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요괴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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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의꿈
작품등록일 :
2024.08.27 01:26
최근연재일 :
2024.09.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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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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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할머니가 허락하심

DUMMY

“네에? 할머니라고요? 우리 할머니?”


“그래, 그래! 이제 알아보겠니? 아가?”


슬기가 반응을 보이자 신지영이 기뻐하며 물었다.


“아, 그런데······ 이거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직도 믿지 못하겠니?”


슬기가 여전히 어리둥절해하자 신지영은 금세 울상을 지었다.


슬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요, 청웅 대표님이 이런 걸로 장난치시진 않을 것 같고······. 그리고 사실은 아까 저쪽에서 언뜻 봤을 때부터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 들기는 했어요.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 말에 청웅은 웃음을 터트렸다.


“푸핫! 슬기, 너랑 완전 똑같이 생겼는데 뭘. 그냥 거울만 봐도 답이 나오겠다.”


“그, 그런가요? 닮았나? 흐음.”


당사자들이라 그런지 영 납득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은후, 흑아, 이도진도 슬기에 물음에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다 신지영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역시, 지금 모험 중이었구나. 우리 아가.”


지금 신지영이 슬기를 보는 눈빛은 그녀가 처한 지금의 상황을 거의 다 이해하고 있다는 그런 눈빛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담긴 뜻을 슬기 역시도 단번에 이해했다.


‘······역시 할머니도 진즉부터 이런 타 차원 존재들에 대해서 다 알고 계셨구나.’


예전부터 신비한 분이라는 생각을 쭉 하고 있었다.


또한 조금 전에도 본인이 회춘하게 된 것에 놀라기보다는 슬기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서 더 걱정하고 계셨다.


그녀는 분명 다 알고 있었다.


아마 슬기가 태어나기도 훨씬 이전부터.


그리고 그녀도 은후나 청웅 같은 그런 비슷한 존재들과 모험을 했던 거 같다.


지금 자신이 겪고 있는 것처럼.


“아, 할머니······ 도 그럼.”


“그래.”


두 사람은 각자가 지나온 시간 전부를 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핏줄끼리는 통하는 게 있다고, 그렇게 간만에 혈육의 따스한 정을 두 사람이 조용히 나누고 있을 때, 은후가 불쑥 끼어들었다.


“슬기. 내가 조금 전에 그녀의 허락도 잘 받아 두었다. 이제 다 되었다.”


“네? 뭐가요?”


하고 물으며 은후의 얼굴을 보다가 슬기는 흠칫하고 놀라며 뒤로 한 발 크게 물러났다.


답지 않게 그의 눈동자가 뭔가 의욕에 가득차서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웃긴 게 그러면서 얼굴은 또 평소대로 무표정이다.


두 눈만 불탄다. 아주 활활.


그러나 눈빛이 바뀐 것은 은후뿐만이 아니었다.


신지영 역시 갑자기 그녀의 어여쁜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


“슬기야! 이 할미는! 손주를 많이 봤으면 좋겠구나! 아주 많이!”






“······네? ······손주?”


사고가 정지된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슬기는 오늘 새로운 감각을 여러 번 경험하고 있었다.


그러다 곧 정신을 차리고 즉각 반문했다.


“하, 할머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세요?”


그러자 신지영이 순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어? 그렇지만 아까 저 요마왕이라는 총각이 분명히 결혼할 사이라고. 그것도 네가 먼저 적극적으로 열렬히 청혼을 해서 자신이 겨우 받아 준 거라고.”


그녀가 손으로 은후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슬기가 잠시 그를 노려보다가 재빨리 말을 바꾸었다.


“아, 아니에요! 할머니, 그런 게 아니······!”


“어? 하지만 내 눈에는 다 보인단다. 아가, 이것 말이다.”


그러나 슬기가 채 부정하기도 전에 이번엔 신지영이 먼저 끼어들었다.


그녀가 허공에 손을 휘젓다가 무언가를 확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자신이 있는 쪽으로 그것을 끌어당겼다.


“자, 보렴. 이거! 월하노인의 실이지? 훗. 이 할미는 다 안단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자 순간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붉은 실이 점차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정확히 은후와 슬기의 손목에 각각 묶여서 서로를 연결하고 있었다.


슬기의 입이 쩍 벌어졌다.


“······헉. 할머니······ 그런 것까지······ 다 보이셨어요?”


“후후훗.”


신지영이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그러나 슬기는 자신의 외할머니가 사실은 엄청난 능력자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보다, 그녀의 손에 제 붉은 실이 들려 있는 모습을 보게 된 게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뭐랄까.


현재 자주 시선이 가는 사람이 있어서 그 이야기를 다이어리에 쓰고서 본인만 아는 공간 어딘가에 몰래 숨겨 뒀는데, 할머니가 그걸 너무 쉽게 발견해서 모조리 읽어 버린 듯한, 그런 기분이랄까?


상당히 묘하고도, 당장 쥐구멍이 있다면 거기로 숨어 들어가 버리고 싶어지는 엄청나게 부끄러운 그런 기분?


슬기의 얼굴이 단숨에 붉어졌다.


목 아래까지 완전히 새빨갛게 물들어서 귀엽다 못해 안쓰러워 보일 지경이었다.


그런데 신지영은 거기에 확인 사살까지 가했다.


“우리 아기. 원래는 이런 것 없었잖니. 널 쭉 지켜보다가, 가정을 이루는 운명은 원하지 않나 보다 싶어서 그럼 네가 원하는 꿈을 이루라고, 그래서 그때 그렇게 응원하며 서울로 보냈던 건데.”


그랬었나?


할머니의 말에 슬기가 처음 서울로 올라오게 된 당시의 상황을 회상해 보았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는 그때 너무도 흔쾌히 자신을 보내 주었었다.


아직 나이도 어린 미성년자를 서울에 홀로 보내는 건, 무척 불안하고 또 위험해 보여서 안 된다고 한 번쯤 말릴 법도 한데,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아까 여기 오자마자 네 손목에 이게 묶인 게 보여서 엄청 놀랐단다. 그리고 그 끝이 이 요마왕 총각에게 엮여 있더구나. 그래서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자초지종을 물었지.”


그래서 은후가 그런 말을 했구나.


그러다 슬기는 순간 발끈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래! 내가 분명 결혼해 주겠다고 한 건 맞지만 그건 청혼이 아니라······! 아니라······!’


그리고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른 슬기는 이후로 또 사고가 정지하는 경험을 했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생각이 꼬이고 있었다.


‘청혼이······ 아닌······ 가? 어? ······청혼인가? ······어어? 청혼 맞······.’


거기까지 이르게 된 슬기는 더 이상 생각하는 것을 포기해 버렸다.


아,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다.


슬기는 머릿속 회로가 복잡하게 엉키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신지영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지 말렴! 정말루! 할미가 다 키워 줄게!”


아아아아.


할머니의 눈이 또 반짝반짝 빛난다.


슬기는 난생처음으로 그녀의 눈빛이 부담스럽다고 느꼈다.




할머니는 지금 슬기가 지내고 있는 압구정의 가은 병원까지 둘러보고는 이제 정말 걱정이 없다고 말하며 강원도로 돌아가려 했다.


그리고 그녀가 떠나기 전에, 슬기는 최근 자신이 가장 크게 신세를 지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해 주었다.


일단 은후와 흑아, 그리고 청웅은 인사를 나누었고, 다음이 이곳의 주인 가은이었다.


“내 평생 마녀분은 또 처음 보네요. 따뜻하신 분. 정말 감사합니다. 염치없지만, 우리 슬기 계속 잘 부탁드려요.”


“아닙니다. 저희야말로. 슬기 양이 동방 차원에서 다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그렇게 신지영은 마녀인 가은을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슬기가 하고 있는 모험에 대해서 대략적인 설명을 듣게 되었다.


은후가 저주에 걸려 있고, 그 저주를 풀 약초가 산신의 영역에 있으며, 그곳에 접근하기 위해 슬기가 필요했고, 그렇게 만나 지금까지 두 사람이 함께하게 된 것을.


신지영은 슬기가 모험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그것이 동방 차원을 넘나드는 것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때 그녀가 잠시 놀란 얼굴을 하자 은후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내가 곁에서 지켜 주겠다.”


든든한 그의 말에 신지영이 굳었던 얼굴을 풀고 빙긋 웃었다.


“이보게, 요마왕 총각. 아, 내가 말 놔도 되겠는가?”


“······왜 나를 그렇게 부르지? 나는 곧 슬기와 결혼할 사이다. 그러니 인간들 사이에서 부르는 호칭대로 불러도 된다.”


은후의 말을 옆에서 들으며 슬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제는 은후를 말리는 것도 포기했다.


하지 말라고 하니까, 완전 신이 나서 일부러 더하고 있는 게 점점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은후가 그렇게 운을 띄웠더니, 자신의 할머니는 한 발짝 더 크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오, 그럼! 손녀사위!”


“푸우우우웁!”


갑작스런 호칭에 슬기가 마시던 물을 뿜었다.


촬영장에서부터 여기까지 쭉 따라와서 구경을 하고 있던 청웅은 슬기를 향해 너희 외할머니 대박이라고 잠시 엄지를 척 치켜들더니, 깔깔 웃으며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그러다 신지영이 잠깐 고민을 하더니 호칭을 정리했다.


“으음. 아무래도 손녀사위는 너무 기니까. 그냥 간단하게 은 서방이라고 할까?”


“좋다. 아주 마음에 쏙 드는군.”


“푸우우우웁!”


슬기는 입 주변을 닦고 다시 마시려던 물을 또 내뿜었다.


청웅은 아주 배꼽이 떨어져라 크게 웃으며 더욱 열심히 데굴데굴 굴렀다.


오늘 그는 가은의 집 바닥 청소를 아주 제대로 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허락함세!”


“무얼 말인가?”


“슬기가 스물다섯 살이 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주겠다고 했담서?”


“그렇다.”


“더 일찍 결혼해서 아이도 낳아도 되네! 단, 당연하지만 억지로 밀어 붙이는 건 안 돼! 슬기의 완전한 마음과 허락도 얻어야 하네. 아, 그리고 기왕이면 아들딸 골고루 많이 낳아 줬으면 좋겠네!”


“······그렇군.”


은후가 잘 알겠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평소의 그와 다를 바가 없었는데, 그의 두 눈동자만은 또 뭔지 모를 의욕으로 가득 차서 활활 불타고 있었다.


활활. 아주 활활.


“하, 할머니.”


슬기는 정말 울고 싶었다.




이후, 슬기는 자신의 할머니가 느닷없이 회춘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를 들었다.


루시퍼 건물을 찾다가 우연히 근처에서 타 차원 존재를 만나게 되었고, 그가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기운을 나누어 주었더니,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며 이 목걸이를 주었다고.


“안 받겠다고 우기는데도 이걸 내 손에 쥐여 주고는 그대로 튀었단다. 너무 빨라서 붙잡을 수도 없었어. 어쩔 수 없이 그냥 나중에 만나서 줘야겠다 하고, 일단 목에 걸었더니······.”


“젊어진 거군요.”


슬기가 이해했다며 그녀의 다음 말을 이어 말했다.


신지영이 쑥스러워하며 말했다.


“이걸 빼려고 했는데······ 한번 목에 건 이후로는 안 되더구나. 아주 꿈쩍도 안 해. 그래서 이런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단다. ······슬기야. 뜻하지는 않았다면 많이 놀라게 해서 미안하구나.”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저는 할머니가 그 목걸이 계속 하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슬기는 고개를 저으며 신지영의 말을 부정했다.


그건 진심이었다.


자신에게 이제 가족은 외할머니, 신지영뿐이다.


슬기는 언제나 연로해 가는 그녀가 걱정이었다.


그녀가 정정하게 계시는 동안 얼른 이곳에서 성공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닥쳐오는 장애가 너무 많았다.


슬기는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매일을 느리게나마 걸어갔었다.


그러나 시간은 전혀 사정을 봐주지도, 기다려 주지도 않고 쉼 없이 흘러가기만 했다.


그런데 우연찮은 일로 이제 그 걱정이 완전히 해결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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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행복을 찾아서(완) 24.09.03 21 0 12쪽
80 조우 24.09.03 11 0 11쪽
79 조우 24.09.03 8 0 12쪽
78 조우 24.09.03 10 0 11쪽
77 인생의 일부 24.09.03 9 0 12쪽
76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5 그녀, 민세영 24.09.03 9 0 11쪽
74 그녀, 민세영 24.09.03 10 0 12쪽
73 그녀, 민세영 24.09.03 12 0 12쪽
72 그녀, 민세영 24.09.03 14 0 11쪽
71 천재와 범재 24.09.03 10 0 12쪽
70 첫 방영 24.09.03 10 0 12쪽
69 사고들 24.09.03 11 0 11쪽
68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0 0 12쪽
» 할머니가 허락하심 24.09.03 11 0 12쪽
66 할머니? 24.09.03 11 0 11쪽
65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4 0 12쪽
64 슬기는 나의 것 24.09.03 12 0 11쪽
63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4 0 12쪽
62 너에게는 내가 있지 않느냐 24.09.03 13 0 12쪽
61 산신의 후손들 24.09.03 13 0 13쪽
60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2쪽
59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1쪽
58 산신의 후손들 24.09.02 12 0 12쪽
57 산신의 후손들 24.09.02 13 0 12쪽
56 대본 리딩 24.09.02 11 0 12쪽
55 다시,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4 월하노인 24.08.31 15 0 12쪽
53 도련님의 친우 24.08.31 14 0 12쪽
52 도련님의 친우 24.08.31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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