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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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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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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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

DUMMY

그런데 지금껏 그가 봤었던 여러 마녀들과는 그 외모가 판이하게 달랐다.


대부분의 마녀들이 감정 표현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무감정해 보이고 차가워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그런데 저 마녀는 달랐다.


한껏 치켜뜬 눈매는 엄청 사나워 보였다.


진짜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달까?


풍겨지는 위세도 장난이 아니다.


주변에 휘몰아치는 녹색의 기운도 혹독한 겨울날의 칼바람처럼 그녀의 주변에 거세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래도 아름답긴 또 아름다운데, 그 반대로 정말 너무 아름다워서 오히려 무서웠다.


새롭게 나타난 그 마녀가 걸음을 옮겨 슬기의 힘에 사로잡힌 민세영에게로 다가갔다.


가은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민세영의 몸에 손을 얹어 자신들의 기운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민세영의 몸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답을 얻은 것인지 가은이 말했다.


“아. 이 아이는······ 인간과 서방 차원 주민 사이의 혼혈이네요. 저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아이입니다. 역시, 최근 이런 사례가 이전보다 더 자주 발견되는 것 같아요.”


“하. 골치 아프네. 아, 진짜 이것들이! 그냥 자기들끼리 좋게 만날 것이지, 왜 뒤늦게 인간들 매력에 눈을 떠 가지고, 쯧.”


마녀가 혀를 차며 말을 이었다.


“우선 이와 유사한 사건들로 인해서 앞으로 차원 질서가 심각한 수준으로 어지럽혀질 가능성이 더 있는지 점쳐 봐야겠어. 문제 해결 방안도 차후 마녀 회의에서 다시 논의해 보도록 하지.”


“네. 최고 마녀님.”


“그리고 이 아이 처리 문제도.”


따악.


최고 마녀가 손가락을 튕겨 먼저 슬기의 이목을 자신에게로 끌었다.


그녀가 슬기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봐. 꼬마 아가씨. 갑자기 끼어든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이 아이 내가 데려가도 될까? 이후의 처분에 관해서도 우리 쪽에서 집행하고 싶은데, 괜찮겠어?”


“네? 저요?”


“그래. 네 사정은 대략 들어서 알고 있지만, 이건 한편으론 차원의 문으로 인해 비롯된 일이기도 해서 말이야. 그럼 역시 마녀들이 직접 마무리를 해야 할 책임이 있어.”


“아. 그럼 잠시만요.”


최고 마녀의 말에 슬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민세영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철썩.


일절 망설임 없이 민세영의 뺨을 힘껏 때렸다.


정말 있는 힘껏.


그 반동으로 민세영의 얼굴이 옆으로 홱 돌아갔다.


이어 그녀의 눈동자가 곧 정신없이 흔들렸다.


민세영은 천천히 고개를 되돌리며 자신의 뺨을 때린 슬기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읍! 읍읍!”


그리고 잔뜩 인상을 쓰며 뭐라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풀들로 인해 그녀의 입이 완전히 가로막혀서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직도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은 상태인 건지, 아니면 자신을 때린 슬기에게 또 화가 나 이성을 잃은 것인지도 명확히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런 민세영을 가만히 바라보다 슬기가 말했다.


“······옛날엔 내 얼굴에 난 상처를 네 얼굴에도 그대로 똑같이 만들어 주고 싶었어.”


“······.”


“솔직히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그냥 널 죽여 버리고 싶기도 했고. ······하지만 역시 그건 아니었어. 난 너처럼은 안 될 거야.”


슬기는 자신이 과거에 했던 생각들과 진심을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민세영은 지금 슬기가 하고 있는 말들을 전혀 귓등으로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증오 섞인 눈으로 슬기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


슬기는 잠시 침묵하며 그런 민세영의 반응을 지켜보았다.


저 상태를 보아하니, 본인이 잘못했다는 것을 여전히 모르고 있는 듯했다.


애초부터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었던 건지도.


무언가를 깨닫게 해 주려고 한 말은 결코 아니었다.


이 인간을 근본부터 싹 바꿔 주고자 한 말도 아니었고.


말 한마디로 사람을 바꾼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또한 그건 정말 오만한 발상이라는 것도.


때문에 나는 다를 거라고, 내가 말하면 뭔가를 바꿀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자만심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스스로가 그럴 만한 대단한 위인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저 그간 가슴속에만 담아 두었던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 툭 던진 한풀이 같은 말이었지만, 그럼에도 역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슬기는 짧게 한숨을 쉬고 곧바로 최고 마녀에게 말했다.


“······전 이제 됐어요. 데려가세요.”


최고 마녀가 잠시 눈을 크게 뜨며 슬기를 보았다.


그녀는 슬기가 이렇게 순순히 양보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던 모양이다.


“······양보해 줘서 고마워. 앞으로 이 아이가 다시는 너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잘 조치해 놓을게. 또한 내 나름의 성의로 너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주겠다.”


사실 최고 마녀는 마녀 일족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민세영의 처우 결정을 양보 받는 대가로 슬기에게 보상을 제공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슬기는 그 보상에 관해서 전해 듣기도 전에 선뜻 민세영을 자신에게 양보했다.


슬기의 사정에 관해서는 가은과 시엘을 통해서 간간이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냥 용서를 한 건가, 이렇게 쉽게?’


최고 마녀는 슬기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올곧게 자신을 직시하는 눈동자는 이미 많은 것을 털어 버린 듯했다.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을 지켜봐 온 입장에서 짐작건대, 아마 완전히 다 용서하지는 않았어도, 더 이상 미워하지는 않으려는 것 같았다.


하긴 상대가 저 지경인 데다, 저쪽에서 먼저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한 것도 아닌데, 이쪽에서 먼저 용서를 해 주겠다 어쩐다 하는 것도 우습다.


거기다 그렇게 쓸데없이 착해 빠지기만 한 성인 군자 타입은 결코 자신의 취향이 아니기도 했다.


피식.


얼추 슬기의 마음을 이해한 최고 마녀가 시크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어 말했다.


“저쪽의 싸움도 곧 끝이 날 듯하니, 그 이후에 말이야.”




엘리온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어어? 그럼, 네가 그 여자의 손녀사위라고?”


은후가 단호하게 답했다.


“그렇다.”


“우와! 그 여자가, 신지영이 널 좋아해? 정말로?”


“그래. 날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몹시 흡족해하는 게 겉으로 다 드러나더군. 빨리 슬기와 결혼해서 아이를 가지라고 했을 정도다.”


“우와아아아! 진짜 좋겠다! 아, 있지! 나 나중에 점수 따는 비결 좀 알려 줘! 아, 그럼 만약에 나랑 신지영이 잘돼서 결혼하면, 넌 내 손녀사위도 되겠네?”


“그렇게 되겠지.”


은후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했다.


당사자들의 입장은 전혀 생각도 안 하고, 둘은 벌써 북 치고 장구 치고를 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여유롭게 수다를 떨고 있는 두 사람 앞에 아강이 있었다.


현재 그는 두 팔이 다 잘리고, 처음 이곳에 나타났을 때보다도 훨씬 만신창이가 된 몰골이었다.


핏물만 잔뜩 받아 놓은 목욕물에 전신을 완전히 푹 담그고 절였다가 나오면 딱 저 모습일 것이다.


“하아.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아강은 눈앞의 둘을 끝까지 노려보고 있었다.


신체 여러 부분이 절단되자, 자신의 기도 또한 군데군데 단절되었고, 그로 인해 기의 흐름도 급격히 불안정해진 상태다.


그 이후로는 큰 힘을 쓰는 것에 상당한 무리가 따르게 되었다.


때문에 차원의 문을 열어 도주하는 것도 이제는 쉽지 않아졌다.


지금 상태에서 문을 열 정도의 힘을 쓰려면 고도로 집중을 해도 겨우 될까 말까다.


하지만 저 둘은 자신이 그렇게 하도록 절대로 순순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하아, 하아.”


그러나 그게 아니었더라도, 틈을 보다가 다시 다른 차원으로 몰래 도주하는 것은 더 이상 꿈도 못 꾸게 되었다.


대치하는 상황 중에 슬쩍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방금 전에 최고 마녀까지 이곳에 합세한 것이 보였다.


최고 마녀는 그녀가 머무르는 차원에서 자신이 있는 위치를 기준으로 일정 범위 내의 차원 문은 아예 개방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가 있었다.


그러니 지금 그녀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아강은 퇴로가 막혀 버린 셈이다


누가 봐도 끝이 보이는 이 시점.


그러나 그의 두 눈동자에 어린 독기는 여전히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었다.


이는 민세영의 눈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진 않을 것이었다.


“좋았어! 우선은 그걸 목표로 힘내야지! 자, 그럼 슬슬.”


할짝.


엘리온이 혀를 내밀며 자신의 붉은 입술을 훑었다.


“끝을 내 볼까.”


은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한 발을 앞으로 내딛었고, 곧 그의 몸 전체가 아강을 향해 빛살처럼 쏘아졌다.


이윽고 다시 시작된 공방전.


그러나 이제 공격하는 측은 오직 은후와 엘리온뿐이었다.


아강은 일격 하나하나 모두 위력적인 힘을 담아 급소만을 노리고 집요하게 따라붙는 둘의 공격을 가까스로 피하는 것에만 급급했다.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하면서도, 아강은 결코 쉽게 잡혀 주지 않았다.


꼭 적중할 것 같은 공격들도 아슬아슬한 간격을 두고 피했다.


그러나.


푸욱!


머지않아, 미꾸라지 같았던 그의 몸에 드디어 은후의 일격이 적중했다.


은후의 날카로운 손톱이 아강의 심장 부근을 꿰뚫은 것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하필 제 아비가 죽었던 방식 그대로였다.


은후는 거기서 물러서지 않고 더욱 힘을 실어 자신의 팔을 아강의 가슴 안으로 깊게 밀어 넣었다.


푸우욱!


“······쿨럭.”


은후의 손이 아강의 몸을 관통했다.


아강의 등 뒤로 그의 몸을 뚫고 삐져나온 은후의 날카로운 손톱이 드러났다.


“쿨럭······ 쿨럭.”


아강은 검붉은 핏덩이들을 토했다.


그는 한참 동안 자신의 가슴에 들어온 은후의 팔을 멍한 눈으로 내려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게 끝이었다.


아강의 몸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그가 죽었다는 것을 확인한 은후는 아강의 가슴에 꽂아 넣었던 자신의 손을 바로 빼냈다.


그러자 의지할 곳이 사라진 아강의 몸이 중력이 이끄는 대로 아래로 추락했다.


“······끝났군.”


지상에서 슬기 일행과 함께 그들의 싸움을 쭉 지켜보고 있던 최고 마녀가 말했다.


짜악.


곧이어 그녀가 양손을 모아 크게 박수를 치자, 이를 신호로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이도진이 사방으로 펼쳐 두었던 결계가 서서히 사라졌다.


“어어? 어어어?”


이도진이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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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2 0 12쪽
» 조우 24.09.03 12 0 11쪽
79 조우 24.09.03 8 0 12쪽
78 조우 24.09.03 10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9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2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5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1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0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0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1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4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2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4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4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1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5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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