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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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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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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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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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슬기는 나의 것

DUMMY

“어어어어?”


차츰 가까이 다가오는 루나의 닭똥집 같은 입술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사이, 커다란 손이 자신의 시야를 가리더니 입술을 감쌌다.


“쪼오옥.”


분명 루나의 입술이 살에 닿는 소리가 났는데, 슬기는 아무런 감촉을 느끼지 못했다.


루나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을 가린 커다란 손에 닿았기 때문이다.




「막았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로막혔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캬 슬기 입술 세이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 근데 누구야? 누가 가린 거야?」


「얼굴이 안 보······」




슬기는 고개를 위로 들어 루나의 입술을 막아 준 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은후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자신의 등 뒤에 든든하게 서서 제 입술을 감싸고 사나운 눈으로 루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너. 슬기의 입술은······.”


“아아앗!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희 루나가 또 사고를. 아아아아아아! 죄송합니다아아!”


막 은후가 루나에게 무언가 한마디 하려고 하자, 문을 열고 한 남자가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리고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왔다. 죄송맨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사과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루나 또 사고쳤어요 매니저님!!!ㅋ 다 일러 줌ㅋㅋㅋ」


「신입 여후배 꼬시려고 했대요!!!!ㅋㅋㅋㅋㅋ」




“아아앗! 배신자들! 자기들이 뽀뽀해 보라고 먼저 해 놓고서!”


그 댓글들을 본 루나가 금세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남자가 나타나자마자 시청자들의 반응이 또 폭주했다.


그리고 방금 전까지 루나가 보인 행태들을 그에게 모두 일러바치기 시작했다.


지금 막 새로 나타난 남자는 이미 시청자들에게도 무척 익숙한 사람이었다.


항상 루나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그녀가 사고를 치는 매 순간마다 바로 그 자리에서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돌아다니는 그는 루나의 매니저 임정훈이었다.


매니저 임정훈의 첫인상은 선하고 얌전해 보였다.


거기다 대학생이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로 엄청난 동안이었다.


그러나 운동을 꽤 하는 사람인지, 흰색 반팔 티 밖으로 드러난 그의 팔뚝에는 그리 크진 않았지만 온통 자잘한 근육들이 촘촘히 알차게 박혀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몸이 무척이나 균형감 있게 잘 잡혀 있었고, 신체의 어느 부분이나 단단하고 탄탄해 보였다.


임정훈이 루나에게 사정을 하듯이 말했다.


“자. 루나. 이제 약속한 시간 다 되었지? 그만 방송 종료하자, 응? 나 너 또 무슨 사고치는 거 그대로 방송 나갈까 봐 심장 떨려서 못살겠어. 그러다 사고 나면 청웅 대표가 날 쥐 잡듯이 잡는다고!”


“치잇. 알았어.”


루나가 아쉬운지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그럼 여러분! 오늘은 이만 방송 종료할게요. 저는 이제 슬기랑 친분을 다지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겠습니당. 다음에 또 방송 열면 SNS 통해서 미리 소식 알릴게요. 그때 만나요! 뽜잉!”


삐익─.


임정훈의 말대로 루나는 얌전히 방송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정신없이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슬기에게 시선을 돌렸다.








루나가 토끼처럼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며 말했다.


“꺄악! 꺄악! 만났다. 드디어 만났다!”


“네? 어어어?”


드디어 만났다니.


분명 그녀는 저번 대본 리딩 때도 한번 만났었다.


그런데도 마치 루나는 지금에야 막 서로를 처음 본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하긴, 사실 그때도 아주 짧게만 스치듯이 만나고 헤어져서, 지금처럼 둘이서만 직접 대화를 나눌 시간은 전혀 없긴 했지만.


슬기가 당시를 회상하며 그 때문에 그런가 하고 생각하는 사이, 루나가 품 안으로 뛰어들어 와락 안겼다.


그리고 슬기의 볼에 자신의 볼을 마구 비벼 댔다.


루나가 참지 못하고 닭똥집 모양으로 입술을 또 만들어 슬기에게 뽀뽀를 하려고 하자, 은후가 발끈하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슬기에게 손대지 마라.”


그러더니 뒤에서 슬기의 허리를 당기며 자신의 품 안으로 세게 끌어안았다.


결국 두 사람은 슬기를 사이에 두고 서로 노려보는 형세가 되고야 말았다.


‘어, 어쩐지, 두 사람 눈빛에 뭔가 불꽃이 튀는 거 같······.’


슬기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자, 한편에서 흑아와 같이 이 사태를 전부 쭉 지켜보고 있던 이도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루나, 그만하지? 슬기가 당황하잖아. 그러다 요마왕이랑 싸울 셈이야?”


“으응? 그런데, 난 그냥 슬기가 무척 마음에 들고 또 너무 좋아서 그런 마음을 표현하는 건데, 왜 요마왕이랑 싸워야 해? 슬기가 요마왕 거라도 된대? 푸핫.”


루나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슬기를 좋아하는 감정을 전혀 숨기지 않고 잔뜩 표현했더니, 저 요마왕이 그때부터 쭉 자신을 견제하고 있었다.


거기다 여전히 고압적인 눈으로 루나를 노려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처음부터 저쪽이 저렇게 나오니 자신도 반사적으로 그를 따라서 한껏 째려보긴 했지만, 진짜 왜 저러는 걸까?


루나가 상황을 돌이켜 보며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은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렇다.”


“음?”


‘뭐가 그렇다는 거지?’ 하고 그를 바라보자, 그가 곧바로 뒷말을 이었다.


“슬기는 내 거다.”


“······허얼?”


은후의 난데없는 선언에 루나의 입이 쩍 벌어졌다.


어이가 없어진 그녀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보고 은후가 이겼다는 듯 살짝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다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다.


“뽀뽀도 이미 내가 먼저 했다.”


은후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어? 잠깐, 뭐라고?”


그에 루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네? 은후? 그게 무슨 소리죠?”


그리고 이번엔 가만히 듣고 있던 슬기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뜬금없는 그의 폭탄 발언은 그녀로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뽀뽀? 뽀뽀를 했다고? 나랑? 대체 뭐지······.’


기억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자신은 그와 뽀뽀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이거 참.


무슨 그런 농담을 다 하냐고, 웃으며 장남삼아 가볍게 묻지도 못하겠다.


방금 전 은후의 태도는 그 정도로 뭔가 너무 당당해 보였기 때문이다.


손등이라든가, 머리카락에 그가 입을 맞추는 것은 몇 번 보았어도, 뽀뽀라니.


‘에이, 그래도 설마······ 아니겠지.’


은후가 제대로 대답해 주길 기다리면서도, 슬기는 그럴 리가 없다고 속으로 미리 부정하고 있었다.


은후는 아차 싶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난감함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몸소 깨닫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커다란 눈망울을 더욱 크게 뜨고서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슬기는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고 눈으로 답을 재촉했다.


슬기의 저런 반응은 당연했다.


그녀가 그때의 일을 알 리가 없으니까.


처음 슬기를 루시퍼에 데려다주었을 때, 그녀는 이현수라는 이름의 작곡가와 이틀에 걸쳐 철야로 녹음 작업을 했었다.


그리고 작업이 끝나자마자 작업실 소파에 지쳐 쓰러져 그대로 바로 잠이 들어 버렸었다.


그렇게 새근새근 잠든 슬기를 보고 은후는 도둑 키스를 했다.


그건 충동적이었다.


정말 자신도 모르게 저질러 버린 일이었다.


“······.”


“······은후?”


“······.”


“저, 은후? 어떻게 된 거······?”


“······.”


슬기가 몇 번이고 되물었지만 은후는 입을 꾹 다물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더 이상 그에게서는 답을 찾을 수 없음을 깨달은 슬기는 흑아가 있는 곳을 돌아봤다.


은후와 항상 붙어 다니는 그라면 뭔가 알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지금 흑아는 자신과 눈을 맞추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기도 하고, 딱 봐도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빤히 응시하기도 하더니, 결국 완전히 등을 돌리고는 벽을 마주 보고 서 버렸다.


“······허얼?”


흑아의 그런 모습을 보고 슬기는 답을 알아 버렸다.


확실한 말의 형태로 그렇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저렇게 피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진짠가 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언제 그런 일이 일어난 걸까.


뽀뽀도 뽀뽀지만, 무엇보다 머릿속에 기억이 전혀 없는 일들을 분명히 있었다고 하니, 막상 거북함과 찝찝함이 느껴졌다.


그래서 대체 언제, 그것도 어쩌다 그런 사고가 난 건지 정확한 정황이라도 알고 싶었다.


슬기가 천천히 입을 열어 그에 관해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 전에 루나의 매니저 임정훈이 나서서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


“저, 저기, 요마왕님.”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그는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부탁이 있는데요.”


“······?”


은후는 내심 안도하며 그를 보았다.


이런 상황에서 뜬금없이 끼어들어 자신을 부른 이유가 뭔지는 몰라도, 막 슬기가 화를 낼 듯한 타이밍이었는데, 그가 적절히 맥을 끊어 주었기 때문이다.


임정훈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은후의 한쪽 손을 자신의 양손으로 덥석 잡으며 말했다.


“부디 저랑 겨루어 주세요! 싸워 주세요!”


“······뭐?”


뜬금없이 끼어들더니, 하는 말은 더 뜬금없었다.


은후가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는 임정훈이란 남자의 눈빛이 더없이 환한 빛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뒤에서 이를 보고 있던 이도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아, 저 미친놈. 또 시작이네.”


그리 넓지 않은 대기실인 데다가 이도진의 목소리는 분명 여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다 들릴 정도의 크기였다.


그러니 임정훈 역시 그 말을 들었을 터인데도 그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밀어붙였다.


“제발 저랑 꼭 싸워 주세요! 저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붙여 주세요!”


언뜻, 잘못 들으면 상당히 고어틱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이었다.


갑자기 자신에게 싸워 달라, 죽음 직전까지 몰아붙여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인간이라니.


은후는 그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짤막하게 툭 던졌다.


“······귀찮게 하는군.”


그러면서 자신의 손을 꼬옥 붙잡고 있는 임정훈의 손을 요기로 천천히 밀어 냈다.


은후가 영 시답잖다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임정훈은 안달이 났다.


그는 잠시 당황하더니 눈을 굴리며 빨리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다 결정을 내린 건지 순식간에 얼굴 표정이 확 바뀌었다.


방금 전까지의 사람 좋아 보이던 선한 인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의 눈빛도 단숨에 변했다.


번뜩이는 살인귀의 눈.


세상에서 유일하게 알고 있는 감정이라고는, 무언가를 철저히 파괴할 때만 찾아오는 환희와 쾌락, 오직 그뿐이라고 주장하는 듯한 그런 눈으로.


어떻게 같은 얼굴에서 저렇게나 극과 극으로 다른 분위기가 풍길 수 있을까.


사실 저 모습을 꽤나 자주 봐 왔던 이도진에게조차도 그 점은 정말 신기한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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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2 0 12쪽
80 조우 24.09.03 12 0 11쪽
79 조우 24.09.03 8 0 12쪽
78 조우 24.09.03 11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10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2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5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1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1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0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1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5 0 12쪽
»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3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5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4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2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5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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