오며 물었다.


“야, 너 어디로 올지 알고 뒤로 간 거야?”

“쓰리볼 상황이라 이주성 선배님은 스트라이크 던질 거라 생각했고, 3번 타자는 밀어치는 스타일이라 맞으면 원래 자리보다 뒤로 올 거라 생각했습니다.”

“3번이 밀어치는 스타일인 건 어떻게 알았는데?”

“미리 인터넷으로 휘윤고 시합 영상 찾아봤습니다.”

“...그래, 잘했다. 가자.”


어디로 가자는 거냐면 더그아웃으로 가자는 것.

더그아웃에 들어오니 선배들이 머리나 등을 두드리며 칭찬해주었다.

선도훈은 주변 선수들에게 내 수비에 대해 평했다.


“처음에 얘가 내 쪽으로 오는 거야. 그래서 야! 자리 지켜. 그랬는데 바로 그 위치로 공이 오더라? 그리고 마지막은 뒤로 너무 가기에 또 자리 지키라고 했는데 공이 또 거기로 가고. 어떻게 알고 뒤로 갔냐고 했더니 인터넷으로 상대팀 영상을 보면서 분석했대.”

“장훈아, 얘한테 뭐라 하면 안 되겠다. 얘 덕분에 공 여섯 개로 끝났다.”


내 덕분에 1회를 잘 끝낸 이주성은 웃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수비 잘 하는데?”

“두 번째에 다이빙해서 받은 후에 1루로 정확하게 던지는 거 봤지? 재능이 있는 거 같아.”

“이 정도면 지명 받았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아직은 평가하기 이르지. 조금 더 봐야지.”


그리고 더 보여줄 기회는 2회초에도 찾아왔다.

4번 타자는 투수 옆을 지나는 빠른 속도의 땅볼을 잡아서 1루로 송구시켜 아웃.

5번 타자는 3루수, 좌익수, 유격수 사이의 애매한 위치로 타격했다.

미리 그쪽으로 치우쳐 있던 내가 점프해서 받으며 아웃.

이번에는 내가 위치를 벗어나 이동해도 3루수인 선도훈도, 좌익수인 서종오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만 봤다.

점프로 잡은 후에는 혀를 내두르며 놀라워했고.


“얘 신끼 있는 거 아니야? 공이 뒤로 갈 거 알고 있는 거 같아.”

“분석했다잖아.”

“분석을 많이 한다고 타구 위치까지 예상을 한다는 게 말이 돼?”

“아무튼 얘 땜에 주성 선배 편하게 던진다.”

“주성이 형은 얘한테 따로 뭐 사줘야겠다.”


6번 타자의 경우는 1, 2루간을 뚫으며 첫 안타를 기록했다.

7번은 포볼로 나갔고 2아웃에 1, 2루 상황이 되었다.

잘못 하면 실점까지 갈 수 있는 상황에 닥치자 마운드 위의 이주성은 급격히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번에 올라온 타자는 8번인데 투 스트라이크, 투 볼 상황에서 8번이 친 강한 땅볼의 타구가 나에게로 날아왔다.

정면에서 받자마자 바로 몸을 돌리며 오른손으로 글러브 속의 공을 꺼내지도 않고 왼손을 펼쳐 글러브를 열며 2루수에게 토스했다.

그러니까 글러브 플립!


휘이익.


야구공이 정확히 날아가 2루수에게로 향했다.

2루수는 이걸 재빨리 받았다.


쓰리아웃!


이번에도 찌르르르 하며 짜릿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나노입자 복구율이 18%가 되었습니다.]


‘와아, 또?’


그런데 나노의 대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나로 인해 너무 시끄러워졌으니까.


와아아아.


여기저기에서 저절로 터져 나오는 감탄의 탄성.

감탄은 우리 더그아웃만 아니라 휘윤고 더그아웃에서도 나왔다.


“글러브 플립! 멋지다!”

“와아, 저런 애가 지명을 못 받았다는 게 말이 되는 거야?”

“쟤 미쳤네. 미쳤어.”

“레전드는 우리 아니라 쟤잖아!”

“도대체 쟤가 몇 번을 막은 거야?”

“KBO 11구단에도 저런 유격수 없다. 최고다! 최고!”

“헤헤. 감사합니다.”


난 고개를 숙였다.

주변의 칭찬으로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행복했다.


작가의말

처음에 왼손 타자, 왼손 투수로 잡았다가 바꿨습니다. 그래서 수정이 안 된 부분들이 나오네요.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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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11 24.09.17 3,587 107 13쪽
31 31화 +5 24.09.12 4,599 132 13쪽
30 30화 +1 24.09.11 4,470 115 13쪽
29 29화 24.09.10 4,631 109 13쪽
28 28화 +6 24.09.09 5,076 112 13쪽
27 27화 +11 24.09.08 5,315 116 13쪽
26 26화 +9 24.09.07 5,421 1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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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화 +7 24.09.05 5,584 121 13쪽
23 23화 +5 24.09.04 5,536 117 13쪽
22 22화 +8 24.09.03 5,633 121 13쪽
» 21화 +7 24.09.02 5,658 123 12쪽
20 20화 +11 24.09.01 5,804 102 13쪽
19 19화 +4 24.08.31 5,732 107 13쪽
18 18화 +8 24.08.30 5,990 111 12쪽
17 17화 +3 24.08.29 5,964 123 12쪽
16 16화 +3 24.08.28 6,007 110 13쪽
15 15화 +3 24.08.27 5,993 110 13쪽
14 14화 +5 24.08.26 6,013 114 12쪽
13 13화 +6 24.08.25 6,108 124 12쪽
12 12화 +6 24.08.24 6,162 12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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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5 24.08.18 6,531 12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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