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선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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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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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콜라
작품등록일 :
2024.08.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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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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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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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DUMMY

10타석 5안타 내기.


이걸 생각하니 다시금 전의가 활활 불타올랐다.

특히나 지금은 촬영 중이라 여러 대의 카메라가 승부를 찍고 있었기에 평생에 남을 흑역사를 만들지 않으려면 압도적으로 이겨야 했다.


‘으으. 10타석 10삼진! 배트가 조금도 건들지 못하게 해주마! 어깨가 부셔지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긴다!’


아직 이주성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주리라 결심했다.


“후우우우웁.”


길게 숨을 내쉬다가 숨을 멈춘 후에 자세를 잡고 망가진 어깨의 찌릿한 느낌마저 무시하며 있는 힘을 다해 던졌다.


슈우우웃.


전성기 때는 구속이 152킬로미터도 나왔었다.

은퇴 직전에는 140킬로미터까지 떨어졌다.

지금 구속을 잰다면?

126? 127?


프로 수준이라 하기에는 많이 떨어졌고, 빠르다 할 수 없는 거 인정한다.

하지만 투수의 조건에 어떻게 구속만 존재하나?

제구도 있고, 변화구도 있고, 완급조절도 있고...

상대는 지명 못 받은 고졸.

내가 아무리 은퇴를 했다고 얘도 못 잡을까?


초구는 포심이긴 했지만 위협구로 몸 쪽에 꽉 차게 던졌다.

프로에서 50승을 넘기며 구를 만큼 굴렀던 자신의 공이기에 지명도 못 받고, 대학도 못간 놈이라면 무서워서 다급히 피할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몸 쪽 포심! 6번!]


이미 이주성의 손에서 공이 떠나기 전에 나노가 알려줬다.

6번이란 스트라이크존을 9분할했을 때에 6번으로 들어온다는 것.

무슨 의미인지 알았기에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공이 피치터널을 지나오자 살짝 느려지는 느낌과 함께 6번으로 날아왔다.


난 공을 정확히 보며 배트를 힘껏 휘둘렀다.


부우웅~.

따아악!


요란한 타격음과 함께 하늘로 높게 솟구치는 공.

발사각도도 그렇고, 날아가는 타구속도도 그렇고, 비거리도 그렇고.

이건 보나마나 홈런이었다.

선수가 아니라 일반인이 보아도 외야 플라이로 끝날 공은 절대 아니었다.

나노가 더 큰 힘을 내게 해준 덕분에 안타 정도로 끝날 걸 홈런으로 만들어준 거 같았다.


은퇴했지만 레전드 선수를 상대로 홈런을 쳤으니 방방 뛰며 좋아하는 게 당연할 테지만 나조차도 내가 때린 홈런이 믿기지 않아서 기뻐하지도 못했다.

솔직히 내 실력이란 생각보다는 나노가 도왔으니 저런 비거리의 홈런이 가능했다는 마음이었다.


“오우, 미쳤네.”


쭈구려 앉아있던 김유리가 언제 일어났는지 선 채로 중얼거렸다.

날아가는 타구로 고개를 돌리고 있던 이주성도 방송 중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입을 열었다.


“와~ 씨. 제대로 맞아버렸네?”


구경하던 세 명의 MC와 PD, 그리고 스탭들도 입을 쩌억 벌린 채로 놀라워했다.


“히야, 끝내주네요.”

“이거 홈런이죠? 그쵸?”

“당연하지. 전광판 있었으면 꽂아버렸겠다.”

“장외 홈런이겠는데요?”


정 PD도 입을 쩌억 벌린 채 날아가는 야구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나는 투수가 던진 공이 피치터널을 지나 눈앞에 왔을 때에 살짝 공이 느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나노, 너였지? 순간적으로 공이 느려지는 느낌이었어.’


[제가 이런 것까지 제어할 능력은 없습니다. 브레인 도핑의 효과로 집중력이 올라간 탓입니다.]


‘아, 그래?’


홈런은 쳤지만 여기가 진짜 야구장도 아니기에 그라운드를 돌 건 없었다.

내가 두 번째 자세를 취하니 그제야 정신을 차린 김유리가 외쳤다.


“주성이 형! 주성이 형?”


이주성은 김유리보다 나이도, 경력도 1년 더 선배였다.

뒤늦게 정신이 돌아온 이주성.

홈런 한 방에 대결 전에 품었던 분노도, 열기도 확 꺾인 상태였다.


‘아니야. 우연일 거야. 피지컬이 좋으니까 그런 거야.’


그러니까 상대가 잘 맞춘 건 운이 좋아서 맞춘 거고, 홈런이 된 건 피지컬이 좋아서라는 거.


‘이렇게 무너질 거야? 이주성? 너 진짜 끝났다는 소리가 듣고 싶어?’


다시금 의욕을 끌어올린 이주성은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했다.

PD에게서 새로운 공을 받은 후에 글러브 안에서 집게와 중지를 잔뜩 벌리고 야구공을 끼웠다.

프로생활을 화려하게 꽃피워줬던 변화구.

바로 포크였다.


포크는 포심처럼 날아오다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마구.

물론 전성기만큼의 위력은 아닐 거다.

포크볼을 많이 던져 팔꿈치와 어깨에 무리가 왔고, 은퇴 무렵부터는 거의 던지지 않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이주성을 말할 때에 빠지지 않는 구종이 바로 포크볼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한 방을 먹여주기 위한 결정구로 쓰기로 했다.


‘어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확 느껴봐라.’


자세를 잡고 포심과 동일한 모션으로 있는 힘을 다해 던졌다.


[포크! 8번!]


이번에도 공이 이주성의 손을 떠나기 전에 나노가 외쳤다.


부우웅~.

따아악.


소리만 들어도 정타였고, 장타일 게 분명했다.

혹시나 공 윗부분이나 너무 아래를 맞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일이 잘 풀리려니 제대로 맞았다.


“억!!”

“헉!!”


김유리와 이주성이 둘 다 놀라서 놀람의 탄성을 내뱉었다.

처음 보는 이주성의 포크볼을 너무 잘 때렸기 때문.

이번에도 날아가는 공의 포물선을 보니 변명의 여지가 없는 홈런이었다.


“벌써 두 방? 이거 홈런 더비야?”

“왜 이리 잘 때려? 지명도 못 받고, 대학도 못 갔다며?”

“이번 건 이주성이 못 던진 게 아니라 쟤가 잘 때린 거 같은데?”

“그치. 낙폭이 어마어마했는데도 때려냈으니 쟤가 잘 때린 거지.”


다들 말들이 많은 가운데 나는 나노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고맙다. 덕분에 홈런 쳤다.’


이때 옆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 지명 못 받은 거 맞아? KBO 11개 구단 스카우트들이 죄다 눈이 삐뚤어진 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야! 말 좀 해봐!”


김유리가 씩씩거리며 물었다.


“제가 스카우트가 아닌데 왜 저한테 그러세요?”


왜 나한테 호통을 치고, 왜 나한테 따지냐고요.


“그, 그래. 넌 스카우트가 아니지.”


바로 꼬리를 내리는 김유리.


“유리야! 앉아. 다시 던질 게.”


이주성의 외침이었다.


김유리는 한숨을 푹 내쉰 후에 앉았고, 나도 배트를 세우며 자세를 세웠다.

잠시 후, 이주성의 세 번째 공이 날아왔다.


[슬라이더! 4번!]


앞선 두 번의 큰 스윙을 기억하며 4번의 스트라이크존을 향해 배트를 휘둘렀고...


부우웅~.

따아악.


볼 것도 없는 홈런이었다.


네 번째는 다시 포크인데 홈런.

마지막은 바깥쪽 아래로 향하는 포심인데 밀어 치며 홈런.

전부 나노가 구종을 알려주고, 날아올 위치까지 알려준 덕분이었다.


“끝났네.”


포수의 자리에서 일어선 김유리가 중얼거렸다.


“와씨, 10개 던지지도 않았는데 5홈런이네? 그런데 너는 포크를 왜 이렇게 잘 치는 거냐? 너 진짜 지명 못 받은 거 맞아?”

“저도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지명 내용은 인터넷에 다 나옵니다.”

“오늘 출연료 다 가져서 좋겠다?”


난 김유리의 출연료까지 달라고 한 적은 없는데 김유리는 자기 것까지 줘야 하는 걸로 오해하고 있었다.


‘오오, 꽤 돈 많이 벌겠는데?’


이주성에다, 김유리의 출연료면 몇 백만 원은 될 테니까.

이때 나노가 끼어들었다.


[출연료 말고 기회 달라고 하세요.]


‘무슨 기회?’


[야구 예능을 찍는다면 거기에 출연을 시켜달라고 하세요.]


‘야구 예능?’


작년에 마음은 청춘야구단, 백마운드 베이스볼.

이런 야구 예능이 나왔지만 반응은 시큰둥했고, 시청률도 거의 바닥일 정도로 인기가 없었다.


‘야구 예능 망하는 분위기인데?’


[돈은 벌면 됩니다. 간절히 야구하고 싶다고 한 거 기억하시죠?]


중학교 졸업도 전에 어머니와 함께 덕죽도로 왔을 때의 일을 나노가 기억시켜 주었다.


‘끄응. 알았어.’


잠깐 돈의 유혹이 있기는 했다.

돈을 받아서 코인을 더 사면 나중에 엄청난 돈으로 돌아올 테니까.

얘기가 나온 김에 말하면 투자한 코인을 아직도 팔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출연료 말고 앞으로 야구 예능을 찍게 되신다면 저에게 기회를 주세요.”

“예능? 하하. 너 진짜 뭐 알고 하는 소리 아니냐?”

“최근에 마음은 청춘야구단, 백마운드 베이스볼 같은 거 나오니까 또 하나 생기지 않을까 해서 드린 말씀입니다.”

“크크. 그래? 그런데 둘 다 쫄딱 망한 거 알지?”

“압니다. 하지만 나가기만 하면 출연료도 받고 하고 싶은 야구도 할 수 있으니까요.”

“야구 예능을 언제 찍을 줄 알고?”

“언제든 찍으면 불러주세요.”

“언제든? 영원히 안 찍을 수도 있는데?”

“상관없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전 돈보다 기회를 원합니다.”


그냥 OK나 하라고!

내기에서 진 주제에 왜 이리 말이 많아?


“그런데 예능은 예능이야. 거기 나간다고 프로로 진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주목을 받아야 기회도 오겠죠.”

“난 은퇴한 야구 선수일 뿐이야. 이런 건 정 PD랑 말해야지.”


마이크를 통해 대화를 듣고 있던 정 PD.


“약속할게요!”


정 PD가 나와 김유리를 향해 크게 외쳤다.

그런데 대화 내용을 모르는 이주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가왔고, 김유리로부터 설명을 듣고 헛웃음을 내뱉었다.


“우리야 좋지. 그런데 넌 진짜 실력이 아깝다. 구단에서 왜 널 안 뽑았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승부는 끝이 났고, 섬에서 나와 다들 덕죽도로 돌아왔다.

촬영은 1박2일이었고, 다음날에도 진행되었다.

섬에서의 내기 때문인지 이후로 MC 셋과 이주성, 김유리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꽤나 달라졌다.

이번에 찍는 것의 방송 예정 날짜는 4월 초였다.


#


며칠이 지나 졸업식이 있었다.

평소라면 몇 달에 한 번씩 섬에 오시는 부모님도 이날만큼은 챙겨서 찾아오셨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부모님이 학교에 오신 건 불과 5번 정도?

내가 집으로 간 게 더 많았을 거다.

방학이 되면 하루라도 집에는 꼭 한 번 다녀왔으니까.


그런데 부모님도 놀라시고, 방학 동안에 날 보지 못했던 친구들도, 선생님도 모두들 내 변화에 크게 놀랐다.

방학 동안에 내가 또 컸으니까.

매일 사진을 보낸 부모님이 놀랄 정도인데 친구들이나, 선생님, 감독과 코치 등은 어떻겠나.

입을 모아 도대체 뭔 짓을 했냐고 취조 아닌 취조를 해왔다.

내가 할 대답은 뻔했다.


“성장 호르몬과 유전자의 힘입니다.”


한편 부모님은 진로에 대해 걱정하셨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니?”

“쉬다가 내년에 군대 갈게요. 지금 막일 하고 있는데 이거 계속 하려고요.”


쓰윽.


막일을 하면서 번 돈 중에 일부를 드렸다.

그동안 번 돈의 60~70%는 먹는 걸로 썼다.

매일 고기를 먹었고, 과일도 비싼데 나노가 먹으라는 건 가격을 안 보고 사서 먹었으니까.

봉투에 담긴 돈은 100만원.

부모님 입장에서 크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난 이미 로또로 집안의 빚을 크게 줄여드린 적도 있었다.


“군대 가기 전까지 계속 덕죽도에 있겠습니다. 친구가 방 하나 빌려주기로 했어요.”


방을 빌려주는 친구는 바로 은비.

일하는 걸 본 은비 아버지가 가끔씩이라도 배를 타서 도와달라고 하셔서 은비네 빈방에 기거하며 일을 돕기로 했다.

막일을 하려고 매번 섬을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것도 귀찮고, 교통비도 꽤 들었다.

월세도 드리기로 했다.

은비 아버지는 됐다고 하셨지만 내가 고집을 부렸다.

배를 타기로 한 이유는 또 있었는데 은비랑 사귀면서 어부의 삶은 어떨까 궁금했고, 진짜 1년에 1억을 버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왜? 막일은 집에서 해도 되잖니?”

“그냥 섬이 좋아서요.”

“그래도 집에 있어야 잘 먹고, 잘 쉬지?”


어머니가 걱정스런 눈으로 말씀하셨다.


“저 키 크고, 몸 늘은 거 보세요. 집에서 이 정도 키울 수 있을까요? 전 그냥 여기가 편해요.”

“.....”


내 변한 모습에 부모님은 할 말을 잊으셨다.

집에 있는다고 이런 성장이 가능할 거 같지 않았으니까.


졸업식 이후로 은비 아버지의 배를 탔는데 일이 고되고, 위험하기도 했지만 나노가 그때마다 도와주었다.

어부 일에 대한 데이터도 가지고 있는 건지 나노는 능숙하게 지도해줬다.

은비 아버지가 가르쳐주지 않은 것까지 말이다.

은비 아버지가 말해준 것도 잘 기억해놨다가 나에게 말해주었고.

덕분에 은비 아버지는 나처럼 말귀를 잘 알아듣는 일꾼은 처음이라며 무척 좋아하셨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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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12 24.09.18 3,072 99 13쪽
33 33화 +10 24.09.17 3,248 100 13쪽
32 32화 +11 24.09.17 3,586 107 13쪽
31 31화 +5 24.09.12 4,598 132 13쪽
30 30화 +1 24.09.11 4,469 115 13쪽
29 29화 24.09.10 4,630 109 13쪽
28 28화 +6 24.09.09 5,075 112 13쪽
27 27화 +11 24.09.08 5,315 116 13쪽
26 26화 +9 24.09.07 5,419 118 13쪽
25 25화 +8 24.09.06 5,562 115 13쪽
24 24화 +7 24.09.05 5,584 121 13쪽
23 23화 +5 24.09.04 5,535 117 13쪽
22 22화 +8 24.09.03 5,633 121 13쪽
21 21화 +7 24.09.02 5,656 123 12쪽
20 20화 +11 24.09.01 5,803 102 13쪽
19 19화 +4 24.08.31 5,729 107 13쪽
18 18화 +8 24.08.30 5,989 111 12쪽
» 17화 +3 24.08.29 5,964 123 12쪽
16 16화 +3 24.08.28 6,005 110 13쪽
15 15화 +3 24.08.27 5,989 110 13쪽
14 14화 +5 24.08.26 6,010 114 12쪽
13 13화 +6 24.08.25 6,108 124 12쪽
12 12화 +6 24.08.24 6,162 122 13쪽
11 11화 +4 24.08.23 6,202 106 12쪽
10 10화 +5 24.08.22 6,305 111 13쪽
9 9화 +4 24.08.21 6,324 105 12쪽
8 8화 +11 24.08.20 6,377 122 13쪽
7 7화 +6 24.08.19 6,487 111 13쪽
6 6화 +5 24.08.18 6,530 124 12쪽
5 5화 +5 24.08.17 6,687 124 12쪽
4 4화 +6 24.08.16 6,892 110 13쪽
3 3화 +7 24.08.15 7,313 108 13쪽
2 2화 +4 24.08.15 7,928 129 13쪽
1 1화 +5 24.08.15 9,572 1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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