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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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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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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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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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의 후손들

DUMMY

“피를 마시는 게 그쪽 종족들에게는 필수예요. 인간이 밥을 먹는 것처럼. 그리고 몸 안에 잠재되어 있는 힘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타인의 피가 꼭 필요하거든요.”


청웅이 따뜻한 차를 마시며 말을 이었다.


“그걸 원동력으로 써서, 그 위에 자신들의 힘을 덧댄다고 해야 하나.”


“아.”


“사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어찌어찌 내재된 힘을 쓸 수 있기는 한데, 그러면 엄청 낭비가 크다고 전에 그러더라고요. 기운도 안 나고.”


신지영은 청웅의 설명을 이해했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엘리온도 떠나기 전에 그와 비슷한 말을 했었던 것 같았다.


“그러니까 그냥 그런 종족입니다. 날 때부터 그냥 뱀파이어였고, 전 차원을 통틀어도 개체 수가 얼마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들은 일정 기간마다 타인의 피를 흡수해야 하지만, 사실 그렇게 많은 양이 필요하지는 않아요. 그리 위험한 종족은 결코 아닙니다.”


청웅이 엘리온을 떠올리며 계속 말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애초에 마녀가 그들이 다른 차원으로 건너가도록 허가도 안 했을 겁니다. 대부분은 적당히 상대를 찾아서 거래를 통해 피를 나눠 받습니다. 그런데, 엘리온 그 녀석은······.”


잘 설명을 해 나가던 청웅이 순간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잠시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지독한 미식가라, 자신의 입에 맞는 피가 아니면 절대로 섭취를 안 하거든요. 그녀, 지금의 최고 마녀를 만나기 전에는 항상 끼니를 거르고 아사 직전까지 가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아무리 미식가라도 그렇지 아사 직전에 이르도록 자기 입에 맞지 않는 피는 아예 섭취를 안 한다니, 대체 얼마나 괴상하고 독한 뱀파이어인 건지.


그리고 그런 이상한 뱀파이어에게 찍히고 만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그를 대해야 하는 건지.


신지영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도 이건 차후에, 최고 마녀가 최근 이쪽 차원으로 넘어왔을 때, 그녀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입니다만.”


다시 청웅이 말했다.


“예전에 최고 마녀와 거래를 할 일이 생겨서 엘리온이 그녀의 피를 대가로 요구한 적이 있었답니다. 그때 우연히 맛본 뒤로는 아주 그냥 그녀의 뒤만 주야장천······.”


“······.”


“오죽하면 최고 마녀가 귀찮다고 이 차원 저 차원으로 그를 피해서 쭉 도망을 다녔겠습니까. 하아, 거기다 이야기를 듣자니, 그때 그 첫 거래가 벌써 30년 전에 있었던 일이라더군요.”


듣고 있던 신지영은 그만 입이 떡 벌어졌다.


“그렇게 30년간이나 서로 도망치고 또 쫓아다녔으니, 둘 다 얼마나 지독한 건지.”


“······알 만하네요.”


청웅이 보기에는 30년간이나 한 마녀만 한결같이 쫓아다니는 엘리온이나, 도망 다니며 끝까지 싫다고 저항하는 최고 마녀나 둘 다 지독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최고 마녀는 결코 엘리온에게 정기적으로 기운을 제공해 주겠다는 거래의 계약을 하지 않았다.


거기다 그 이유가 단순히 기분이 나빠서 그냥 하기 싫다는 거였다.


그렇다고 그녀가 30년 전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엘리온과 다시 거래를 하지 않았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녀는 일족에 간간이 큰 도움이 필요하다 싶을 때면 그를 찾아가서 간헐적으로 그때그때 거래를 했었다.


그러다 보니 아쉬운 쪽은 언제나 엘리온이었다.


항상 그가 먼저 마녀들을 찾아가 도와줄 일이 없냐고 챙겨 물었다.


그리고 가끔 소소한 일을 도와주고는, 다른 고위 마녀에게서 현재 최고 마녀가 어느 차원 어디에 도피해 있는지의 정보들을 얻었다.


그것도 그녀들의 약간의 피와 함께 대가로.


최고 마녀만큼은 아니었지만, 고위급 마녀들의 피도 나름 그의 입맛에는 먹을 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마녀든 그와 정기적인 거래를 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엘리온은 항상 받아 온 마녀들의 피들을 열심히 비축해 두고서 정말 힘들다 싶을 때만 꺼내 아껴 먹는 짠 내 나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 이번에도 전에 받은 피를 아껴 먹다가 금세 힘이 부족해져서 길에서 쓰러진 거 같은데.’


청웅은 엘리온이 신지영을 만나게 된 상황들을 그렇게 추측했다.






일전에 청웅은 흑아와 은후에게 최고 마녀와 엘리온의 상황을 잠깐 지나가듯이 간략하게만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다.


그땐 그냥 최고 마녀가 30년간 스토커에게 쫓기고 있고, 그 스토커의 정체가 서방 차원의 대마왕이라는 것까지만 말을 했었는데.


단지, 그때는 뭐 그런 걸 일일이 다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하고 생각하기도 했고, 친한 친구가 실은 스토커라는 게 자랑할 일도 아니어서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지만.


자신이 해 주는 이야기를 듣던 흑아는 서방 차원의 대마왕이 최고 마녀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스토킹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지만, 천만의 말씀.


당시에 최고 마녀에게서 전해 듣기로는, 30년간을 서로 그렇게 지냈으면서도 그 둘 사이에서 핑크빛의 아름다운 감정이 피어났던 적이 단 한순간도 없었다고 했다.


뭐,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둘이니까, 양측 모두의 이상한 성격상 충분이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했지만, 설마 실제로 그런 특수한 상황 속에서도 진짜 그럴 줄은.


엘리온이 한창 스토킹에 열을 올렸다는 그 기간 동안 청웅은 그를 만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렇게 한 30년간이나 조용하길래, 대체 뭐 하고 사나 했는데, 설마 최고 마녀를 죽어라 쫓아다녔을 줄이야.


그리고 이번에는.


“······인간이라, 그것도 저 목걸이까지 쥐여 주고서.”


이 신지영이라는 여자는 과연 저 목걸이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


아마 상상도 못 하겠지.


30년간이나 쫓아다녔던 마녀에게도 단 한 번도 건넸던 적도, 꺼내서 보여 준 적도 없었던 저것을, 오늘 처음 만났을 뿐인 이 여자에게는 막무가내로 쥐여 주다니.


정말 단순히 피의 맛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부가적인 이유도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엘리온은 이 여자가 엄청 마음에 들었나 보다.


생각을 정리한 청웅이 신지영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정말 여성미 흐르고 고고해 보이면서도 은은히 빛나는 다정한 눈빛이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는 살짝 혀를 차며 낮게 중얼거렸다.


“끄응. 꽤나 내 타입이기도 한데.”


양보해야 하나.


아주 오래전에, ‘그녀’를 놓친 이후로 다시는 마음에 드는 여성을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다짐했지만.’


신지영의 외모와 첫인상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긴 했지만, 역시 아직은 그뿐.


자신은 오늘 이 여인을 처음 만났을 뿐이니 당연히 그 이상의 마음은 들지 않았다.


물론 오늘이 첫 만남이라는 것은 엘리온, 그 정신 나간 녀석도 같았지만.


‘그런데도 대체 그녀의 무엇을 보고 저 목걸이를 준 거야.’


만약 자신이 엘리온이었다면 난생처음 본 사람에게 저 목걸이를 덥석 줄 수 있었을까?


언제나 가벼워 보여도, 실은 누구보다 신중한 자신은 결코 그런 미친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조금 아깝긴 하지만. 에이, 그냥 밀어 주지, 뭐.’


오로지 식사 문제 때문에 30년이나 최고 마녀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녀야 했던 친구가 슬슬 불쌍하기도 하고.


자신과는 다르게 본능대로만 충실하게 살아가는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다짜고짜 저 목걸이를 신지영에게 쥐여 주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녀석에게 있어서 상당히 소중한 목걸이를.


녀석의 본능이 이번엔 대체 뭐라고 했길래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청웅은 문득 궁금해졌다.


거기에 더해서 자신이 조금만 도와주면 앞으로 저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도, 또한 무척 궁금하기도 하니까.


“짐작하시는 대로 갑자기 젊어지신 건 그 목걸이 때문이 맞습니다. 그리고 그 목걸이가 뭔지는 나중에 엘리온, 그 녀석에게 직접 들으시는 게 좋겠네요. 저도 대략은 알지만 확실하지는 않아서요.”


“······위험한 건 아니죠?”


“네. 아닙니다.”


아마도.


청웅은 그 뒷말을 혼자 조용히 삼켰다.


“엘리온은 조금 어리바리해서 그렇지 나쁜 녀석이 아닙니다. 본인의 입으로 직접 잘해 준다고 했으니, 정말 잘해 줄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을 겁니다. 그 정도로 단순하거든요.”


청웅이 이어 말했다.


“녀석의 친구로서 이야기를 드립니다만, 거래 건은······ 아무쪼록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그가 머리를 숙이며 진지하게 부탁을 했다.


신지영이 그런 청웅을 빤히 바라보았다.


“음? 왜 그러시죠? 아, 혹시 거짓인가 싶으신 거라면······.”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방금 한 제 말들을 믿지 못하는 건가 싶어서 청웅은 그에 관해 추가적으로 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러자 신지영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게 아니라 대표님, 참 좋은 분 같아서요.”


그리고 마치 들꽃처럼 싱그럽게 웃었다.


신지영의 기습적인 미소와 칭찬을 들은 청웅이 순간 멈칫하고 굳었다.


그녀가 이어 말했다.


“사실 오늘은 슬기가 일하는 곳을 한번 보고, 그 아이를 맡아 주신 대표님께도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드리려고 서울에 온 거였어요. 그러다 예상치 못하게······ 이렇게 이상한 만남들을 하게 되었지만······.”


대접받은 차를 잠시 홀짝이며 신지영이 말했다.


“어쨌든 슬기가 이번에 들어온 회사가 괜찮은 곳인 거 같아서 참 다행이네요.”


“가, 감사합니다.”


“정말······ 이 건문 밖에서 보는데 요기가 잔뜩 요동치길래 또 얼마나 놀랐는지. 실은 둘러보고 영 아니다 싶으면, 슬기의 고집을 꺾어서라도 도로 고향으로 데려가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러셨군요.”


“네. 아니면 다시 제대로 된 다른 회사를 찾아보게 하거나. 그런데 그러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 덕분에 안심하고 돌아갈 수 있겠어요. 슬기 주변에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신 거 같아서 무척 기쁩니다.”


신지영의 미소가 더욱 깊어졌다.


그리고 여태껏 본 모습 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청웅은 속으로 침음을 삼키며 생각했다.


‘······젠장. 괜히 엘리온에게 양보하기로 했나.’


마음속으로 고뇌와 갈등이 시작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방해를 할까 말까.


그간 잠잠하다 싶었던 자신의 심술보가 다시금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꿈틀거렸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그녀에게 물었다.


“······어라? 그러고 보니······ 슬기는 여기 처음 왔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상태였는데, 할머니, 아니 신지영 씨는 이쪽 세계에 대해서 꽤 많은 걸 알고 계시네요.”


“아, 네. 혹시, 슬기와 저의 혈통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네. 알고 있습니다.”


알다 뿐인가.


산신의 후손.


슬기가 처음 이곳으로 오게 된 원인도 따지자면 그 핏줄 때문이었다.


그래서 은후와 만나게 되었고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된 거니까.


“역시, 대표님은 아시는 듯하니 그냥 이야기를 할게요. 사실 저나 제 아이, 그러니까 슬기의 엄마까지는 다른 세계에 대해서 다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애초에 가풍 자체가 방임이랄까.”


찻잔을 만지작거리며 그녀가 말을 이었다.


“집안사람들이라면 당연히 타고나는 이 능력을 일부러 더 강하게 키우려고 집착하지도 않았지만,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았습니다.”


신지영이 옛 기억을 회상했다.


“그냥 자연스럽게 있는 그대로 그렇게 살았어요. 가진 능력을 가진 대로 쓰면서, 그로 인해 만나게 되는 것은 만나면서. 청웅 님이 요괴이기에 그저 요괴로 살아온 것처럼요. 그러다 슬기의 부모가······.”


잠시 그녀가 말을 멈추었다.


숨을 고르다 다시 말했다.


“실은 타 차원 존재들과 연관되어 있는 사건에 휘말려서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슬기는 아직 그 사실을 몰라요. 그냥 우연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만 알고 있습니다.”


“······.”


“슬기를 키우면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아이 역시 분명 능력을 가지고는 태어났지만, 어쩐 일인지 그걸 제대로 쓸 줄을 모르더라고요. 잠재되어 있는 능력만 있다뿐이지 제 눈에는 보통 사람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저쪽 세상은 무척이나 신비롭고 또 매혹적이지만······ 그만큼 역시 위험하죠. 아이의 부모도 그렇게 잃고 보니, 힘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꺼려지더군요.”


“······.”


“그럼 그냥 보통 사람으로 키우자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라도 아이의 힘이 발현되면 그때는 가르쳐 주자. 그런 마음이었죠.”


그러다 신지영이 피식 웃었다.


“그런데 괜한 고민을 한 것 같네요. 역시 핏줄이라고 해야 하나. 슬기는 확실히 저희 집안사람입니다. 꿈을 이루겠다고 하길래 멀리 보내 줬더니, 거기서 모험도 하고 있었던 모양이네요.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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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조우 24.09.03 10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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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2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4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0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0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0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1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4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2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4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 산신의 후손들 24.09.03 14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1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5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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