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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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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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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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의 친우

DUMMY

시엘이 이어 말했다.


“이번엔 단지 요기의 흐름이 뒤틀리는 것에서 끝났지만 다음번엔 또 어떤 반응이 일어날지 몰라요. 원래 이 저주가 각 신체가 한 부분씩 기능을 상실하다가 죽음에 이르는 거라.”


“······.”


“후엔 한눈에 보기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바로 몸에서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물론 이번처럼 또 두 개의 힘이 서로 강하게 충돌하는 일이 있을 수도 있고요.”


“어쩌죠?”


“당장 중앙 차원으로 돌아가기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은후 님이 언제 깨어날지도 지금은 확답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


“일단 두 번째 약 복용을 마치고 그 외에도 제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해드리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며칠은 걸릴 겁니다. 슬기 님, 원하시면 먼저 중앙 차원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어쩌시겠습니까?”


생각할 것도 없었다.


슬기가 말했다.


“아니요. 먼저 가지 않겠어요. 한동안 저도 여기 있을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우선 가져오신 약재들로 두 번째 약을 마저 만들어서 강제 복용시키는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슬기 님, 은후 님이 계신 방에 한번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아. 이제 들어가도 괜찮나요?”


슬기의 물음에 시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습니다.”


“응. 가 볼래요.”




슬기는 신기한 장식들이 주변에 잔뜩 걸려 있는 붉은색의 문 앞에 홀로 섰다.


이 방 안에 은후가 잠들어 있었다.


“······.”


그녀는 잠시간 움직이지 않고 그저 붉은 문을 빤히 응시했다.


그 문 앞에 서자 괜스레 심장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울렁거렸던 탓이다.


“······이게 뭐라고. 별거 아니야. 쫄지 마! 은후는 이제 괜찮아. 그냥 잠들어 있는 것뿐이랬어. 후우. 후우우우.”


슬기는 일부러 더 크게 심호흡을 했다.


복잡한 기분이 그나마 조금 진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드르륵.


미닫이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어두운 방의 한가운데에는 은후의 몸이 작은 빛무리에 휩싸여서 공중에 두둥실 부양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주위에는 녹색과 옅은 푸른색으로 또 빛나는 어른 주먹만 한 크기의 물방울들이 함께 떠 있었다.


그것들은 은후의 몸을 중축으로 삼아 위성처럼 궤도를 그리며 그의 주변을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었다.


이건 시엘이 취한 조치라고 했다.


저 이상해 보이는 방울들은 원기를 회복시켜 주는 약재들로 이루어진 거니까 놀라지 말라고,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그녀가 알려 주었었다.


슬기가 다가가도 빛과 빛의 물방울들은 그녀의 몸에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그것들은 오직 은후의 몸에서만 한 번 더 강하게 빛을 뿜다가 사그라들다를 반복했다.


슬기가 손을 뻗어 공중에 떠 있는 물방울 하나를 만져 보려고 했다.


그러자 물방울은 마치 투명한 유령처럼 희미해지더니 그녀의 존재를 무시하듯 그대로 슬기의 몸을 통과해서 원래 가려고 했던 곳으로 가 버렸다.


슬기는 떠나간 물방울에서 시선을 거두고 다시 잠들어 있는 은후를 바라보았다.


평소에도 유달리 하얗던 안색인데 지금의 그는 더더욱 핏기가 없어 보였다.




“언제가 될 거라고 확답은 못 드립니다만······ 분명 곧 의식이 돌아오실 겁니다.”




시엘이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걱정이 되어서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잠든 그의 얼굴을 제 눈으로 봐 두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방에 들어가 보겠냐는 시엘의 제안에 냉큼 그러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막상 파리한 안색으로 잠들어 있는 그를 보자 아까부터 심장 한쪽 구석이 저릿하게 눌리는 기분이 들고 있었다.


‘왜 이러지.’


난생처음 느껴 보는 감각이었다.


“······체했나?”


슬기는 주먹으로 제 가슴을 두 차례 콩콩 때렸다.


그리고 은후의 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언제나 아름답던 그의 은빛 머리카락이 지금은 영 엉망진창이었다.


슬기의 전기 공격을 받아서 타거나 고불고불하게 말린 부분들도 보이고 그냥 자기들끼리 마구 엉켜 있는 곳도 많았다.


슬기는 손가락을 펴서 그의 머리카락을 빗처럼 쓸었다.


일단은 엉킨 부분들을 끝에서부터 천천히 풀어냈다.


“······얼른 일어나요. 은후답지 않은 모습을 보니까, 나 괜히 불안하잖아.”


“······.”


말을 걸었지만 역시나 은후는 대답이 없었다.


대체 언제 그의 의식이 돌아올까.


슬기는 너무 조용해서 적막한 이곳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또 아무 말이나 걸어 보자 하고 골몰해 봤지만, 지금은 당최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불현듯 아까 그와 했던 대화들이 떠올랐다.


슬기는 가만히 그를 응시하다 피식 웃으며 농담처럼 말을 시작했다.


어쩌면 은후가 좋아서 눈을 뜰지도 모른다,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서.


“······지금 바로 눈뜨고 일어나면, 내가 스물다섯 살이 될 때 결혼해 줄게요. 서른 살이 아니라. 아이도 많이 낳아 주고······.”


“······.”


그러나 은후는 역시 답이 없었다.


슬기는 괜히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입술을 앙다물다가 다시 천천히 입을 열어 말했다.


왠지 모르게 지금 자신의 목소리에는 울음기가 잔뜩 섞여 있었다.


“······혹시 당장은 진짜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안 되겠으면, 내일이라도······. 있잖아요, 은후. 내일 꼭 일어나면 스물다섯 살은 안 되지만 스물일곱 살이 될 때 결혼해 줄게요. 물론 아이도······.”


“······.”


늦게 일어날수록 늦게 결혼해 줄 거라고.


우스갯소리도 해 보았지만 은후는 여전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하하.”


웃음이 났다.


돌이켜 생각해 봐도 방금 자신이 한 말은 무척이나 어이없는 것이었다.


“내가 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이런 말을 한다고 은후가 당장 눈을 뜰 리가 없잖아.


그럴 정도의 가벼운 내상이었다면 그는 진작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평소처럼 자신의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었을 것이다.


저렇게 힘없이 누워 있기만 할 것이 아니라.


“빨리 일어나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슬기는 마지막으로 그의 머리를 단정히 쓸었다.


그리고 씁쓸하게 웃으며 지금 자신의 기분처럼 어둡고 컴컴한 방을 조용히 빠져나왔다.






드르륵.


슬기는 미닫이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시엘과 흑아는 방 앞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신이 문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대화를 나누고 있던 두 사람은 곧바로 말을 멈추고 가까이 다가왔다.


시엘이 말했다.


“슬기 님. 지금 저랑 어디 좀 가시겠습니까? 흑아 님이랑은 막 이야기가 끝난 참입니다만, 슬기 님도 함께 가셨으면 합니다.”


“네? 어디를요? 어? 그런데 시엘 님은 이제부터 두 번째 약을 만드실 거라고······.”


“그건 저랑 실력이 비슷한 고위 마녀에게 부탁을 해 두고 왔습니다. 그보다 방금 전에 다른 방법이 하나 떠올라서요.”


“다른 방법?”


“네. 저는 은후 님을 최대한 빨리 깨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두 번째 약보다도 이 방법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 네. 따라갈게요. 그런데 정말 어디로 가는 건가요? 제가 뭘 하면 되죠? 이번에도 약초 찾기, 뭐 그런 건가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시엘이 잠시 말끝을 흐리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랑 같이 한 사람을 설득해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또······ 제가 ‘그에게’ 너무 화를 내지 않게 옆에서 잘 좀 말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흑아 님만으로는 분명 역부족일 거라······.”


“으응? 시엘 님이 화를 낸다고요?”


저 온화한 마녀도 누군가에게 화라는 걸 낸다고?


그것도 스스로가 반드시 화를 낼 거라고 단정하듯이 말을 하고 있어서 슬기는 더욱 놀랐다.


당최 시엘이 무언가에 화를 낸다는 것이 자신으로서는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네.”


그녀의 설명이 깔끔하지는 못했지만 은후를 당장 깨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슬기는 그러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공간 이동 마법으로 장소를 옮기겠습니다. 슬기 님, 제 손을 잡아 주시겠습니까? 자, 흑아 님도 이리로.”


시엘이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을 향해 양손을 뻗었다.


그녀의 오른손은 슬기가, 그리고 왼손은 흑아가 각각 맞잡았다.


‘응? 흑아 님 표정이 왜 저러지?’


그러다 시엘을 사이에 두고서 자신과 마주 선 흑아의 얼굴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그는 지금 상당히 못마땅해 보였다.


마치 뭔가에 심통이 난 사람처럼 불만이 가득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슬기는 뭔가가 있나 싶어서 의아한 눈으로 그를 주시했다.


그러나 그는 표정만 잔뜩 구기고 있을 뿐, 입을 꾹 다문 채로 결국은 시엘의 지시를 고분고분 잘 따르고 있었다.


아마 시엘이 만나려고 하는 이가 그의 마음에는 썩 내키지 않는 인물인가 보다.


그래도 그 사람이 은후를 빨리 깨어나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흑아 님도 역시 본 거니까 얌전히 따르는 거겠지.


슬기는 그렇게 추측했다.


“음? 그런데 이건 뭐예요?”


그러다 흑아가 한쪽 어깨에 비스듬히 메고 있는 커다란 보따리가 눈에 띄어서 슬기가 물었다.


“······과자.”


“응? 과자?”


흑아는 제대로 대답해 줄 기분조차 나지 않는지 그냥 단답형으로만 툭 내뱉었다.


거기다 생각할수록 현재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바람을 넣는 풍선처럼 그의 볼이 차츰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것을 본 시엘이 난감하다는 듯 옅게 웃으며 대신 설명을 더 했다.


“제가 구운 과자들이에요. 뇌물 비슷하게 쓸 거라 좀 많이 가져왔어요.”


“네? 저걸 다요?”


보따리의 크기는 지금 인간형의 모습을 하고 있는 흑아의 등을 완전히 가릴 정도로 엄청나게 거대했다.


대략 그의 등보다 약 세 배는 더 되어 보였다.


그런데도 그 안에 들어 있는 게 전부 다 과자라는 말에 슬기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네. 일단 가 보시면 압니다. 그럼 이제 마법 주문을 외울게요. 이동합니다.”


“아, 네!”


시엘이 곧 공간 이동 마법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눈을 두 차례 깜빡이자, 곧 그녀의 눈동자가 녹색으로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이어서 주변으로 같은 색의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아주 작은 태풍의 눈처럼 공간을 형성했다.


그리고 세 사람을 그 안에 가두고 더욱 빠르게 회전하더니 이윽고 그들을 완전히 감싸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


슬기는 짧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며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순식간에 장소가 바뀌었다.


은후도 정신을 잃기 직전에 산신의 영역에서 마녀의 약방으로 순간 이동을 하는, 이와 비슷한 힘을 보여 주었었다.


그러나 자신이 체감하기로는 방금 시엘이 펼쳐 낸 이 마법이 그보다 훨씬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은후가 했을 때는 이동 직후에 한동안 멍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시엘의 공간이동마법은 그야말로 깔끔했다.


현재 그들은 거대한 산을 하나 마주하고 있는 들판에 서 있었다.


저 산을 비롯해서 이 주변에는 허리 높이까지 자란 들풀들과 키가 무척 큰 나무들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그저 정체 모를 짐승들의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올 뿐이었다.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 말이 신호탄이 되어 시엘이 다시금 움직였다.


그녀가 기도하듯 자신의 양 손바닥을 서로 맞닿게 단정히 붙이고서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무언가 또 주문 같은 것을 중얼중얼 읊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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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3 0 12쪽
80 조우 24.09.03 14 0 11쪽
79 조우 24.09.03 11 0 12쪽
78 조우 24.09.03 12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11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2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5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5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1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2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1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3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3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5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3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5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4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5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5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2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6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6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6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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