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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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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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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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는 나의 것

DUMMY

임정훈이 입을 열었다.


“······슬기 양이 참 소중하신가······ 봐요?”


이번엔 또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걸까.


은후가 가만히 그를 응시했다.


이에 임정훈이 웃으며 말했다.


“참······ 가녀리고, 음······ 너무 쉽게 부러질 거 같은 아이네요.”


그의 시선이 잠시 슬기에게 머물다 다시 은후를 보았다.


“만약 저랑 싸워 주지 않는다면, 슬기 양을······.”


할짝.


맹수가 먹이를 사냥하기 전에 입맛을 다시는 것처럼 임정훈은 혀로 자신의 입술을 쓸었다.


촉촉하게 적셔진 붉은 입술이 반들거리며 빛났다.


그리고 임정훈은 이다음의 말은 오직 슬기에게만 들리지 않도록 음파의 방향을 조정해서 말했다.


─제가 어떻게 할지도 몰라요.


이도진이 한 손으로 제 얼굴을 감쌌다.


“아아아. 난 몰라.”


미치겠다.


저 또라이 같은 놈이 또 피가 들끓어서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새로운 강자에게 앞뒤 없이 덤비기 시작했다.


임정훈은 퇴역 군인 출신이다.


거기다 이후엔 다른 나라의 분쟁 지역으로 건너가 용병으로 활동했던 이력까지 있다.


국가에서도 특수하게 관리하고 있고 지금까지도 암중에서 주시하고 있는 요주의 인물로, 살아왔던 과정, 해 왔던 일들에 관한 모든 정보가 기밀로 분류되어 관리되고 있다.


어지간한 권한으로는 결코 그의 정보를 열람할 수 없다.


그런 그가 한국에 돌아와서는 루시퍼에 들어갔다. 그리고 요괴 연예인의 매니저가 되길 자처했다.


그가 일의 보수로 받는 것은 한 달에 한 번 강한 요괴와의 전투.


여태까지는 청웅이 그 상대를 해 주었다.


그리고 지금 임정훈은 은후와도 어서 싸워 보고 싶다고 말하고 있었다.


강자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고 달려드는 미친놈.


이도진을 비롯한 루시퍼 소속의 인간들 전부가 공통적으로 임정훈에 대해서 그렇게 보고 있다.


사실 이도진 역시 루시퍼에 처음 들어왔을 때 임정훈이 싸움을 걸어왔다.


당연히 거절을 했더니, 그는 상대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을 눈치 빠르게 즉각 찾아내어 그걸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바로 지금 슬기를 빌미로 은후에게 싸움을 거는 것과 꼭 같은 수법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쉬지도 않고 끝도 없이 도발을 해 왔기 때문에 당시 이도진도 결국은 상대를 해 주었다.


그리고 결과는 무승부.


그때 그 싸움에 대한 감상을 짧게 말하자면, 임정훈은 역시 진짜 피와 싸움에 미친놈이라는 거다.


“너.”


드디어 은후가 운을 떼었다.


별다른 표정을 짓고 있지는 않았지만, 주변의 공기는 조금 전과는 분명 사뭇 달라져 있었다.


차츰 공기에 무게가 더해졌다. 아주 빠른 속도로.


그리고 그것은 임정훈을 향해 쇄도했다.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전신이 무자비하게 짓눌리는 듯한 압박감.


이제 은후가 틀림없이 자신과 싸워 줄 거라고 생각한 임정훈이 해맑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본 은후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도 죽고 싶은가.”






언제 은후가 폭발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결국 루나가 나섰다.


“정신 차려!”


퍼억!


그녀가 임정훈의 뒤통수를 자신의 주먹으로 세게 때렸다.


“으악!”


은후에게만 너무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터라 뒤쪽이 무방비했던 임정훈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날아온 루나의 주먹에 의해 그대로 바닥으로 철퍼덕 쓰러졌다.


“아, 정말! 이 미친 남자! 대체 청웅은 왜 나한테 이런 놈을 붙여 준 거야. 다른 매니저들은 오히려 담당 요괴들이 사고 못 치고 다니게 감시하고 관리하는데, 나는 왜 정반대냐고!”


사실 거기에는 다루기 힘든 루나와 임정훈, 이 두 녀석을 각각 따로 두 팀으로 나누는 것보다는, 애초에 그냥 하나로 묶어서 철저히 집중 관리하겠다는 청웅의 깊은 뜻이 있었다.


루나는 지금처럼 임정훈이 강자를 보고 발작할 때마다 그를 직접 제지하고 다녔다.


그리고 이 팀 조합은 명백히 자신이 손해라며 늘 툴툴거렸다.


그러나 청웅이 보기에는 루나나 임정훈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둘 다 골치 아프기는 마찬가지로, 그놈이 그놈이랄까.


물론 루나는 청웅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분위기가 소강상태에 이르게 되었을 때, 때마침 노크를 소리가 들렸다.


똑똑.


“네.”


슬기가 대답을 하자, 누군가가 대기실 문에 대고 말했다.


“슬기 씨! 곧 촬영 시작합니다! 나와서 대기해 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슬기를 데리러 온 촬영 스태프였다.


“아, 슬기! 그럼 촬영 잘해. 나는 스태프들한테 간단하게 인사만 좀 하고, 촬영장도 조금 둘러보다가 갈게.”


루나가 정말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쉽게도 오늘은 이야기를 많이 못 나눴지만, 다음에 우리 같이 촬영 스케줄 잡힌 날 있지? 그때 만나서 또 대화 나누자!”


루나가 활짝 웃으며 슬기의 첫 촬영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그 모습에 슬기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네. 죄송해요. 사실 좀 갑작스러워서 많이 당황했던 거 같아요. 아까 라이브 방송도 제가 대응을 재깍 못한 것 때문에, 거기에 이상한 기사가 붙어 나가진 않을지······.”


“아니야, 아니야. 우리 채널 시청자들은 괜찮아. 걱정하지 마. 거기다 내가 기습적으로 방문한 건데, 뭐.”


슬기는 그녀의 개인 방송에서 자신이 능숙하게 대응하고 받아치지 못한 것에 대해서 걱정하고 있었다.


자신이야 워낙 지금 구설수에 오르고 있으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채널의 주인인 루나까지 그 피해를 받을까 봐.


그런데 루나는 그런 것에 대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즐거웠으니 되었다는 듯.


뭐랄까, 정말 세상 모든 것을 유희로 즐긴다고 전해 들은 요괴답달까.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그녀를 보자 슬기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루나가 말했다.


“아, 그런데 있지! 나 부탁이 있어! 내 곡 써 줘! 응? 써 줄 수 있어? 아니, 아니! 꼭 써 줘! 응? 부탁이야! 그리고 꼭 같이 듀엣도 하자! 응? 응? 알았지?”


“듀엣? 저랑요?”


“응! 나, 네 노래 <유성> 들었을 때부터 쭉 생각했어. 너를 갖고 싶······ 아니, 아니, 이게 아니지. 크흠, 큼.”


“?”


“음! 그러니까! 아무도 모르는 데 널 몰래 감춰 두고 나만 너를 보고 싶······. 아, 자꾸 속마음이 튀어나오네. 하하하하.”


루나가 범죄에 가까운 망상을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내뱉자, 은후가 다시 그녀를 경계했다.


그가 슬기의 어깨를 잡고 좀 더 자신이 있는 쪽으로 가까이 당겼다.


그 모습을 보고 루나가 피식 웃었다.


“와아. 동방 차원 전쟁 때도 나는 쭉 중앙 차원에만 있었기 때문에 요마왕에 관해서는 간간이 소문만 전해 들었었는데, 이거 상당히 재밌는 남자잖아. 푸핫.”


그러다 그녀가 다시 슬기를 불렀다.


“너랑 노래하고 싶다는 거 진심이야. 네 곡을 받고 싶다는 것도 진심이야. 너를 위해서 내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도울게. 대신 나랑 꼭 같이 노래해.”


그녀의 말에 슬기가 물었다.


“저, 그런데 루나 선배님도 제 노래, 아직 제대로 못 들어 보셨지 않나요. 어떻게 저를 믿고······.”


“뭐? 와하하. 청웅과 이현수가 널 인정했어. 거기서 이미 답은 나온 거야. 거기다 이 드라마 배역 오디션도 봤다며? 그 인간들도 꽤나 까다로운 양반들인데, 아무것도 없는 너에게 역할을 주었을까.”


어떻게 자신을 믿냐는 슬기의 물음에 루나가 또 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다 그녀가 이어 말했다.


“난 들었어. 네 두 번째 데뷔 무대 말이야. 그건 아주아주 짧은, 너무도 아쉬운 단 몇 소절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내 귀가 너에게 반하긴 충분한 양이었어.”


두근두근.


슬기는 심장이 뛰었다.


지금 자신을 직시하고 있는 루나의 흔들림 없는, 당차고 올곧은 눈동자가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을 인정해 주는 순간은 언제나 가슴이 뜨겁게 벅차오른다.


슬기가 답했다.


“네. 알겠어요. 저도 한번 루나 선배님이랑 노래해 보고 싶어요. 최고의 노래를 준비해야겠네요.”




슬기는 루나와 함께 촬영장으로 갔다.


그런데 비주얼이 워낙 화려하다 보니,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서는 그 순간부터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한꺼번에 그들에게로 쏠리고 있었다.


거기다 연예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임정훈과 이도진 또한 여자 스태프들에게 상당한 관심을 받았다.


겉으로만 보기엔 멀쩡한 훈남에 업무 처리도 유능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두 사람이라 그런지 숨김없이 마음의 레이저를 쏘아 보내는 여성들이 꽤 있었다.


예외였던 것은 흑아랄까.


아직 이렇다 할 활약상이 없는 그였지만, 얼핏 모 연예인을 연상케 만드는 귀여운 외모가 단단히 한몫을 하는 듯했다.


얼마 전에 온 뉴스와 신문 기사들을 뜨겁게 달궜던 소문의 주인공 은후는 말할 것도 없었다.


“어쩜, 그냥 걸어가는 것도 저렇게 섹시할 수가.”


“근데 왜 정말 연예인 쪽이 아니라, 매니저를 하는 거지. 이해가 안 되네. 뮤비에서 연기도 괜찮던데.”


“어머······ 비주얼 진짜 예술이다.”


“아깝다······.”


집중해서 듣는 것이 아닌데도, 슬기의 귀에까지 그에 관해서 소곤거리는 목소리들이 들리고 있었다.


몇몇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여성들은 아주 노골적이고도 끈적끈적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는데, 은후는 그녀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그냥 늘 평소의 모습처럼 태연했다.


사실 동방 차원에 있을 당시에도 그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한 일상이었으니, 딱히 새로울 이유가 없었다.


루나는 정말 촬영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빠르게 인사만 하고는 금방 촬영장을 떠났다.


그리고 자신이 만나는 스태프들마다 항상 먼저 직접 나서서, 우리 슬기 잘 부탁한다는 말을 꼬박꼬박 빼먹지 않고 전했다.


그녀가 얼마나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여실히 느껴져서, 슬기는 괜히 쑥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어쩐지 학교 학부모 참관회에서 자식 사랑이 극성인 엄마를 둔 기분이 들었달까.


부끄러움에 귀가 발갛게 물들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누군가가 밝은 마음으로 자신을 지지해 준다는 것은, 쑥스럽고 부끄럽지만, 역시 심장이 간질간질하고 기분이 좋은 거니까.


본격적으로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우태영 감독과 성지훈 작가에게서 대략적인 설명을 한 번 더 들었다.


이번 신의 각 부분에서 슬기가 연기로 강조해서 표현해 줘야 할 부분들을 두 사람이 짚어서 상세히 설명했다.


슬기는 열심히 그들의 말을 경청하며 숙지했다.


그리고 곧 촬영이 시작되었다.“반사판! 그 위치가 아니잖아! 좀 더 뒤로 빠져!”


“자, 슛 들어갑니다!”


감독의 사인이 떨어졌다.


슬기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잠시 감고 있었던 눈을 천천히 떴다.


자신의 앞에 남녀 두 사람이 보였다.


이 배역에서의 엄마, 그리고 아빠다.


카메라가 돌아가고, 바로 두 사람이 싸움을 시작했다.


“애는 내가 데려가겠어!”


“하,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이런 황금 알을 놓칠 거 같아? 내가 배 아파서 낳았어! 내가 데려갈 거야!”


덥석.


엄마가 먼저 슬기, 아니 이 드라마 속의 한 소녀, 리아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아.”


그리고 리아가 인상을 찌푸리며 짧게 신음을 흘렸다.


엄마의 날카롭게 잘 다듬어진 기다란 손톱이 아이의 살을 파고들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어딜 잡아! 그 손 안 놔?”


아빠가 그렇게 말하며 마찬가지로 리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꼭 잡고 놓지 않으려는 엄마의 손을 억지로 떼어 놓으려고 했다.


“아아악! 내 몸에서 손 떼! 이 쓰레기 같은 인간!”


“하! 쓰레기? 이 돈에 미친 여자가!”


“사돈 남 말 하지 마시지!”


세 사람이 살던 집이 바로 이 근처다.


그곳에서 가까운 어느 길 한복판.


행인들이 고성이 오가는 이곳을 힐끔힐끔 쳐다보고 지나갔지만, 아무도 끼어들어서 그 둘을 말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제 리아의 손은 엄마와 아빠의 손에 모두 붙들려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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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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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2 0 12쪽
80 조우 24.09.03 12 0 11쪽
79 조우 24.09.03 8 0 12쪽
78 조우 24.09.03 11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10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2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5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1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1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0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1 0 11쪽
»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5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2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5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4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1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5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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