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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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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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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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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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녀, 민세영

DUMMY

민세영이 마치 원래의 안무인 듯 은근한 손짓을 하자, 기운 덩어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전부가 빠르게 민세영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안타깝게도 이곳에 있는 모든 평범한 인간들은 그 모습을 전혀 볼 수도, 알아차릴 수도 없었다.


그리고 힘을 흡수한 민세영은 믿을 수 없게도, 바로 직전의 그녀 자신보다도 훨씬 더 아름다워져 있었다.




타악. 쾅.


음악 방송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밴에 올라탄 민세영이 차 문을 닫으며 말했다.


“매니저 오빠. 저는 잠깐 어디 좀 들렀다가 갈게요. 나가서 사람들 안 보이기 시작하면, 근처 골목에 내려 주세요.”


“음? 어디 가는데? 너 혼자 괜찮겠어? 요즘 인지도가 엄청 올라서 괜히 혼자 돌아다니다가 팬들에게 걸리기라도 하면.”


“하하. 괜찮아요. 정말 잠깐 개인적인 볼일만 보고 바로 숙소로 돌아갈게요.”


“알았어. 워낙에 성실하니까 믿는다. 꼭 바로 와?”


“네.”


민세영이 웃으며 답했다.


밴은 곧 방송국 건물을 빠져나와 한동안 도로를 달렸다.


매니저는 주변을 둘러보며 민세영을 내려 줄 만한 적당한 장소를 눈으로 찾았다.


그렇게 이동하는 사이, 볼륨을 작게 낮춰서 틀어 두었던 라디오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금일 저녁 ×시 ×분쯤, ××동에 있는 ××방송국 건물로 근처를 지나가던 관광버스가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음악 방송을 보고 나오던 방청객들의 상당수가 부상을 입었고······.]


뉴스의 내용은 경악스러웠다.


“허억?”


“어어? 이거 우리 나오고 바로 사고 난 거야?”


“그, 그런 거 같은데.”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다행히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사고의 원인을 운전자의 음주운전으로 보고······.]


매니저를 포함에서 밀키웨이 멤버들 전부가 진심으로 깜짝 놀라며 한마디씩 내뱉었다.


방금 전까지 자신들이 있던 바로 그 장소에서 사고가 났으니 놀라지 않는 게 이상할 것이다.


그러나 민세영은 거기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호들갑스럽게 사고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들의 대화에는 조금도 끼어들지 않은 채, 그녀는 홀로 조용히 쓴웃음을 지었다.




민세영은 멤버들과 헤어지고 나서 바로 택시를 탔다.


그리고 성지훈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얼굴을 완전히 가리다시피 착용하고 있던 마스크와 꾹 눌러쓰고 있던 모자를 모두 벗었다.


이곳 역시 부모님과 연고가 있는 분이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끄러운 스캔들을 걱정할 필요 없이 편하게 오갈 수 있었다.


호텔 바로 올라가니, 입구에 얼굴이 익숙한 직원 한 사람이 보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빠, 안에 있죠?”


“네.”


직원이 정중한 태도로 인사를 했다.


민세영은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용건을 꺼냈다.


그녀의 짐작대로 성지훈은 역시 이곳에 있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민세영이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거의 성지훈의 지정석이나 마찬가지인 가장 안쪽 구석 자리로 가자 익숙한 등이 보였다.


이미 한껏 취한 그는 엎드린 채로 졸고 있었다.


틀림없이 바텐더는 몇 번이고 그를 호텔 방으로 돌려보내려고 했으나, 그가 완강히 거부했을 것이다.


안 봐도 뻔한 그 상황을 생각하며 민세영이 한숨을 쉬었다.


그녀가 다가가 성지훈의 등을 세게 흔들었다.


“오빠. 지훈 오빠, 정신 차려.”


“으음? 오우, 이게 누구야. 아아앗. 우리 예쁘으으으은 세영이!”


게슴츠레하게 뜬 눈.


자꾸만 꼬부라지는 혀와 어눌한 발음 들이 지금 성지훈이 얼마나 취했는지를 여실히 알려 주고 있었다.


대화가 통할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민세영이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 오빠. ······하아. 성지훈. 정신 차리고, 내 눈을 봐. 집으로 돌아가. 그리고 내일부터 다시 제대로 일해. 감독님이 나한테 오빠 데려오라고 부탁까지 하셨어.”


“아하하하. 그으으뤠에에?”


“특히, 다음 우리 촬영이 정말 중요······. 하아. ······방송이 끝날 때까지는 쭉 천재와 비교당하긴 하겠지만. 뭐, 어쩌겠어. 할 수 없지.”


원래 하려던 말을 중간에 끊고는, 민세영은 갑자기 그에게 상당히 아픈 말을 툭 내뱉었다.


그러나 잔뜩 술에 취한 성지훈은 그 말의 뜻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민세영이 뭐라고 하든지 해맑은 아이처럼 까르르 웃기만 했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무언가를 가만히 생각하던 민세영이 다시 말을 꺼냈다.


성지훈, 예전의 자신과 언뜻 겹쳐 보이는 그를 위해 그녀의 능력을 조금 사용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아니면 내가 오빠를 위해서 조금 기도를 해 줄 수도 있어. 내일 현장 가면 좋은 뉴스가 있을 거야. 날 믿고 꼭 나와.”


그렇게 말하며 민세영이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슬기, 준비되었느냐?”


“응. 잠깐만! 다 되었어요!”


은후의 물음에 슬기가 답했다.


집을 나서서 촬영 장소로 이동하기 직전, 그녀는 자신의 오랜 벗인 기타를 꺼내서 잠시 연주를 해 보고 있었다.


“헤헷. 좋아.”


할머니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사 준 기타.


물론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었다.


그렇지만 이 기타는 자신이 음악을 더 사랑하게 만들어 주었을 뿐만이 아니라, 힘들었던 연습생 생활과 사고 이후의 시련을 묵묵히 견디게 해 준 버팀목과도 같았다.


언젠가 꼭 반드시, 이 기타를 연주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노래를 할 수 있는 날이 다시 올 거라고, 슬기는 그렇게 꿈을 꾸면서 고통의 시간들을 인내할 수 있었던 것이다.


평소 관리를 잘한 덕분에 음색은 여전히 괜찮았다.


촬영에 들어가기 직전에 한 번 더 튜닝만 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슬기는 기타를 케이스에 챙겨 넣고, 바로 어깨에 메었다.


슬기가 지금 이 기타를 챙기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오늘이 드디어 중요한 촬영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처음 청웅이 이 드라마를 소개하면서 제안했던, 게릴라 라이브 촬영이 바로 오늘이었다.


친구인 루나의 도움으로 실어증을 극적으로 치료하고 길 한복판에서 군중에 둘러싸여 노래를 하는, 그 장면을 찍는다.


어제 우태영 감독에게, 촬영에 자신의 기타를 가져와서 써도 되겠냐고 미리 허락을 구해 두었다.


짧게 슬기의 기타 실력을 감상한 우태영은 흔쾌히 승낙을 해 주었다.


‘드디어······.’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다.


촬영 장소는 명동 거리 한복판이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 틀림없었다.


우태영 감독이 말하기를, 본방과는 상관없이 오늘 자신과 루나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동영상 전문 커뮤니티인 유투에서 먼저 실시간으로 중계할 거라고 했다.


‘노래할 수 있다.’


두근두근.


기대감에 심장이 미칠 듯이 두근거린다.


슬기는 자꾸만 요동치는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집을 나섰다.






“뭐? 정말이야?”


“응, 그렇다던데? 관련 기사도 잔뜩 떴잖아. 아직 못 봤어?”


“허얼. 대박인데. 와······ 강유, 그 작가 진짜 완전······ 멘탈 장난 아니다.”


도착한 촬영장은 한창 소란스러워져 있었다.


한쪽은 돌아온 성지훈 때문이었고, 다른 한쪽은 <경비실의 호위 무사>의 작가 강유 때문이었다.


우태영은 먼저 성지훈을 불러 그와 밀실에서 단둘이서만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가 홀로 잠적했던 행위에 대해서 이후엔 별다른 이야기를 덧붙이지 않았다.


그러나 스태프들은 달랐다.


성지훈이 슬럼프로 방황하고 자취를 감추었던 그 시간 동안 그에 관해서 여러 가지 가십거리가 나돌고 있었던 것이다.


또 반대편에서는 경쟁 작품인 <경비실의 호위 무사>의 작가, 강유를 칭찬하는 무리들이 있었다.


실은 지난밤, 그가 야간 촬영 도중에 오른쪽 팔을 다치는 큰 사고가 있었다.


그날 처음 일을 시작한 스태프 한 사람이 소품용 칼을 가지고 이동하다가 실수로 강유와 부딪치는 바람에 그의 팔꿈치가 길게 베인 사고였다.


강유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어서 수술을 했다.


거기다 수술을 마치자마자 촬영장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곧바로 작업에 참여를 했다.


그리고 그랬다는 이야기가 인터넷 기사로 나돌고 있었다.


동료들과 감독이 뜯어 말리는데도 본인이 괜찮다며, 진통제를 씹어 먹으면서까지 작업에 몰두하는 그를 모두가 무섭다는 둥,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말하는 둥.


전작들에서 보였던 태도들과는 180도로 달라진, 그의 제정신이 아닌 듯하면서도 심하게 투철해진 직업 정신에 대해서 갖가지 이야기들이 미담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다 보니 스태프들은 저절로 함께 작업을 하고 있는 성지훈과 강유가 또 비교되고 있었다.


오늘 촬영 장소에 나타난 성지훈의 몰골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다크서클은 정말 말 그대로 턱밑까지 내려왔고, 근처만 스치듯 지나가도 역한 알코올 냄새가 진동을 했다.


엄청 마음고생을 한 것은 분명해 보였지만, 무단으로 이탈해 버렸던 그가 마냥 안타까워 보이지 만은 않았다.


당연히 성지훈의 귀에도 그렇게 자신과 강유를 놓고 수군거리는 스태프들의 이야기가 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서, 그런 잡음들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사실은 조금 전에, 우태영과 둘이서만 대화를 나눌 때에도 그의 이야기에 거의 집중을 하지 못 했었다.


이유는 어젯밤에 호텔 바에서 만났던 민세영 때문이다.




“내가 오빠를 위해서 조금 기도를 해 줄 수도 있어. 내일 현장 가면 좋은 뉴스가 있을 거야. 날 믿고 꼭 나와.”




그 아이가 분명히 그리 말했었다.


그리고 또.




“말해 봐. 솔직하게. 강유 작가가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어?”




그렇게 물었다.


거기에 자신이 했던 대답이.




“으응? 강유? 하하하. 강유. 강유. 강유. 푸하하하하. 하아······ 그놈 팔이 확 부러져서 영원히 글을 못 쓰게 되면 차아암 좋겠네. 큭큭큭. 킥킥.”




“······.”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강유가 팔을 다쳤다는 기사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성지훈은 자신이 그 말을 했던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잔뜩 취해 있었고, 취중에 한 말이었으니까.


그러다 기사를 보고나서야 지난밤, 민세영과 했던 대화가 단번에 전부 기억이 났다.


단박에 온몸의 털들이 쭈뼛하고 섰다.


‘우연······ 이겠지?’


단순히 우연일 것이다. 틀림없다.


현실적으로 전혀 말이 되지가 않았다.


그렇게 바랐다고 해서 정말 사람이 덜컥 팔을 다칠 리가 없지 않은가.


“······.”


그러나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지훈은 기사를 본 이후로 계속 등골이 서늘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이 더 이상 깊이 알려고 하지 말라고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오늘 촬영장에 온 이후로 쭉 민세영이 어디에 있는지를 계속해서 눈으로 쫓고 있었다.


아무 일 없는 듯이 태평하게 웃으며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녀를 보니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한없이 무서워졌다.


그렇게 지켜보고 있다가도 어쩌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게 될 것 같은 타이밍이 오면 그가 먼저 고개를 휙 돌려 시선을 다른 곳에 두었다.


물론 민세영은 그런 성지훈의 상태를 진즉에 눈치채고 속으로 웃고 있었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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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1 0 12쪽
80 조우 24.09.03 11 0 11쪽
79 조우 24.09.03 8 0 12쪽
78 조우 24.09.03 10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9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2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4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0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0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0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1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4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2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4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3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1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5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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