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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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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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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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의 후손들

DUMMY

“으아. 드디어 찾았다.”


커다란 건물 앞에 서서 신지영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고, 삭신······. 응?”


예상보다 더 오래 걷기도 해서 당연히 뼈마디가 아프겠지 하고 자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는데, 신기하게도 그리 아프지 않았다.


“······.”


그러고 보니 어째 긴 시간 돌아다니느라 많이 지치긴 했어도, 이 역시 평소보다는 훨씬 덜한 것 같았다.


“아까 엘리온한테 기운도 나눠 주고 해서 오늘은 그냥 이 악물고 버티려고 했는데······.”


정말 이상했다.


오늘은 자꾸만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다.


거기다가.


“여긴 또······ 뭐야. 왜 이렇게 요기들이 요동치는 거지······?”


루시퍼 건물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신지영이 말했다.


“설마, 슬기가 이상한 데로 들어간 건 아니겠지.”


대외적으로 드러난 것처럼 연예인 기획사가 아니라, 실은 그 이면에서 몰래 사악한 존재들을 모시고 있는 사이비 종교 단체가 위장한 곳이라거나 하는.


얼핏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그런 곳들이 소수나마 정말 있었기 때문에 신지영은 걱정이 되었다.


일단 들어가서 살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슬기를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위이이잉.


건물 출입구의 자동문을 지나자 안내 데스크의 젊은 여자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신지영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저기, 여기 대표님을 좀 뵈려고 왔는데요.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아, 혹시 이번에 새로 들어오기로 한 그 신인분이신가요? 대표님과 사전 약속이 되어 있으신 분들은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표실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제일 위층입니다.”


“신인? 아, 손녀가 여기 신인이긴 한데.”


“······네? 소, 손녀요?”


어쩐지 대화가 어긋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친절한 미소로 싱긋 웃고는 있었지만, 그런 안내원의 머리 위에도, 맞은편의 신지영의 머리 위에도 서로 ‘저 사람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하고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러다 신지영은 안내 데스크 옆으로 쭉 연결되어 있는 거울로 된 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허.”


놀란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신지영은 천천히 자신의 얼굴을 만져 보았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깨끗하고 부드러운 피부가 무척이나 낯설다.


아니, 완전히 낯선 것은 아니고 오랜만이었다.


오늘 아침, 강원도 집을 나서기 직전, 단장을 하기 위해 거울로 봤던 그 노인의 얼굴은 더 이상 어디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저 거울 벽에는 지금보다도 훨씬 젊었던 시절, 그때 그 시절의 모습만이 오롯이 비치고 있었다.


그녀가 여태껏 걸어온 길었던 세월들을 완전히 무시하고서.


“이건 또 무슨······.”


갑자기 이렇게 젊어진 모습이라니.


“무슨 일이시죠?”


한창 놀라고 있는데 뒤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본적으로 굵직한 남자 목소리인데도 말을 할 때는 또 톤이 무척이나 높았다.


신지영도, 안내원도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내 데스크가 있는 쪽으로 점차 가깝게 걸어오고 있는 남자는 루시퍼의 대표 청웅이었다.


그를 알아본 안내원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아, 대표님.”


“흐음, 약속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아침에 언급했던 그 사람이 안 오는 거 같아서 직접 내려와 봤어요. 온 사람 없었죠? 아직?”


“네. 이야기하셨던 분은 안 오셨습니다. 저, 그런데 여기 이분이······.”


안내원이 신지영을 보며 말했다.


그녀가 가리키는 대로 신지영의 얼굴을 본 청웅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 낮은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우후후후후.”


자신을 보자마자 난데없이 웃는 그의 모습에 놀라 신지영이 흠칫하며 뒤로 한 발 물러났다.


그러나 청웅은 여차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칠 것 같은 그녀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후후후후.”


파앗.


벌이 침을 쏘듯이 재빨리 날아가 신지영의 손을 낚아챘다.


그리고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한껏 중후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로 이곳에 찾아오셨습니까, 아름다운 나의 여신이시여?”


“······.”


그의 느끼하고 오글거리는 말투와 태도에 신지영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 버렸다.


머리가 쭈뼛하게 서고, 붙잡힌 팔에는 닭살이 오스스 돋았다.


그리고 옆에 있던 안내원도 그녀와 똑같이 굳어 버렸다.


특히나 평소 청웅이 특이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직원조차도 이렇게 놀라는 데에는 다 그 이유가 있었다.


그녀로서는 루시퍼에서 처음 일을 한 이후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청웅이 저렇게 남자다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던 까닭이다.


물론 그럼에도 그 특유의 깨방정은 조금도 숨길 수 없었지만.






“저기, 이 손 좀 놓아주시겠······.”


신지영이 슬그머니 자신의 손을 빼내려 했으나 청웅은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자르며 당신의 어려운 사정을 다 안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여전히 느끼한 목소리와 태도는 그대로였다.


“후후후. 보아하니 이능력이 있는 인간인 듯한데, 이 루시퍼를 찾아온 것을 보면 틀림없이 무슨 사정이 있을 터. 제가 이곳의 대표입니다. 저에게 무엇이든 상담하세요. 무엇이든!”


청웅의 눈빛이 느끼하게 반짝반짝 빛났다. 그가 말을 이었다.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와 드리겠습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근데 이 손 좀······.”


“자, 그럼 대표실로 올라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맛있는 차를 한잔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아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


“······.”


청웅은 신지영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그는 마이 페이스대로 행동하며 그녀를 질질 끌고 함께 자신의 대표실로 올라갔다.




“저는 슬기의 외할머니 되는 사람입니다.”


대표실 소파에 앉아서 자신 앞에 놓인 차를 빤히 내려다보며 신지영이 말했다.


대표라는 저 남자에게 휩쓸려서 어느새 여기까지 와 버렸을까, 그는 참 정신없고 몰아치는 태풍 같은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푸우우우웁!”


뜨거운 차를 홀짝이다가 그녀의 말을 이해한 청웅이 마시던 차를 내뿜었다.


입가에 주르르 흐르는 것을 닦아 내며 다시 그녀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하, 할머니?”


“네.”


“어라? 그러고 보니······ 진짜 닮았네요. 많이. 어? 그런데 실례지만, 나이가······.”


할머니라니, 언니라고 해야 오히려 믿음이 간다.


그녀는 외모는 물론이고 풍기는 분위기까지 슬기와 많이 닮아 있었다.


단지, 도도하고 조금 차가워 보이는 그 아이의 외형에 여성미를 잔뜩 가미하면 딱 눈앞의 여인이 나올 것 같달까?


한 예로, 전체적으로 슬림한 슬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눈앞의 여성은 가슴이 풍만했다.


한마디로 청웅의 눈에 그녀는 훨씬 더 많이 섹시해지고 성숙해진 버전의 슬기였다.


“올해로 62세입니다.”


“······인간치고 상당히 동안이십니다.”


물론 요괴로 긴 세월을 살아온 자신에 비하면 여전히 신생아 취급을 해도 될 만한 나이였으나, 인간의 생체 주기로서의 그녀는 분명 노인이 맞았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저런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이능을 지닌 인간이라 할지라도 저렇게 완벽하게 젊음을 유지하는 경우는 없었다.


적어도 청웅 자신이 아는 한은 그랬다.


슬슬 호기심이 생기려고 할 때, 신지영이 먼저 지금의 상황을 해명했다.


“하아. 여기 오는 도중에 어떤 타 차원 존재 한 분을 도와 드렸는데, 아마 그 때문인 듯합니다. 그리고 이런 걸 받았는데.”


그러면서 그녀는 옷 사이에 감추어진 목걸이를 살짝 들어서 그에게 보여 주었다.


“아아? 아아아.”


목걸이를 보자마자 청웅은 바로 사태 파악을 끝냈다.


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녀석이 왔나 보네. 이곳 중앙 차원에.”


어쩐지 무척이나 친근하게 부르는 듯한 말투에 신지영이 물었다.


“그 녀석? 잘 아는 사이인가요?”


“네, 뭐. 일부러 피하지 않는 이상은 나름 이름이 있는 위치의 존재들끼리는 어쩌다 마주치는 일이 많거든요. 이쪽 세계도.”


“아, 그러면 저 대신 이것 좀 그 사람에게 돌려주시······.”


청웅은 정말 그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신지영은 마침 잘되었다고 생각하며 청웅에게 대신 목걸이를 전해 줄 것을 부탁하려고 했다.


다시 만나게 되면 아까 이야기했던 거래에 대해서 또 박박 우길 것이 뻔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지영은 확실히 거절할 자신이 없었다.


도저히 귀여운 그를 이길 자신이 없었다.


‘져 줄 거 같단 말이야. 내가.’


자신은 유독 귀여운 것들에 약했다.


아마 그를 또 만나면 알면서도 일부러라도 져 줄 거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먹이는 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신지영이 엘리온과의 다음 만남을 피하려 하는 이유였다.


“어어?”


그러나 이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목걸이를 벗어서 청웅에게 주려고 했는데, 아무리 벗으려고 해도, 벗겨지지 않았던 탓이다.


낑낑 용을 쓰며 목걸이와 계속 씨름을 하는 신지영을 가만히 보다가 청웅이 그녀를 말렸다.


“어휴, 내가 볼 때 그냥 포기하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왜 그 녀석, 엘리온에게 찍히신 건지는 모르겠지만, 포기하시고 받아들이세요. 걔가 한번 찍은 건 절대로 안 놓거든요.”


“······하아. 그냥 힘들어하는 거 같아서 조금 도와주었을 뿐인데.”


“그런데 신기하네요. 그 녀석, 보기와는 다르게 누군가에게 쉽게 마음을 여는 녀석도 아니거든요. 대체 뭘 도와주신 거죠?”


“하하하.”


청웅의 물음에 신지영이 어색하게 웃었다.


어쩌다 그의 마음에 들게 됐냐고?


엘리온 그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은 ‘맛있다’고 했다.


그게 이유이지 않을까.


그걸 그대로 청웅에게 말하자니 민망했다.


그래도 그에게 뭔가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신지영은 솔직히 털어놓기로 했다.


“제 피가 최고급 알밤 막걸리 맛이 난······, 이 아니라. 제 피가 맛있다네요. 실은 여기로 오는 길에 그 사람과 우연히 부딪쳤거든요. 그런데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이길래 제 피를 좀 나누어 주었어요.”


신지영이 당시의 상황을 회상하며 말을 이었다.


“그랬더니 다짜고짜 막무가내로 자기와 거래를 하자고······. 우선 지금은 좀 바쁘다면서 이 목걸이만 먼저 쥐여 주더니, 그러고선 달아나듯 어디론가 가 버렸습니다.”


“······푸핫.”


한껏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청웅은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야 말았다.


자신이 아는 엘리온은 겉으로는 쉬워 보여도 사실 무지하게 까다로운 녀석이다.


그런 녀석을 사로잡았으니, 틀림없이 뭔가 특별한 일이 두 사람 사이에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자신의 기대가 무참히 부서져 버렸다.


뭐, 오히려 이쪽이 더 그 녀석답다고 해야 하나.


‘아, 아니다. 그 녀석 입맛에 꼭 맞는 맛을 찾았다는 것도 나름 특별한 일이긴 한가. 여태까지는 그 녀석의 미각을 충족시켜 줄 만한 맛은 최고 마녀, 그녀뿐이었는데 말이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청웅은 순간 한 가지 의문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그가 홀로 중얼거리며 말했다.


“어? 그럼 이제 그 녀석, 최고 마녀 스토킹도 그만두는 건가?”


그리고 그 혼잣말을 신지영이 듣고 놀라 반문했다.


“네? 스토킹? 그 사람이 최고 마녀를요?”


청웅은 아차 싶었지만, 이미 신지영은 그가 중얼거렸던 말들을 전부 다 똑똑히 들은 것 같았다.


그가 한숨을 쉬며, 엘리온의 사정을 간략히 설명했다.


“그 녀석의 정체는 뱀파이어입니다.”


잠시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목을 좀 축인 뒤에 청웅이 이어 말했다.


신지영은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그를 북돋아 주기 위해 처음에 단순히 기운과 피를 나누어 주었을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누군가의 피를 흡수하는 게 애초에 엘리온에게는 평소 주식을 먹는 행위였다는 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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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1 0 12쪽
80 조우 24.09.03 11 0 11쪽
79 조우 24.09.03 8 0 12쪽
78 조우 24.09.03 10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9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0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2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4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0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0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0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1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4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2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4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3 0 13쪽
»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1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5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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