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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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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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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리딩

DUMMY

곧 녹색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그것은 아란이 만들어 낸 구슬의 주변을 휘감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구슬의 표면에 마녀의 인장이 나타났다.


우우우웅.


그렇게 봉인을 전부 마쳤다.


곧이어 봉인된 저주의 힘은 전선처럼 쭉 연결되어 있던 꼬리 부분에 의해 천천히 당겨져서, 이번엔 구슬에 갇힌 상태로 다시 은후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허억. 허억. 허억.”


아란이 거친 숨을 토해 냈다.


한꺼번에 많은 힘을 쏟아부었더니 피로감이 급격히 몰려오고 있었다.


그의 눈 밑이 퀭해진 게 보였다.


“좋아요. 완전히 분리하지 못한 건 역시 아쉽지만, 이것만으로도 은후 님의 몸이 빠르게 안정화되어 가고 있어요. 이 정도면 금방 깨어나실 수 있겠네요.”


은후의 손목을 잡고 진맥을 한 시엘이 그렇게 말했다.


털썩.


아란이 그 자리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아란 님!”


시엘이 재빨리 다가와 그의 몸도 살폈다.


아란이 말했다.


“······허억. 은후가 깨어나면 아직은 날 찾아오지 말아 달라고 전해 줘. 이번엔 시엘이 급하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서둘러 왔지만, 역시 아직은 그의 앞에 당당히 나서기가 힘들어.”


“아란.”


“내가, 허억. 조만간 마음의 정리가 완전히 끝나면, 그때 내가 먼저 다시 제대로 만나러 온다고, 허억. 그렇게 전해 줘.”


“네.”


시엘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곧 안정된 호흡을 되찾은 아란이 가만히 시엘을 응시하다가 느리게 입을 열며 말했다.


“과자. 또 만들어 줘.”


“네.”


“······그리고, 있잖아.”


아란이 또 가만히 시엘을 빤히 보았다.


그녀는 자신을 불러 놓고 다음 말을 하지 않는 아란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순간 아란이 자신의 몸을 진찰하는 시엘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었다.


쪽.


갑작스레 기습 뽀뽀를 받은 시엘은 그 자리에서 돌덩이처럼 굳어 버렸다.


지켜보고 있던 흑아와 슬기도 굳어 버렸다.


아란은 그런 그들의 반응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이어 말했다.


“······시엘을 볼 수 없게 되면 나는 다시 또 무척 슬플 거야. 그러니까 앞으로 그런 말은 제발 하지 말아 줘. 당신이 내 일상에 없는 거 싫어.”


“아, 아란.”


“시엘이 하라는 거, 가능한 건 꼭 다 할 테니까. 알았지? 나한테서 멀어지지 마.”


어쩐지 핑크빛 교류가 저 둘 사이에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숙맥으로 보였던 시엘은 역시나 진짜 숙맥이었다.


아란의 적극적인 대시에 그녀의 얼굴은 더 이상 붉어질 수 없을 정도로 붉어져 있었다.


그가 뭐라고 말하든지 간에 알겠다고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기만 했다.


정말 알겠어서 끄덕이는 건지, 제대로 듣고는 있는지 영 의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어? 어라? 흑, 흑아 님. 저 두 분 혹시······?”


“몰라, 나도!”


슬기가 흑아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그러나 흑아 역시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일이었나 보다.


“건방진 아란! 그것도 한참이나 연상을!”


흑아가 부들부들 떨다가 버럭 화를 내며 외쳤다.


지금은 애증의 감정을 가졌다지만, 항상 핏덩이처럼 마냥 어려 보였던 아란이 어느새 자신의 눈앞에서 여자를 꼬시고 있는 모습을 보자 괜히 그의 심정은 복잡해졌다.


그리고 기분이 나빴다.


아까는 월하노인이 새 여자 친구가 생겼다고 자랑을 하더니, 이번엔 눈앞에서 직접 꽁냥거리는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결코 커플에 대한 질투심 때문은 아니라고, 흑아는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뇌었다.


슬기는 어쩐지 그런 그의 모습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을 추스른 아란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가 고개를 돌려 슬기를 불렀다.


“야, 너!”


“네? 저요?”


“그래, 너!”


슬기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아란이 은후를 살려 준 거나 마찬가지지만 자신은 역시 아직 조금 그가 무서웠다.


살짝 긴장하고 있는데 아란이 말했다.


“그거!”


“네?”


“그거 말이야! 시커멓고 살살 녹고 달달한 그거! 네가 막 아무렇게나 집어 던져 주고 갔던 거!”


“아, 초콜릿이요?”


“이름 몰라. 하여튼 그거.”


‘아, 혹시 집어 던지고 가서 화가 났나.’


그땐 지금보다도 더 많이 긴장을 해서 원래의 의도와 달리 그렇게 전해 주고야 말았었다.


아란이 그 때문에 화가 났나 싶어서 걱정하고 있는 차에, 그가 이어 말했다.


“그건 벌써 다 먹었어. 다음에 또 가져와. 많이.”


“아, 네!”


그 말을 끝으로 아란은 다시 마녀의 약방을 떠났다.


떠나는 그를 배웅하다가 슬기가 흑아에게 말했다.


“헤헷. 봤죠?”


“뭘 말이냐?”


그리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어깨를 한껏 으쓱하며 말했다.


“제가 그랬잖아요. 비싼 초콜릿이라고.”






쭉 수면 상태에 빠져 있던 은후가 드디어 눈을 떴다.


아란이 마녀의 약방을 떠나고 나서 대략 다섯 시간쯤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도련님!”


“은후!”


“은후 님, 정말 다행입니다.”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의식이 돌아온 은후를 반겼다.


은후는 잠이 덜 깬 사람처럼 반쯤 감긴 눈으로 잠시 멍하니 있다가 별안간 슬기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슬기, 하루 만에 깨어나면 스물다섯 살에 결혼해 준다고 했었지? 내가 잠들어 있을 때 말이다.”


“······히익. 다, 다, 다 듣고 있었어요?”


“그래. 듣고 있었다. 전부 다.”


은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했다.


시엘이 말하기를 그는 가장 위험한 상황을 가까스로 넘기고 수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그 역시도 분명 사경을 헤매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위험한 상태라고 했었다.


그랬는데, 대체 그는 그 말을 어떻게 다 듣고 있었던 걸까.


“나 하루 만에 깨어났다.”


“······.”


“약속 지켜라.”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 놓여 있었던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은후는 팔팔했다.


그리고 이제 그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슬기에게 확인 사살을 했다.


“으앗! 흐앗! 이얍!”


슬기가 발을 동동 구르며 은후의 손에서 빠져나와 도망치려고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이미 먹잇감의 목덜미를 물어 버린 사자처럼 은후는 절대로 슬기를 놓아주지 않았다.


만월화의 꽃가루에 취했을 때처럼 자신의 손목을 아프게 잡지도 않았는데, 참 신기하게도 슬기는 그의 손안에서 결코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럼 스물다섯 살로 알고 있겠다.”


“이이이익!”


“식은 동방 차원이든, 중앙 차원이든 네가 원하는 곳에서 하자. 아, 양쪽에서 한 번씩 해서 두 번 다 해도 된다. 나는 괜찮다.”


“으으으윽!”


“아이는, 흐음. 그건 네가 성인이 되고 나서 차차 논의해 보도록 하지. 뭐, 나는 일단 셋을 가지고 싶긴 하다.”


은후는 앞으로의 계획을 막무가내로 착착 세워 나갔다.


거기다 나중에 다시 논의하자고 해 놓고 자신은 아이를 셋은 가지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던 흑아와 시엘은 지금 은후가 다짜고짜 마구 내뱉고 있는 저게 대체 무슨 소리냐며 설명을 요구하는 눈길로 슬기를 빤히 쳐다봤다.


부끄러워진 슬기는 얼굴이 빨갛게 물들다 못해 당장이라도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아, 아무리 패닉 상태였다지만 너무 경솔했나.’


쥐구멍이 있다면 바로 뛰어 들어가 숨어 버리고 싶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결혼 계획이 오직 은후의 바람대로만 대략적인 밑그림이 그려졌다.


얼추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난 후에, 시엘이 은후에게 아란이 잠시 여기에 왔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아, 은후 님. 아란 님이 왔었습니다.”


“음? 아란이?”


아란이 저주의 힘의 봉인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이렇게 일찍 깨어날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아직은 찾아오지 말아 달라고, 곧 자신이 마음 정리를 끝낸 후에 직접 찾아오겠다고 했다는 말들을 전했다.


“그래, 기다리겠다.”


처음 아란의 이름을 시엘에게서 들었을 때 은후의 눈이 조금 크게 떠졌었다.


이후 이야기를 모두 듣고 그에 관해서는 그렇게 단 두 마디만을 내뱉었을 뿐이지만, 그때 그 말을 하면서 은후는 꽤나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유념하셔야 할 것은, 봉인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단지 저주의 힘 위에 막을 하나 덧댄 것에 불과해요. 이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습니다.”


“그렇군.”


“또한 마지막 과정에서 전체 힘을 다 한꺼번에 완전히 봉인하지 못했습니다. 꼬리 부분은 여전히 은후 님의 몸 안에 연결되어 잔류해 있기 때문에 저주 역시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 중입니다.”


시엘이 말을 이었다.


“그나마 대부분은 봉인했으니 당분간은 큰 발작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그래도 마지막 세 번째 약을 모두 복용하기 전까지 항상 조심하셔야 해요.”


“그래, 알겠다.”


그로부터 며칠간, 은후는 많이 허해진 기운을 회복하는 일에만 전념했다.


마녀가 매일 기운을 보강해 주는 환단을 한 알씩 그에게 주었고, 은후는 그것을 먹으며 차츰 원래의 몸 상태를 되찾아 갔다.


일주일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고, 그때쯤 두 번째 약도 완성되었다.


“여기 있습니다.”


마녀가 완성된 두 번째 약을 은후에게 건넸다.


이번의 약은 짙은 노란색을 띠는 커다란 구체였는데, 그 크기가 볼링공만 했다.


대체 저렇게 큰 걸 어떻게 먹는 거지, 하고 슬기는 의아해하며 은후가 약을 먹는 것을 지켜보았다.


“쓰흡.”


은후가 양손으로 약을 받아 들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러자 약의 상단 부분부터 차츰 흐물흐물해지다가 곧 연기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기체화가 되었다.


그러고는 조금씩 은후의 코와 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헐.”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약을 복용하는 것을 보고 슬기가 놀랐다.


자신은 그냥 빵조각을 뜯듯 저 약도 조금씩 뜯어서 입으로 씹어 먹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역시 저들은 인간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항상 이렇게 한 번씩 깨닫게 된다.


은후가 마지막 한 줌의 연기까지 전부 다 마셨다.


그러자 잠시 그의 몸이 복용한 약의 색처럼 짙은 노란색으로 변했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약이 전부 무사히 잘 흡수되었다는 뜻이었다.


“네, 되었습니다. 드디어 중앙 차원으로 돌아가실 수 있겠어요, 슬기 님.”


은후의 몸에 나타나는 반응을 확인하고 나서 그의 손목을 짚어 진맥해 본 뒤에, 시엘이 다행이라며 말했다.


실은 이번에 배역을 얻게 된 드라마 <청춘, 나빌레라>의 대본 리딩 날짜가 나왔다는 연락이 왔었다.


은후가 여기서 회복에 집중하는 동안, 우리의 귀환이 늦어지는 것을 걱정한 청웅이 이곳으로 심부름꾼을 보내 그 소식을 전해 주었었다.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에 앞서 촬영 관계자들과 얼굴을 익히고 호흡을 맞춰 보는 중요한 자리.


그러나 슬기는 혹시나 은후의 회복이 늦어지거나 또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면 대본 리딩에 불참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돌발 상황을 염려해 은후에게 최대한 빨리 두 번째 약을 복용시켜야겠다 판단한 시엘이 동료 마녀들을 작업에 대거 투입했다.


그리고 함께 박차를 가해 완성을 서둘렀고, 그래서 예상보다도 빠른 시일인 오늘 은후가 약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운을 보강하고 안정화시켜 주는 환단입니다. 중앙 차원에서도 꼭 틈틈이 챙겨 드세요.”


떠나기 전에 시엘이 환단이 가득 든 주머니를 건네주었다.


은후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 주머니를 받아 챙겼다.


“슬기 님, 중앙 차원에서 하시는 일도 잘해 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약초를 얻을 수 있는 날이 곧 와요. 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시엘 님.”


“그때까지 조금만 더 같이 버티고 고생해요, 우리. 분명 금방 다 지나갈 거예요.”


“네!”


시엘의 격려를 받으며 작별 인사를 마쳤다.


슬기는 은후, 그리고 흑아와 함께 오랜만에 차원 문을 건너 드디어 중앙 차원으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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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2 0 12쪽
80 조우 24.09.03 12 0 11쪽
79 조우 24.09.03 8 0 12쪽
78 조우 24.09.03 11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10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2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5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1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1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0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1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5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2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5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4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 대본 리딩 24.09.02 12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5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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