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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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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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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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산신의 후손들

DUMMY

“반갑습니다. 감독인 우태영이라고 합니다.”


“작가인 성지훈입니다. 잘해 봅시다.”


<청춘, 나빌레라>의 대본 리딩 날이 되었다.


중요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차례대로 간략히 자기소개를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슬기를 이 배역에 적극 추천했다는, 소속사 선배인 루나의 모습도 보였다.


“안녕하세요. 이번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이아영 역을 맡은 루나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같이 이번 드라마 예쁘게 잘 만들어 봐요.”


그녀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한 뒤, 다시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어?’


그러다 가만히 인사를 하는 루나를 보고 있던 슬기는 속으로 놀랐다.


문득 자리에 앉은 루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녀가 자신을 향해 갑자기 눈부시게 화려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이때 잠시만 눈이 마주친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그 이후로도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계속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왜, 왜 저러시지.’


심지어 그녀 다음에 다른 여러 사람들이 또 차례대로 일어나서 인사를 하는데도 거기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루나는 오로지 슬기만을 봤다.


같은 소속사긴 했지만 두 사람은 그 전까지 단 한 번도 마주쳤던 적이 없었다.


슬기야 그간 TV나 다른 매체를 통해서 루나를 숱하게 봐 왔었지만, 정작 실제로 보는 것은 오늘이 첫 만남이었고, 이는 루나 역시 그랬다.


그러니 서로가 분명 초면인 게 분명한데 왜 저렇게 뜨거운 시선으로 뚫어져라 자신만 보고 있는 건지 슬기는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반갑습니다. 강지한입니다. 남주인공 차도혁을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막 남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가 인사를 마쳤다.


그리고 그도 루나가 그랬던 것처럼 자리에 앉을 때 슬기에게 반갑게 눈인사를 했다.


이번엔 슬기도 밝게 웃으며, 가볍게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슬기는 강지한을 알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아는 것이 아니라 꽤 친하게 지냈다.


그는 슬기가 오디션을 보고 들어갔었던 첫 기획사, 그곳에서 만난 선배였다.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가 인정할 만한 톱 배우인데도 항상 겸손했고, 또한 누구에게나 매너 있게 대해서 그에게 언제나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슬기가 떨어지는 조명을 맞고 크게 다쳤을 때도 강지한은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는 스폰을 해 주겠다고 슬기를 찾아왔던 다른 이들과 달리 아무 대가 없이 그렇게 말했었다.


사고 때문에 자칫하다 슬기가 재능을 썩히게 되면 안 된다면서.


그렇지만 그에게 그런 큰 도움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당시 슬기는 단호히 거절했었다.


강지한은 그 뜻을 존중해서 이후엔 다시 같은 제안을 하지 않았지만, 그는 정말 슬기를 돕지 못해서 많이 아쉬워하고 또 안타까워했었다.


마음이 따뜻한, 참 감사한 사람이다.


옛 추억에 잠겨 슬기는 홀로 방긋 웃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다정하게 눈인사를 나누는 것을 무척이나 아니꼽게 보는 이들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갑자기 불쑥 나타나 슬기에게 친한 척하는 강지한을 좋지 않은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었다.


“아아?”


한 사람은 줄기차게 슬기에게 뜨거운 시선과 하트를 날리고 있던 루나였고.


“······저놈은 뭐지?”


또 다른 한 사람은 매니저들끼리 모인 구석진 뒤편에서 가만히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은후였다.


그로서는 슬기가 먼저 다른 남자에게 다정하게 눈인사를 하는 것을 처음 봤기 때문에 더 충격이었다.


순간 질투에 눈이 먼 은후의 이마에 푸른색 핏줄이 빠직하고 선명하게 돋아났다.


그러나 슬기는 이 두 사람이 그런 이유로 강지한을 무섭게 노려보고 있는 상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지금 그녀는 현장에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온통 신경이 빼앗겨 있었다.


강지한 이외에도 자신에게 무척 익숙한 얼굴이 한 사람 더 있었던 탓이다.


“반갑습니다. 이번에 또 다른 슈퍼 루키 연습생, 권지아 역을 맡은 밀키웨이의 민세영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예쁘게 봐 주세요.”


‘하.’


자리에서 일어나서 해맑게 인사를 하는 민세영을 본 슬기는 살짝 미간을 좁히며 속으로 침음을 삼켰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이번 드라마 촬영이 결코 만만치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응, 응. 할머니. 그래서 나 이번에 드라마 촬영 들어가. 오늘 대본 리딩을 했어. 조만간 정말 TV에 나올 거야. 응. 응원해 줘.]


“그럼, 당연하지. 우리 강아지, 이 할미가 당연히 응원해 줘야지. 그런데······ 어쩐지 목소리에 힘이 없는 것 같구나. ······정말 별일 없는 게 맞니? 괜찮은 거지?”


[으응? 아, 아니야. 이번에 같이 일하는 촬영 관계자들이랑 처음 만나고 인사하는 자리라 긴장을 많이 했더니, 피곤했나 봐. 응.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저런, 많이 힘든 거니? 음. 슬기야, 조만간 할미가 한번 서울로 갈까? 잠깐 얼굴이라도 보게.”


[히히. 괜찮아요. 이번에 새로 들어간 소속사가 정말 많이 챙겨 주고 있어. 그리고 나, TV에 나온다니깐? 우선 그걸로 봐 줘. 일 끝나면 내가 바로 고향으로 갈게. 응. 아, 그리고 할머니!]


“응?”


[나 할머니한테 소개해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내 매니저 일을 해 주고 있어. 응. 정말 좋은 사람이야. 나중에 꼭 같이 만나. 응. 할머니도 푹 쉬어요. 네.]


“그래, 너무 무리하지 말고. 언제든 할미한테 연락하고.”


[네, 히히. 그럼 주무세요.]


딸칵.


오랜만에 손녀와 전화 통화를 한 슬기의 외할머니 신지영은 통화가 끝난 이후에도 수화기를 한참 동안이나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음, 아무래도 목소리가 이상한데.”


지난번에 아이가 갑작스럽게 사고가 나서 처음에 데뷔가 불발이 되었다고 했을 때도, 사실 그녀는 서울로 한번 찾아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슬기가 너무도 필사적으로 제발 오지 말아 달라고, 거의 울다시피 사정을 했다.


그게 어쩐지 너무 처절하게 느껴져서 결국 지영은 슬기를 찾아가지 않았었다.


당시에 자신이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나면 그것마저도 오히려 슬기에게 스트레스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아주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핏줄 때문인지, 자신의 이런 감은 꽤나 잘 맞는 편이었다.


때문에 신지영은 그때도 그 감을 따랐다.


그래서 슬기가 그 정도로 궁지에 몰려 있는 건가, 하고 몹시 걱정을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계속 혼자만 끙끙 삭이고는 결코 찾아가지 않았었는데.


‘음. 확실히 그때보다는 훨씬 나아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조금 달랐어.’


뭔가 이번에도 새로운 걱정거리가 슬기에게 생긴 것 같았다.


이번에 배역을 맡게 되었다는 드라마에서 뭔가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이는 오직 그녀의 감 때문에만 드는 생각은 아니었다.


슬기가 태어났을 때부터 자신이 직접 손녀를 키워 왔으니, 그녀는 이제 아이의 목소리만으로도 대략적인 것들을 얼추 짐작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잠깐 몰래 보고 올까.”


응, 그래. 괜찮을 것 같다.


이번에도 유독 잘 맞는 자신의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좋아.”


오랜만에 그녀의 장거리 외출이 결정되었다.




외할머니와 통화를 마친 슬기는 그녀 역시 한동안 자신의 스마트폰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음. 할머니, 역시 이번에도 뭔가 눈치채신 거 같지······?”


사실은.


이번 드라마에서 민세영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이 계속 신경 쓰이고 있었다.


이미 그녀로 인해서 두 번이나 자신에게 조명이 떨어지는 큰 사고들을 겪었으니까.


그러니 앞으로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게 되면, 거기서 또 어떤 문제들을 만나게 될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것이 무척이나 걱정이 되고 또 두렵기도 했다.


‘은후는 지켜 주겠다고 했지만.’


은후는 오늘 대본 리딩 장소에서 민세영을 보자마자 그녀를 죽여 버리려고 했다.


나중에 들어서 알게 된 거지만, 전에 슬기가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잠깐 마주쳤던 것뿐인데도 그는 그때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을 죄다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민세영도 그랬다. 은후는 한눈에 알아봤다.


리딩 현장에서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피식하고 웃더니, 다짜고짜 그녀를 향해 직진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그의 의도를 미리 눈치챈 흑아와 함께 같이 은후를 말리느라 엄청 고생했었다.


‘분명 민세영은 미워. 용서도 안 할 거야. 그래도.’


한때 얼굴 상처를 얻고 한참 힘들어할 때 슬기 역시도 그녀를 죽여 버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이후, 반성은커녕 또 같은 방법으로 자신을 위험에 빠지게 만들었을 때,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복수도 할 거다.


슬기 나름의 방법대로.


그러나 그건 은후가 오늘 하려 했던 그 방법은 아니다.


‘거기다 아직 세 번째 약도 남았는데.’


그랬다.


아직 은후의 저주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타 차원에서 사고를 쳐서 혹시라도 마녀들과 사이가 틀어지기라도 하면 곤란했다.


그렇다고 시엘이 단번에 은후에게서 등을 돌릴 것 같진 않지만, 다른 제약이 또 있을 수도 있으니 최대한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하아.”


한숨이 나왔다.


연기도 신경 써야 하고 노래도 신경 써야 하는데, 게다가 민세영까지.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은후가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르니 그도 감시를 해야 했다.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겠다.’


생각만 해도 피곤이 몰려온다.


오늘은 쭉 그런 일들로 고민하다가 문득 오랜만에 할머니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늘 다정한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면 그냥 다시 힘이 날 거 같아서 전화를 걸었던 건데.


“정확한 사정까지는 모르셔도 분명 무슨 일이 있다는 건 눈치채셨을 거야.”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할머니는 어딘가 비상한 구석이 있었다.


무서울 정도로 감이 예리하고, 가끔씩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응시하며 혼자 중얼거릴 때도 있었다.


그래서 꼬꼬마였을 때, 외할머니는 혹시 무당이냐고, 귀신 같은 거 막 보이는 사람이냐고 자주 그녀에게 물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외할머니는 환하게 웃기만 할 뿐, 자신이 지닌 능력에 대해서 이렇다 한 확실한 설명은 전혀 해 주지 않았다.


이후 슬기가 자라면서는 그녀의 그런 행동들은 너무 당연한 일상이 되어서 따로 더 묻거나 하지 않았었고.


그런 기묘한 일들을 철이 들기도 전부터 보고 자랐기 때문일까.


은후와 같은 특수한 존재들을 만났게 되었을 때나, 아니면 루시퍼 전속 작가인 이현수의 스토커 귀신들이 눈에 보이게 되었을 때도 생각보다 많이 당황했던 것 같지 않다.


물론 처음에야 깜짝 놀랐지만, 지금 돌이켜 기억을 떠올려 봐도 어떻게 그랬나 싶을 정도로 금세 그에 적응을 했었으니까.


‘아.’


그러다 문득 또 다른 옛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고향에서 할머니랑 같이 키웠던 텃밭의 작물들은, 그해 극심할 거라고 마을 사람들이 무척 걱정했었던 가뭄이 와도 그런 날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었다.


‘딱히 뭔가를 다양하게 많이 기르지도 않으셨고, 그렇다고 한 가지만 지극정성으로 기르지도 않으시는 것 같았는데, 손을 대시는 것마다 항상 다 대풍이었지.’


그땐 그에 대해서 별다른 의문을 품지 않았었는데.


“음, 역시 그런가.”


외할머니도, 그러니까 그녀와 자신을 포함한 외가 쪽의 사람들이 아마 산신의 후손들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최근 자신이 신비한 일을 겪게 된 모든 시작점이 말이다.


“음, 왠지 할머니 곧 서울 오실 거 같기도.”


그런 예감이 들었다.


슬기는 아직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지만, 최근 그녀의 감도 자신의 외할머니만큼이나 한층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것은 거기서 끝이 아니라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강해지는 중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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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2 0 12쪽
80 조우 24.09.03 12 0 11쪽
79 조우 24.09.03 8 0 12쪽
78 조우 24.09.03 11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10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1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2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5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1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1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0 0 12쪽
67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2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1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4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2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5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4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2쪽
» 산신의 후손들 24.09.02 14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1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5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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