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선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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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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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작품등록일 :
2024.08.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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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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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화

DUMMY

“태현이가 복수하면 어떻게 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야지.”

“진짜 걔가 복수할까?”

“흥! 하고도 남을 놈이지.”


콧방귀가 절로 나왔다.

천성이 얍삽한 새끼라 어떤 식으로든 보복을 하려고 할 거다.

당장은 못한다 해도 언제든.

물론 내가 기회를 줄 리가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드러내놓고 못할 거야. 한 번 더 이런 일이 생기면 감독이 쫓아낸다고 했어. 전에 해놓은 짓도 있으니 놈도 조심하겠지.”


태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프로선수로 지명 받는 거였다.

약아빠진 놈이라 앞뒤 안 보고 복수에 목숨을 걸 놈도 아니고.


“크크. 그런데 이겼다니까 대견하다. 든든해! 남자친구 자격 있네!”

“나, 남자친구?”


은비 입에서 남자친구라는 말이 나오니 당황했다.

난 조심스러워서 강태현이 사귀냐고 말할 때도 친구라고 선을 그었는데 말이다.


“왜 내 남자친구 하기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은비처럼 예쁜 애를 왜 나라고 사귀고 싶지 않겠나?

학기 초에 나에겐 1도 관심 없이 냉랭하던 은비를 생각하면 지금은 너무 달라서 낯설기까지 했다.


“내가 남자친구 해도 돼?”

“그럼! 우리 이미 사귀는 거 아니었어?”

“.....”


이미?

은비의 마음은 이거였나?

그녀가 사귄다고 하는 시기는 도대체 언제였을까?

해변에서 처음 만난 날?

아니면 그 다음날?

아니면 그그 다음날?

난 언제부터냐고 묻는 게 아니라 다른 질문을 했다.


“나는 키도 작고, 마르고, 야구도 못하고, 난독증이라 공부도 못하고...”


자기비하를 하려고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객관적으로 비전이 하나도 없는데 괜찮은지 은비의 진심을 알고 싶었다.


“키는 계속 크고 있다며? 몸무게도. 그리고 야구나 공부 좀 못하면 어때? 넌 가수로 크게 성공할 거야. 지금이라도 기획사에 노래 부르는 거 찍어서 보내면 바로 연습생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걸?”


또 가수 얘기?


“대한민국에 노래 잘하는 사람 많아. 연습생은 생각도 안 해봤고. 난 야구할 거라니까?”

“그래. 야구 해.”

“하라고?”


그럼 진짜 순수하게 날 좋아한다는 건가?


“하지만 야구 하다가 안 되면... 그러면 그때는 나랑 같이 기획사 알아보자.”

“너도 가수하려고?”

“아니. 배우 한다고 했잖아.”

“가수가 꿈이라며?”


열심히 노래를 가르쳐주고 있는데 배우를 한다고 하니 더 의아했다.


“니가 잘 가르쳐주는 건 인정해. 하지만 배워보니까 알겠더라. 네 목소리 들으니까 더 잘 알겠고. 진짜 가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일반인과는 소리가 달라. 일반인이 아무리 잘 불러도 가수는 노는 물이 다르다고. 재능이 있어야 해. 나는 가수는 힘들어. 그냥 노래 잘 부르는 배우 정도로 만족할래.”

“배우는 연기를 잘 해야 하는데 연기는 자신 있어? 연기는 나도 가르쳐줄 수가 없는데?”


피식.


“연기 배워야겠지. 그래도 가수는 한계를 느꼈어.”

“배우 도전했다가 한계를 느끼면 어쩌려고?”

“정 안 풀리면 늙기 전에 결혼이나 해야지.”

“취집?”

“응.”


그래, 여자는 시집이라는 돌파구가 있어서 좋겠다.


“남자가 금수저야겠네?”

“아마도?”

“쳇, 난 아니야. 난 흙수저라고. 주말마다 노가다 하는 거 알잖아.”


은비에게 집안 형편이 어렵다는 것도 말하고, 주말마다 막일을 하는 것도 말했다.

뻔히 사정을 다 알면서 금수저라 하니 놀리는 거 같아 기분이 확 나빠졌다.


“실망하지 마. 다른 사람이면 1년에 10억 벌어야 결혼해주겠지만 너라면 1년에 1억으로 줄여줄게.”


버럭.


“야! 1년에 1억 버는 게 쉬운 줄 아니?”


전생에 돈 벌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화가 나서 소리를 치고 말았다.


“우리 아빠처럼 어부 해. 그럼 1억 벌 수 있어.”

“어부?”

“그래! 아빠 밑에서 배워. 배는 대출로 사고. 어부 되려는 청년들 장려하려고 빌려주는 대출 있어.”

“.....”

“왜 어부는 싫어?”

“그건 아니고. 어부라고 쉽겠어? 대출로 배 샀다가 망하면?”

“아빠 밑에서 배우면 되니까 걱정 마. 너 어부한다면 결혼해줄게.”

“결혼? 우리 고등학교 1학년이거든? 무슨 결혼 얘기를 벌써 해?”

“우리 아빠는 23살, 우리 엄마는 20살에 결혼했어.”

“오오, 정말 일찍 하셨다.”

“좋은 남자면 나도 고등학교 졸업하고 결혼시킬 수 있다고 하셨어.”


은비는 은근한 눈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뭐지? 프로포즈?’


잠시지만 진짜로 어부가 되는 건 어떨까 생각해봤다.


‘그래. 은비랑 함께라면...’


여자 때문에 꿈을 바꾸려는 게 아니다.

당연히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지만 더 원하는 건 전생에 누려보지 못한 행복한 삶이었다.

전생의 아내도 연애하고 사랑한 게 아니라 나이가 결혼할 때였고, 마침 조건에 맞는 여자라서 한 거였다.

만일 프로구단으로부터 지명을 받았는데 은비가 가지마! 넌 가수 해야 해! 이러면 그땐 은비랑 헤어질 생각이다.

왜?

얘는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지명을 받지 못했다면?

그때는 나도 다른 걸 생각해볼 마음이었다.


#


시간이 흘러 어느덧 중간고사를 보는 때가 되었다.

제대로 때려줘서 그런지, 감독의 경고가 무서워서 그런지 강태현은 더 이상 덤비지는 않았다.

다만 집에 연락해 고기를 매주 수십 근씩 보내게 해서 냉장고에 쟁여두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애들을 모아 고기파티를 벌였다.

나만 빼놓고.

태현이는 야구부 주장을 맡고 있기에 애들 부르는 구실도 좋았다.

애들은 좋아하면서도 비싼 고기를 계속 먹어도 되는지 눈치를 봤다.


“괜찮아, 괜찮아. 우리 부모님 서울에서 아주 큰 고기집 하셔. 이건 아무 것도 아니니까 부담 없이 먹어. 그리고 우리 꼭 1승 해보자!”


덕죽고는 아직 1승이 없었다.

룸메인 기성이는 태현이가 있는 숙소로 가서 고기를 먹고 싶었지만 내 눈치를 보았다.


“기성아, 괜찮으니까 가서 먹어.”

“어? 그럼 같이 갈까?”

“난 그 새끼가 주는 건 다 싫어. 트리플 한우든, 랍스타든, 캐비어든 다 싫어!”

얍삽한 새끼라서 그런지 하는 짓도 진짜 얄미웠다.

“에이, 한 번 싸운 거 가지고 그러냐? 남자끼리 잘 풀어봐.”

“야! 그 새끼 대놓고 나 안 부르잖아. 먹는 걸로 왕따 시키는 거 내가 모를 줄 아냐? 치사하고 더러운 새끼야. 병신 새끼, 저러다 죽으라고 해.”


나도 존심이 있다고.

지가 주는 고기 받아먹으려면 굽히고 들어오라고 저러는 거 내가 모를까?

또 고기를 먹으면 친한 척 하면서 경계심 풀게 하고, 나중에 은비 불러내서 셋이 놀자 이러면서 은비 꼬실려고 하고, 철호는 피지컬이 작네 어쩌네, 야구를 못하네 이러면서 은근히 누르려고 할 테지.

놈의 인성이 어떤지 전생에 다 겪어봤다.


놈이 먹는 걸로 애들을 휘어잡으니 야구부 애들은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나도 아쉬울 거 없기에 기본적인 훈련만 마치고 은비를 만나서 기타 치며 놀았다.

처음에 나랑 은비가 붙어 다니면 애들이 놀렸지만 매일 붙어 있으니 이제는 덕죽고 공식 커플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강태현은 이게 또 배알이 꼴리는지 나와 은비가 함께 있으면 일그러진 얼굴로 째려봤다.


한편 중간고사에 대해 말하면...

문제를 받았는데 너무 쉬웠다.

풀지 못할 게 하나도 없었다.

왜 이렇게 되었냐면... 짐작했겠지만 나노였다.


잠을 잘 때에 나노는 가상현실세계에서 공부를 지도해줬다.

나노가 강사가 되어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국어 같은 경우는 직접 작가가 나타나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역사 같은 경우에 예를 들면 전쟁이 벌어지는 현장으로 데리고 가서 당시 양쪽 진영을 보여주고, 하늘에서 양군이 이동하는 것도 보여주고.

역사적 인물도 직접 나타나 자신의 인생을 보여주었다.

과학은 과학자가 직접 나타나 실험을 하면서 설명을 해주니 굳이 머리를 싸매며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이해가 되었다.

외국어는 제일 쉬웠다.

왜냐하면 그냥 외국인들 사이에 섞여서 생활하면 되니까.

좋아하는 마블 영화 속에 들어가 내가 주인공 중에 하나가 되어 영웅놀이를 하기도 했다.


문제는...


‘야구선수에게 이런 게 필요한가?’


[성적이 좋아서 나쁠 게 있나요?]


‘나쁠 건 없지만 공부가 꿈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노를 통해 배우면서 재밌기는 했는데 그건 지식의 습득에서 오는 재미였을 뿐이었다.

내가 원하는 건 야구였고, 원하는 직업도 프로선수였다.

만일 이 길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은비 말처럼 가수가 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공부 쪽으로 성공하는 건 전혀 관심이 안 갔다.

남들은 의사, 판검사 하면서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선호한다지만 난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


‘그냥 찍어야겠다.’


평소처럼 말이다.

재밌는 건 성적이 나왔는데 내가 꼴찌가 아니었다.

야구부 18명 대부분이 나처럼 찍었기에 내 밑에도 있었고, 동점도 있었다.

선생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만 하시고 딱히 뭐라고 하시진 않았다.


한편 5월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대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14명의 엔트리에 나는 들어가질 못했다.


‘그래도 부상이 생기면 내가 들어갈 수 있어.’


하지만 부상이 생기기도 전에 덕죽고 야구부는 광탈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시합만 하면 모두 패배, 패배, 패배...

승리해서 위로 올라가며 계속 시합을 해야 부상도 생기고 하는 건데 그러질 않으니 나는 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괜찮아. 어차피 올해는 포기했어.’


육체 성장과 함께 발란스를 맞춰가는 중이니까.


‘괜찮아. 어차피 올해는 포기했어.’


육체 성장과 함께 발란스를 맞춰가는 중이니까.


[내년에는 후배들이 들어올 텐데요. 그러면 인원이 늘어나서 주인님한테 기회가 더 안 오지 않을까요?]


‘경쟁은 어차피 해야 하는 거야. 덕죽고 야구부에서 이긴다고 끝도 아니고. 신인 지명만 해도 1,000여 명에 달하는 전국의 야구선수들 중에서 100여 명만 지명을 받잖아? 이런 선수들이 수십 년 누적되어 있는 게 프로선수들이야.’


괜한 조바심은 내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진정한 경쟁은 남이 아니라 내 자신과 하는 거니까.


대회에서 광탈하는 사이에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지났다.

방학?

야구부는 어차피 방학에도 훈련이었다.

감독은 1승을 하기 전에는 쉴 생각도 말라고 하셨다.

하지만 주말에는 쉬게 해주셨는데 나는 이때마다 배를 타고 나가 막일을 했다.


계속 성장 중이었고, 이제는 키가 164센티미터에 몸무게는 60킬로그램까지 늘어났다.

피지컬 증가도 증가지만 근육이 붙고, 힘이 크게 늘었다.

물론 이런 변화는 남들은 모르고 나만 느끼는 거였다.

여전히 난 야구부에서 제일 작고, 마른 아이였다.

따로 말한 것도 아닌데 감독은 내가 막일을 하는 걸 알게 되시자 날 불러서 물으셨다.


“철호야, 회비 내려고 막일하는 거냐?”

“아닙니다.”


회비는 부모님이 내주고 계셨다.


“그럼 왜 하는데?”

“...용돈이 필요해서요.”

“용돈? 집에서... 아니, 용돈이 뭐 얼마나 필요하기에 주말마다 막일을 하는데?”

“주말마다 일하고서 먹고 싶은 거 마음대로 사먹습니다.”

“...학교 밥이 부족하냐?”


살짝 멈칫 한 후에 물으셨다.


“제가 요즘 키랑 몸이 크고 있어서요. 막일 하고 마음껏 먹으면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알았다. 가봐.”


감독은 더 이상 뭐라고 하시지 않았다.

이런 일이 있으면 감독이 더 관심을 가져주고, 주전 기회도 줄까 했는데 착각이었다.

오히려 더 관심 밖으로 두셨으며 겨울 방학 때는 나만 따로 불러서 훈련에서 빼줄 테니 방학을 집에서 보내려면 보내라고 하셨다.


“감독님? 제가 뭐 잘못했나요?”

“아니.”

“그런데 왜 저만...”

“솔직히 말해서 넌 프로 되는 거 불가능해. 어머니도 부탁하시길 건강하게 졸업만 할 수 있으면 된다고 하셨다. 넌 주전도 아닌데 힘들게 훈련하지 말고 쉬라는 거야.”

“훈련... 쉴게요. 하지만 집에 안 가고, 숙소에 있어도 될까요?”


집에 가봤자 할 일도 없고, 은비랑 함께 있는 것도 좋았다.


“그래.”


숙소에 나 하나 더 머문다고 딱히 달라지는 것도 없으니 감독은 흔쾌히 승낙하셨다.

내가 ‘훈련 할래요’. 이렇게 대답하려다가 바꾼 건 나노가 차라리 따로 웨이트 훈련을 하라는 말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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