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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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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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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와 범재

DUMMY

하나는, 같은 날 방영을 시작한 타 방송사의 동 시간대 경쟁 프로 <경비실의 호위 무사>가 <청춘, 나빌레라>의 시청률보다 소폭 앞섰다는 것.


거기다 이것은 회차가 거듭되어도 여전히 줄지 않고 있었다.


2화, 3화가 각각 방영될 때마다 <청춘, 나빌레라>의 시청률은 매회가 떨어지지 않고 꾸준히 오르고는 있었지만, 그것은 <경비실의 호위 무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마지막 다른 이유 하나는 첫 방송 시청률이 나온 바로 그 직후부터, 성지훈 작가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는 것 때문이었다.


“성 작가, 아직 연락 안 되죠?”


“······네.”


우태영 감독이 담배를 태우며 물었다.


그에 조연출이 어쩔 줄 몰라 하며 가까스로 답했다.


벌써 감독의 지시로 그의 스마트폰으로 연락을 시도한 것만 백 통이 넘는다.


조연출 자신과 다른 동료가 같이 틈날 때마다 번갈아 가며 걸었으니, 성지훈의 스마트폰에는 어마어마한 수의 부재중 기록이 남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알겠습니다. 일단 돌아가서 다른 일 먼저 하도록 해요.”


“네.”


조연출을 돌려보내고, 혼자 남은 우태영은 잠시 아무 말도 없이 생각에 빠졌다.


“······.”


사실, 첫 시청률의 결과는 그로서도 충격이었다.


초반 시청률과 순간 최고 시청률은 <청춘, 나빌레라>가 앞섰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리고 연이어지는 결과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때 이후로 한 번도 앞서지 못했다.


우태영은 그간 성지훈이 왜 그토록 자신의 후배에게 열을 올리는지도 이제 알 것 같았다.


<경비실의 호위 무사>의 작가, 강유.


‘정말 어이가 없군······.’


성지훈이 거의 노이로제 수준으로 그를 견제하던 모습이 찜찜해서, 우태영 역시도 방영이 시작되기 전에 강유의 전작들을 몇 작품 봤었다.


잘 썼다고 생각했다.


재밌다고도.


그러나 솔직히 그 이상의 매력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때문에 성지훈이 왜 그를 과대평가하는 걸까, 생각하기까지 했었다. 그냥 과거의 좋지 않은 기억 때문에 과민 반응한 거 같다고.


그렇게 대단했으면 진즉에 우태영 자신도 강유라는 작가를 알고 있었을 거라고.


그 이면에 숨겨져 있던 진실을 알기 전까지.


강유와 같이 작업을 했던 감독들 중에 우태영 본인과 꽤나 친분이 있는 사람의 이름이 있었다.


우태영은 그 이름을 발견하자마자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하. 이번 작품과 달리 왜 그렇게 전작들은 밋밋한가 했더니······ 그 이유가 당시에는 달랑 대본만 던져 주고 정작 본 촬영에서는 아무런 간섭도, 참여도 하지 않아서······ 라고?’


거기다 그 이유가 또 웃겼다.


‘누나가 아파서 자신이 직접 간호를 해야 한다. 잠시 미국으로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낯선 땅이고, 누나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 절대로 혼자 둘 수 없다.’


라고 했단다.


그게 강유가 여태껏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던 이유였다.


당시의 일을 회상하던 감독이 여전히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우태영에게 그렇게 말했다.






<경비실의 호위 무사>는 <청춘, 나빌레라>에 비해 배우진이 그리 화려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캐스팅 면만 봤을 때는 <청춘, 나빌레라>의 출연진들 개개인의 인지도가 훨씬 더 높았다.


<경비실의 호위 무사>는 사실 남녀 두 주인공은 갓 데뷔를 한 파릇파릇한 신인이었고, 나머지는 연기력이 탄탄한 중견 배우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양측 감독의 실력 또한 마찬가지.


경력과 연출력, 그 밖의 다른 모든 부분에서 우태영이 압도적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제작 기간 역시 <청춘, 나빌레라> 쪽이 길었다.


판타지물인 <경비실의 호위 무사>는 특성상 CG 같은 영상 기술에 분명 공을 좀 들이긴 했지만, 그게 인기를 판가름할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사전 홍보도 다를 게 없었다.


방송 전까지 연일 기대를 모으는 기사가 쏟아졌던 <청춘, 나빌레라>에 비해, <경비실의 호위 무사>는 딱 기본 정도로만 홍보를 하고 있었다.


‘순전히 운······ 때문이었다고, 그거 하나로 치부하기엔 너무 말이 안 되고······ 결국은 스토리력······ 작가 싸움으로 갈린 거지······.’


<경비실의 호위 무사>는 우태영도 정말 재밌게 봤다.


아니, 사실 굉장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야기는 참신하면서도, 그게 또 과하지 않았다.


우선 창작자들이 흔히 핑계 대기 좋아하는 클리셰라는 틀에 갇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혀 쓰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강유는 거기에 갇힌 게 아니라 그걸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새롭게 발상하며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고 있었다.


나름의 이야기로 풀어 나가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만 적절히 배치해서 더욱 맛깔스럽게 버무렸다고 해야 하나.


시청자들은 때때로 너무 새로운 것을 보게 되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그런 경계심을 낮추고, 되레 친근감을 느낄 만한 장치로서만 활용한 것이다.


특히나, 우태영은 그가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을 무자비하게 흔들어 버리는 특유의 이야기 구성 방식과 시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진심으로 그게 제일 탐이 났다.


대부분의 시청자들도 아마 그런 범상치 않으면서도 거침없는 구성과 전개에 압도되고 매료된 거겠지.


물론 아직 다듬어 나가야 할 점들도 우태영의 눈에는 분명 보였다.


다른 강점들이 워낙 두드러지다 보니, 그것들이 당장 크게 문제가 될 정도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거기다 강유는 그것들도 앞으로 차츰 잘 보완해 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말이다.


절대로 저게 끝이 아니다.


그의 한계가, 잠재된 재능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또 무엇을 상상하고, 무엇을 보여 줄 수 있을까.


어느새, 우태영은 완전한 팬이 되어 그의 다음 이야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입장이 되어 있었다.


“······.”


치이이익.


다 타 버린 짧은 꽁초를 멍하니 보다 재떨이에 버리고, 다시 새로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어 바로 불을 붙였다.


그리고 그는 다시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을 잠시 회상했다.


첫방이 있기 3일 전, 늦은 밤 성지훈이 시나리오와 대본 꾸러미를 잔뜩 들고 자신을 찾아왔다.


그것도 초반부, 후반부 수정본을 각각 크게 세 가지씩, 총 여섯 가지나 다시 만들어 왔다.


대체 며칠이나 밤을 새운 건지, 성지훈은 완전히 몰골이 초췌해져서, 실제로 좀비를 보는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다크서클이 정말 턱밑까지 당장 내려올 듯한 거무죽죽한 안색에, 그렇지 않아도 깡마른 몸이 며칠 사이에 더 바짝 말라 있었던 탓이다.


그리고 그가 새롭게 가져온 수정본은······.


솔직히 말하자면, 우태영은 그 여섯 가지 수정본 전부가 다 마음에 들었다.


정말 놀랐다.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그만한 양이나 쓸 수 있었는지.


이번 드라마가 끝나면, 아예 그 수정본을 초안 아이템으로 삼아서 다른 이야기를 처음부터 새로 기획해서 만들어도 재밌겠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다.


“저는······ 이제 더 이상 못 고르겠습니다. 아무리 봐도······. 그냥 감독님이 보시고 제일 마음에 드는 걸로 써 주세요.”


성지훈의 힘없는 목소리에서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얼마나 많은 고민과 방황을 하다가 온 건지가 여실히 느껴졌다.


언제나 당당하기만 했던 목소리는 다 죽어 가고 있었다.


그의 부탁대로 정말 하나하나 열심히 읽어 보고 고심한 끝에, 제일 괜찮다고 생각되는 초반부 하나, 후반부 하나를 직접 골랐다.


후반부야, 초반부에 비하면 아직 그나마 여유가 있었지만, 초반부는 사정이 달랐다.


첫방까지 남은 시간은 단 3일.


곧바로 철야로 재촬영에 들어갔다.


다행히 크게 바뀐 것이 몇 장면 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리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공을 들여도 아깝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괜찮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거다.


지금까지 방영된 1화, 2화, 3화.


<청춘, 나빌레라>의 반응이 나쁜 것도 아닐뿐더러, 날이 갈수록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인데도, 여전히 모두가 근소한 차로 <경비실의 호위 무사>에 밀리고 있었다.


도무지 따라잡을 수가 없는 디테일.


당최 좁아지지 않는 간격.


심한 충격을 받은 것인지, 성지훈은 그 뒤로 완전히 잠수를 타고 자취를 감춰 버렸다.


우태영은 두 작가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봤다.


‘성지훈은······.’


좋은 작가다.


이쪽 세계에 관해서는 모든 평가를 박하게 하는 우태영이지만, 아무리 냉정하게 봐도 그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었다.


성지훈은 좋은 작가다.


실력이 탄탄하고, 그에 걸맞은 경력 또한 착실히 쌓아 가고 있는 중이다.


또한 절대로 중박 이하의 결과는 내놓지 않으니, 투자자나 제작자 입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작가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확실한 성공을 보장하는 보증 수표만큼이나 더 좋은 것은 없을 테니까.


그리고.


‘강유는······.’


재밌다.


그리고 무척이나 흥미롭다.


그러나 결코 ‘좋은 작가?’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전작의 경우들만 봐도 그렇다.


가족의 간병을 위해서 자신의 창작물을 그냥 방치하다시피 했다.


당시의 그 작품을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둔 제작사 측 사람들도 우태영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얼마 전에 자신과 연락이 닿았던, 일찍이 강유와 작업을 했던 경험이 있는 다른 감독에게서 들었다.


작품의 제작사 대표가 일찍부터 강유의 글에 매료된 사람이라 전폭적인 지지를 해 준다는 것을 들었을 때는 진짜 다들 제정신인가도 싶었다.


통화로 사정을 들었던 그때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강유의 진짜 실력을 알게 된 지금.


“······.”


우태영은 스스로에게 솔직히 물어봤다.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창작자의 입장에서, 앞으로 함께 일해 보고 싶은 사람은? 과연 그런 작가는?


성지훈인가, 아니면 강유인가?


“······.”


오늘따라 담배가 무척 빨리 타는 기분이 들었다.


치이이익.


짤막해진 꽁초를 재떨이에 버리고 우태영은 곧바로 세 번째 담배를 입에 물었다.


딸칵. 화르륵.


“······후우우.”


돈? 명예?


대중문화를 만들어 가는 사람에게, 특히나 이쪽 업계에서 살아가는 이에게 그것만큼 강력하고 중요한 게 또 있을까.


그러나 자신은 이미 돈도 벌 만큼 벌었고, 명예도 쌓을 만큼 쌓아 두었다.


그러니, 그런 건 차치하고 정말 순수하게 창작만을 놓고 보았을 때, 앞으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이번에 성지훈과 일을 같이 한 것도 참 재밌었다.


정말 괜찮은 작품을 또 하나 만들고 있다는 성취감과 보람도 느꼈다.


그러나 <경비실의 호위 무사>를 봤을 때······.


보는 내내 손이 떨렸다.


첫사랑에 빠진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렸고, 열렬한 팬이 되었고, 그리고.


‘내가 저 드라마의 연출을 했더라면, 저것보다도 더······ 훨씬 더······.’


내가 저것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고.


이후엔 욕심이 났다.


창작자로서의 욕망과 질투가 가슴 부근에서 들끓기 시작했다.


스스로가 의식도 못 하는 사이에, 이미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더 이상은 돌이킬 수도 없을 정도로.


‘······거기서 이미 답이 나왔던 거겠지.’


그래. 그랬다.


그러니까 나중에야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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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2 0 12쪽
80 조우 24.09.03 11 0 11쪽
79 조우 24.09.03 8 0 12쪽
78 조우 24.09.03 10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9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2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4 0 11쪽
» 천재와 범재 24.09.03 11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0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0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1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4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2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4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4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1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5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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