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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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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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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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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그녀, 민세영

DUMMY

촬영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스태프들이 진입을 막으며 주변을 통제했다.


그들에 둘러싸인 한가운데에 루나와 슬기가 나란히 서 있었다.


지금 대치 중인 그녀들은 각자 자신의 역에 몰입해서 연기를 하고 있었다.


루나는 주인공 이아영 역을, 슬기는 실어증에 걸린 리아 역을.


아영이 자꾸만 도망치려는 리아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그녀가 소리친다.


“정신 차려! 너도 알잖아! 그 사람들은 네 재능을 진심으로 아끼고 키워 줄 만한 부모가 아니었어!”


“우으으으으!”


리아의 눈에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고개를 열심히 도리질 치며 아영의 말을 부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도 내심 알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한때, 자신의 꿈을 이루기로 결심한 리아는 부모를 포기하고 그들을 떠나려고 했다.


그녀를 사랑하는 자식이 아니라 돈벌이, 거위의 황금 알로만 여기는 두 사람에게서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서 달아나려던 그날, 오토바이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다.


그 충격으로 리아는 실어증에 걸리고 말았다.


실은 아주 잠시뿐이었지만.


리아는 곧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 사실에 대해서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자신에게 미안함을 느낀 것인지, 부모님이 다시 다정한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마치 꼭 예전처럼.


그녀가 말을 잃음으로써 가정이 화목을 되찾았다.


리아는 그게 기뻐서, 가수가 되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보다 그게 더 행복할 것만 같아서, 이후로도 계속 바보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노래해! 제발 노래해! 너 사실 노래할 수 있잖아!”


그런데 그걸 어쩌다 아영에게 들키고 말았다.


그녀는 도망치려는 리아를 계속 쫓아왔고, 다시 노래하라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리아는 그런 그녀를 만나면 자꾸만 흔들렸다.


그리고 아영의 목소리에 동조하듯 피를 흘리며 천천히 죽어 가던 자신의 꿈이 살려 달라고, 제발 살려 달라고 심장에서 처절한 비명을 질러댔다.


“으으으으! 아아아아아!”


“벙어리인 척하지 마! 넌 할 수 있어! 포기하지 마! 제발 말해! 제발 노래해! 침묵은 너를 죽게 만들 뿐이야!”


“으으으으.”


“이대로 혼자 어둠 속에 잠식해서 죽을 셈이야?”


“으으으······. 아아아악! 시, 싫어!”


리아가 끝내 소리를 질렀다.


드디어 오랫동안 숨겼던 진짜 목소리를 내뱉었다.


오랜만에 들은 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눈앞에서 리아가 엉엉 울고 있음에도 아영은 진심으로 기쁜 미소를 지었다.


“으아아아앙!”


리아가 털썩 주저앉았다.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 모든 것 때문에 너무 속이 상해서 아이처럼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 알아.


사실은 전부 다 알고 있다.


이제는 가짜 가족이고, 이 역시 잠시뿐일 가짜 행복이라는 것을.


이미 산산이 깨져 버린 그릇은 더 이상 어떤 접착제로 이어 붙여도 원래의 형태로는 결코 되돌릴 수 없다.


또한 리아는 자신의 본질을 잘 알고 있었다.


사실은 가족의 행복보다도 자신의 꿈이 더 소중했다.


지금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작은 행복 때문에 스스로를 억누르고 있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두 사람을 냉정히 버리고서 꿈을 찾아 떠나고 말 잔인한 딸이라는 것을.


그렇게 울고 있는 리아에게 아영이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말했다.


“같이 노래하자.”




“좋아! 컷!”


우태영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자, 잠시 휴식하고 조금 이따가 다시 촬영 들어갑시다.”


“네!”


“아 참, 슬기 씨!”


스태프들에게 지시 사항을 전달하다가 우태영이 슬기를 불렀다.


“네!”


“다시 촬영 들어가면, 어제 나한테 말했던 슬기 씨 기타, 그거 가져오고.”


“아, 네!”


우태영이 잊지 않고 어제 이야기를 했던 기타를 다시 언급했다.


이에 슬기가 들뜬 얼굴로 답했다.


그런데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루나와 슬기, 두 사람의 촬영을 지켜보고 있던 민세영이 우연히 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기타······?”


순간 민세영의 눈매가 일그러졌다.


자신이 알기로 슬기가 가지고 있는 기타는 오직 단 하나뿐이다.




“젠장!”


잔뜩 몰린 군중들을 피해서 구석진 골목으로 홀로 들어간 성지훈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콰앙.


주벽으로 벽을 세게 내려쳤으나, 별다른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강유의 사고에 관한 일이 계속 신경 쓰인다.


그것이 아침부터 쭉 자신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있었다.


‘······그냥 확인해 볼까······. 그래, 아무것도 아닐 텐데, 그냥 물어보자.’


마음이 어지럽고 자꾸만 괴롭다.


두렵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이제 어서 이 방황을 끝내 버리고 싶었다.


결국 성지훈은 바로 민세영에게 물어서 확인해 보기로 결심했다.


골목을 빠져나온 그는 곧장 민세영을 찾았다.


때마침 휴식 시간에 들어간 건지 분위기가 조금 어수선해져 있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민세영을 금세 찾아냈다.


지금 그녀는 어딘가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그곳을 사납게 노려보고 있었다.


오싹.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본 성지훈은 다시금 오싹하고 소름이 돋았다.


민세영은 그가 꽤 오랜 시간을 알아 온 아이였다.


어린 시절부터 쭉 지켜봐 왔고, 그녀 역시 자신의 어린 시절을 잘 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저런 모습은 그로서도 난생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누군가에게 저렇게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다니.


이는 결코 평소에 그가 잘 알고 있던 민세영이 아니었다.


아침부터 느꼈던 불길한 예감이 슬며시 또 고개를 쳐들고 자신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러나 성지훈은 고개를 저으며 애써 그 기분을 털어 냈다.


그리고 민세영에게 다가가 말했다.


“잠깐, 나랑 이야기 좀 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오빠가 촬영장에서 먼저 아는 척을 하다니.”


민세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자신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까지 쓸데없는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서, 당분간은 밖에서 서로 모르는 척하는 것에 대해 암묵적으로 동의를 한 상태였다.


그런데 그 룰을 깨고 성지훈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것도 오늘은 장소가 장소인지라 유독 주변에 사람들이 가득했는데도 말이다.


어딘가 초조해 보이는 그는 그런 주변 상황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아님, 아예 그것조차 모를 정도로 여유가 없는 거거나.


아직도 강유의 존재가 신경 쓰여서 저러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고개를 돌리며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한 성지훈이 가까스로 입을 열며 물었다.


“너······ 어제 한 이야기 뭐야?”


“응? 뭐가?”


“기도 어쩌고 한 거 말이야. 그리고 내가 강유······ 가 다쳤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들.”


“어? 아아. 기억하는 거야? 술에 잔뜩 취해 있어서 전혀 기억 못 할 줄 알았는데.”


왜 자신을 불러낸 건지, 그제야 감이 잡힌 민세영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웃음을 본 성지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제발 꿈이었으면 했는데.


‘······아니, 아직은 몰라.’


성지훈은 마지막 한 가닥 희망을 품으며 물었다.


“설마, 정말로 네가 한 거야? 강유 사고 난 거. 정말 너랑 나랑 관련 있는 거니? 아니지?”


아니라고 대답해.


성지훈의 눈빛이 빛나며 노골적으로 그렇게 답을 요구하고 있었다.


민세영은 그런 그의 눈을 한동안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그의 기대와 희망을 무참히 깨뜨리며 다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응, 맞아. 내가 한 거야.”






“맞아. 나야. 내가 한 거야.”


“어, 어떻게 그게. 말도 안······.”


민세영이 솔직하게 시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지훈은 일단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그가 재차 물었다.


“······사람이라도 산거야? 내가 술김에 한 말 때문에, 그 녀석을 다치게 하라고······ 네가 시켰니?”


“뭐? 하하하.”


그의 뜬금없는 추측에 민세영이 박장대소를 했다.


강유가 다친 것에 자신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눈치챘지만, 대체 어떻게 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성지훈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하. 말했잖아. 오빠를 위해서 기도해 주겠다고. 내가 좀 신비한 힘이 있거든.”


“너······ 대체······. 사람이 심하게 다쳤는데······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성지훈은 기도니 신비한 힘이니 하는 것은 그녀가 장난을 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그녀가 남모르게 사람을 샀고, 그에게 강유를 다치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자신의 추측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특히, 강유를 직접적으로 다치게 했다는, 어제 처음으로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그 스태프가 가장 수상했다.


그러나 이는 역시 범죄다.


성지훈은 불안감을 떨쳐 내기 위해 민세영에게 직접 물어 확인했다가 오히려 머릿속이 더 복잡해지고야 말았다.


지금 그가 크게 당황하고 있다는 게 빤히 눈에 보일 정도였다.


당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그에게 민세영이 말했다.


“음. 못 믿겠으면 안 믿어도 돼. 그냥 어제는 오빠가 너무 딱해 보여서, 나도 모르게 잠깐 충동적으로 도와주었던 것뿐이고.”


“뭐? 도와?”


“사람을 샀냐고 하는데, 그런 건 전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그런 증거 같은 거, 절대 나올 리가 없으니까.”


성지훈은 민세영이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마지막 말이 훨씬 더 무서웠다.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할 수 있는 걸까.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익히 알고 있던 그 민세영이 정말 맞는 걸까.


진짜 그녀가 아닌 것 같았다.


더 이상은 수용 불가능할 정도로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탓에 성지훈은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지끈한 두통을 느끼며 그가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짚고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다 곧 생각을 정리하고는 뭔가 굳게 결심한 듯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눈을 떴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자.”


“뭐?”


“같이 자수하자. 내가 같이 가 줄······.”


“풉.”


그의 순진한 말과 진지한 얼굴에 민세영이 잠시 멈칫했다.


그러면서도 걱정이 가득 담긴 말투와 다정한 설득에 민세영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너무 웃어서 눈가에 금세 눈물이 방울방울 맺혔다.


그렇게 계속 웃음이 나려는 것을 겨우 진정하고, 민세영이 말했다.


“사람들한테 가서 내가 그랬다고 백날 말해 봐. 아무도 믿지 않을 테니까. 오히려 오빠를 미친 사람처럼 볼걸.”


“민세영!”


성지훈은 쉽게 포기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하. 있지? 나 그렇지 않아도 지금 상당히 기분이 안 좋거든. 이제 그만 좀 해 줄래?”


그가 끈덕지게 말을 걸며 여전히 자신을 설득하려고 하자, 민세영이 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리며 단번에 정색을 했다.


그런데 그 변화의 격차가 너무 심해서, 도저히 바로 직전까지 박장대소를 하던 사람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한순간에 완전히 웃음기가 사라진 그녀의 모습에 성지훈은 뭐라 쉬이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압박감을 느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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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2 0 12쪽
80 조우 24.09.03 12 0 11쪽
79 조우 24.09.03 9 0 12쪽
78 조우 24.09.03 11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10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 그녀, 민세영 24.09.03 10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3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5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1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1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1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2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5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3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5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4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4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2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6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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