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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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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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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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녀, 민세영

DUMMY

다시금 날아 보고 또 날아 보려고 애를 쓰고 노력했지만, 그 무엇도 소용이 없었다.


그 아이는, 슬기는 언제나 자신보다 더 높은 곳에서 날고 있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민세영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완전히 손바닥 뒤집듯이 변한 사람들의 태도였다.


늘 자신을 칭찬하기에 바빴던 대표는 그날 이후로 슬기만 보고 있었다.


민세영은 그렇게 단번에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부모의 후광 같은 것도 더는 소용이 없었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 저 원석을 직접 갈고닦아서 돈을 벌 생각에만 빠져 있었으니까.


민세영은 회사에 들어온 직후부터 바로 데뷔가 내정되어 있었다.


단지 스스로가 만족할 만한 탄탄한 실력을 갖추기 위해 연습생 신분을 유지했었을 뿐이다.


실제로 본인이 이제 데뷔하고 싶다고 말만 하면 정말 언제든지 바로 할 수 있었다.


때문에 현재 활동 중인 잘나가는 회사 선배들과 다를 바 없이, 자신을 부러움 가득 담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렇게 평소 친하게 지냈고, 항상 선망의 눈길을 보내던 다른 몇몇 연습생들조차 어느 순간부터 연민에 찬 시선을 보냈다.


제 딴에는 티를 내지 않는다고 배려를 했던 모양이지만, 그들이 보이는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는 이미 자신을 향한 동정심이 가득 배어 있었다.


‘너는 더 이상 이곳에서 결코 최고가 아니야. 이제 우리와 다를 바가 없어.’


어느 누구도 이를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일괄된 침묵은 그 말을 하고 있는 것과 같았다.


그런 쓸데없는 배려가 오히려 민세영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또 한층 더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슬기보다 노래를 잘하게 해 주세요.’


‘슬기보다 사랑받게 해 주세요.’


‘슬기보다 재능이 넘치게 해 주세요.’


‘슬기보다 빛나게 해 주세요.’


숱한 밤을.


정말 매일 밤마다 기도했다.


다시 비상하게 해 달라고.


슬기보다 더욱 빛나게 해 달라고.


그녀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빌었던 숱한 소원들 중에서, 이번이 가장 염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 중 어떠한 소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 한 가지조차도.


민세영은 절망했다.


잔혹한 신이 자신을 방치하고 버렸다고 여겼다.


세상을 다 가지게 해 줄 것처럼 꿈꾸게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자신을 버렸다고.


하루하루 쌓여 가는 답이 없는 기도는 그녀를 어둠 속으로 더욱 깊이 침잠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동안은 무기력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다 드디어 데뷔 날짜가 나왔다.


팀명 ‘허니 에스프레소’.


슬기와 함께 같은 팀으로 데뷔를 할 뻔했던 그 그룹.


그때 나왔던 데뷔 날짜는 2월 14일.


두 눈을 감으면 아직도 그날의 일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당시 데뷔무대로 출연했던 음악 방송 프로그램.


남녀 혼성 MC가 ‘허니 에스프레소’를 소개했고, 자신들이 무대 위로 올라갔었다.


그리고 무대 중앙.


맨 앞 센터에 서 있는 슬기가 보였다.


민세영은 슬기의 바로 뒤편에 서 있었기 때문에 다른 멤버들보다도 그 아이의 등을 더 잘 볼 수 있었다.


그 등을 보는 순간, 민세영은 자신도 모르게 기도했다.


매일 밤, 매 순간,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날 무대 위에서도 또 빌었다.


단지, 이번에는 기도의 내용이 평소와는 완전히 달랐다.


슬기보다 빛나게 해 달라는 소망이 아니라, 명백히 그 아이를 저주하는 내용으로.


‘제발······ 슬기를······ 죽여 줘.’


그리고 기도가 응답했다.


쿠웅.


곧바로 조명이 그 아이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슬기는 힘없이 쓰러졌고, 차츰 의식의 끈을 놓아 갔다.


처음엔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무대 위로 빠르게 퍼져 나가는 그 아이의 붉은 피가 보였다.


민세영은 아주 잠시간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다시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 있는 슬기를 보았다.


그러다 시선이 마주쳤다.


점점 정신을 잃어 가는 그 아이의 흐릿해진 눈동자를 보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드디어 소원이 이루어졌다.


“하하하!”


민세영은 웃었다.




그 사고로 슬기가 죽은 것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무대 위에 설 수 없게 되었다.


차라리 더 잘되었지.


슬기는 이제 영원히 여기에 오를 수 없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이곳에서 나는 앞으로 빛날 테니까.


그 아이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화려하게 살아가는 자신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하겠지.


슬기에게서 노래할 수 없는 삶이란, 무대가 없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민세영조차도 그런 슬기의 모습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자신이 절망했던 것보다도 더 깊게 절망할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것이 너무 기뻐서 민세영은 다시 웃었다.


이후, 민세영이 자신의 정체에 대해 자각하게 된 것은 슬기의 사고가 난 이후로 며칠이 지나고 나서다.


그날, 연습을 마치고 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연분홍색 빛무리가 유령처럼 자신의 주변을 잠깐 맴돌더니 몸 안으로 들어와 흡수되었다.


나중이 되어서야 그것이 사고로 인해 슬기에게서 떨어져 나온, 슬기의 생명력이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리고 흡수한 그 힘이 계기가 되어 민세영은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나는 노래하는 세이렌.’


또한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쭉 지니고 있던 힘의 정체도.


‘······존재의 파멸을······ 불러오는······ 세이렌.’






그 전까지는 깨닫지 못했다.


자신이 대체 누구인지.


지니고 있는 힘이 정확히 또 무엇인지.


어느 것도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연히 슬기의 힘을 그렇게 흡수하고 난 후에, 영혼에 내재되어 있던 존재의 기억이 갑자기 각성해 버리고 말았다.


‘나는 노래하는 세이렌. 존재의 파멸을 자양분 삼아 살아가는 자······.’


또한 이날, 민세영이 알게 된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자각은 못 하고 있었지만, 여태껏 상대의 생명력이 깃든 기운을 먹은 것도 슬기가 처음이 아니었던 것이다.


단지 지금까지는 먹어 온 힘들이 너무 미미해서 스스로가 깨닫지 못했을 뿐, 그녀는 이루어진 소원의 횟수만큼 그 소원에 해당되는 존재의 생명력들도 빠짐없이 전부 먹어 왔었다.


힘을 쓰면 쓸수록 강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럴수록 흡수한 힘의 양이 몸 안에서 더욱 쌓여 갔으니까.


그러나 어째서, 하필이면 슬기의 힘을 먹은 이때였을까.


민세영이 짐작컨대,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아마, 그 전까지 먹어 왔던 어느 누구의 생명력보다도 슬기의 생명력이 가장 진해서였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 생명력을 먹었을 때,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평소와 달리 자극이 너무 강했다.


한껏 응축된 힘을 흡수했던 것이 영혼을 일깨우는 촉매제가 된 셈이다.


그러나 왜 슬기는 다른 사람들과 달랐는지, 사실 이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특별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서, 같은 부피의 기운이라도 그 안에 녹아 있는 생명력의 밀도가 다른 건지도.


하지만 이 역시 단지 자신의 추측일 뿐이다.


분명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슬기의 힘으로 인해서 자신이 깨어났다는 거다.


이를 계기로, 그간 숱하게 빌었던 슬기와 관련된 자신의 소원들이 왜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던 건지도 알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슬기의 파멸을 소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 아이보다 더 나은, 뛰어난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빌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슬기를 죽여 달라고 간절히 소망했던 그날에야, 비로소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진 거다.


거기에 더해 어린 시절부터 빌었던 소원들 중에서 이루어졌던 것과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뉘었던 그 기준도 알게 되었다.


터무니없는 내용이냐, 아니냐는 애초부터 소원이 성사되는 요건에 그리 큰 상관이 없었다.


그 역시 상대의 파멸과 관련 있는 것이냐, 아니냐로, 단지 그 두 가지로만 철저히 구분되었던 것이다.


언뜻 보면 파멸에 관해서는 정말 만능의 힘을 지닌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민세영의 힘은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던 까닭에 상대를 파멸 직전까지 몰아붙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닌 힘에 비례해서 상대가 파멸되는 정도가 결정되고, 아직 무언가를 완전히 소멸에 이르게 하기에는 그녀의 힘이 너무 모자랐다.


그것이 현재까지 유일한 제약이며, 슬기를 비롯해서 기도했던 많은 상대들이 여전히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이유다.


그러나 그 힘이 완성되는 날에는 이야기가 전혀 달라질 거다.


그때가 오면 민세영은 자신보다 힘이 약한 상대에 한해서, 기도 한 번으로 바로 목숨을 앗을 수 있게 된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여하튼, 비유하자면 민세영은 한창 충전 중인 배터리였다.


현재까지, 그녀는 상대의 몸만 다치게 하거나, 반대로 마음과 정신만 다치게 할 수도 있었고, 혹은 심신을 모두 다치게 만들 수도 있었다.


실제로 그녀의 소원의 대상이 된 사람은 운 나쁘게 예기치 못한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원인 모를 이유로 몸이 통제를 벗어난 행동을 해서 스스로 심각한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와 유사한 악재를 겪으며 정신만 다쳐서 치료를 받은 이도 있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몸이 아닌 정신이 충격을 받아도 그 영향으로 생명력이 몸 밖으로 조금씩 흘러나오기 때문이었다.


어느 쪽이든 민세영이 그것을 흡수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차츰 힘의 사용이 능숙해지자, 최근엔 순서를 바꾸는 것도 가능해졌다.


처음엔 기도를 통해서 사고가 나고, 사람들이 다쳐야지만 그들의 몸 밖으로 흘러나온 힘을 흡수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민세영이 먼저 상대의 힘을 흡수하면, 머지않은 미래에 그들에게 곧 나쁜 사고가 닥쳐오는 것이다.


슬기의 힘을 처음 흡수한 그날 이후로, 매일매일 본인에 관한 진실을 하나씩 알아낸 민세영은 가장 원초적인 것이 궁금해졌다.


자신은 어떻게 해서 이런 게 가능할까에 대해서.


자신이 세이렌이라서가 아니라, 어째서 그런 존재인가에 대해서.


부모님 중에 한 사람이 그녀와 같은 이질적인 존재인가 싶어서 살펴보았지만, 두 사람은 정말 그냥 평범한 인간이었다.


혹시나 해서 친척들도 살펴봤지만 모두 평범했다.


오직 자신만 달랐다.


그렇게 조사를 하다가, 결국 민세영은 자신이 실제로 부모님이 낳은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어린 시절에 입양이 되어 기억을 하지 못했을 뿐, 그러니까 그녀의 생물학적 부모는 다른 사람이다.


아마 그녀의 진짜 부모 중 한 사람, 혹은 둘 모두가 자신과 같은 이질적인 존재였을 것이다.


그렇게, 민세영은 본인이 사실은 고아라는 출생의 비밀까지 알게 되었다.




민세영은 회상을 멈추고 다시 의식을 되돌렸다.


그녀는 지금 무대 위에 있었고, 밀키웨이의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꺄아아아!”


“언니! 너무 예뻐요!”


여전히 자신에게 열광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피식.


민세영이 옅게 미소를 짓자, 이를 본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민세영! 민세영!”


순간, 민세영의 눈동자에 붉은빛이 일렁이다 사라졌다.


그러자 곧 정신없이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여러 가지 색색의 다채로운 구슬들이 두둥실 떠올랐다.


각자의 영혼의 빛깔로 발하는, 생명력이 녹아 있는 그들의 기운 덩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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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2 0 12쪽
80 조우 24.09.03 12 0 11쪽
79 조우 24.09.03 8 0 12쪽
78 조우 24.09.03 11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10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 그녀, 민세영 24.09.03 13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5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1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1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1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1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5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3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5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4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2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5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5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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